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아무말 대잔치

수다엔 의미가 없다 : 170328

도희(dh) 2017. 3. 29. 01:01


그냥 문득, 주절거리고 싶어졌다. 두서없이, 그냥, 그렇게 말이다. 언제는 아니 그러했냐만은, 정말 앞도 뒤도 없이 주절거리고 싶어서 이렇게 졸린 눈을 비비며,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그렇다. 나는 앉아있다. 샤워를 하고, 반신욕기에 앉아, 땀을 흘리며, 옆에는 딸기 스무디를 두고. 이 글이 올라갈 때는 내일, 그러니까 3월 29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주절거림을 시작하는 것은 28일인지라, 그냥 28일을 오늘- 이라며 이야기를 해야지..


오늘 하루는 굉장히 힘든 하루였다. 2-3주 전 부터였던가. 이상하게 화요일이 되면 바빠졌다. 그 전까지는 화요일은 상당히 한가하다 못해 지루한 요일이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 이미 예상을 했음에도 대비를 하지 못했고, 덕분에 정신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허덕이며 오전을 보냈고, 간간히 들어오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다 못해 기진맥진 했다. 그래서 오후 10시까지 영업임에도 불구하고 7시 즈음에 가게 문을 닫고 퇴근했다. 그 시간 즈음, 보통 하루치 매출 이상을 해버린 탓에 완전히 지쳤달까. 그런데, 막 나가려는 참에 주문이 들어와서 그걸 해주고 오느라 8시가 다 되어서 퇴근했다는 것이 함정.


나는 자영업자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것이 벌써 일년이 되어간다. 엄마와 나, 단 둘이 하는 작은 밥집이고, 배달전문점이다. 일년이 되어가니 이제야 하기 싫은 감정이 조금씩 사라져간다. 타인과의, 낯선 사람과의, 전화통화를 극도로 꺼려하던 나는, 이제 자연스럽게 타인과, 낯선 사람과의 통화에 익숙해져 간다. 이런 내가 사실, 신기하다. 


퇴근을 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알밥과 어묵탕을 먹었는데, 어쩐지 넘어가질 않아 조금만 먹고, 어제 읽다 만 책을 마저 읽었다. 내 요즘의 취미 중 하나는 인터넷 서점을 훑어보며 흥미로운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사놓고 쟁여둔 책이 담뿍 있음에도, 새로운 책에 정신을 팔리고 만다. 생각해보면, 형태가 달라졌을 뿐, 변치 않은 오랜 습관이자 취미이다. 내가 살며 좋아했던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드라마, 만화, 뮤지컬, 그리고 책. 그렇지만, 나는 편식이 상당한 편이어서 그 좋아하는 것들을 온전히 좋아하는 것이 아닌, 취향의 것들만 얕게 좋아했었다.


학창시절부터 20대 초반까지 애정했던 만화. 물론 지금도 애정하지만 그때 만큼의 집착은 아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사랑해 마지안하던 뮤지컬. 이런저런 이유들이 얽히며 영원히 놓지 못할 듯한 그 것을 이젠 완전히 놓은 채, 가끔 티비나 라디오에 좋아하던 뮤배가 나오면 반가워하고, 가끔 OST들을 들으며 그리워하는 정도의 감정만 남아있다. 사놓고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더뮤 잡지는 한가득 쌓여있는데, 누가 팔라고 할 때 팔껄 했나... 싶어진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내 곁을 머무는 드라마와 책. 드라마 이야기는 넘어가기로 하고, 나는 책 자체를 좋아한다. 어떨 때는 손에서 놓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가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다고 오해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편식이 상당히 심하다. 책도 그렇다. 좋아하는 장르와 좋아하는 작가 혹은 흥미있는 작가, 이 선을 크게 넘지 않는 편이다. 가끔 넘기도 하지만 특이 케이스랄까. 


20대 중반까지, 나의 습관은 길을 걷다 보이는 서점에 들어가 한참 서성이며 책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렇게 구경하다 흥미가 생긴 책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한달에 한번 즈음은 기차를 탔는데, 그때마다 역전의 서점에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기차에서 읽을 책을 사곤 했다. 목적지에 와서는 종종 들르는 대형 서점에서 몇시간씩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 문득 무언가 읽고 싶어 기숙사 앞의 작은 서점으로 달려가 구입해 오기도 했다. 퇴거 후 출퇴근을 하던 길목에 작은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퇴근길에 들러 둘러보기도 했었다. 오래된 취미이자, 습관이었다. 


기차를 타지 않게 되었고, 출퇴근을 하지 않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동네의 작은 서점들은 사라졌다. 프렌차이즈 베이커리가 되어있었고, 악세사리 가게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의 추억은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지금 사는 곳에는 서점이 없다. 요즘의 나는 한가하게 길을 거닐 여건이 안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서점을 뒤적거리며, 출판사가 제공한 정보를 읽고, 서평을 찾아 읽으며,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언젠가는 꼭 내 두 손에 받아들겠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서. 몇 번이나 확인을 하며.


지난 일요일 오후, 역시나 취미생활을 하던 중,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필요한 책 - 만화책이다. 출간 당시 한권한권 사 모으다 마지막 네권을 사지 못했던 아이들은 결국 절판이 되었다지ㅠ - 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을 핑계로 장바구니에 모셔둔 아이 몇을 함께 구입했다. 소개를 시켜주고 싶지만, 이미 제 자리를 다 찾은지라 다시 꺼내가 귀찮아, 어떨지 모르겠다. 전표라도 찍어 올릴까....ㅋㅋ.


그 중에 단편만화집을 읽고 - 재미 없었다 -, 그냥 읽고 싶어서 샀던 일종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다가 - 흥미진진했다. 얼른 실행하고 싶어.... - 한참 상사병에 걸렸던 책을 설레여하며 읽었더랬다. 로설이다.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 분위기를 찾아서 산건데, 내가 기대한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약간 실망을 했다. 했으나, 가독성이 상당히 좋았다. 술술 읽혀서 어제 오후에 시작해서 방금 다 읽어버렸으니까. 사실, 전자책으로 살까 싶었는데, 소장가치가 있다는 평에 종이책으로 산 것이었다. 전자책 미리보기 부분이 재미있기도 했고. 다 읽고 난 후, 후아- 거리며 두근거리는 감정을 진정하지 못한 채, 한참을 멍하니 마음을 서성이진 않았으나,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지는 그런 책이기도 했다. 사실, 관련 리뷰를 바로 쓰려고 했는데, 잡담이 하고 싶어서 미뤄뒀다. 이렇게 미뤄뒀으니 어제 쓸런지... 쓰긴 쓸런지.


그러고보니, 작년에 읽고 너무 좋았던 감정에 힘입어, 올해 다시, 역시나 너무 좋아하며 읽다가, 끝부분이 되어서 잠시 덮어두고 여직 그냥 재워두는 아이도 있다. 다시 읽고 그 좋았던 감정으로 리뷰까지 쓰려고 했는데 말이지. 아무튼, 그 아이도 얼른 읽고. 함께 산 다른 아이도 읽어야 한다. 그 와중에 그 전에 사두고 랩핑도 뜯지 않은 다른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또 아까, 복주 뮤비 하나를 보고 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복주랑 준영이 놀이공원 데이트 회차를 볼꺼야, 라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되었다. 복주 딥디도 선입금했는데 여전히 갈등이 생긴다. 이제라도 취소할까, 그래도 갖고 싶은걸, 이라며. 뮤비 한 편을 보고 이렇게 설레여, 조쿠나 늬들, 이라며 좋아하는데... 라며.


지지난 주말에는 이혼변 복습을 했다. 이 드라마도 역시나 조쿠나, 이다. 본방으로 봤어야 했는데! 라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그 시기는 내가 여유로운 시절인지라, 본방으로 봤다면 분명히 회당 리뷰를 쓰며 간질간질거려 좋아했을 터이다. 보려고 마음을 먹었음에도 왜 안봤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손이 안갔겠지. 아무튼, 이 드라마 상당히 좋았다. 시청률 낮은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


이 드라마의 작가 중 한분은 최근 '반지의 여왕'을 집필했는데, 이 드라마를 지난 일요일에서 월요일이 넘어가는 새벽에 본 덕분에, 월요일 아침이 상당히 괴로웠다. 새벽 4시에 자서 9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출근했으니까. 아무튼, ...드라마가 끝나고 남주가 아닌 남사친이 마음에 맴돌았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따로이든 묶어서이든, 하게 될 듯 싶다. 월례행사 기간이 다가오니까.


또한, 이 드라마 - 이혼변 - 감독은, 작년에 꽤 재미나게 봤던 '원티드'를 연출하신 감독님이다. 캬~! 이혼변을 꽤 좋아하면서도 첫회부터 끈적지게 꼼꼼히 보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내 언젠가는 첫회부터 각잡고 꼼꼼히 봐드리겠습니다, 싶다. 하루에 한편씩만 봐도 18일이면 끝나는데, 뭐. 아, 그냥 막 뒷전개가 궁금해서 정신없이 돌려가며 봤던 것 같다. 이 못된 습관은 드라마에서도 발휘되니... 그래서 결국 안본 드라마가,


중드 금수미앙 되시겠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정신줄 놓고 볼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궁금해서 미리 땡겨서 본 뒷 전개로 인해 흥미가 식었달까. 계속 보면 반복되는 전개로 인해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것 같았고, 결말도 그리 시원하지 않아 더욱 그랬다. 아무튼, 그림은 이뻤다. 다만, 내가 그 이쁜 그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 결국, 안볼 것 같아서 받아둔 파일도 최근에 그냥 미련없이 지웠다.


나는 요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본다. 타인에게 마음을 베푸는 엄마를 본다.


4월이 되면 아빠가 가신지 일년이 된다. 어린시절의 나는 아빠를 참 좋아했다. 사춘기가 지날 즈음부터 나는 아빠를 참 싫어했다. 가는 그 날까지 제대로 된 대화도 한 적이 없다. 나는 늘 미워했다. 언젠가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 이 순간을 나는 후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상관없어,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냈음에도, 그리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지난 일년, 문득 문득 떠올랐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함께 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도 말 못한 채, 그런다. 그 밤, 차가운 온기가 아직도 손 끝에 남아있다. 그날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아니, 라고 답하겠다. 그저, ...그리운 것 같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다. 정말 두서없이 이야기를 했다. 졸리다. 이제는 식어버린 반신욕기에서 나와, 노트북을 정리하고, 한참 남은 쉐이크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우리 작은 냥이에게 약을 발라주고, 그렇게 나는 자야겠다. 자려고 누워서 복주를 볼지도 모르겠다. 오늘 읽은 소설에 대해 조금 끄적여 봐야할지도. 잠들기 전까지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다만, 오늘도 언제나와 같은, 그러나 늘 지켜지지 않는 다짐을 하며 잠들 것 같다. 내일은 9시 반까지 출근해야지! (10시 오픈인데 10시 정각 혹은 조금 넘어서 출근한다V)


...이렇게 마무리 하는 와중에 하고 싶은 말을 덜했음이 떠올랐다. 

두서없이 쓰는 와중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 흐름에 떠밀려버린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생각이 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이렇게 쓰는 것이 재미있다. 보통의 내 수다 패턴이기도 한데, 물론, 아빠 이야기는 이 공간이어서 감성에 젖어 그냥 생각이 나서 해버린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 안한다. 어쩌면 지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요즘은 그러고보니 이렇게 수다를 떨 상대가 없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잔뜩 하고 지웠던 것 같다. 그러다, 오늘은 어떻게 흔적이라도 남기자며 이렇게 끄적여 봤다. 보통은 이렇게 주절거리고 난 후에는, 한숨을 쉬며 지워버리는데,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