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뿌리깊은 나무 16회) 숨박꼭질

도희(dh) 2011. 11. 28. 18:38

드라마 : 뿌리깊은 나무 16회

눅눅하고 서늘한 월요일. 굉장히 나른나른한 오늘이기도 하다. 좀 이르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이 이지경이 되었다. 내가 그러하다. 라며 킥킥대며 한번 웃어보고; 그렇게 오늘에서야 부랴부랴 정리. 그런데 내 의식은 무의식보다 강해서 벌써부터 잘 기억은 안난다. 뭔 말을 하고싶었는지. 뭐, 내가 그러하다. 그러니 역시나 마음은 가볍게 정리. 그러나 결과는 나도 잘 모름. 그리고, 한글반포를 두고 거래를 하는 임금과 신하들(& 밀본)의 이야기가 그려진 <뿌리깊은 나무> 16회였다.


1. 한글반포를 둘러싼 거래

 '광평대군 납치사건'으로 인해 신하들에게 문자를 만들었고 완성했으며 이제 반포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해버린 임금. 그 후 그 것을 반대하는 신하 하나하나를 말빨로 대적해주시는 임금과 그런 임금의 말빨에 이길 자신이 없던 신하들은  출근을 하지 않는 등등 나름의 강경한 대응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황희와 이신적만이 임금과 신하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자청하며 집현전 철폐와 문자반포를 맞바꾸자는 거래를 제의하게 된다. 

사실,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신하들은 임금의 문자가 무엇인지에는 관심없이 그저 조선의 문자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백성들이 쉽게 쓸 수 있는 문자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고 그렇기에 굳이 반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신하 그리고 밀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임금의 투정(이라고 그들은 생각)을 못이기는 척 받아주는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임금에게 거래를 제의했고, 그 것을 노리던 임금은 철저하게 문자의 정체를 숨긴 채 그 거래에 응하고자 했다. 그 거래에서 문자반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얻을 수만 있다면 집현전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는 듯이.

그 와중에 단 한사람 만이 임금이 만들었다는 문자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내가 물리쳐야 할 적의 정체, 반대해야 하는 그 것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단 한사람은, 최만리. 그런 최만리를 잘 아는 임금이기에 수많은 신하들을 가뿐히 물리쳤음에도 가장 힘든 상대로 최만리를 지목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모두가 적의 정체도 파악하지 않은 채 그저 임금의 문자반포 자체를 반대하고 결국 그 것을 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하려는 사이,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이루어내고 그렇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임금을 잘 아는 최만리는 문자반포 그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다. 엄청난 상소문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이익을 위한 꼼수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또한 아닌, 오로지 나의 신념을 위해 뜻을 굽히지않고 반대를 하는 최만리. 그리고, 그런 최만리이기에 임금은 아마 대부분 임금의 뜻에 반대를 외쳤을지도 모를 그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뒀던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리고 그런 최민리로 인해 심종수는 아차, 하는 느낌이 들어버렸던 것 같다.


2. 규칙의 발견, 밝혀진 한글의 정체

도대체 그 오두막에 그 종이가 왜 있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채윤이에게 임금이 만든 문자의 원리를 설명하고자 그런 건가, 라며 일단 넘어가기로. 그런데, 왜 그 것을 안챙겼느냐는 말이지; ...극의 전개를 위해서라고 또 넘어가고, 그런데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소이는 왜 그 곳에 그 것을 두고왔다는 걸 또 기억못하는게냐...등등.

어찌되었든, 평이가 가져온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정기준과 달리 한가놈은 몇날 몇일동안 임금이 만들었다는 문자의 규칙을 알아내고자 노력했고 결국 그 규칙을 알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문자를 개파이와 연두에게 가르친 지 이틀만에 그들이 그 문자를 자유롭게 읽고 쓴다는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 불가능이 가능이 되고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두가 읽고 쓰는 세상이란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이었으니까.

지금까지 '그래봤자'라며 콧방귀를 끼며 임금의 문자 자체를 무시하던, 어쩌면 나약했던 충녕대군 시절만 떠올리며 임금 자체를 무시했을 정기준 또한 모든 말을 수 있는 임금의 문자를 보며 경악하게 되었다. 글이 곧 힘인 시대. 사대부가 사대부인 이유는 글을 알기 때문이라는 정기준은 조선의 백성 모두가 글을 아는 세상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렇게 이제, 그 어떤 거래도 없이 문자반포 그 자체를 거부하게 되었다. 

임금이 집현전을 버리면서까지 밀어붙히려던 문자반포의 꿈이 이렇게 수포로 돌아가는가... 등등. 하긴, 너무 쉬웠다. 아직 16회이고 아직 8회차가 남았는데 벌써 반포하면 안되지.. 등등. 그래도 이제 거의 다 왔다며 활짝 웃는 임금을 생각하면 거래가 수월하게 끝났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안되겠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라면 살인도 쉬운 그들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막지않을까, 스럽다. 

지인분은 그런 정기준에게 실망했다고 했다. 정기준이 임금의 문자를 보면 뭔가 깨닫게 될 것이라는 등등의 그런? 뭐, 깨닫긴 했겠지. 임금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것에 대해서. 아마도, 임금과 쌍벽을 이뤄야하는 존재이기에 뭔가 더 깊은 뜻을 보여주길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도가 왜 이도이고, 정기준이 왜 정기준겠는가. 그릇이 그 것밖에 안되니 정기준인게지..

ㅋㅋ

덧) 글의 세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개파치와 연두의 모습은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와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과 내가 입 밖으로 내뱉는 말들이 모두 문자가 되고, 내가 쓴 그 문자가 그대로 읽히는 황홀한 순간일테니 오죽할까...


3. 윗것들 싸움을 보고 판단하는 한 사람의 백성, 채윤

채윤은 임금의 문자를 보고 마음이 바뀐거라고 한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이유였나보다. 하긴, 임금과 마주한 순간을 보면 임금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돌아왔다는 말이 되긴한다. 난 정말 기가 막히게 때를 정확히 맞췄구나, 라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임금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던 채윤의 심경변화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임금의 문자는 윗것들에겐 제 밥그릇이 빼앗기는 위험한 것이고 아랫것들에겐 제 밥그릇을 가득 채워주는 소중한 것이 아닐까... 등등.

어찌되었든 채윤이 돌아왔다. 그리고, 채윤은 한 사람의 백성으로 남아 윗것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이해가 아닌 판단하는 임무를 맡게되었다. 또한, 제 밥그릇을 가득 채우기위해, 그리고 '사는 즐거움'을 꿈꿀 수 있는 마지막 소원을 위해 밀본을 뿌리뽑기로 계획하고 전보다 더 의욕넘치는 모습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런 채윤을 보는 임금은 그저 흐믓하고 뿌듯하면서도 그 소원에 대한 혹시나, 에 살짝 불안해지는 듯도 싶었다. 뭐, 사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삶을 살고자하는 채윤의 소원이라면... 보나마나;; (아님말구!)


4. 그리고..

1) 이신적은 결국 정기준에게 임금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 난 정기준이 임금의 그 말을 듣고난 후의 표정이 너무너무 궁금했는데 말이지. 참 아쉽고도 아쉽다. 뭐, 나중에라도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 (기대치 10%)

2) 어쩐지 '뿌리깊은 연기왕'을 뽑아야 할 것 같다. 극 중 인물들의 연기력은 나날이 높아지며 소이가 정점을 찍었는데.. 두둥! 정말 소이의 그 눈물을 보며 얘가 거짓말 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등등

3) 임금의 머리 위에서 노는 듯한 정기준은 어느 순간 채윤의 손바닥 위에서 놀기 시작하는 중이라나 뭐라나;

4) 세종과 혜강의 토론 때, 그 옆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채윤. 난 저 장면이 꽤 좋았다. 백성으로 남아 그들을 지켜보며 판단하는 채윤의 위치를 보여주는 듯 싶어서.

5) 여러모로 난 이신적이 좀 충격이다. 흠흠. 젊은 임금 시절엔 외로운 임금의 유일한 신하였건만ㅠ

6) 무휼은 개파이에게 당해서 심적충격이 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