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한테 불쌍한 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애써볼게. 애는 써볼게.
- 홍빈 -
평생 아버지와 화해같은 거 못한다고 말하는, 그러느니 차라리 세동이와 창이를 데리고 달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하는 홍빈은, 순전히 세동이 때문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렇게해서 아버지와 홍주모가 세동이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세동이에게 불쌍한 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애써보겠노라, 했다.
그리고, 순전히 세동이 때문에 시작된 아버지의 부탁, 그리고 그 끝에서 홍빈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홍빈에게 아버지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산이고 결코 넘을 수 없는 높은 담장과 같았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렇게 홍빈은, 자신은 미처 몰랐던 아버지가 살아왔을 삶의 일부를 보게된다.
그 일 이후, 홍빈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서서 맞이한다거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거나, 하는 일상적이기에 당연하다 여겼던 직원들의 행동이 싫어졌다. 불편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홍빈은 늘 있어왔기에 당연하게 여겼던 겉치레들을 중단시키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살아왔을 삶의 일부를 보게된 홍빈은, 의식하지 못한 채 주변을 살피고 헤아리게 된다.
그렇게 홍빈은, 세동으로 인해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세동이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 지금은 머리에 물맞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싶은 마음 뿐이니까.
- 세동 -
한차례 시련을 겪은 후, 더욱 단단해진 듯한 세동과 홍빈.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세동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주장원과의 악연을 전해듣게 되며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 것 하나만 생각해도 머리가 꽉 차서 마음이 갑갑할 세동 앞에 나타난 작은 아버지 부부는 세동이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염치없는 부탁을 하게되며, 세동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주장원과 세동의 작은 아버지. 그들은 세동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세동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다.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았던 당시 회사의 사장이었던 주장원. 그로인해 아버지의 수술비를 구하기위해 발을 동동 거리던 세동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한 작은 아버지. 게다가, 작은 아버지는 최근 세동이 너무나 힘들어 마음이라도 기대기 위해 찾았던 당시, 그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이 힘들어지자 세동에게 찾아와 손을 벌리며 대출이라도 해달라는 꼬락서니를 보니...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망하려면 지들만 망하지 세동이 인생까지 망하게 하려고 저러나, 싶어서 말이다. 저런 이들도 친척이라고, 세동은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건가, 라며. 매몰차게 외면하지 못하는 건가, 라며.
나도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말하고 싶어 죽겠어요
그냥 말해버리면 될걸 도대체 왜 말 못하고 있는 건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주홍빈만 아니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가 왜 외면하고 있는 건지.
내가 정말 그 댁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이 돈 많은 남자한테 탐욕을 부리고 있는 건가.
이 남자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가. 정말 그런가.
나, 나 그런 앤가?
아니면! 내가 이 사람을 ... 그렇게 좋아하나?
어느 날부터 내가 견딜 수가 없는데, 이 남자가 너무 좋아서...
...그게... 이 정도였나...?
- 세동 -
난 많이 변했어. 사람들이 다 놀라. 니 덕분이야. 정말, 니 덕분이야.
왜 그러는지 몰라서 답답해 죽을 거 같지만 기다릴게.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거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야.
소식없는 태희를 기다릴 때, 나한테 가장 무서웠던게 뭔지 알아?
시간이야.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시간. 지옥이야.
지옥에서 가능하면 빨리 해방시켜주라.
- 홍빈 -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아주 간단한 결론을 자꾸만 외면하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혼란을 겪고있는 세동은 의도적으로 홍빈을 피하게 되고, 자꾸만 자신을 피하는 세동이 답답해진 홍빈은 결국 세동을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마주한 홍빈과 세동. 혼란 속에 선 세동은 자신이 생각한 이상으로 홍빈을 좋아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세동은 홍빈에게 그를 피하는 이유를 말하지 못한 채, 현재 그녀의 마음을 휘몰아치는 혼란을 이야기하게되고, 그렇게 또 한 번 가슴 절절한 고백을 하게된다.
그리고, 선명하고 똑똑하게 혼란의 이유를 말하게되면 홍빈을 계속 볼 수 없을 것만 같기에, 그녀는 그에게 생각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주장원에 대한 미움, 그리고 주장원의 아들인 홍빈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사랑, 세동은 그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며 갈등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세동에게 있어 주장원은 세상을 따스하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세동이 자기 자신 외에 유일하게 원망하고 미워하는 존재, 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버지... 그녀가 살린 사람.. 그렇게, 세동이 아는 사람.
예전 같았으면 버럭 화부터 냈을 홍빈은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며 세동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어쩐지 첫 회, 두 사람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라서 답답해 죽을 거 같지만 기다리겠노라, 했다. 홍빈은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그냥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시간, 이고 그 시간은 지옥이라 했다. 그러니, 그 지옥에서 가능하면 빨리 해방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잠시 그녀의 손을 놓아주기로 한다. 그 것은 세동을 통한 홍빈의 변화.
세동은 홍빈에게 세 번의 고백을 했다. 궁지에 몰린 채 옥상에서, 그의 손을 놓아주기 위해 집 앞에서, 잠시 그의 손을 놓기 위해 공원에서. 그렇게 가슴 절절한 고백을 하며, 홍빈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시 그의 손을 잡고, 이젠 잠시 그의 손을 놓은 채 등을 보이게 된다. 무서우니 안아주고 가라는 그의 간절함을 외면한 채.
그에 반해 홍빈은 세동을 좋아하는 티는 팍팍내지만 말로서 고백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문득, 홍빈이 세동의 손을 온전히 놓아주는 날, 미처 말로서 표현하지 못한 채 가슴 속에 가득 담아둔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수만 번 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중략)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다만 계속일 뿐.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부터 펼쳐지는 것을.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 첫눈에 반한 사랑 中 -
홍빈의 회상을 통해 스치듯 나온, 세동의 아버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세동의 회상을 통해 제대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날, 아픈 현실 속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있던 세동에게 홍빈은 위로를 담은 손수건을 건넨다. 홍빈의 회상 속에서 그저 같은 날 같은 장소에만 있었을 뿐, 그저 스쳤다고 생각했던 홍빈과 세동의 인연은, 이미 그렇게 시작되어 있었다.
이 날, 낯선 누군가가 건넨 손수건의 위로는 세동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힘이 없고 용기가 없어 화가났던 그 날을 홍빈은 기억하고 있을까..? 이 날의 인연은 결국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돌아오게 될까...?
위에 적은 시는, 그들은 기억하지 못한 채 이미 시작된 인연.
그 인연을 보자니 문득 떠오르는 시였다. 전체는 너무 길어서 일부만 적어봤다.
#. 작은 세상의 균열
미국에서 엄마와 단 둘이서 함께하던 세상, 아마도 그 세상은 따뜻하고 포근했을 것이다. 그런 엄마를 잃은 슬픔과 두려움으로 오게 된 낯선 땅. 그곳에서 만난 세동의 존재는 창이의 세상을 또다시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줬을 것이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엄마처럼 따뜻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무뚝뚝하지만 관심을 주는 할아버지. 처음에는 무서웠으나 이제는 세상 누구보다 좋아하게 된 힘 센 아빠. 그렇게 창이의 세상은 작지만 포근하고 따뜻했을 것이다.
그런 창이의 세상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세동의 조언으로 홍빈은 창이를 유치원에 보내게 되며, 창이는 가족의 울타리로 만들어진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창이는 자신의 다름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다름이 틀림은 아니지만 아직은 어린 창이가 그 것을 구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것은 어른들도 가끔 헷갈리는 부분이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창이는 그동안 엄마를 찾지않고 참 씩씩하게 지내왔던 것 같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참으며 지내왔을지도 모르겠고, 세동이와 할아버지들 그리고 다정해진 아빠를 통해 엄마의 부재를 미처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창이가 울타리 밖의 세상 속에서 엄마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창아'라고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기 보다는 '도련님'이란 호칭으로 존댓말을 쓰며 자신을 대하는 집 안 사람들,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들. 창이의 몸 속에는 다시 복숭아씨가 자라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복숭아씨를 녹이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세동이는 자신의 마음에 휘몰아치는 혼란을 어쩌지 못해, 창이의 부름을 외면하게 되며 창이는 더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아빠의 귀가는 늘 늦었을테고 창이는 한동안 아빠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복숭아씨 이야기를 미처 꺼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창이의 아빠는 아직 여러모로 아빠로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지라. 그래서 창이는 먼저 아빠에게 복숭아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몰래 집을 빠져나와 귀가가 늦은 아빠를 기다리던 창이는 아빠를 아는 낯선 형아를 만나게 된다.
&..
1> 옥상씬은 날이 맑은 날이었다면 이뻤을텐데, 라며 봤는데.. 다시 보니 흐려서 더 분위기가 있게 그려진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2> 창이와 홍빈 부자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빠라고 부르는 창이, 그런 창이의 부름에 맞춰 대답해주는 홍빈, 세동의 코치에 따라 창이를 불러보는 홍빈, 그런 홍빈을 향해 밝게 미소지으며 달러와 안기는 창이. 이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며... 창이가 그렇게 해맑게 달려와 세동이에게 안기는 건 아닌가,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 나는 뭐란 말인가;;
3> 아마도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창이는, 세동이나 아빠가 마중나와 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고비서가, '창아'라고 불러주길 바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창이는 '도련님'이 아닌 '창'이가 되고 싶었고, 친구들과 같아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창이의 외로움과 슬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내내 짠했다. 또 어쩌면, 그런 다름으로 인해 창이는 유치원에서도 겉도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은 창이를 '창'이가 아닌 '도련님'으로 부르는 것도 같았으니까.
4> 세동의 아이들, 그러니까 승환과 꽃뭉치들은, 정확히는 꽃뭉치들은, 주홍빈을 향한 세동의 감정을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승환이 처음 걱정한 것과 같은. 현재는 걱정과 동시에 응원을 하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래서 꽃뭉치들은 쉽게 그 진실을 말했던 것이 아닐런지. 그 와중에 세동이가 홍빈과 사귀면서 전처럼 챙겨주지 않는다며 찡찡거리는 뭉치 하나를 보니 '세동이가 니 엄마냐'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찰나, 정신 제대로 박힌 또다른 뭉치가 타박을 줬다만. 아, 그리고 승환이가 세동이의 혼란을 홍빈에게 이야기 하지 않은 건 좋았다. 그 부분은 제 3자를 통해 알아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한지라.
5> 홍빈의 괴력, 놀이공원에서의 사고, 그 부분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려나? 수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시청자도 모르게 진행하는 거 같아서 얌전히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ㅋㅋ)
6> 세번째 보컬 OST의 제목부터 슬프구나, 했더니 향기커플에게 또다시 고난과 시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얘들은 의외로 빨리 사귀더니 매회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는 기분이 드는데, 헤어지는 이유, 그 강도는 점점 더 쎄지는 중이다. 이번 시련을 넘어서면 더이상의 시련은 없으려나? 칼이 남았나....?
7> 키스불발을 통해 키스씬 떡밥을 계속 던지는 걸 보니 13회 즈음에 키스씬이 또 한 번 나올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감정이 고조되며 나올텐데, 이별의 키스이려나? ... 는 그냥 하는 소리.
8> 고비서님의 매력은 나날히 업그레이드 되는 듯 하다ㅋㅋ
9> 세동이는 늘 이뻤지만 12회차의 세동이는 특히나 더 이뻤다. 웃는 세동이도 이쁘지만 슬픈 세동이 우울한 세동이 우는 세동이는 더 이쁜 것 같다... 고 해야할까...ㅎ
10>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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