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강철본색 4회 : 최종회) 믿음과 신뢰와 잔머리의 해피엔딩

도희(dh) 2012. 4. 18. 17:48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2 - 6탄 : 강철본색 4회 (최종회)

 

이거 내가 생각한 결말, 이거 아닌데, 이거.
왜 진짜 그냥 가래?
아니 내 말은, 일 마치고 나면 왕이 말이야, 내 딸을 주겠네,
이래야 하는 거 아니야?

- 강철본색 4회 / 노철기 -
 



최종보스에게 휘둘린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 

2회 엔딩과 3회 엔딩에서 가장 믿었던 주변인물이 범인과 한패였다, 라는 반전을 선사했다. 사실, 2회 엔딩의 내금위장은 반전이랄 것도 없었지만 3회 엔딩의 안상궁은 나름의 충격에 흠칫거렸더랬다. 작가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4회에서는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역시나 그러했다.

내금위장과 안상궁은 본디 심성이 곧고 착한 사람들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최종보스의 마수에 걸려들어서 약점을 잡히게 되었고 그렇게 그들의 수족이 되어버렸다. 갑작스레 당한 일에 선택의 여지 없이 살아가야만 했던 안상궁과 달리 내금위장에게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올곧고 강직한 성품의 내금위장도 그 순간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 여겼고 그렇게 스스로 최종보스의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내내, 마음 속에 죄책감을 가지고서.

그렇기에, 안상궁은 결국 용서를 받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나 내금위장은 죽음으로서 그 죗값을 치뤄야만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금위장을 법으로 심판하지 않고 조금은 뜬금없는 비장한 죽음을 선사한 것은 나름 그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또한, 내금위장 스스로 살겠노라는 의지를 버린 것은 자신에게 벌을 내리면서도 마음아파할 왕과 공주를 위한 것인 듯도 했고.

왕은 어떤지 몰라도 미강공주는 그들이 범인과 한 패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믿음으로 대했고, 그런 공주를 너무나 잘 알기에 안상궁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보다 죄를 자백했고, 내금위장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었다. 첫 등장부터 끊임없이 '믿음과 신뢰'를 외치던 공주는 결국 그 믿음과 신뢰라는 것으로 배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건을 해결했더랬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최종보스는 정말 지저분하고 추잡한 악의 축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절렀으니 말이다. 자신의 손녀를 세자빈으로 앉히기 위해서 같은 편을 죄인으로 몰아 죽이고, 상대 당파의 여식들은 물론 자기네 당파의 여식들마저 납치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일을 도모하고자 내금위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죄없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그 죽음을 뭍어뒀으니 말이다. 게다가, 왕의 여자라 할 수 있는 상궁까지 건들었으니 이 인간, 막장 중의 막장인 듯 싶다.

중전이 안상궁의 일을 알고 있고 그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어떻게 그 일이 덮어졌을까, 내내 고민했는데 아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아마, 지금은 남편인 왕과 같은 정치적 입장을 보이는 중전이지만 아마 그 즈음까지의 정치색은 친정을 따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최종보스와 안상궁의 일을 알게되자 안상궁을 출궁시키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한 듯. 친정 쪽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 후, 같은 편이었던 최종보스와 척을 지고 등을 돌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그 당시에 밝혀졌다면 현재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왕의 경우는 이 사건을 알고나서도 많이 놀라워할 뿐, 왕의 여자를 건든 최종보스를 괴씸해하지 않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듯 싶지만.

노철기, 잔머리의 승리! 

반전과 반전이 거듭하며 배신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공개된 후 사건의 주모자와 관련자들을 모두 잡아들이며, 사건은 얼렁뚱땅 해결되었다. 그들을 어떻게 처결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조차 없이. 그 후, 사건해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은 왕에게 직접 상도 받았고, 철기는 돈대신 안상궁의 구제를 요청했다. 매우 멋있게. 하지만, 그 것뿐. 철기는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 못했고 왕 또한 중전의 결사반대로 내심 사윗감으로 점찍어 둔 노철기를 밀어붙히지는 못하는 듯 했다.

함께 지내는 한 달가량 미운정 고운정 다 들고, 그 사이에 섬으로 바다로 산으로 동굴로 함께 다니며 밤도 지새며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철기와 미강은 내내 서로를 그리워했던가보다. 그리고, 노철기는 결국 소설가인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미강을 꾀어낼 잔머리를 굴렸다. 그 꼼수는 결국 먹혔고 왕은 낼름 미강이를 노철기에게 시집보낼 결정을 했다나 뭐라나. 싫다는 듯 뾰루퉁해진 미강공주도 사실은 그리 싫지 않은 듯 했고.

원래, 책 제목을 '철강본색'으로 지으려다가 '강철본색'으로 발표한 노철기를 보며 그 자체가 바로 미강공주에 대한 철기의 프러포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러포즈가 오버라면 고백, 정도? 미강공주의 경우는 책제목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듯 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약간 아쉬웠다.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그 후, 철기와 미강이는 결혼해서 곧 출산을 앞두고 처음 행복한 추억을 나눴던 그 섬의 바닷가로 가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안상궁은 정상참작이 되었는지 방면되어 딸을 데려와 충이와 가족을 이루고 오손도손 살아가는 듯 했다. 아마, 임금부부는 이제 한시름 놓았다면서도 언제나처럼 아웅다웅거릴 것이고, 뭐, 그렇게 해피엔딩.

사실, 나는 철기가 적극적으로 미강과의 결혼을 바란다는 부분에서 약간 흠칫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철기라면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철기를 잘못 알고 있었나보다. 뭐, 철기가 스물아홉(극중)이 되도록 장가를 가지 않은 것은 그만큼 사랑하는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강공주가 철기에게 그런 상대가 되었기에 잔머리를 굴려가며 미강공주와의 결혼에 적극적이었을테고.

어찌되었든, 해피엔딩. 아쉬운 부분은, 노철기 시리즈의 전작에서 느꼈던 그런 아쉬움과 비슷하다. 첫회의 그 코믹함과 신선함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서며 점점 줄어들며 비슷한 반전(범인은 곁에 있다)과 마무리까지. (눈앞에서 죽는) 그래도, MSS의 결말에서 느꼈던 기분나쁜 짜증(난 그 결말 - 범인의 선택 - 이 그렇기 싫더라)보다는 안타깝지만 그럴 것 같았으니까, 정도여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노철기 시리즈는 이렇게 3부작으로 완결되었다고 한다. 노철기를 더 이상 못본다는 건 새삼 아쉽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아마도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 시즌2>의 마지막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건>이 방송된다. 공천을 앞두고 88학번인 검사출신 3선 중진급의 의원 정치성이 낯선 섬에 버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총 4부작. 유다인-최성원씨가 출연했던 드라마스페셜 <기쁜우리 젊은 날>의 연출과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오성씨가 정치성으로 출연!

그나저나, '드라마 스페셜'의 시간대는 조금씩 조금씩 미뤄지는 것 같다.
처음엔 11시 20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