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해외 드라마 시청담

중드) 보보경심 : 역사의 방관자이고 싶었으나 그 중심에서 살아갔던,

도희(dh) 2012. 2. 14. 09:00

중국드라마 : 보보경심(중국 후난위성TV / 2011.09.10~2011.09.29 / 총 35부작)

하도 재밌다고 해서 찾아보게 된 드라마로, 볼 때는 그냥 재밌게 봤는데 완주 후에 자꾸만 곱씹으며 기나긴 여운에 허덕이는 중이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머릿 속을 맴돌지만 대충 생각나는대로 일단 끄적끄적. 보통은 리뷰 끄적이고 나면 여운에서 빠져나오는데, 그럼에도 다 안빠져나오면 간간히 '보보경심'에 대한 이야기를 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연스럽게 

결말 포함 스포는 덩어리로 있으니

싫은 분들은 안읽었음 싶다. 아예 모르고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도 들어서. (난 결말 알고 시작했음. 보기 전에 리뷰를 수없이 찾아 읽고 평이 좋아서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덕분에 이정도로 그친 거라고 생각된다. 결말을 알기에 덤덤했는데 덤덤함 끝에 기나긴 휴유증에 시달리는 걸 보면, 아예 모르는 상태였음 나는 어땠을까... 싶달까?)




1. 이야기의 시작

 

 


2011년을 살아가는 장효는 바람난 남자친구 '황제'와 싸우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설치 중이던 청조 배경의 전광판에 부딪힌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청조 강희제, 8황자의 측부인 마이태 약란의 철부지 동생  마이태 약희가 되어 있었다. 소설 속에선 강희제 43년이었고 당시 마이태 약희의 나이는 13살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 상에서는 16살. 타임슬립 전의 장효 나이는 25살이라고. 장효는 타임슬립하며 어려지기까지 한 것이다. (두둥!)

이 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잠시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하던 그녀는 대충의 상황정리 및 어쩌다보니 두리뭉실 조언구하게 된 4황자(훗날, 옹정제)의 답변을 가슴에 새기고 머리를 다친 것을 핑계로 모르는 것을 알아가며(진짜 마이태 약희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머리를 다쳤음) 마이태 약희로서 살아가기로 했다.

4황자는 초반 약희와 세번의 만남에서 두가지 말을 하는데, 하나는

'너의 목숨을 내가 살렸으니 내 허락없이 죽을 생각 마라'

였고 또 하나는 

'현실에 적응해'

였다. 이 두개의 말은 앞으로의 약희의 삶을 지배하는데, 첫번째 말은 죽어서 살고자했던 약희가 어떻게든 청조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줬고 두번째 말은 앞으로 청조에서 약희로서 살아가며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그녀가 수없이 가슴에 새기게 될 좌우명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진짜 마이태 약희는 서북에서 활동 중인 마이태 장군의 딸로 엄청난 말괄량이였다고 한다. 계모에게 적응을 못하는 딸이 못마땅한 마이태 장군은 유일한 동복자매인 8황자의 측부인 약란에게 보냈고, 현재 약희는 반년 후 있을 재녀선발을 기다리며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태 약희가 된 장효는 2011년과 청조 강희제 43년이란 시간 그리고 가치관 속에서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나타나는 엉뚱한 행동들은 '철없는 말괄량이'라는 진짜 마이태 약희의 성격과 비슷했던지 '철이 든 것 같았는데 여전하구나' 라는 언니의 따뜻한 걱정을 듣게되지만, 그 것이 약희 만의 매력이 되었다.





2. 약희와 황자들

 

 


타임슬립해서 눈을 뜬 곳 팔현황이라 불리는 덕망높은 8황자의 집이다보니 8황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황자들도 찾아오게 되며 약희는 집주인이자 형부인 8황자를 비롯해 4황자, 9황자, 10황자, 13황자, 14황자 등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에서 왔기에 청조의 역사를 이미 알고있는 약희는 그 곳에서 만나는 황자들의 결말을 알고있는 상태였고, 그렇게 그들과 친분을 맺고 가까워질 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황자들은 밝고 명랑하며 이쁘고 솔직하며 어찌보면 너무 감정적이기에 철이없는 듯 싶지만 생각이 깊고 주관이 뚜렷한, 한마디로 그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성격을 지닌 약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상태였다. 가슴설레이는 사랑을 나눴으나 결국 스쳐가는 인연이었던 8황자,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공유한 동생같은 소꿉친구 10황자, 남녀를 초월해 눈빛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진정한 우정으로 맺어진 13황자, 사랑과 우정사이에 서있는 14황자, 그리고 온 마음을 다 내어주게 된 단 하나의 정인 4황자까지, 마성의 약희는 재수없는(...) 9황자를 제외한 주요 황자들과 사랑과 우정이란 관계로 이어져 있었다.

황자들에게 약희는 사랑하는 연인이자, 소중한 친구이자, 아끼는 누이이기에 약희에게 고난과 시련이 닥치게 되면 두발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 때론 정적끼리 손을 잡고 공공의 적을 물리치기도 했다. 그리고, 약희를 누이나 친구가 아닌 여인으로 마음에 품은 이는 질투로 인해 상대를 공격하며, 자금성을 스쳐지나가는 나그네라 여기며 역사의 방관자이고 싶었던 약희가 결국 휘몰아치는 역사의 정점에 서게 만들었다. (극 중에서 약희가 기억하는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 중 가장 쎈 몇개는 약희로부터 시작되어 후폭풍이 엄청났으니까; 약희 본인은 전혀 몰랐었다는 것이 함정!)





3. 자금성, 운명의 족쇄

 

 


10황자의 생일날 명옥공주와 싸움을 벌인 약희의 활약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결국 강희제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약희가 궁금한 강희제의 호기심 덕에 황실 가족모임에 함께 하게된 약희는 강희제의 질문에 맹랑하지만 재치있는 답변을 하며 강희제의 눈에 들게된다. 그리고, 그날 10황자의 혼인과 관련해 강희제의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걸 보며, 약희는 깊은 고민과 두려움 끝에

'난 남의 한마디로 운명을 결정짓지 않겠어'

라는 결심을 하게된다.

어느 덧, 재녀선발의 날이 다가오자 황자들은 약희를 마음에 들어하는 강희제를 떠올리고 혹시나 약희가 후궁이 될까 걱정하게 되며, 따로 또 같이 자신의 빽을 이용해 약희를 후궁후보에서 제명시키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겹치게되며 약희는 결국 황제의 차시중을 드는 어전궁녀가 된다.

그렇게 여러 황자들의 도움으로 후궁이 될 위기에서 벗어나 황제의 시중을 들게된 약희는, 눈에 띄지않게 조용히 지내자는 모습이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모습으로 비춰지며 곧 상급궁녀로 승진하게 된다. 게다가, 첫날 삼일밤을 새며 일하는 강희제에게 그만 쉬라는 말을 저도 모르게 내뱉게 되며 위기를 맞지만 그런 약희에게서 출궁한 10공주를 보게된 강희제는 약희의 말을 듣게되고, 그것이 약희가 황제의 총애를 받기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다.

아무런 욕심없이 그저 진심을 다해 강희제를 모시는 약희였기에 강희제는 약희를 아끼고 총해하였고, 강희제를 기쁘게 하기위해서 만드는 찻잔이나 간식, 그리고 이벤트 등등 상대를 위하는 약희의 마음은 강희제는 물론 몽골족의 소완과이가 왕야까지 감동시키며 약희는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정치적 입지가 높아지며 정치적으로 든든한 배경이 필요한 태자의 노림수가 되기도 했고, 그러한 이유로 사랑하는 4황자와의 혼인에 걸림돌이 되며 가슴아픈 이별을 겪어야만 했다.


약희는 자유롭게 살고싶었지만 자금성의 궁녀, 그리고 여인이라는 굴레에 갇혀 두렵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야만 했기에, 밝고 화사했던 모습에서 조금씩 조금씩 시들어져 환한 미소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사실, 약희는 강희제의 한마디로 결정되는 그 운명이라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자신은 결코

남의 한마디로 운명을 결정짓지 않겠어

라고 했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결국, 운명의 날은 왔고 약희를 총애하는 황제는 자신의 배려가 깃든 혼처를 준비했다. 그렇게 출궁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약희는 사랑하지 않는 이와의 혼인으로 얻는 자유보다 사랑하는 정인을 향한 마음을 지키는 길을 선택하며 황제의 총애를 잃게되고 결국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쇠약해진 몸을 돌볼 겨를도 없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약희는 입궁 전의 다짐을 지켰다.

하지만, 그곳에서 겪은 고단한 생활은 결국 약희의 수명을 단축시켰고, 옹정제(4황자) 등극 후에 휘몰아치는 피바람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다치는 걸 감당할 수 없어 가슴앓이를 하던 약희는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자금성의 나그네이고 싶었던 약희는 자금성의 중심이 되어 운명을 개척하고자 버둥거릴 수록 운명의 족쇄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고 수명마저 단축시키고 있었다.

아.. 14황자와의 혼인이 황제의 배려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마 황제는 그 즈음에 후계자로 14황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약희를 14황자와 맺어주고자 한 것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약희의 정치적 입지와 평소 황제의 총애는 14황자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것이고, 14황자가 황제가 되면 약희는 후궁이 될 수 있기에. 그외에 14황자와 약희가 친해서 잘 살겠지, 와 총애하는 약희를 며느리로 삼고싶은 황제가 아닌 아비로서의 마음도 있었겠지만;





4. 평생의 사랑, 단 하나의 정인

약희는 총 4명의 황자에게 구애를 받게되는데 이 4명의 황자들은 약희에게 '운명'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중에 가장 처음 약희에게 구애를 한 10황자는 사랑이 아닌 우정이라며 단칼에 약희에게 거절당하며 좋은 친구로 남게되지만, 나머지 세명의 황자와의 관계는 역사의 방관자이고 싶었던 약희가 역사의 중심에 서게 만든 인물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약희의 평생의 사랑, 단 하나의 정인은 4황자였다. 사실 처음부터 약희가 4황자를 마음에 둔 것은 아니었다. 그가 훗날 옹정제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눈 밖에 나지않도록 행동한 것이 4황자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은 결국 운명이 되었다. 

약희는 자신의 고민과 두려움을 알고 그녀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면서 솔직하게 대하는 4황자의 배려와 믿음으로 자금성에서 자신은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에 환한 미소를 되찾게 되고 그의 차가운 겉모습 속에 숨겨진 다정함과 외로움과 쓸쓸함을 알게되며 누구보다 4황자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4황자는 어머니 덕비와 동복형제 14황자 마저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주는 약희를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전까지 차갑고 무뚝뚝해서 속을 알 수 없어 보이는 4황자를 이해해준 것은 13황자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상대의 배려와 믿음으로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게 되지만, 그들의 맹세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8황자의 계략에 빠져 황제의 눈 밖에 난 4황자는 몸을 사려야 했고 그렇기에 황제의 총애를 받는 약희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약희는 그런 4황자의 상황과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이별을 고한 그를 미워하기 보다는 걱정했고 그리움이 깊어질 수록 사랑 또한 더욱 깊어지며 황명을 거부한 채 스스로 고난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시구나.
저분에게 있어 황위란 그냥 자리가 아니야.
13황자의 운명과 내 운명도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 약희, 보보경심 24회 中 -


그리고 이러한 약희의 사랑과 희생을 보며 4황자에게 황제의 자리는 그저 야망이 아닌, 소중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꼭 가야만하는 단 하나의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꼭 황제가 되어 소중한 이들을 지키겠노라 새삼 다짐했을 것이고, 알고보니 뒷끝 긴 4황자는 옹정제가 된 후 지독한 핏빛복수를 시작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약희에겐 고통이었으나, 그들로 인해 소중한 이들을 잃을 뻔 하고 아프게 한 그들에 대한 4황자(옹정제)의 한은 그만큼 깊고 서늘했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왠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일단, 나또한 13황자 일은 마음에 새겨뒀던터라; 나도 뒷끝 좀 있음!)

 

 


잡음은 많았으나 결국 4황자는 황제로 등극하며 약희와 4황자(옹정제)의 사랑은 영원할 듯 싶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하기에 항상 곁에 두고싶어 집무를 보는 양심전에 거처를 마련하고 후궁으로 봉하지 않은 4황자의 사랑이 되려 약희에게 독이 되었다. 그것은, 언젠가 4황자가 몸을 숙이기위해 농사를 짓던 시절, 과일나무를 심고 걱정되어 하루에 몇번씩 물을 주자 점점 말라가더라는 그말과 겹쳐지기도 했다. 과유불급. 과도한 애정은 그것을 받는 존재에게 독이된다는 것을. 약희는 양심전에 머물며 4황자의 잔혹함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되며 마음이 지쳐갔고 그렇게 몸까지 쇠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너무나 사랑하기에 미워할 수 없지만, 그의 잔혹함이 두려워 언제나 솔직했던 4황자 앞에서 약희는 조금씩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저 때문에 다치는 걸
감당할 수 없어요.


- 약희, 보보경심 33회 中 -



4황자의 잔혹함에 약희가 힘들었던 것은, 강희제가 죽던 날 유조가 조작되는 순간 4황자를 사랑하는 약희가 역사의 방관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로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인 듯 했다. 그일에 대한 자책감을 가슴에 뭍고 살아가는 사이, 4황자의 잔혹함은 점점 심해져서 황자들에 대한 핍박은 더더욱 심해지고 약희 주변의 사람들까지 하나 둘 죽어나가며, 약희는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명혜공주가 알려준 진실과 죽음은 역사의 방관자이고 싶었던 약희 자신이 사실은 역사의 중심에 있었으며 이 모든 비극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걸 알게되며 약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며 결국,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내 마음 속에는 그와 나뿐이야.
우리들의 추억 뿐.


미소, 조소, 한숨까지..
다른 이는 다 잊어버리고 우리와 관련된 것만 남겼지.


처음으로 우리 둘만 있게 됐어.
처음으로.. 아무 망설임 없이 그를 사랑하게 됐어.


- 약희, 보보경심 34회 中 -



그리고, 약희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알면서도 이 모든 비극에서 벗어나고자 너무나 사랑하는 4황자에게 상처를 주며 14황자의 측실로 들어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그렇게 이별하게 되었다. 사실, 약희의 수명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들으며 그 남은 시간을 4황자 곁에서 지내길 바랬지만, 약희는 그 남은 시간만이라도 이 피바람 부는 자금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또 사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약희를 괴롭히는 것은 고통과 두려움에 휩쌓여 4황자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이었던 것도 같다. 약희는 14황자와 8황자의 도움으로 자금성을 벗어난 후에야 그 어떤 원망과 두려움과 고통없이 오직 4황자만을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 약희에게 그는 청의 황제 옹정제가 아닌 그저 쓰예일 뿐이었으니까. (나도!!!) 그것은 4황자 또한 마찮가지였기에 약희를 떠나보낸 후에야 질투와 배신감에 분노했던 약희의 과거와 상관없이 오로지 약희만을 사랑하며 그리워 했다.

만약, 4황자가 황제가 된 후 약희를 후궁에 봉하고 양심전에서 가장 먼 곳에서 조용히 머물게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자주 볼 수 없는 그리움과 쓸쓸함에 힘들기는 했겠지만 약희는 이 모든 비극을 온 몸으로 겪게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조용히 4황자만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랬다면... 두 사람은, 그런 오해를 끝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안타까움. 

 

 


그냥,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는, 두 사람의 사랑이었다. 곱씹을 수록 아련해져 가슴 한 끝이 저려오는, 그런 사랑. 드라마 후반부 비극성이 짙어지며 약희와 4황자(옹정제)의 갈등이 심해질 수록 그들의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라 절로 마음이 아파지기도 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 그 아련함...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약희와 4황자의 행복했던 시절은 너무나 짧았다는 것이다. 그토록 짧아서 더 아련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약희와 4황자의 비극은 어쩐지,
두 사람이 서로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시작된 듯 싶다.





5. 그리고..

솔직히 마지막회의 마지막 장면은 미리 보고 시작했다.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해서. 그렇기에 초반의 경쾌함이 유지될 수 없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봤고, 결과를 알기에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결과를 알기에 중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닿겠지, 라며. 그런데, 결과는 알지만 과정을 모르기에 그 과정 속에 일어나는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을 보게되며 미리 알게된 그 결말이 자꾸 마음에 맴돌며 안타깝고 아파왔었다.

 

 

난 가능한 영원히 방관자이고 싶지만,
난 지금 황자들처럼 내 미래를 전혀 몰라.
그때 그때 대처하는 수밖에.

- 약희, 보보경심 20회 中 -


약희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약희는 황자들을 처음 본 순간, 역사에 기록된 그들의 말로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의 처신을 하며 그들과 관계를 유지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과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으로 연결되며 약희의 일부가 되었고, 결과로 가는 과정을 몰랐기에 그 과정 속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혼란을 느끼게 된 것은 물론, 자신이 아는 결과로 이어지는 동안 마음이 아프고 또 고통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황자들의 미래는 알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를 모르는 약희는 자금성에서의 생활이 그저 조심스러울 따름이었다.

10황자의 혼례날 13황자와 술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약희는, 모든 비극이 자신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4황자(옹정제)에게 자신의 이름은 장효이고 미래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하게된다. 물론, 13황자와 4황자는 믿지 않았지만. 그리고, 약희가 죽게된 후 4황자는 13황자의 이야기를 듣게되며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렇게,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정말 존재했었어..

- 장효, 보보경심 35회 중 -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큰 여운을 남겼다. 장효로 돌아와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 존재 자체가 없는 마이태 약희.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여겨지던 순간, 우연히 보게된 전단지에 이끌려 가게된 청나라 황궁 문물 전시회. 장효로 돌아온 약희는, 유물 하나하나에서 추억을 곱씹게 되었고 그 순간, 그림 한 장을 통해 마이태 약희가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약희가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두가지 생각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옹정제(4황자)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으나 약희는 그저 궁녀에 불과했기에 명분이 없어 역사에 기록될 수 없었다는 것. 또 하나는, 그렇다해도 강희제를 비롯한 황자들과 옹정제의 총애까지 받았고, 다양한 다과와 찻잔을 선보이고 몽골족의 민민공주와의 우애로 그 아버지 소완과이가 왕야에게도 총애를 받게되며 정치적 입지도 어느정도 있었던 약희가 전혀 기록되지 않을 수는 없기에, 모든 것을 깨끗이 잊고싶다던, 모두가 잊어주길 바란다던, 약희를 위해서 옹정제가 의도적으로 약희에 관한 모든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남아있는 기록마저도 모조리 삭제한 것은 아닐까, 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약희는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장의 그림은 약희가 그 시대에 존재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은 너는 이 곳에 있었다, 라는 말하는 동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4황자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했지만 그 마음을 오해하고 떠나간 약희에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듯 싶었다. 또한,

'네가 어쩔 수 없이 떠나면 네가 어디에 있건 내가 찾아가마'

라는 4황자의 약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단 한장의 그림에 마음을 담아 너를 찾아왔다는... 아, 너무 과한 포장이래도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니까!!!

그 그림이 4황자가 미래를 살아갈 약희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 이유는, 너무나 잘 보존되어 있었던 것도 있지만 '목련비녀' 때문이다. 약희는 4황자가 선물한 목련비녀를 딱 두번 했었고 강희제와 황자들이 있는 자리에선 한 적이 없었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날도 역시 약희는 그 목련비녀를 하지 않았다. 어쩐지 4황자가 부러 시켜서 그린 그림이 아닐까, 라는 생각. 약희의 말을 떠올리며

'정말로 돌아간 것이었으면 좋겠구나'

라며 약희의 목련비녀를 쥐고 있었던 것이 그런 암시인 듯 했고. (팔찌는 8황자와의 과거도 모두 용서한다, 뭐 이런 의미라는 듯;)

 

 

만나지 않아야 사랑하지 않으리.
알지 못해야 그리움도 없으리.
서로 만나 사랑했으니 어찌 몰랐던 때와 같으리.
어찌해야 가슴에 새겨진 지독한 그리움을 지울까.

- 보보경심 35회 엔딩 -

 


극이 끝나며 나온 시구절은, 약희와 4황자의 슬픈사랑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안타까움과 맞물리며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구절을 읽으며 한참을 먹먹하게 있었더랬다. 아무튼, 이런 엔딩이어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같다. 아, 원래 저 시는 저게 다가 아니라고 한다. 중간부분 없는 버젼. 검색해보면 원본이 있는데, 그 시를 다 읽고다면 약희와 4황자의 사랑이 더 애달프고 절절하게 다가와 마음이 한끝이 저려온다.




6. 덧붙이기

1) 약희의 마지막을 지킨 14황자에 대한 마음은 반반이다. 좋은 부분도 있고 미운 부분도 있고. 싫진 않다. 그저 섭섭하고 미울 뿐. 어찌보면 참 안쓰럽고 가여운 운명을 살아가는 듯 하지만, 14황자는 4황자가 가장 원했으나 마지막까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모두 가진 인물이기에 그렇게 가엾다는 생각은 안하기로 했다. 아무튼,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으나 옹정제(4황자)는 자신의 황위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위험요소이자 약희와 엇갈리게 만든 14황자를 덕비의 처소에 감금한 것으로 끝낸 것은, 그가 옹정제(4황자) 자신의 동복형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13황자의 말이 새삼 입증되는 순간. '보보경심' 앓이가 더 오래 간다면 4황자와 14황자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해봐야겠다.

2) 남자배우들 변발한 것은 생각보다 쉽게 적응했지만(이런 부분은 의외로 잘 적응함), 얼굴이 다 비슷해보여서 처음엔 구별을 못했었다는 게 함정! 4황자와 10황자만 정확히 기억했고(특색있는 외모였음) 나머지는 중반 넘어서야 구별이 가능해졌다나 뭐라나;

3) 4황자는 첫 등장 순간부터 존재감이 확실했다. 초반엔 비중이 너무 너무나 적었는데도 등장한 순간의 존재감은 갑! 난 첫 등장부터 4황자만 보였더랬다. 4황자를 연기한 오기륭은 꽤 유명한 배우라는데 난 모른다. 얼굴과 이름은 낯이 익은데 전혀 모르겠다. 난 중국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안봐서 말이다. 아무튼, 연기가 정말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그런? 캐릭터 성격상 항상 서늘하게 무표정을 짓고있는데 그 속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미세한 눈빛만으로 4황자의 감정이 고스란이 느껴졌더랬다. 이 것이 연륜인가....(마흔 넘으셨다고;) 한마디로, 연기를 굉장히 잘하셨다. 그리고, 꽤 인상적이었던 습관같은 소소한 행동이 '4황자라면 이랬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설정하신 거래서 나는 새삼 감탄!

4) 황자들이 매력적이긴 했으나 난 극의 중심인 약희가 가장 좋았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아련하고 안쓰러웠달까? 모든 황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기도 했다. 황자들이 약희를 좋아한 것은 그녀가 아름다운 것도 있었지만, 감정적이고 솔직하며 생각이 깊고 자기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약희 역의 류시시 또한 난 처음 보는 배우인데, 약희라는 캐릭터의 감정변화를 너무나 잘 살려준 듯 싶었다. 약희의 감정을 자연스레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 갠적으론 장효일 때의 류시시보다 마이태 약희일 때의 류시시가 훨씬 이뻤다. (하핫;)

5) 옹정제(4황자)가 즉위 직후 그토록 잔혹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소중한 이들을 지키지 못한 그 시절에 했던 다짐과 그 소중한 이들을 다치게 한 원흉에 대한 처절한 복수. 그리고, 옹정제(4황자)가 그토록 일에 몰두한 것은 원래의 성격도 있겠지만 정통성이 없는 자신이 황제로서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여운에 못이겨 옹정제 검색해서 정독까지 했더랬다. 이 여운이 길어지면 옹정제 관련 책도 구해다 읽을 기세! (....부디, 그건 귀찮다... 얘야ㅠ)

6) 리뷰를 쓰고나니 마음이 아주 조금은 진정된 듯 싶다. 사실, 다 보고나서는 그 안타까움에 순간 멍- 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는데, 그 후가 문제였다. 그냥 순간순간 멍- 해지며 약희와 4황자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지고, 그러다 정신차리다가 곧 멍- 해지고, 그런 상태의 반복. 그렇게 자꾸 되새김질을 하며 홀로 안타까워 하는 중이다. 이거 쓰다가도 또 생각나서 안타깝고 그래서 훌쩍이고! 흑흑. 드라마에 깊이 빠져드는 타입이 아니라서 끝나면 쉽게 빠져나오는데, 이 드라마는 그게 참 어렵다. '대왕세종' 이후 이렇게 긴 여운에 허덕이는 드라마는 두번째인 듯. (중간에 영국 itv 드라마 '설득'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대여섯번 돌려보고 원작 소설까지 읽고 겨우 매듭지은 적이 있다)

7) 소설이 원작인데, 우리나라엔 번역본이 출판되지 않았다. 언제될지도 미지수라고 들은 듯. 원서는 있다는데, 내가 그 나라 말을 모른다는 것은 안비밀! 얼른 번역본 나왔음 싶다. 소설은 어떤지 한번 읽어보고 싶다. 소설을 읽어야 이 여운에서 확실히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도 같고. (정말?) 사실, 원작소설이 너무너무너무 읽고싶어서 중국어를 배워볼까, 라는 생각을 굉장히 진지하게 하는 중이다. (긁적) 소설 속의 엽서가 탐나는 것도 이유에 포함된다는 건 비밀. 사실, 검색해서 번역해서 올려주는 곳 찾아서 읽어보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지만...^^;

8) 진짜 마이태 약희는 아마 계단에서 구른 순간 죽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약희가 죽고난 후 장효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걸 보면 말이다. (첨에 설정만 읽었을 때는 영혼체인지 된 거라고 생각했음;) 그리고, 사고 후 얼마만에 장효가 깨어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리 긴 세월은 아닌 듯 싶었다. 이마의 상처도 그대로였고. 그래서 장효는 그것이 꿈인지 실젠지 혼란스러워 했고. 그런데 잠깐, 마이태 약희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건 아무래도 곽락라 명옥(10황자 정부인) 같은데, 결국 그 부분은 아무런 말없이 넘어갔다.

9) 사실, 드라마 상 시간은 대충 20여년이 흐르는데 배우들의 변화가 전혀 없어서 좀 혼란스럽기도 하다. 변화라고야 4황자가 황제가 되고 1년이 흐른 후 붙인 콧수염과 흰머리 몇가닥, 약희 사후 콜록거리며 병이 있음을 암시하던 13황자의 흰머리 몇가닥 정도? 그래서 극에 집중하지 않으면, 좀 '읭?' 거려지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함!

10) 자신이 그 시대에 존재했음을 확인한 순간 눈 앞에 나타난 4황자와 닮은 한 남자... 혹시 나를 아냐고 한 후, 장효의 눈물에 당황해 손수건을 찾다가 없는 걸 깨닫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그 남자를 보며... 약희가 어디에 있건 찾아간댔잖아!!! 라며 울컥거렸다나 뭐라나; (그 남자가 4황자의 환생이란 증거는 없지만 난 그렇다고 믿고싶음!) 그리고 '보보경심2'가 나온다고 한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중.

11) 후반부에 되게 슬프다는 말에 각오했으나 의외로 많이 안슬퍼하며 보다가 약희와 4황자 헤어질 때부터 완전 몰입해서 버럭버럭 거리다가(드라마와 대화했다는 건 비밀) 약희 죽음에서 4황자가 약희의 편지를 뒤늦게 읽고 달려가서 유품볼 때까지 완전히 대성통곡을 했더랬다. 아, 드라마보며 대성통곡을 한 것은 진심으로 '대왕세종' 이후로 처음이다. 다른 점은 '대왕세종'은 엔딩까지 대성통곡 비스므리하게 울어댄 것에 비해서 '보보경심'은 약희 죽음에서 부터 4황자가 약희 유품보며 슬퍼하는 씬까지 너무 울다 진빠졌는지 그 후론 다가오면서 굉장히 덤덤하게 봤다는 것.

아무튼, 혼자 봤기에 망정이지... 지금 생각하니 대단히 부끄러움.
이 나이에 꽤 오래 전에 잃었던 감수성을 되찾은 건가ㅡ///ㅡ;

12) 이 드라마의 장점은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선과 악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복잡하게 얽혀버린 상황에서 선택하고 행동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참 잘만들어진 드라마다. 극본도 탄탄하고 의상과 소품도 이쁘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그래서, 허술한 CG마저도 귀엽게 느껴지는 드라마;;

13) 그래도, 소설과 드라마를 비교하는 글을 대충 훑어보면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 거기선 이런 일이 있었기에 그랬구나, 라는 설명이 된달까? 차라리 한 50부작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살려주시지... 라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ㅋ)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자동 재생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원작소설에 더 목매는 걸지도 모르겠다. (훌쩍)

14) 끝으로.. 난 진심, 짧고 간결하고 심플한 후기를 남기고 싶었다는 진심 한조각을 남기며... 내가 생겨먹은 게 이런 걸 어쩌나 모르겠다, 라는 변명도 한조각 남기며... 보보앓이가 더 간다면 너댓게 더 쓰고싶은 이야기는 많다는 이야기도 포함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