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한가한 극장

영화) 인셉션 - 영화 '인셉션'을 보고왔더랬다.

도희(dh) 2010. 8. 26. 20:51


<2010. 08. 12. PM. 19:35 / CGV>

 

1. 시작은 그러하였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의 처음은 내가 그의 문체가 재밌어서 좋아하며 종종들르는 어느 블로거의 리뷰가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였다. 그 블로거의 극찬이 흥미로웠던 와중에 종종 방문하는 이웃님의 리뷰도 꽤나 괜찮아서 궁금해졌다고 해야할까? 재미있을 것 같아, 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실천을 하지않는 나로서는 이 영화를 결국 '극장' 에서 봤다는 것이 더 놀랍지만! 지난 번 코난 리뷰에서 말했듯이 영화란 것을 영화관에서 본 것은 <에반게리온 : 파> 이후로 코난이 처음. 그리고 <인셉션>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싶었던 이유는 세 가지였다. 좋아하는 이웃님들의 리뷰가 재미있어서가 그 첫번째요, 내가 아직까지도 정말 재밌고 흥미로운 영화, 라고 생각하는 <메멘토>의 감독의 작품이란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디카프리오가 나온다는 것이 세번째 이유. 하지만, 이건 어쩌면 이유를 만들기위한 나의 장난질 혹은 짜맞추기일지도 모르겠다.

메멘토 감독이라서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메멘토 이후의 이 감독의 작품은 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하다는 <다크나이트>도 본 적이 없고, 아직까지는 그리 보고싶다는 생각이 안드니까.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영화도 <타이타닉>이후 사기꾼으로 나왔던 그 영화 제외하곤 본 적이 없으니까... 이 것도 사실 이유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지않는다.

그럼 이유는 첫번째일까? 그 것도 아닌 듯 하다. 리뷰를 읽으면서 '재밌겠다' 라고 생각한 영화는 많지만 그러한 이유로 본 영화를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도 너무 많은 듯 하니까.  어쩌면 그 세가지가 다 합쳐져서 평소 속으로만 생각하고 마는 것과 달리 내내 '보고싶다' 라고 노래만 불러댔던 것이 이유일지도 모르겠고.

아마,  그 노래를 듣고서 같이 볼 사람,  이 생겼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본 것 같았다.  봐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귀찮다고 안보는 나를 끄집고 보러갈 사람, 이 그 당시에 있었기에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한번 더 보고싶다는 마음에 예매까지 했으나  상영 한시간 전에 귀찮아서 취소한 걸 떠올려보면...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 하나,  누군가로 인해서 꼭 가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외엔 없는 것도 같다.

그리고, 두 번의 헛탕 끝에 나는 영화 <인셉션>을 보고왔다.

덧) 혹시나 싶어 하는 말인데... 영화를 혼자 못보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  영화관까지 가는 그 과정을 귀찮아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나는. 외출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외출하기까지의 그 과정이 싫어서 외출을 자제하는 타입의 인간, 이라고도 해야할까?  사실 영화나 이런 것은 동행없이 혼자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기도 하고. 하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약속이란 덫이 없다면 굳이 보러 가지 않는... (아, 비몽과 백야행은 순전히 내 의지로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까지 내려가서 본 영화이긴 하지만.)



2. 꽤 두근거렸던,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 상황이 사실은 꿈인 것은 아닐까' 였다. 어떤 장면이나 소품을 통한 힌트가 아니라 그냥 막연히, 그러니까 관객의 감이었다고 해야할까? 그러면서도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몰입하며 정신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결말. 결말에 다가갈 때 뭔가 모호해져버렸던 것 같다. 그 전까지의 나의 안도감에 대해서.

얼마 전  뮤지컬 <달콤한 인생>을 보며 '앞 뒤가 맞지 않아' 라고 생각했었던 씬이 있었다. 주인공의 집에 한 여자가 찾아왔는데 다른 여자가 주방에 있는 상황이었다. 주인공은 그 상황이 난감해졌지만 곧 집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고야 말았다. 그리고 찾아온 여자와 주방의 여자는 만났다. 만나서 서로의 감정을 강력하게 부딪혔지만, 뭔가 주방의 여자의 헤어나 의상 그리고 성격에서 '뭔가 어색하다' 라는 갸웃거림이 생겼었다.

그리고 그 씬이 끝난 뒤 그 '어색함'과 '앞 뒤가 맞지 않은' 느낌의 이유를 알았다. 그 것은 바로 주인공의 꿈 속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꿈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라고.

영화 <인셉션>을 보는 과정에서,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장면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에서 어떠한 힌트를 얻어 끊임없이 생각하며 바라보는 관객이 있는가하면, 오로지 '관객의 감' 하나로 두근거리며 바라본 나같은 관객도 하나 쯤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즈음 동행한 이가 말했다. 이게 무슨 열린 결말이야, 완전히 닫혀있구먼. 그리고 나는 말했다. 이게 어떻게 닫혀있나요? 라고. 그리고 그 것도 관객의 몫.

그리고,  나는 빙빙 돌며 넘어질 듯 넘어지지가 않는 그 것과 그 앞 전에 갸웃거리면서도 모호하게 넘겨버린 것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내 방식대로 생각했다.  그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으니까, 라는 내 방식대로의 결말.  만약 언젠가 내가 또 다시 이 영화를 보게된다면 당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바라보며 또 어떤 결말을 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 또 볼지는 모르겠다. (일단, DVD는 사야겠다, 라고 생각 중이긴 하지만;)



3. 한번 더 보고싶긴 한,

단순히 리뷰만 놓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영화' 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다. 굉장히 어렵고 집중해야하고 생각도 많이 해야하는 영화, 라고 또 생각했었다. 그런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긴장감이 우습기라도 하다는 듯이 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영화가 시작하고 채 5분도 지나기 전에  '또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공연이란 장르 외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아니 영화에서는 <메멘토> 이후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아, 생각해보면 러브액츄얼리도. 그래서 그 영화는 연속으로 세번을 봤던 것도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시선에서 어떻게 바라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겐 굉장한 몰입력과 즐거움을 주는 오락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 검색 도중에 어떤 사람이 올린 '분석'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있었어? 저런 것도 있었어? 그게 이런 의미도 되는거야?' 라고 조금 놀라워 했던 것도 같다. 그래서 한번 더 보러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고.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만가지 해석을 할만한 꺼리를 제공해주는 듯한 이 영화의 리뷰를 쓴다고 시작했으나 나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관람하고 온지 14일이 흘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관람 직후였어도 마찮가지 였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찮가지다. 아, 재밌다. 또 보고싶다. 라는 생각 외엔 없다.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으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장면 장면마다,  소품 하나하나에서 어떤 해석을 내놓든지 나에게는 단 하나,  정신없이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영화이자  비오던 그 날의 눅눅함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매우 시원한 오락 영화,  였다는 것. 그 것.  그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4. 결론은...

본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 인듯; 과 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 인증한 것-? ㅋㅋㅋ
그리고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것!!!

그나저나 <골든 슬럼버>는 오늘 개봉이었던 걸로 아는데 도대체 어디서 개봉한 거지?


*** 사진출처는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