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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40회 터미널) 아기자기함이 이뻤던, 한국판 사랑과 영혼

도희(dh) 2011. 10. 12. 21:01


~ 드라마 스페셜 : 터미널 ~
<< 한국판 사랑과 영혼 >>



0. 작품정보

- 제목 : 터미널
- 극본 : 정윤정
- 연출 : 전우성
- 출연 : 김성오, 이윤지, 양희경, 이원종 外
- 방송 : 2011년 10월 10일





1. 터미널에 갇힌 남자-.


고속버스에서 내린 한 남자가 다급히 터미널을 빠져나와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 순간 힘겹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고, 남자는 죽었다. 그렇게 42일의 시간이 흘렀고, 생고구마 - 사후 49일 이전의 영혼을 가리키는 영계의 속어 - 상태의 남자는 터미널에 갇혀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원혼청소부 클리어와 만나게되며 49일이 될때까지 터미널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남자는 영혼을 잃고 원혼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렇게, 터미널에 갇힌 남자는 터미널에서 빠져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2.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얽힌, 그네들의 사정-.

49일까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터미널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좌절하던 만수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인간 신자와 만나게되고, 만수가 영혼인 걸 몰랐던 신자는 만수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뭐, 결국 만수가 영혼이라는 걸 알고 식겁해서 피하게 되지만. 아무튼, 신자는 만수영혼을 만난 날, 만수를 잊지못하는 만수의 아내 연수와도 인연을 맺게되며,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그들은 얽히게 되었다.


1) 만수의 사정


연수야, 고마웠어. 니가 있어서 정말 고마웠어.
너한테 이 얘기하려고.. 너한테 이 얘기하려고 전화했던거야.

- 만수 -


인터넷 설치기사 만수는 어느 날, 신규고객 연수의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가게된다. 하지만, 이제 막 이삿짐을 차에서 내린, 그리고 그 짐들을 홀로 집 안으로 들여놓아야 하는 연수를 보고, 만수는 '컴퓨터에 인터넷을 연결시키는 것이 자신의 일' 이라며 '컴퓨터를 찾을 때까지' 연수의 이삿짐을 집 안으로 옮겨주기로 한다. 이삿짐을 옮기는내내 만수는 컴퓨터를 늦게 찾길 바랬고, 만수의 바람대로 컴퓨터는 맨 마지막 박스에서 발견되었다. 이삿짐을 옮겨주고 정리해준 만수에 대한 연수의 선물. 태어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는 만수는 연수의 선물에 설레여하며, 난생처음 누군가를 마음에 담게되었다.

만수는 고아였다고 한다. 그래서 늘 혼자였다고 했다. 그렇게 늘 외로웠고 그래서 눈물이 많은 사람. 만수가 연수에게 반하게 된 것은 그녀에게서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느껴서가 아닐까, 싶었다. ...동질감, 이라고 해야할까? 아, 물론, 그 전에 연수가 이쁘기도 했다. 아무튼, 늘 먼발치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기만 하던 만수는, 연수가 인터넷 해지를 하게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해지고객서비스'로 표현하며 가까워진 듯 싶었다. 그리고 그들은 8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해서 알콩달콩하게 살지않았나, 싶었다.

그렇게 결혼하고 얼마 되지않아서 우연한 사고로 죽게된 만수. 만수는 마지막 순간 연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연수는 전화를 받지않았고, 만수는 터미널에 갇히게 되었다.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만수를 터미널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다고 클리어는 말했다. 왜. 누가. 만수는 신자의 도움으로 그 상대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연수가 아닐까, 라며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길 바라며 신자의 도움으로 연수를 겨우 만나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2) 연수의 사정


오빤 죽었어도 내 맘 속에 살아있으니까.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죽어도 죽은 거 아니래요.

- 연수 -


옷가게 직원 연수는 새롭게 이사한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기위해 신청을 했다. 그리고 인터넷 설치를 찾아 온 기사 만수. 집 앞에 내려진 짐들을 어떻게 다 옮길까 막막해 멍하니 서있던 연수 앞에 나타난 만수는 컴퓨터 설치를 핑계로 연수의 이삿짐들을 옮겨줬다. 그런 만수의 친절이 부담스럽지만 고마운 상황. 땀으로 범벅이된 만수를 위해 옷가게에서 팔 옷들 중 하나를 건네며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연수였다. 보다가 문득, 연수는 어쩌면 일부러 컴퓨터 박스를 가장 늦게 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왠지 아닌 것도 같다. 정말, 우연을 가장한 운명인 듯.

그리고 연수는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인터넷 해지신청을 하게되었다. 아마도 다른 인터넷 회사의 사은품이나 조건등등이 더 좋아서 옮긴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찾아 온 만수는 연수에게 '해지고객 서비스'라며 귀여운 토끼인형 세트를 선물로 주고 새로운 회사의 인터넷이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확인해주겠노라며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연수는 만수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보며 자신이 미처 몰랐던 위약금과 사은품을 만수가 대신 해결해줬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만수에 비해 연수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연수도 만수처럼 늘 혼자였고 그래서 늘 외로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따스한 친절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렇게 결국, 만수의 따뜻한 친절 속에 숨겨진 진심을 알게되며 그의 마음을 받아주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된 듯 싶었다. 

이제는 평생 외롭지않게 행복하리라고 생각하던 어느 날, 갑작스런 만수의 죽음. 연수는 만수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만수가 살아있는 것처럼, 잠시 자신에게 삐쳐서 사라진 듯, 그렇게 죽음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자를 통해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않는 만수와 만나게되며 연수는 비로서 그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수는, 만수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있었다.





3) 신자의 사정


뭘하면 돼? 뭘하면 되냐고.

- 신자 -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을 알아보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고 그 재주를 활용해서 교회의 새로운 신도들을 영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신신자. 성경도 한번 제대로 안읽어 보고 그저 잘난 목사얼굴 보는 재미로 교회에 다니는 신자는 남편이 죽고 자식들이 떠난 곳에서 홀로 적적하고 외롭게 살아가던 차에 간만에 재미내서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터미널을 영업구역으로 삼고있던 신자는 터미널에 갇힌 만수와 만나게된다. 만수가 영혼이라는 것을 몰랐던 신자는 쉽게 만수를 영업하지만 결국 그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며 피하게되고, 그렇게 간만에 재미내서 살아가고 있던 신자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왕지사 만수로 인해서 망가져버린 것, 이 한많은 영혼이나 도와주자며 만수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고, 만수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바로 얼마 전 자신이 만났던 연수라는 것을 알게되며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해주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그냥 울며 겨자먹기였던 신자는,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헤어져야만 하는 두 남녀가 안쓰러워, 젊은 나이에 그렇게 죽고 터미널에 갇혀 원혼이 되어가는 만수가 가여워, 만수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신자의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에 만수와 연수는 죽음으로 인해서 생겨난 마음 속의 상처들, 그리고 상대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서로에게 전달하며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3. 한국판 사랑과 영혼-.



만수는 죽기 직전,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동창회에서 남자동창생들에게 둘러쌓여 으쓱해져잇던 연수는 유부녀인 것을 들키기싫어 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만수는 죽었다. 그렇게 만수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못한 연수는 그 것이 가슴에 맺혀있었다. 만약, 내가 그때 전화를 받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은 자꾸만 쌓이고 쌓여, 내가 오빠를 죽였다, 라는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닿게된 듯 싶었다. 그렇게, 연수는 만수의 죽음을 자책하고 있었다.

죽기 직전, 연수에게 전화를 건 만수는 그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내가 지금 뭘 하는거지, 이러다가 연수가 전화를 못받으면 그 것으로 내내 아파할텐데, 라며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만수는 연수의 마음을 걱정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한다. 그리고 홀로남아 자책하며 살아갈 연수에 대한 걱정으로 만수는 죽어도 죽지못한 채, 스스로를 터미널에 가둬둔 채 원혼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연수의 자책감이 가득한 고백을 듣는순간에서야 만수는 자신이 터미널에 갇힌 이유를 깨닫게되며 연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내내 해주고 싶었던 말,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연수는 만수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을 겨우 내려놓을 수 잇었고, 만수는 신자를 통해 홀로남겨진 연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귀엽고 예뻤던 부부는,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다.





4. 아기자기함이 이쁜-.


솔직히 말하자면, 본방으로 보던 당시에 그리 재밌게 보진 않았다. 뻔한 전개에 대한 지루함으로 간간히 '귀엽네?' 정도로 넘겼던 것 같다. 그리고, 리뷰를 쓰기위해 다시 돌려보며 본방으로 보던 당시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따스함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아기자기함이 기분좋게 느껴지던 드라마로 다가왔다.

일단, 주인공 만수와 연수라는 캐릭터들 자체가 정말 현실에 저렇게 순수하고 귀엽고 마음이 이쁜 사람들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맑았고 그런 그들의 말과 행동들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귀엽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찾아 온 비극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무튼, 극의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와 그 분위기와 어울리는 그래픽과 소품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했던 배우들까지, 아기자기한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의 드라마였다.



그리고 위의 장면들은 <터미널> 본편에서는 삭제된 예고편의 장면들. 본편에서는 만수와 연수의 과거를 그들의 첫만남과 만수의 설레임 그리고 연수가 만수를 제대로 바라보게 된 사연만 나왔었다. 그 후에 사랑을하며 행복해하던 만수와 연수의 이야기는 시간상 삭제된 듯 싶은데, 예고편에 나온 부분을 보면, 이 두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내내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사랑을 가꿨던 것 같다.




5. 그리고-.



솔직히 내용은 여전히 좀 식상하고 그리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극이 끝나자마나 '한국판 사랑과 영혼' 이라며 궁시렁궁시렁 거렸었고, 이 드라마의 내용을 짧게 정리하라고 한다면 난 여전히 '한국판 사랑과 영혼'이라고 대답할 듯 싶으니까. 이러다가 또 한번 더 보고나서는 '내용도 재미있었잖아!'라고 외칠지도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갈대;)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한번 더 돌려보며 이 드라마가 꽤 괜찮았던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따뜻한 영상과 아기자기한 소품과 그래픽, 그리고 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배우들의 외모와 연기때문인 듯 싶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한마디로,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인가? (...)

후반에 <딸기 아이스크림>이 떠오르기도 했다. 죽음이 갈라놓은 연인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 전화와 그 전화를 않은 여자의 후회, 라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용이나 전개, 그리고 전달하는 메시지는 전혀 다른 드라마임. 그냥, 만수와 기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남아있는 연인에게 지워진 자책감을 덜어내주는구나, 싶었달까?

설정은 재미있었다. 생고구마라더나가 클리어라던가 결계라던가 원혼이라던가. 이 부분을 좀 더 보완해서 신자와 연수가 '원혼해결사'가 되어 결계에 갇혀 49일 전에 탈출해야하는 생고구마들을 찾아다니고, 클리어도 간간히 출연해서 신자네를 돕는다거나 방해한다거나 이런 식의 옴니버스식 드라마로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가능하진 않으리라.





덧1) 김성오씨. 살이 많이 빠진건가... 처음 예고편에서 못알아봤더랬다. 다른 분인 줄 알았었음.
덧2) 이윤지씨. 연기 진짜 잘하심. 너무 귀엽고. 우는 연기할 때는 나도 같이 눈물이 지어지고.
덧3) 이윤지씨랑 김성오씨, 나중에 아기자기하게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깨볶는 커플로 나오셨음 싶었다.
덧4) 리뷰를 쓰고나서 생각난 건데, 외로운 사람들이 만나 외롭지않게 살아가는 이야기구나;
덧5) 어찌되었든, 신자아줌마와 연수는 이제 더이상 외롭진 않겠지?
덧6) 엔딩이 혹시 그런식으로 되진않을까, 싶었지만... 와, 빵 터졌다. 2탄 나왔음 싶음(ㅋ)
덧7) ...그냥 그랬다며 2탄을 바라다니! ...근데, 난 이 드라마 엔딩이 가장 재미있었다.
덧8) 극 중에서 연수랑 만수 8살 차이라는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음.
덧9) 이원종씨는 예전에 '전설의 고향'에서도 저승사자였는데, 이번엔 클리어~!
덧10) 컴퓨터 그래픽이 극과 잘 어우러져서 극의 아기자기함이 더 살아난 듯도 싶었다.
덧11) <드라마 스페셜 시즌2>도 이제 8회차 정도 남았겠구나... 아쉽다. (총 24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