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아무말 대잔치

인사) 2010년을 마무리하며...

도희(dh) 2010. 12. 31. 08:10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덜덜덜.
얼른 꽃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요즘입니다.

매년 이 맘때가 되면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지며 1년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요.
거기에 찍혀있는 발자국들을 보며 내가 잘 걸어온 것인지, 한 참을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는, 후회를 시작해요.
그 쪽으로 가선 안되는 거였어. 여기선 조금 느긋했어야지. 거기선 좀 빨리 걸었어야 했고.

그렇다곤 해도, 그리 후회한다 해도, 
이미 걸어온 길은 두 번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내 발자국 수가 늘어남에 따라 알게되었고, 
그렇기에 내 남은 길을 똑바로 잘 걸어가야지,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곤 했더랍니다.
나름의 계획까지 세우며...

그러면서 또 묵직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서 자기합리화도 시도해요.
저 걸음 걸음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보았고 얻었는지를. 또 무언가를 잃음으로 무엇을 배웠는지.

그러나, 이런 후회와 자기합리화는 매 년 똑같이 반복 또 반복. 
저는 늘 부지런하지 못한 걸음으로 어긋난 길을 걸어다니고 있는 듯 싶습니다.


올 해는 그리 길지않은, 이제는 조금은 길어진 제 인생에서 가장 엉망진창이 아니었나, 싶어요.
내가 저질러놓은 일들, 내 걸음 끝에 다가온 현실이 두려워 내내 현실도피를 했거든요.
그리고 벼랑 끝에 몰려보니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 합니다. 완전하진 않지만요.

그 덕에 올 한해 여기 '즐거운 인생'은 전혀 즐겁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우수상을 주셔서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내년엔 열심히 살아가며 또 열심히 이 공간 속에서 즐거워하겠습니다. 꼭.


이상하게 마음이 가볍습니다.
떠나가는 2010년이 아쉽지않은 이유는 올 한해가 너무나 엉망이어서 그런 것도 같아요.
그래서 자꾸만 이제 얼마 남지않은 2011년을 매우 설레여하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의 현실은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는데 말이죠.

새하얀 도화지를 받은 기분이에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그려도 되는.

저는 꿈을 꾸는 사람을 좋아해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반짝거림을 좋아해요.
그리고 2011년의 저는 꿈을 꾸는 바보 사람이 될 거에요. 되고싶다라는 막연함이 아닌.
꿈을 찾고, 꿈을 꾸며, 바보처럼 살아가겠습니다. 즐겁게. 반짝거려 보겠습니다.

2011년은 저에겐 너무나 소중한 한 해가 될 거에요. 제가 공짜로 받은 일 년이라고 여기고 있거든요.
이 공짜로 받은 일 년. 유월의 멋진 가출을 꿈꾸며, 잘 살아 보겠습니다.


모두모두 남은 2010년 행복하고 즐겁게 마무리하시고, 상큼한 2011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올 한해,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년엔 몇 배로 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