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단막+웹드

드라마 스페셜 : 상권이) 반전없는 인생을 향한 절규

도희(dh) 2013. 1. 3. 18:47

~ 드라마 스페셜 : 상권이 ~
<<반전없는 인생을 향한 절규>>



* 작품정보

  • 제목 : 상권이
  • 극본 : 유보라
  • 연출 : 김진우
  • 출연 : 이문식, 최무성, 조시내, 유형광, 정민성 外
  • 방송 : 2012년 12월 6일

  • 줄거리 : 부모도, 아내도, 친구도 손 내밀어 주지 않았던, 모두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

  • 공사장 인부인 상권은 술에 취한 날 밤에 밀린 일당이 들어있는 가방을 잃어버린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함께 술을 마셨던 정호에게 물어봐도 가방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술에 취해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했던 아버지와, 어린 시절 상권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 상권은 세상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처지다. 돈을 가져다주지 못하자 아내 인숙은 집을 나가버리고, 유일하게 상권을 챙겨주는 사람은 친동생 같은 후배 정호뿐이다. 가방도, 아내도 찾을 길이 없는 상권은 함께 일하던 조선족 노동자 문영신이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경찰은 상권이 술에 취했던 날 영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만취했던 상권은 아무런 기억이 없다. 피해자는 평소 상권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조선족 중 한 명. 급기야 경찰은 살인 용의자로 상권을 체포하는데…




형이 제일 쉽잖아. 그냥, 아무도 형한테 신경쓰지 않을 줄 알았지.
- 상권이, 정호 -


사회 가장 아래계층을 살아가며 위에서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인 그는, 함께 일은 하지만 자신보다 아래 계층을 살아간다 여기는 '조선족'들을 무시하고 핍박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듯 했다. 적어도 내가 너보다는 낫다, 라는 자기만족. 그런 자기만족 속에서 나의 시선에선 한심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상권의 인생은, 언제나 처럼 진탕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고, 사라진 그 밤의 기억과 함께 밀린 임금이 들어있는 가방도 사라지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하는 것으로 꼬이게 된다. 그리고 상권은, 가방만 찾으면 언제나와 같은 오늘을 되찾을 수 있을것인양, 그렇게 가방을 찾아 헤메였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고, 결국 가방을 되찾게된 장소와 조각난 기억의 파편에 혼란스러워 하게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자신이 믿어왔던 이들의 배신으로 한번, 자신이 무시했던 이의 동정으로 또 한번, 무너져버리게 된다.

상권이 지금과 같이 한심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의 가출에서 시작되었다. 친구조차 없이 한없이 외롭게 자라왔고 인생을 살아가는 상권은, 부모의 울타리도, 그늘도 없이 세상에 던져졌고 어떻게든 살아가다보니 지금의 인생에 다다랐다 말하는 듯 했다. 그렇게 다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상권은, 혐오하고 또 미워했던 아버지의 인생과 닮아있었고 그 모든 것을 '나'가 아닌 '아버지'의 탓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짓밟고 무시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탓하는 것으로, 그는 자신을 위로해야했고 심리적으로나마 보상을 받고싶어하는 듯 했다.




무슨 인생에 반전이 없어!
- 상권이, 상권 -


그리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탓하던 상권은, 그런 상권을 탓하는 누군가로 인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잃은 것이었다. 거울과도 같은 진실을 마주한 순간 무너져내린 상권.. 은, 더이상 어제와 같은 오늘은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또 다시 탓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 것이 어머니였다. 자식이 있기에 병원에서 내쳐져 요양시설에 맡겨진 어머니를 찾아, 또다시 어머니를 탓하며 울부짖던 상권.. 과, 그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갑작스런 발작 끝에,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머니는 어린시절 그날처럼 상권의 손을 잡아줬다.

직장도 잃었고,  더이상 믿고 의지할 친구도 없고, 어두운 집에 불을 밝히고 그를 기다려줄 아내도, 그 작은 몸을 뉘일 집조차 없는 상권은,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언제나 누군가가 손 내밀어 주길 바랬으나 그 누구도 손 내밀어 주지 않아 더 외롭고 힘겨웠던 상권에게... 그 손길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반전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상권에게 있어서 작은 반전이 되지않았을까? 상권에게 있어 인생의 반전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갈 용기,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그러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덧*

1) 내 시선의 상권이는,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한심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한심한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이 이어진 그의 발자국들이 불쌍했다. 자신이 무시했던 이의 동정으로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된 상권이,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만큼 다른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고.

2) 굉장히 무겁고 답답하고 따끔거리는 드라마였다. 단막극이기에 만날 수 있는 드라마. 단막극 존재의 이유와도 같은 드라마, 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번 볼 용기는 없으나, 한번쯤은 봐두면 괜찮을 드라마이기도 하다.

3) 이문식씨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상권이 그 자체였다. 상권이의 그 찌질하고 짜증나고 한심하지만 불쌍한 인생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삶의 무게를 묵직하게 담아낸듯한 극본과 연출도 좋았다. 짙은 색감의 연출이 영화같은 느낌도 들었고.

4) 돈 백만원 때문에 일어난 비극. 얼마 전, 돈 만원 때문에 벌어진 살인사건이 겹쳐지며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5)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마음, 사람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내가 나를 불쌍히 여기는만큼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이란게 뭘까, 올바르게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뭘까, 에 대한 생각이 먹먹하게 들기도 했다.

6) 기사에서 본 드라마 줄거리만으로 범인을 알아차린 나를 보며,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 상권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괜찮았던 것 같다.

7) 후반, 조선족 그 남자의 말이,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