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학교 2013 : 1회) 통제불능 학생들 속에서 무너진 교권

도희(dh) 2012. 12. 4. 14:39

하나가 없는 거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교문 앞에서 담배피는 아이들을 선도할 용기를 내기엔 현실이 겁나고 외면하기엔 선생으로서의 의무가 발목을 잡는, 그래서 그런 날은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는,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인 5년차 기간제 교사 정인재. 그렇게 겁많은 그녀지만 아직은 학교가, 선생이, 학생을 보호하고 지켜줘야할 의무가 있노라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 겁나는 마음을 다잡고 학생을 위해서, 라는 뭐 그런 마음으로 확 질러버리기도 하는 성격도 있다. 질러버리고 나서야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무난하다면 무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인재는 어느 날, 담임이 휴직하며 공석이 되어버린 골치덩이 2학년 2반의 담임을 맡게된다. 쉽지않은 자리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아마 각오도 했겠지만, 첫날부터 문제가 터졌고 학생은 학교의 울타리 속에 있어야하고, 학생의 교화는 선생의 몫이라는 사명감으로 문제에 연루된 학생을 지키기위해 고군분투한 인재에게 돌아온 것은, 교권붕괴의 현실이었다.

더이상의 통제가 불가능한 학생들에게 선생의 의미는, 나 그리고 인재의 학창시절에 존재했던 선생의 의미와는 다른 것이었던 듯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선생의 존재 그리고 의미가 얕아진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인 인재는 학생들에게 선생이되 선생이 아닌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어른들은 모르고 아이들은 감추는, 진짜 학교 이야기

앞으로 그려나갈 이야기의 배경 및 인재와 세찬의 현실이 그려진 첫회. 교권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 인재와 학생들과 지지고 볶을 생각따위는 전혀 없는, 교사가 아닌 강사로서 학교에 시간을 때우러 온 세찬의 마찰이 2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극의 한축을 담당하게 될 듯 싶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이끌고갈 또다른 축, 때론 극의 중심이, 때론 극의 일부가 되어줄 아이들이 저마다의 존재를 어느정도 드러내며, 저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홀로 감싸안고 있는가에 대한 은근한 궁금증을 심어주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몇년. 학교의 현실은 한해 한해가 다르다. 입학하던 당시와 졸업하던 당시의 상황이 묘하게 비틀어졌던 기억, 그리고 졸업하고 한두해가 흐른 뒤 학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다니던 때와는 또 미묘하게 달라서 당황한듯 웃어버렸던 기억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학교는 비슷한듯 전혀 다른 현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 나오는 심각한 학교폭력 그리고 교권붕괴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이 시대의 학생이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그리고, 이 드라마 '학교 2013'을 보고 또 한번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이 드라마 속 학교가 얼마만큼의 현실을 담아냈는지는 모르겠다. 포장이 과한 것일 수도 있고, 많이 덜어낸 것일 수도 있다. 포장이 과하다면 '드라마'이기에 미니시리즈 분량 속에서 최대한의 극적인 상황을 한 장소에 모아서 그런 것일테고, 덜어낸 부분이 있다면 역시나 '드라마'이기에 순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2013년의 학교를 그려낼 이 드라마는 앞으로 아이들이 감추는 그 무엇을 끄집어 낼 것이다. 그 것을 끄집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할지가 궁금해진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며 문득 '고쿠센'을 떠올렸었다. '고쿠센'이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양쿠미의 강함이었다. (양쿠미의 강함은 표면적으로는 힘/싸움능력이지만 그 속에는 학생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결국, 그 확고한 믿음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얻었고 싸움능력은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고쿠센'과 전혀 다른 드라마이고 인재와 세찬은 양쿠미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캐릭터들이다. 그런 그들은 결국,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얻게될 '강함'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이 될까, 라는 것도 궁금하다.


그리고

1) 정호(곽정욱)는 자수성가형 일진이라고 하는데.. 남순에게 욱하는 건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남순의 태도때문인 듯 싶었다. 자신에게 공포 혹은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한심하다는 듯, 적선이라도 하는 듯, 그렇게 툭 던져주고 가는 태도가 정호를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는 중.

2) 좋은게 좋다는식으로 되조록 조용히 지내고 싶어하는 남순(이종석). 설렁설렁 속에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중이다. 왠지, 참고있다는 뉘앙스도 자꾸 풍기고. 하경(박세영)과 엮인다고 듣긴했는데, 인재와 함께있는 느낌도 좋아서... 라곤 하지만, 로망스2는 반대인지라 접어두자;

3) 최다니엘씨의 연기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뭔가 밝은 에너지가 뿜어져나와서 그런가? 아, 내가 봤던 최다니엘씨 캐릭터가 밝음밝음~ 뿐이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르지만. (안경벗은 최다씨도 좋아함ㅋㅋㅋ)

4) 정호가 인재 손목잡고 그럴 때 진짜... 어후; 살떨렸을 그 상황의 인재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정호의 캐릭터 설명을 읽고나니 정호가 그때 왜 그렇게 했는지도 이해라고 하기보다는 알 것 같았다. 자수성가형 일진. 그래서 누구에게도 약해보일 수 없기에, 누군가가 자신을 건들면 으르렁 거리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가시를 잔뜩 세운 듯한. 그 가시를 어떤 방식으로 누그러뜨리게 될런지.. (왠지, 얘는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5) 별다른 기대를 안해서 그런가, 그럭저럭 괜찮게 봤다. 그래서 일단 계속 볼듯.

6) 복학생역인 김우빈씨는 언제 등장할지도 기대된다. 미친미르와 양찍사의 만남ㅋ

7) 위에서 언급한 '고쿠센'은 나의 첫 일드였고, 정말 좋아하는 일드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를 보고나니 왠지 보고싶어지는 중. 그런데, 요즘 복습하고싶은 드라마는 너무 많고, 지금 봐야할 드라마도 쌓여있어서 미뤄야할 듯. 이러다 삘받으면 보겠지만.. 시즌1~3+영화까지 다 보려면 너무 많으니.. 최대한 미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