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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극장 : 안녕, 천사님) 자손이기는 조상없다-?

도희(dh) 2011. 9. 19. 13:42


~ 베스트극장 : 안녕, 천사님 ~
<< 자손이기는 조상없다-? >>




0. 작품정보

- 제목 : 안녕, 천사님
- 극본 : 김경희
- 연출 : 김지은
- 출연 : 김지영, 박준석, 박탐희, 윤주상, 고명환 外
- 방송 : 2006년 1월 24일





1. 애심씨의 사연-.



바람난 남편 덕에 6.25 전쟁 때 홀로 열살 아들을 데리고 피난가던 중 서른살의 젊은 나이에 죽으며 아들의 성장과 손자가 태어나는 것도 보지못한 애심씨의 유일한 낙은, 일년에 한 번씩 제삿밥 먹으러 와서 자손들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제사는 뭔가 애심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들이 첩까지 같이 제사를 모시겠노라 하면서 남편을 사이에두고 첩과 함께 제삿밥을 먹게된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남편 복없던 애심씨는 그저 자손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 뿐. 여자가 없는 집안이 못내 안타깝던 애심씨는 결혼적령기의 손자 규동에게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며 규동의 색시감이 어떤 아이인지 알아보기위해 몇일 후 월식 때까지 이승에 남기로하고, 그렇게 애심씨의 모험(;)은 시작되고야 말았다.





2. 애심씨의 선택-.

 


애심씨의 손자 규동의 애인 경주는 이혼녀에 아이까지 딸린 여자였다. 그리고 애심씨는 그런 경주가 못마땅해서 어떻게해서든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애쓰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주의 아들 한솔이 귀신인 애심씨를 보며 둘은 어색한 친분을 쌓게된다. 

그저 애딸린 이혼녀가 멀쩡한 총각을 꼬드긴다고 여겼던 애심씨는 한솔과의 대화를 통해서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을 하게되었다는 경주의 사정을 알게되며 어떤 의미의 동질감 그리고 측은지심을 느끼게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또한, 이승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애심씨를 볼 수 있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밥도 해먹일 수 있었고 그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한솔에게 약간의 정이 들었던 것도 같고.

그렇게 애심씨는 GP(Ghost Police)에게 경고를 받으면서도 규동의 곁을 맴돌게되었고 그렇게 규칙위반을 무릅쓰고 위험에 빠진 한솔을 구하고자 애썼고 엄청난 벌(100년간 이승출입금지;)을 받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채 경주를 구해줌으로서 그들 모자를 애심씨 자신의 자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로지 매년 자손의 성장을 보는 낙으로 살아가는 애심씨에게는 100년간 이승 출입금지는 정말 엄청난 결심이 아니었을런지;





애심씨가 그리 생각하고 경주와 한솔을 받아들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규동이 경주와 한솔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은 업보가 아닐까, 싶었다. 애심의 남편과 애심의 아들이자 규동의 아버지는 모두 바람을 핀 전력이 있었다. 

애심은 남편의 바람 덕에 늘 가슴앓이하다가 전쟁통에 요절했고, 규동의 아버지는 바람을 피운 덕에 결국 이혼까지 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사랑때문에 조강지처에게 상처를 준 애심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손이자 애심의 손자인 규동은 그런 상처를 안고있는 여인을 품어줌으로서 선대의 죄를 대신 갚는 듯 했달까?

경주의 입장에서는 어쩐지 '서프라이즈' 같은데 제보할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PD인 경주가 이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직접 새롭게 만들어 방송에 내보낼지도 모르겠고 말이지. 어찌되었든 애심씨는  100년간 이승 출입금지인지라 경주와 규동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한솔이가 커가는 모습을 평생 못본 채 그들이 죽은 후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래도 좋다, 라며 기뻐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 의미로 규동과 경주는 평생 서로를 위하며 살아야하고, 한솔도 착하고 반듯하게 자라야 할 듯. 그들을 가족으로 엮어주기위해 희생한 애심씨를 이해서라도 말이지;





3. 그리고-.

이혼의 상처가 깊은 애딸린 돌싱녀와 그녀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펼치는 열혈 순수 총각 사이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그 사랑의 결실.   어찌보면 꽤나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인데, 제삿날 등등에 조상님들이 찾아와 그 제삿밥을 먹는다면-, 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오래 전 죽은 할머니 뻘인 애심씨가 그들 사이를 훼방하다가 결국은 그들의 사랑과 측은지심에 못이겨 이루어지게 해준다는 이야기로 포장해서 나름의 유쾌함과 즐거움이 있었다. 결말 또한 뻔하지만 왠지 짠했고.

단막극 파일들 뒤적이다가 김지영씨 한복이 뭔가 색달라서 보게된 드라마였는데, 의외로 유쾌하고 즐거워서 내내 즐겁게 봤다. 다만, 서른살에 죽었으면 아직 한창일텐데 죽은지 너무 오래된 탓인지 남편때문에 살아서도 죽어서도 맘고생이 심해서인지  외모는 그대로이되 속은 늙었나보다, 싶은 모습을 보이는 애심씨이긴 했다. 그래도 애심씨의 속깊은 마음과 고운 외모에 낚인 젊은 남자귀신 몽단이 100년간 이승행 금지된 애심씨를 기다리겠노라 하는 걸 보니, 애심씨에게도 봄날이 오는가, 싶기도 하더라.




덧1) 귀신을 볼 수 있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에게 위협을 가하는 애심씨를 보니 김지영 구미호가 떠올랐음.
덧2) 김지영 구미호는 유일한 해피엔딩 구미호. 나름 재미있긴 했음.
덧3) 한솔이가 애심씨를 볼 수 있었던 것이 한 몫했던 듯. 어쩌면 하늘에서 그들을 이어주려고 했던 것일지도?
덧4) 물건을 만질 수 없었던 애심씨가 한솔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덧5) 한솔이랑 경주는 집에서 시할머니 초상화보고 놀라긴 많이 놀랐을 듯. 기억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덧6) 집집마다 각지각색의 복색들을 한 조상님들이 방문하는 건 꽤 웃겼다.
덧7) 일년에 한번인 줄 알았는데.. 엔딩컷을 보니 명절 때도 조상님들이 방문하시는 듯;;;

덧8) 애심씨와 규동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규동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경주의 사랑. 어쩐지 <가문의 영광>에서 그토록 단아를 반대하던 강석엄마가 단아가 강석대신 죽을 뻔하자 그제서야 '내 자식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라며 받아들여 준 것이 떠올랐다. 역시, 반대하는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는... (위험! 드라마니 살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