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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 오월의 멜로) 오늘의 사랑을 위해 어제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다

도희(dh) 2013. 1. 11. 23:39

~ 드라마 스페셜 : 오월의 멜로 ~
<<오늘의 사랑을 위해 어제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다>>




* 작품정보

  • 제목 : 오월의 멜로
  • 극본 : 황민아
  • 연출 : 백상훈
  • 출연 : 조안, 기태영, 기주봉, 이미도, 조재완 外
  • 방송 : 2012년 12월 9일
  • 줄거리 : 옛 경춘선을 배경으로 철도공사의 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는 여승무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나한테 동훈씨 아픈 사람이었는데,
이젠 좋은 기억으로 지날 수 있을 거 같아요.

- 오월의 멜로 / 한오월 -


오월의 햇살같이 밝은 미소를 지닌 철도공사의 열차 차장 오월은, 폐선을 두달앞둔 경춘선에서 승객으로 타게된 동훈과 만나며 서로에게 호의를 베풀게 된다. 이후, 경춘선 열차 안에서 승객과 승객으로 재회하며 오월은 동훈과 사랑에 빠진다. 춘천에 사는 동훈과 자주 만나기 위해 폐선이 얼마 남지 않은 경춘선 승무를 전담해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동훈의 배려와 따뜻함에 점점 빠져들게 되지만 가끔 말없이 연락이 끊어지는 동훈이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두번째 만남에서 함께 가기로 한 청평사의 회전문을 2년 후에 가자는 약속과 오월을 위한 의자 하나 만을 남기고 사라진 동훈. 그리고, 오월은 경춘선의 마지막 열차를 타기 전 동훈에게 기다리겠노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기지만 동훈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오월의 사랑은 두달만에 경춘선과 함께 멈췄다.

그 후,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아픈 사랑을 가슴에 품은 오월에게 더이상 예전의 미소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그녀의 곁을 지켰던 인내심 많고 착한 남자인 현재의 애인 윤석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 채 언제나 흔들리는 듯 했다. 그렇게, 2년 전 동훈과 약속의 날이 다가왔고 오월은 훌쩍 춘천으로 떠났다. 경춘선과 함께 멈춰버린 오월의 아픈 사랑을 떠올리며.



 
나한텐 오월씬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때도, 지금도.


- 오월의 멜로 / 박동훈 -


폐선을 두달 앞둔 경춘선 열차에서 만난 오월의 상냥함에 호감을 느꼈던 동훈은, 두번째 만남에서 오월이 보인 호감을 받아들이며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게 오월의 햇살같은 밝은 미소를 지닌 그녀에게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듯하던 동훈은, 식물인간인 여자친구의 존재를 차마 오월에게 말하지 못한 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는 중이었다. 여자친구 수진의 엄마는 이제 그만 수진을 놓으라고 했지만, 책임감과 죄책감(극중에는 안나오지만 공홈에선 그와 다투고 나가다가 사고가 난 설정이라고)으로 그녀를 놓지 못한 채 휘청이고 있었다. 결국, 수진의 손을 놓을 수가 없던 동훈은, 슬픈 기억으로 인해 기다리는 것이 진짜 싫다던 오월에게 차마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려 달라는 말을 못한 채, 자신의 존재를 감췄고 그렇게 2년 후, 오월과 함께한 추억의 장소에서 그녀와 재회한다.

오월의 손을 놓고 수진의 손을 꼭 잡은지 2년, 아마도 수진이 먼저 그의 손을 놓고 떠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로서 수진의 시간으로부터 멈춰버린 동훈의 시간은 움직였고 오월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짚은 것은 아닐까, 싶었으니까. 어쩌면, 그 곳에서 운명과 같은 오월과의 재회는 그에게 2년 전 스스로 놓아 멈춰버린 오월과의 사랑이 계속되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오월을 마중나온 애인을 보며 좌절, 다시금 자신에게 달려온 오월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향한 동훈의 끝없는 배려와 다정함은 상대를 상처입혔고 결국, 자신의 사랑마저도 잃게만드는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하지만, 만약 2년 전 그날, 오월에게 자신의 사정을 말하며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건 너무 이기적일 것도 같기도 하다. 그래서 동훈에게 2년 전의 선택은 어쩌면 최선, 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2년간 시간을 멈춘 채 살아간 오월을 보면 최소한 이유라도 말하고 정확히 마침표를 찍어줬음 좋았을껄, 싶기도 했다. 어쩌면, 동훈은 배려를 가장한 도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마침표를 찍고싶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이 기나긴 터널 끝에 갈 곳이 있으리란 어떤 희망으로 그 시간을 버틴걸까, 뭐 이런저런 생각. 이러나 저러나 동훈의 이기심이었던걸까?

드라마를 볼 때는 오월의 감정에 이입해서 동훈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했는데, 뜬금없이 지금 동훈은 어땠을까, 에 몰입을 하고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경춘선 열차가 1시간 54분이 걸리는지 알아요?
철로가 단선이라서 상하행선이 중간에 마주치거든요.

두 열차가 잠시 멈춰 기다리면서 서로 가는 길을 배웅하는 거죠.

이제야 알거 같아요.
나, 이 약속 때문에 멈춰있었던 거에요.
 
- 오월의 멜로 / 한오월-


오월과 동훈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끝나버린 사랑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의 사랑에 온전한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 채 휘청이는 것이. 그렇게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어제의 사랑에 머물며 쓸쓸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결국 수진의 죽음(극중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동훈의 성격상 수진의 죽음으로 수진을 향한 동훈의 사랑은 정리가 되었으리라 생각)으로 어제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은 동훈은 오월과의 만남을 준비했고(그 장소에 오월이 올꺼라 생각했다고 하니까) 만났고,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으니 말이다. 동훈은 어쩐지, 하나의 어제를 보내고 또 하나의 어제에 머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오월에게 동훈이 사라진 것이 사랑의 끝이 아닌 잠시 시간이 멈춘 것이었고, 약속의 날 그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춘천으로 향하게 되었고, 추억의 장소에서 동훈과 운명같은 만남을 가진 오월은 결국 애인의 손을 놓고 동훈의 손을 잡게되었지만, 오랜 대화 그리고 2년 전 두번째 만남에서 했던 '약속'의 장소에 다다르며 그녀의 멈춰진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그 둘 사이에 정확한 마침표를 찍으며 그 사랑을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제의 사랑을 끝맺음한 오월은, 서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현재의 애인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가는 길에 연락을 해서 약혼자가 서울역으로 그녀를 마중나왔을지도 모르겠고. 동훈또한, 오월이 찍은 마침표로 인해 아쉽고 또 후회하겠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에 머물지않고 다시금 오늘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날 그 곳에서 오월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월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오월과 동훈은 계속해서 지나간 시간에 머물며 서로를 그리워하며 아파했을지도 모를테니까.





*덧*

1) 어쩌다보니 스포덩어리. 오랜만에 스포덩어리 리뷰를 써보는 듯 해서 감개무량은 무슨;;

2)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며 내가 생각한 엔딩과는 전혀 달랐다. 난, 청평사의 회전문에서 운명처럼 오월과 동훈이 마주하며 끝을 맺을 줄 알았으니까. 그렇게, 열렸지만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그런 엔딩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전혀. 뭐, 내가 생각한 엔딩은 너무나 진부한 건 인정! 여운남는 해피엔딩을 원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이거보던 당시 내 심리상태가 좀... 그랬다. 우울한 거 몇개 몰아보니 멘탈이 지쳐가던 상황, 이랄까?

3) 영상이 정말 이쁘다. 뽀샤시, 하니. 그리고, 오월의 감정선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화면의 색감또한 오월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듯 보였다. 과거의 장면이 밝고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면 현재의 장면은 색감을 최대한 자제한 듯한 스산하고 쓸쓸한 느낌이 가득했으니까. 그러다가 엔딩에 와서야 햇살을 받는 듯한 화사함이 돌아왔다.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왠지.

4) 청평사의 회전문으로 가는 마지막배를 일부러 놓치는 오월. 어쩌면 그 곳에서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련을 끊어내듯이 부러 배를 놓치고 이제 끝이다, 라고 마음을 다잡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월은 그와의 사랑을 매듭짓지 못한 채 그 시간 속에 머물면서도 어쩌면 그와의 재회가 두려웠던 건 아닐까, 라는 뭐 그런 생각.

5) 유통기한이 없을 것만 같았던 봄으로 가는 오월의 기차표. 그러나 결국, 그 기차표에도 끝은 있었다. 너무 늦어버린 기차표는 오월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그 끝 뒤에 새로운 시작이 있다,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악수로서 기나긴 사랑의 마침표를 찍는 동훈과 오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재밌게 보지는 않았고, 중반부터 몰입도가 살짝 떨어질까 말까도 했는데, 그 엔딩이 괜히 마음에 스며들었는지 한참을 되새겼었다. 아, 여기서의 한참, 은 대략 2시간 정도? 내가 생각한 결말과는 달랐지만 엔딩의 마침표는 비슷했고, 어쨌든 쓸쓸한 겨울에 어울리는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6) 이 드라마 작가와의 인연으로 목소리 특별출연을 해주신 유희열님♡

7) 동훈이 경춘선 마지막 열차를 타지않은 날, 동훈과 함께 즐겨듣던 라디오에 연결된 오월이 눈 내리는 옥상에서 이제 사랑을 멈추겠노라는 이야기하며 '춘천가는 기차'를 울먹이며 부르고, 같은 시간 병실에서 그 라디오를 듣고있는 동훈. 오월이 주저앉아 있는 옥상 뒤편으로 보이는 대학병원. 아마도, 그 병원은 사라진 동훈이 머무는 곳이었을 것이다. 사실은, 뒤돌아보면 보이는 그 곳에 있음에도 알지못하는, 그런 상황이, 먹먹하고 안타깝고, 뭐 그랬다.

8)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며 동훈과 오월의 추억이자 드라마의 주요테마곡이 된 노래는 심규선(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