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왕녀 자명고 39회(최종회) - 사랑은, 참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

도희(dh) 2009. 7. 22. 14:40

왕녀 자명고 39회, 그리고 최종회.

아.. 드디어 끝나버렸습니다.
보는내내 명치 끝에 뭔가 꽉 눌린 듯, 가슴 막힌 듯한 기분으로 보고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명고여서 특별히 그런 건 아니었어요. 원래, 내내 재밌게보았던는 드라마의 막방은 항상 그런 기분으로 보니까..ㅡ.ㅡ;

그러다가, 모하소와 왕자실의 각기다른 모정에 눈물 찔끔흘리며, 라희의 죽음을 슬퍼하며... 또 호동과 자명의 사랑을 그저 바라보다가, 마지막의 매설수의 모성에 놀라.. 엄청 울어버렸습니다. 전 역시, 매설수의 숨겨진 모성애에 약한 1人이었나 봐요.

아.. 호동과 자명의 마지막에 슬퍼하지 못한 이유는... 그들의 마지막 대화에서 엉뚱한 것이 떠올라서 말이죠. 이건, 본문에 들어가서 이야기할게요.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볼 때 나쁜 습관이 들어서, 집중할 수 없는 진지하거나 슬픈 장면에서는 엉뚱한 생각을 해서 분위기 못맞추고 피식 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지도.
이건... 내가 자명과 호동의 엔딩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죠...;
다들 자명-호동의 사랑에 안타까워하니, 나라도 그냥 덤덤히 지켜보고 싶었다고 해야하는 건가?
뭐... 전 그랬어요~. 이건 뭐, 관점과 취향차이니까.

왕녀 자명고 39회... 고구려팀에선 호동, 낙랑팀에선 죄다 죽으면서 끝났습니다.
무슨... 장례식 드라마 보는 줄 알았다고 해야하나? (농담)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각기 다른 얼굴을 한 무언가였다고 하더군요.
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되었나 봅니다. 이거, 드라마 [왕과 나] 카피 같은데...?
사랑은, 참 여러가지 얼굴을 하고있었고... 그 들이 살아오며 갖게 된 그 감정들은 모두, 사랑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그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














1. 그 날로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자명고를 찢지않을 수 있을까, 자신은 없어요. (라희)

자책할 거 없어요. 이 모든 건 다 내 선택이었으니까.
낙랑국을 이리 만든 죄, 후회하고 또 후회하지만...
그 날로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자명고를 찢지않을 수 있을까, 자신은 없어요.
그대 아버진 낙랑을 가지러 왔고, 그댄 자명일 가지러 왔겠죠?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겠고.
이젠, 자명일 갖질 못할거야. 그 것이 죄책감이든 뭐든, 이 라희를 평생 가슴에서 놓지 못할테니까.
나... 이제 당신 부인으로... 당신 부인으로... 당신 부인으로 죽어줄게. (라희)


호동은, 라희를 아내로 평생 곁에 둘 수 있으리라고 믿은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뭐랄까... 당연히 라희의 최후는 '죽음'이라는 공식으로 드라마를 봐버려서, 호동이 라희를 이용해서 낙랑국을 취한 후에도 라희를 아내로 평생을 함께할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전혀 가지질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호동은... 라희를 아내로서 평생 함께할 생각이었나 봅니다.
아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그 것이 호동에겐 당연한 일이었던 건가, 싶기도 했고.

호동의 아내가 될 수 없어진 라희는, 백성들에게 자신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나서게 됩니다.
그 것은 무휼의 명이기도 했고, 최리의 유지이기도 했으니... 한 나라의 태녀였고, 또한 낙랑의 왕녀이고, 낙랑을 팔아넘긴 죄인으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수순이기도 했을테니.

라희는, 지금의 현실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란 말을 하더군요. 정확히는, 그러지않을 자신이 없다는 말이지만... 그 말이 그 말이지.


호동은... 라희를 과연 사랑했을까...?

라희는 말했습니다.
죄책감도 연민도 뜨거움도 열정도 분노도 얼음처럼 차가움도 ... 다 사랑의 여러 모습일 뿐이라고.

자신으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라희를 떠나보낸 호동은...평생을 죄책감으로 라희를 잊지 못한 채,
그리 살아가겠죠...?
평생 그 가슴 속에 라희의 방을 만들어놓고, 라희를 떠나보내지 못한 채... 내내 붙잡고 살아가겠죠.
뭐... 그로부터 1년 후에 자명이랑 함께 죽게되긴 했지만.

자명은 호동의 쉼표이자 마침표, 그리고 라희는 호동의 괄호가 아닐까...? 싶기도 했고.
그냥, 신시장님의 명대사를 내 멋대로 한번 끄집어내 봤습니다.



호동은... 라희를 과연 사랑했을까...?

호동의 그 눈물은, 라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없기에... 라희를 잡고싶어하던 호동의 모습에서...
그렇게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없으면서도, 온전히 그녀를 잡고 구해줄 자신도 없는 그 모습에서...
라희의 그 눈물어린 미소와 인사에, 아무 것도 못한 채 얼어버린 듯 그녀를 보내던 호동의 모습에서...

자명을 향한 사랑과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의 사랑.
같은 자리에 서 있던 동질감, 그리고 연민과 ... 내내 거짓된 속삭임으로 그녀의 진실된 마음을 이용해버렸고, 그런 결과를 가져왔음에 대한 죄책감들... 그 모든 것은... 또 다른 사랑의 얼굴은 아니었을런지.

내가 그리 믿고싶은 건가...?


라희를 보내는 호동, 엄청 울었나봅니다.
정경호씨의 완전 퉁퉁 부어버린 눈을 보며... 저 씬에서 NG가 많이 난 건가? 싶기도 했고.
호동이, 저리 퉁퉁 붓도록 우는 거... 39회 내내 처음 보는 듯 해서 새삼 놀랍기도 했고.

저 순간 만큼은, 호동의 마음이 거짓일까 진실일까... 재보지 않고,
그 마음 자체를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 '바람의 나라' 버젼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이야기가 보고싶어 졌습니다. 사비와 호동과 운의... (쌩뚱)

* 왕자실과 배타고 떠난 라희... 호동이 찾은 돌무덤의 진실은....???










2. 다른 사람 손에, 널 죽게할 수 없었다. (호동)

내가 자명이로 있었든, 신녀로 있었든, 숨겨 놓았든, 숨기지 않았든...
당신의 뿌쿠가 아닌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어요.
나 기도했어. 진심으로 기도했어. 이 빌어먹을 운명, 하루만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럴 수 없는 거겠죠? (자명)


서로 칼 끝을 겨누던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함으로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칼 하나로 두 사람의 몸을 관통한 죽음.
낯이 익다...했더니, 예전에 봤던 비천무의 설리와 진하의 최후와 비슷한 듯 싶기도하고.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말이죠...;

아... [박지윤 * 주진모] 주연의 드라마 '비천무'에선 막판에 화살 무더기로 맞고 죽던데...그 거 말고, 원작 혹은 영화버젼을 말하는 것입니다...ㅡ.ㅡ;

자명은 호동을 찔렀으되 호동을 죽이지 못했고, 호동은 끝내 자명을 베지 못했습니다.

호동은 말이죠, 다음 생이 있다면... 평범하게 태어나 함께 사랑하자 그러고...
자명인... 이 생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호동의 어미로 태어나 주는 사랑을 하고프다 하더군요.
그러니... 다음 생에선 라희를 사랑해주라고. 자명의 그 말은... 두 가지로 들리더군요.
내내 호동 하나만 사랑하고, 그로인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버릴 수 있었던 라희에 대한 그 사랑을 다음 세상에서 보답해주라는 말...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그 끝없는 사랑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서... 라희를 향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향하느라 단 한번 눈길조차 주지않고 외면했던 그 마음을, 다음 생에서는 굳이 숨기지 말라는 듯도 들렸고.

그리고 호동은, 그 것을 부정하지 않더군요.

솔직한 말로...
전, 호동과 자명의 그 죽음이... 아프지도 절절하지도 슬프지도 않았습니다.
참... 이런 내가 참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냥, 자명은 처음으로 내내 자신을 짖누르던 자신의 운명을 내려놓았다고 믿는 그 하루가 되었을테고...
호동은... 자명을 미처 다 베어내지 못한 그 욕망의 조각이 왕이 되고픈 욕망보다 더 강했고, 평생을 가슴에 품어온 '고구려의 왕' 보다는 '자명'이 더 컸구나... 싶었달까...?

이런 호동의 선택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그려넣을 수 있겠지만... 전,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딱 1회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껄... 싶더군요.
낙랑의 패망 후, 1년. 호동이 지낸 그 시간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호동은 여전히 '왕자'인지. 낙랑만 손에 넣으면 될 듯 싶었던 호동은 왜 여전히 '불안'한지.

또 1회만 더 있어서... 낙랑의 패망 후 1년,
자명과 남은 낙랑국의 백성들이 보낸 그 시간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또 얼마나 좋았을까...

이기적이나 절대 이기적일 수 없던 호동과 자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들이 마음이 시키는대로의 행동, 그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자명은,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라희는 사랑을 위해서 자명고를 찢음으로, 자신을 믿은 이들의 마음을 져버린 것처럼...
결국엔 낙랑국을 패망의 길로 몰아넣음으로서 '태녀'로서 '여왕'으로 살아가던 자신의 미래를 놓아버린 것처럼...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것처럼... 자명과 호동은, 자신들이 살아온 이유들을 놓아버렸습니다.
절대 놓을 수 없을 줄 알았던, 그네들에겐 가장 소중했을 낙랑과 고구려를 놓아버림으로서 그네들의 사랑을 완성지었다, 라고 해야하나?

아... 모르겠습니다.




* 최리는 저승에서 땅치고 울어댈 듯. 낙랑국을 다시금 일으키랬더니...;;;

* 저 중요한 [호동-자명]의 최후에서 집중못하고 히죽거리며 웃은 이유들...에 관하여. (별 거 없음)

- 옛날 '전설의 고향'에서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 그 이야기가 내내 마음 한켠에 남아있곤 합니다. 쌍둥이, 남녀 이란성 쌍둥이는 .... 전생에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한 연인들이, 떨어지기 싫어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뭐.. 이런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자명과 호동이 한 칼에 같이 죽는 걸 보며... 다시 태어나면 쌍둥이로 태어나는 건가...? 라고 생각해버렸거든요.

- 자명이 호동더러, 다음 세상엔 내가 니 엄마로 태어날께... 넌 라희를 사랑해줘... 하는 순간..
윤~ 마이 썬~ 을 외치던 오들희 여사가 떠올라버렸습니다. 그럼 자명이 오들희여사? 뭐... 이렇게..ㅡ.ㅡ;
그러다가... 라희공주를 사랑해줘, 하는 순간... 라희는 ... 은채로 다시 태어나서, 전생에 사랑받지 못한 그 가슴앓이를 무혁이와의 사랑으로서 윤의 애간장을 녹여놓는 건가...? 라는 쌩뚱스런 상상들을 하고 있었다고 해야할까요^^?

정경호씨 드라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밖에 못봐서,
미사의 윤이 엄마 '오들희 여사'는 잊혀지지가 않는 캐릭터이기에,
그냥 팍... 떠올랐나봐요.

* '빌어먹을 운명따위 하루라도 내려놓고 싶었어... 어쩌구 저쩌구' 라는 자명의 말을 들으며...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닌,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이라던 [스타의 연인]이 주었던 가르침을 떠올리며... '운명이 너를 잡고있는 것이 아니라, 니가 운명을 잡고 있음을 느끼지는 못했니...?' 라고 궁시렁 거렸습니다.

* 호동은, 구천을 떠도는 건 아닌가, 라는 짧은 걱정.
자살은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죄악이어서... 자살한 영은, 용서받을 수 없고 ... 그렇게 이생에 남아있을 자신의 생이 다 끝날 때까지 구천을 떠돈다고 하잖아요..ㅡ.ㅡ? (제가 이렇습니다.)









3. 자명고가 말하고자 한 것은, 혹시... 각기 다른 모성애는 아니었을까...?

아가... 엄만... 물에 빠진 자명이를 구해야해.
엄만... 자명이를 구하고... 우리 라희하고... 같이 죽을 거야...
사랑한다... 내 아가... (모하소)


모하소는, 자신의 말을 다 이루었군요.
다시 돌아온 자명을 살렸고, 라희와 함께 죽음을 택했으니.
아마... 라희의 독에 당한 자명이 살아났음을 전해들은 모하소이기에, 라희의 곁에서 라희와 함께 저승의 길동무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은 또 아닐런지...

모하소가... 그 뒷말... 우리 라희하고 같이 죽겠노라던, 그 마음을...
그 옛날, 어린 라희에게 말해줬더라면... 라희는 저렇게까지 사랑에 굶주리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라희는, 어찌보면 참 행복한 사랑을 하고, 또 그리 죽음을 맞이했군요.
그 끝이 참 비참하다 할 지라도, 그녀는 후회없이 사랑했고, 그 사랑을 줬고... 또 그 이상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그 상대가 자신을 평생 마음에서 지워내지 못하게 만들었고, 또한 그 상대의 아내로서 죽음을 받아들였으니 말이죠.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엔... 사랑하는 엄마 모하소가 함께 있어줬고.
삶이 끝난 후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엄마 왕자실이 내내 지켜줬기에.

내내 사랑에 굶주렸고 허덕이던 라희는, 죽는 순간.. 그 사랑을 온전히 다 채우고 죽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증오도 미움도 다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고 모습이라던 라희이니...
자신에게 분노하여 돌을 던지는 백성들의 그 원망도... 자신을 그토록이나 사랑하고 믿었기에, 그 배신감이 배로 더 커져서 돌아오는 것이란 것을 잘 알테니.

그녀는 그녀가 사랑을 받고싶은 이들에게, 원없이 그 사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난, 후회도 미련도 없어요.
어짜피 우린, 왕굉 오라버니 손에 죽을 목숨이었잖아요.
왕이 되서 당신 뜻대로 낙랑을 다스려봤고 손해본 건 아니라고.
먼저 가 계세요.
당신은 이 왕자실이 징그러워 다신 안보겠다고 하지만, 다음 생에도 신첩 꼭,
폐하가 왕이 되도록 돕겠나이다.

내 딸은 죽지않아. 여왕이 되보지도 못했는데, 어찌 라희가 죽을 수가 있느냐.
이 왕자실이 살아있는 한, 라희는 절대 죽지않아. (왕자실)


어떻게든 라희를 살리고팠던 엄마 왕자실.
모하소가 그 죽음의 길을 함께 걸어가줬다면, 왕자실은 마지막까지 라희를 살려서 일으켜 세우고싶은 엄마였습니다. 라희에겐 각기 다른 엄마의 사랑이 가득했군요.

왕자실은, 끝끝내 라희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멀리 멀리 떠나갔습니다.
왕자실은... 어찌되었을까요...?
죽었을까...? 그리 떠내려가다가 또 어찌어찌 살아남아 또 살아가는 것이었을까....?
동모현 바닷길 어느 모퉁이에 죽은 딸 부여잡고 울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왕자실의 사랑은 지독했지만,
왕자실은 자신이 아닌 상대를 위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독을 묻히며, 그로인해 커다란 원망을 받는 것도 감수하면서도... 상대에겐 비단을 깔아가며 그 길을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사랑을 했던 것 같더군요.

최리를 살리고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오빠인 왕굉의 숨통을 제 손으로 끊어내고,
딸 라희를 살리고자 갓난아기인 자명의 염통에 산호뒤꽂이를 꽂고, 라희를 여왕으로 만들고자 자명을 끊임없이 죽음의 길로 몰아세우는.

물론, 그 것이 자신의 욕망이고 그 결과가 모두 왕자실 자신이 원한 욕망이기도 하겠으나...
그럼에도 원후가 아닌 차후로서, 늘 모하소의 뒤에서, 최리의 사랑과 라희의 사랑마저 모하소에게 넘긴 채,
그들의 앞 길을 터주던 왕자실... 이란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왕자실은 '권력'만 손에 있다면 그 까짓 사랑, 다 필요없다... 라고 그리 외쳤으나...
그녀가 원한 것은 최리의 사랑이요, 라희의 사랑이었을 것이란 생각... 그렇게 손에 피를 묻히고 독을 묻히며, 그들의 앞날을 밝혀주며, 그리 자신의 존재를 라희와 최리의 가슴에 크게 자리잡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

뭐... 왕자실이 다 잘한 건 아니지만...
지금 2009년의 시점이 아닌, 그 시대의 시각으로 왕자실을 본다면... 또 다르지 않을까...?
그 날 그 시간들 이후, 전 그 누구도 왕자실에게 돌을 던질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므로.






호동아... 왜 이리 추운 것이냐.
한질도 아닌데, 왜 이리 뼈가 시리고 가슴이 시린 것이냐.
너의 아버지께서 너의 삼촌 해색주를 태자로 삼으셨다.
호동아... 난 또 바빠질 것 같구나.
해색주의 손에서 해애우를 지키고, 내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되는데...
왜 이리 힘이 없누... (송매설수)


소울메이트를 아세요? 이거.. 너무 흔하죠?
올 초에 히트드라마였던 꽃남에서도 내내 나왔던 이야기기도 하고.

소울메이트는 '영혼의 동반자'
그리고 일반적으로 '소울메이트'는 '사랑'을 의미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더군요.

소울메이트는, 지독한 악연도 포함된다고 들었어요.
그 악연의 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해서, 죽고 죽이는 관계로 몇겹을 살고 태어나고 함께하는 관계도 '소울메이트'라고 하더군요. 오래 전, 서프라이즈에서 그런 내용을 보고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나는 서프라이즈 왕팬.)
호동과 매설수는, 영혼이 닮은 사람들이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매설수에게 호동은 무엇이었을까...?
뭐긴 뭐야... 정적이고 또한 법적인 아들이었겠죠. 눈엣 가시같은, 내 앞길을 막는, 언젠가 꼭 죽여버리고 싶은 아들. 그리고, 살아갈 수 있는, 모진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
그 것이 비록 증오고 분노의 힘일지라도... 호동의 존재 자체는 매설수를 끝임없이 자극하고 또 자극하여, 그녀가 그 모진 삶 속에서도 파워 업~ 해서 언제나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이 아닐런지.

매설수의 넋두리, 그 눈물과 고백.
라희가 죽은 자명은 사랑할 수 있으나, 살아있는 자명은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매설수 또한 죽은 호동은 아들로서 사랑할 수 있으나, 살아있는 호동을 사랑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감정은 아닐런지.

다시 시간을 돌려 호동이 살아있던 그 시간,  그 어린 호동의 목을 조르기 전의 그 시간으로 매설수가 돌아간다고 하여도... 매설수의 선택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을 돌려 자명고를 찢기 전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자명고를 찢지않을 자신이 없다던 라희처럼...

호동이 죽을 것이라 생각되던 그 어느 날, 속이 허하다던 매설수는...
그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 뼈가 시리고 가슴이 시리게 춥다, 라고 하더군요.

모성애... 라고 해야하나?
아니.. 모성애가 아닌... 평생동안 평행선을 그리며 서로를 위협하던 반쪽을 잃은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필생의 라이벌을 잃은 후의 그 허무함과 헛헛함...이랄까...?

매설수와 호동은, 참 닮은 곳이 많은 사람이었고...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었을지도 모르죠.
특이하고 묘한 분위기의 모자관계. 그런 모자관계를 저는 특히나 좋아했고, 마음에 들어했고 말이죠.
호동을 죽이려던 매설수, 매설수를 죽이려던 호동. 그리고... 신당에서 술 한잔 기울이던 그 모습들.
차마 매설수를 벨 수 없었던 호동과 호동을 제 손으로 사지로 몰아넣진 못했던 매설수.
오빠와 아버지의 죽음에 끝없이 호동을 저주하고 복수를 다짐했으나, 결국 그러지 못했던 그녀.
늘 절벽으로 밀어넣는 매설수와 해애우를 끝끝내 밸 수 없었던 호동.

고구려에서 호동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했던 사람은, 무휼도 여랑도 우보도 아닌... 매설수가 아니었을까...?
마찮가지로 매설수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았던 사람도, 호동이었을테고.


호동을 잃은 무휼은, 해색주에게 태자의 자리를 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매설수는 또다시, 그 진저리나는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어린 해애우를 지키며, 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늘 자신의 반대 편에서 자신을 자극하던 호동이 사라진 지금... 매설수는... 어쩐지 힘이 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표현이 잘 안되는데, 그 것과 비슷한 듯 합니다.
드라마 '황진이'에서 백무를 잃은 매향이, 내가 곧 자네를 따라가겠노라며, 평생 재주를 겨누던 벗이 죽었는데 내가 더 살아서 무얼 하겠느냐며 눈물짓던 그 마음과.

얼마 전에  우연히 봐서 그냥 떠올랐습니다.



잃어버린 반쪽. 한 쪽 날개가 꺾어버린 느낌... 이라고 해야할까....?

매설수에게 있어선, 이 것도 그녀만의 방식의 모성애의 표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존재도, 그런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줄 존재도 호동이기에.
둘은... 영혼이 닮았다니까요. 아... 검은(?) 소울메이트인가?





* 아마, 매설수가 먼저 죽었어도... 호동은 어쩐지 저리 가끔 매설수가 죽은 그 자리를 찾아가 '어머니, 있지요...'하며 넋두리를 했을 것 같아요.

매설수를 끊임없이 자극한 것이 호동인 것처럼, 호동이 '고구려의 왕'이 되고자하는 욕망을 끊임없이 키워준 것도 매설수일테니. 매설수는 어쩐지, 해색주 때문에 힘들 때마다.. 그 바다... 그 곳에 있을 호동을 찾아와서 넋두리할 것 같은 이 느낌은 또 뭐라니...?

* 내내 멍하니, 그저 먹먹하게 이 드라마를 보던 전.... 마지막씬... 매설수의 그 넋두리에... 엄청 울어버렸습니다. 39회 내내 쌓였던 기억과 울분, 그 매설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그냥 막 눈물이 나와버렸달까....?
그 마음이 느껴지는데, 표현은 안되니... 그냥 각자 느끼시는 것이 매설수의 마음일 것입니다.








4. 그리고 남은 자들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노래하겠지...?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은 흘러가겠죠...?
그리고 승자의 기록으로 남아, 낙랑은 역사 속에 뭍히고... 호동과 낙랑의 사랑이 노래가 되어 긴 시간을 흘러흘러 전해져 내려오겠죠...? 아니, 그리 흘러흘러 내려왔습니다.


그 것이 무엇이든, 마지막회는 그렇습니다.
보는 내내 먹먹하게 바라보며, 참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막상 하려고하면 말문이 턱 막히는.
그래서 아무런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기도 한.
풀어내기 보다는 그냥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부분이 더 많은 회라고 해야할까...?

자명고의 마지막 이야기는, 그래서 쓰는 내내... 제가 뭐라 중얼거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보다, 주절거림이 더 한가득 채워진 글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한마디로... 횡설수설...?

자명고의 마지막회가 참 좋았다, 라고 엄지손가락을 높게 치켜올리진 못할 듯 합니다.
그렇기엔, 촉박한 시간 내에 채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렇게 엔딩을 위해 달려가는 그 다급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거든요. 낙랑국 멸망 그리고 1년 후의 모습은, 그저 엔딩을 위한 시작으로 밖에 보이지않았기에.
왜, 라는 의문은 그저 시간 속에 뭍어놓고, 결과만 보여주는 듯 했달까...?

매설수가 아니었다면, 저는 자명고의 엔딩 이후에 금새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있습니다.
매설수의 한 방이 제겐 너무 커서, 본방 62분보다 마지막 3분이 더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져버렸으니.


전... 호동이, 사랑으로 인한 자결이 아닌, 수많은 의미가 포함된 죽음을 선택하길 바랬지만...
호동의 죽음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선택,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려놓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 그 결말이 어쩐지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네요. (이건 감성과 취향의 차이)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호동이,
가슴 속에 눈물이 한 가득 차서 비워도 비워내도 비워지지가 않는다며 울부짖던, 아버지를 닮고싶으나 그 이상이 달라 아파하던, 그리 울부짖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죽음을 택하던 그 순간의 아픔이 너무 강렬해서 그랬을지도 모르니... 이건 지독히 개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갈래요...;

호동의 죽음을 들은 무휼의 그 표정이 궁금했고, 호동의 죽음을 전해듣던 순간의 매설수의 표정이 궁금했고, 우보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그 것도 그냥 내가 알아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할, 여백.
무휼은, 자결을 명해도 자신에게 대항하며 이리 죽을 수 없다, 라고 외치던 호동이... 그리 한 여자를 끌어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라는 그 소식을 듣고 ... 그 마음이 어땠을까....?


38개의 극 내내 여백없이 촘촘하게 그려졌던 드라마는, 그 마지막에 수많은 여백을 남겨두고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 그 여백은, 그저 여백으로 남겨둘까 싶습니다.



왕홀은 정말 죽을 줄 몰랐는데.... 엄청 허무하게 죽더군요.
왕홀을 감싸던 모양혜와 모양혜를 감싸던 왕홀. 그 것도 서로만의 방식의 사랑.

제게 이 드라마의 최대 반전은, 모든 인물들이 허무하게, 틱틱 쓰러져서 죽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완전 허무... 뭐냐, 싶기도 했고.

근데... 저는 왕홀과 모양혜의 죽음보다...
일품을 베던 태추의 그 아픈 표정이 더 마음에 아릿하게 남더군요.
이젠 적이되어 칼끝을 겨누고 목숨을 앗아버렸지만, 한 때는 함께하던 동지였을테니.
시대가 낳은 비극, 이라고 해야하나...?





* 그나저나 그 어설픈 와이어씬들... 아... 어설퍼...ㅡ.ㅡ;
이 드라마가 초반에 추구한 것은, 와이어가 휘날리던 무협사극이었나보네요.
다행이다, 그러지않아서.

지붕 숑숑 날아다니는 호동과 자명을 보며..
그러지 마.. 니들이 언제부터 하늘을 날았니? 하고 궁시렁거렸던 1人











* 여운을 그리 길게 잡고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이 글을 발행하는 순간... 전, 자명고의 그림자에서 한발자국 떨어질 듯 합니다.


* 그런 것이 있습니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싶은.
왜... 책이나 영화도, 어릴 때 보던 것과 조금 자란 후에 바라보는 그 시점이 달라지곤 하잖아요.
나이가 조금 더 먹은 어느 날, 이 드라마를 다시 만나면 ... 어떻게 나는 받아들일까? 싶더군요.
당연히, 지금과는 다르겠죠?


* 이 드라마에서 새삼 새롭게 본 배우는, 늘 말했지만... 라희 역의 '박민영' 양입니다.
다음 작품도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여서, 다시금 만날 수 있었음 좋겠어요.



* 오늘 감상은, 다른 날도 그랬으나... 특히나 더 횡설수설 수다 글...ㅋㅋㅋ






[그동안 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시죠...?
비루한 글도 이쁘다고 이쁘다고 해주신 덕분에, 정말 내 글이 이쁜 줄 착각하며 지냈고,
그래서 왕녀 자명고를 끝까지 볼 수 있었고, 또 글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내내 즐거웠다는 것.

그래서 항상 감사해하는 제 마음.


* 왠지... 여기 이 블로그는...  드라마 하나가 끝나면... 이별식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묘합니다.
함께 공통의 주제를 놓고 수다떨다가 그 공통의 주제가 사라졌음에 대한 아쉬움인가...?

* 드라마가 끝나도 간혹 들러주세요.
 





* 자명고 후속 [드림]
자명고도 이쁜 포스터 하나 없어서 당혹스럽게 만들더니...
이 드라마도 제작발표회까지 했다는데, 포스터 한 컷을 구할 수가 없냐...ㅡ.ㅡ?
요즘은 드라마 포스터도 전략이라던데...?

드림의 배우들 중에서, 범군은 좋은데.. 범군은 좋은데... 범군은 좋은데... 범군만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