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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44화 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비하인드 스토리) 장기판의 졸, 의지를 갖다

도희(dh) 2011. 12. 3. 05:20

드라마 스페셜 : 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비하인드 스토리
~ 장기판의 졸, 의지를 갖다 ~

▣ 작품정보

- 제목 : 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비하인드 스토리 (원제 "운동권 대 운동권")
- 극본 : 정현민
- 연출 : 지병현
- 출연 : 박원상, 김민서 外
- 방송 : 2011년 11월 6일



뭘 어떡해요? 살아도 같이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거지.
저 바봅니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압니다. 내 꿈 이루자고 남의 꿈 짓밟으면 안된다는 거.

- 조필상 -

서경시 체육회 경기지원부장 조필상은 (아마도) 언제나와 같이 시청에서 파견근무 나온 경영기획부장 전세영과 예산문제로 티격태격 거리던 어느 날, 국장 박달재가 비리로 검거되면서 서경시 체육회의 국장으로 승진했다. 뭐, 예상에도 없던 승진에 한껏 들뜬 조필상은, 이래저래 잘해야겠노라 생각하고 또 다짐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박달재의 검거도 조필상의 승진도 모두 위에서 준비하는 일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일의 총알받이가 되어야만 했던 조필상은 국장으로 승진한 기쁨과 국장으로서의 뭔가를 하기도 전에 그를 국장으로 추천해준 홍만희에게 휘둘리게되고 그렇게 위에서 내려오는 압력에서 어떻게든 아랫 사람들을 지키기위해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불만이 많은 체육회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최선을 다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만 점점 과해지는 요구사항과 그의 사정까지 헤아려 줄 여유가 없는 체육회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잃게 된 조필상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잃었던 꿈을 다른 방식으로 이룰 수 있게 해주겠노라는 그들의 제안에 솔깃해지지만 결국,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조필상이었다.


그 분들이나 국장님이나 저, 우리 모두 장기판의 졸같은 존재일 뿐이에요.
우리들이 아무리 아둥바둥해봤자 장기두는 사람들의 의지대로 움직일 뿐이라구요.

- 전세영 -

시청 파견근무 직원 서경시 체육회 경영기획부장 전세영은 가난한 어린 시절 매 달 쌀을 나눠주던 동사무소 공무원들을 보며 공무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공무원의 꿈을 이룬 전세영은 승진에 목숨거는 월급쟁이에 까칠한 현실주의자일 뿐이었다.

체육회 사람들 뒤치닥거리도 지쳐가던 어느 날, 박달재 국장이 비리로 검거되며 그녀는 어쩌면 승진할 수도 있을거란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조필상이 국장이 되었고 그렇게 잠시 쉬려던 그녀는 이 모든 일이 재선을 노리는 시장과 선배 홍만희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그 일에 필요한 체육회 구조조정을 위해 남기로 한다.

사실, 전세영은 체육회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금방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못이기는 척 종목 몇 개 없애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느 종목 하나도 버리지 못한 채 모두 품고가려는 조필상이 답답하고 또 안쓰러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매일 밤 야근을 하면서 모두와 함께 갈 길을 모색하는 조필상을 보좌하던 전세영은 그에게 현실을 인정하라 말하면서도 조금씩 조필상에게 물들어가는 듯 싶기도 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살던 집이 철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집을 철거하러 온 동사무소 공무원들 또한 쌀을 나눠주던 그 공무원들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전세영은 모두가 윗 사람들이 두는 장기판 위의 말이고 그들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세상에는 정의와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마음에 품고 살아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동사무소의 쌀을 나눠주던 공무원들(결국 집을 철거한 공무원들과 동일인이었으나)을 보며 저런 사람(어려운 사람을 돕는)이 되고싶다는 꿈을 키웠고, 정의로운 운동권 선배를 좋아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현재, 지키고 싶은 걸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조필상을 통해 잃었던 꿈을 기억하게되며 자신이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했던 홍만희가 더이상 정의롭지 못한 채 현실에 찌들어 괴물의 얼굴을 하고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전세영은, 모두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렇게, 윗 사람들의 의지로 움직이는 장기판의 말을 자처하던 전세영은, 그 장기말을 움직이는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였다.

* 그리고~!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은 시장의 보좌관이자 조필상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던 홍만희다. 홍만희에 대한 이야기도 할까하다가 귀찮아서 넘겼는데, 홍만희는 시장의 보좌관으로 한때 정의를 추구하던 운동권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홍만희 또한 전세영과 조필상처럼 순수했던 시절의 꿈을 잃고 현실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잃었으나 늘 마음에 품고있던 그 시절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으나 다른 사람의 소중한 꿈을 빼앗을 수 없기에 이번엔 스스로의 의지로 그 시절의 꿈을 내려놓고 모두와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하는 조필상. 그리고, 그런 조필상을 통해서 잃었던 꿈을 되찾아 그 꿈을 위해 한가지 선택을 하는 전세영은 여전히 현실에 대한 희망을 품은 꿈을 꾸며 나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홍만희는 그 시절의 꿈을 완전히 잃고 현실의 꿈을 이루기위해 달리다가 결국 무너져버렸다. 그런 그의 패배는 통쾌하다기 보다는 왠지 씁쓸했다. 게다가, 홍만희는 거기서 주저앉기 보다는 더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나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되돌아가기에 그는 너무 먼 길을 간 사람이었으니까.

재선을 노리는 시장이 무리해서 시 축구단을 창립하려는 계획을 새우며 애꿎은 체육회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조직사회를 다룬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어쩌면 이대로 현실의 씁쓸함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말은 모두가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해피엔딩. 비현실적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희망을 담은 이런 결말이어서 마냥 기뻤다. 요즘은 드라마에서라도 해피엔딩을 보고싶으니 말이다.


덧1) 원제는 '운동권 vs 운동권'인데, 아마 운동권 학생이었던 홍만희와 운동선수였던 조필상의 대립을 그린 내용이어서 그러하지 않은가 싶었다. 뭐,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위해 노력하는 조필상과 그런 조필상을 통해 변화하는 전세영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며 홍만희 캐릭터가 약간 주춤한 듯 싶긴했지만.

덧2) 청렴한 척 이미지 관리하며 홍만희를 내세워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서경시 시장;

덧3)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내용도 좋았고. 이래저래 생각하게 만들던 드라마. 특히,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고자 시위하면서도 실상은 만만한 조필상 외에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씁쓸하기도 했다.

덧4)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던,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