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상어 2회) 길잡이 별이 보이지 않는 밤, 잃어버린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도희(dh) 2013. 6. 3. 18:12

근데 오늘 밤 길을 잃은 사람은 길을 못찾겠다.
- 조해우 / 상어 2회 -

 

천구의 북쪽에 자리한 별이라 해서 붙혀진 이름, 북극성은 폴라리스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하늘의 북쪽을 가르키기 대문에 길을 잃었을 때 북극성만 찾으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길잡이 별이라서 여행자들의 친한 벗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길을 잃은 해우의 친한 벗이자 길잡이가 되어 준 이수처럼.

북극성이 사라진 그날 밤, 조상국은 네 명의 손님과 만나게 된다. 오래 전 화재사고로 죽은 죽마고우 김윤식의 아들이자 제일교포 사업가 요시무라 준이치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다는 이유로 천영보란 이름을 들고 찾아온 역사학자 강희수. 아들 조의선(해우 父)의 뺑소니 사건을 들고 온 오현식(준영 父). 그리고, 어떤 잘못에 대한 각오와 결심을 '의논'을 하기위해 찾은 한영만(이수 父). 과거를 밝히려는 자와 과거를 감추려는 자,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감추려는 자가 한 곳에 모인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길잡이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길을 잃은 진실은 거짓의 댓가로 얻은 힘과 권력에 의해 뭍히게 되었다.



어떻게 둘이 같이 있어? 아는 사이였어, 두 사람?
- 해우 / 상어 1회 -

 

어렴풋이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 이기에 해우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도 삶에 억눌려왔고 그렇기에 자신과 정 반대의 상황에 놓였으나 역시 삶에 억눌린 채로 살아온 해우를 이해할 수 있었고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동생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삐뚤어질테다, 를 시전하던 준영 또한 이수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런 부분 -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억눌려 있는 - 이 닮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각기 다른 성격과 상처를 가진 세 사람은 결국, 그 닮은 꼴의 상처로 인해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각기 달라서 그 무게를 이겨낼 것인지 짓눌린 채 살아갈 것인지, 상처를 방치할 것인지 치료할 것인지, 그로인해 상처가 덧날 것인지 잘 아물 것인지, 에 대한 각자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가게될 듯 싶었다.


해우야. 너도 그럴 수 있지?
만약에 너한테 슬픈 일이 생기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지?
- 한이수 / 상어 2회 -

 

어렴풋이나마 그날 밤의 어둠에 가려진 진실의 일부를 느끼게 된 이수는, 뺑소니범이란 누명을 쓰고 이유도 모른 채 살해당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뭐든 하겠노라 했다. 가족을 위한 삶을 그리며 살아왔던 이수에게 아버지가 사라진 지금, 그가 지켜야 할 것은 아버지의 명예와 동생 이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제 더이상 누구한테든 위협당하거나 무시당할 생각이 없노라 했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 '좋은 돈'을 벌겠노라는 막연한 꿈을 가졌던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검사'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밝혀낼 진실이 결국 이제 겨우 상처가 아물어가는 해우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가 좋아하는 샤갈의 오르페우스 처럼, 그녀 또한 그 모든 것을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었다.

멈추면 죽기 때문에, 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자면서 조차 움직여야만 하는 상어가 되어야만 하는 이수. 그리고 그런 이수의 삶을 알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레를 만들어 상어를 조각한 해우. 어렴풋이 느끼기는 하지만 명확한 것이 없기에 그저 불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을 해우는, 진실을 찾기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상어가 되고자 하는 이수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그의 부레가 되어주고자 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여의치 않겠지..



시간은 앞으로 흘러갔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 조상국 / 상어 2회-

 

길잡이 별이 사라진 그 날밤, 만취한 채 음주운전을 한 조의선은 뺑소니 사고를 냈고 그 현장에 고장난 시계를 남겨뒀다. 천영보의 이름을 가지고 조상국을 찾아 진실을 요구한 강희수는 살해당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알아본 강희수로 인해 공포에 질린 한영만은 속죄의 뜻으로 자수를 하고자 한 순간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끝에는 조상국이 향해 있었다. 시청자들은 알고있으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최종보스. 그리고, 모든 걸 다 보여준 듯 전혀 보여지지 않은 그가 '사람을 죽여서'라도 감추고자 하는 과거의 진실.

돈은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던, 과거가 없는 사람은 없기에 중요한 건 현재라던, 시간은 앞으로 흘러갔을 때 의미가 있다던, 실수를 통해서 많은 걸 깨닳았고 이제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은 사람한테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매일 매일 실감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만큼 큰 형별은 없는 것이라 말하는 조상국.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언급한 화재사고로 죽은 그의 아버지이자 조상국의 죽마고우인 김윤식, 그리고 강희수가 조상국을 통해 듣고싶어 했던 천영보란 인물. 그 뒤 이름에 조상국이 감추고자 하는 과거의 열쇠가 있을 것이다.





&..


1)

과거가 없는 사람은 없어. 중요한 건 현재지.

어제에 갇히지 않고 내일을 위해 꿋꿋히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처럼 들리면서도 어쩐지 찜찜했다. 아마도, 그 것은 어떻게든 과거를 덮고자 하는 발언들을 하며 구린내를 풍기는 조상국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세상에 완전무결하게 깨끗한 사람은 없다, 라는. 보여지는 것과 달리 사람은 누구나 과거가 있다, 라고. 그리고, 그 과거와 마주하고 인정하느냐, 외면하고 감추느냐의 차이를 보여주지 않을까.. 등등.

2) 한영만의 과거와 그가 저지른 죄는 무엇일까. 마지막 행보와 말과 죽음에 대한 의문.. 그 것이 심해에 가라앉은 진실을 건져내는 실마리이자 '한 방'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살아왔고 그 것을 행하는 이수를 휘청거릴 수 있게 만드는 무엇이 될 것도 같았고.

3) 명예를 위해 아들의 죄를 덮고자 한 조상국은, 이수와 이현을 핑계로 한영만에게 거래 - 뺑소니범으로 자수 - 를 제안했고 그 제안에 응한 한영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반나절만에 번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미 했었던 조상국은 한영만을 죽이게 된다. 여기서, 한영만의 과거가 무엇인지, 그가 받은 용서는 무엇인지, 그가 저지른 죄는 무엇인지, 밝히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지.. 에 대한 의문. 그저, 과거의 죄에 의한 것인지, 과거가 밝혀질 것이란 공포에 질려 저지른 또 다른 범죄인지.

4) 강희수가 손에 쥔 서류봉투 안에는 조상국이 그토록 감추고자 하는 과거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강희수는 그 것을 어떻게 알게되었고 구하게 되었을까. 어쩐지, 그 것은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강희수에게 보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기넘치는 역사학자에게 보냄으로서 조상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상국의 집을 찾는 강희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그렇다 말하는 듯 했다. 어쩐지, 요시무라 준이치로는 조상국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혹시, 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에 대한 것, 그리고 강희수와 한영만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등등의 생각이 들었다. 이수에게 남긴 의미심장한 말도 그렇고.

5)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수를 때린 변방진 형사. 그가 이수를 때린 것은 이수를 보호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거기서 더 큰 소란이 있으면 이수에게 좋지못한 일이 생길 것이 뻔하기에. 경찰에 대한 신뢰마저 사라진 이수는, 아마도 저 혼자의 힘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발버둥치겠지...?

6)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수, 그리고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조상국. 조상국이 하는 강연내용과 이수가 처한 현실이 오버랩되는데.. 뭔가 참 마음이 무겁고 그렇더라.

7) 이수가 아는 진실. 뺑소니범은 조의선이고 어떤 이유로 - 협박을 받았다거나; - 죄를 뒤집어 쓰기로 한 날, 알 수 없는 말들을 남기며 살해당했다. 라는 것. 그 말들은 훗날, 하나 둘 진실을 밝혀가며 곱씹게 되겠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는 없으나 어쩌면 조의선을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현재 이수가 가장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는 것. 그리고 그 후,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3회에서 이수가 겪게될 일은 무엇이고, 어째서 그는 자신이 선택한 옳은 방법을 버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요시무라 준'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게 되는지... 12년 후 '요시무라 준'이 된 그가 알고있는 진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도 궁금. 스스로의 손으로 복수를 하며 해우의 손으로 진실을 밝히게 하는 과정에서 그 조차도 몰랐던 진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는 것이려나...?

8) 1회가 멜로의 밑밥이었다면 2회가 극을 관통할 사건과 복수의 밑밥을 깔아두는 회차였다. 그래서 1회가 아련하고 잔잔했다면, 2회는 긴박감 넘치게 흘러갔다. 그 긴박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물음표를 남겨놓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1~2회를 떠올리며 '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뒤늦게 한번 더 복습하며 '어!' 거릴 수도 있지 않을까.. 등등의 생각도 드는 중. 아무튼, 난 나름 재미나게 시청 중이다. 1회는 1회대로, 2회는 2회대로 재밌었달까?

9) 어린 해우는 미대에 가겠노라 했으나 결국, 성인이 된 해우의 직업은 검사. 아마도, 그녀의 길잡이 별인 이수의 인도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싶었다. 이수가 되고자 했던 목표, 그리고 이수가 끝내 밝혀내지 못한 진실. 그 것이 이수를 잃고 깜깜한 어둠 속을 헤메이던 해우를 이끈 길잡이 별이 아니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