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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12회) 그댈 알아요

도희(dh) 2016. 2. 15. 15:16

 

 

 

 

난 알아요. 당신이 누군지.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2회 / 목예황 -

 

 

 


 

 

※ 시작 전에,

 

애초부터 이들의 이야기는 따로 해야겠어, 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시작을 하려는데, 막상 판을 깔아놓으니 아득하다. 게다가 정말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 함정-. 그럼 난 대체 뭐한건가, 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는 중. 그렇게, 시작은 가볍게.

 

 

연유는 모르겠는데 예황군주가 날 의심하기 시작했어.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2회 / 매장소 -

 

소철이란 이름으로 금릉에 왔고 기꺼이 폭풍의 눈으로 뛰어든 강좌맹의 종주 매장소에게서 적염군의 소년장수이자 정혼자 임수를 느낀 목예황. 그녀는 여자의 직감으로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확신할 수 있노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였고 그 결과, 매사 신중한 그의 단 한 번의 실수를 캐치해내며, 결국 그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 그녀 자신도 이게 말이 안된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정왕의 표현을 따르자면 아주 해괴망측하고 미친 생각인데, 양나라 공식 눈새 정왕은 어느 날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매장소가 임수라는 확신을 가졌었으나 남자의 직감은 여자의 그것보다 약했는지, 예황처럼 일단 부딪힌 후 매장소의 말빨을 받아치며 그 속에서 빈틈을 발견할 자신이 없었는지, 머리를 써보기로 한다. 그렇게, 나름 머리를 써서 확인을 하다가, 아, 이 확인이라는 것도 참으로 정왕스러워서 웃음도 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다. 아무튼, 그는 자신이 가진 확신을 확인하고자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더 머리 좋은 두 사람에게 막히며 좌절했다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 

 

극을 보며 정왕을 양나라 공식 눈새라고 홀로 궁시렁거리며 놀리기도 했지만, 솔직히 황궁 내의 브레인 정빈과 황궁 밖의 브레인 매장소가 제대로 철벽치는 상황에서 정왕이 예황군주나 정빈처럼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일단 눈물먼저 찍고 밀어붙이지 않는한, 어쩔 수 없지 아니한가, 싶기도 했다. 물론, 임수바라기 아들이 갑갑한안타까운 정빈이 매장소의 뜻을 존중해 진실을 밝히지는 못하고 나름 자체스포를 뿌리는데도 불구하고 못알아먹는 정왕은 좀 답답하지만ㅋㅋ. ...아, 근데 왜 갑자기 정왕 이야기를 하는거지?ㅋㅋㅋ

 

아무튼 난 이 여자의 직감이 정말, 웃겼다. 진심, 이 드라마의 유일한 구멍이 있다면 예황이 매장소의 정체를 알아보는 과정이 아닐런지. 여자의 직감으로 퉁치셨음. 아무래도 원작과 노선을 달리한 관계라 그런 것도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이었는지는 그래서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목예황은 처음부터 매장소에게 흥미가 있었고 관심이 있었으며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과정은 나름 잘 그려낸 편이라 좋았음. 언제부터 매장소=임수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장소와의 만남 이후 2년 전 남초와의 전쟁에서 안면도 없는 자신들을 구해준 강좌맹에 의문을 품었고, 그것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었나보더라. 결국, 하동을 통해 매장소를 떠보기도 했는데, 그 일에 관해 남여상열지사를 말한 하동에게 매장소는 백성의 도리로 받아치며 하동이 뻘쭘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더랬다. 

 

아무튼, 7회, 매장소에게 집을 소개해주겠노라며 그를 불렀던 그 날은, 예황이 매장소=임수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예황의 말과 행동과 눈빛이 그를 관찰하고 떠보려고 하는 듯 했으니까. 여기서 예황의 명대사 하나가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모습이 변했다고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과정은 안나왔으나 어쨌든 예황은 매장소의 뒷조사를 매우 티나게 하셨는지 그가 눈치채게 되었고 어쨌든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인 그녀를 더이상 속일 수 없음을 깨달은 매장소는, 그래도 마지막 발악은 해보게 된다. 여기서 나는 '어쨌든'이란 단어가 참 거슬리더라. 그러나, 임수로서의 감정을 지우고 매장소로서 이루고자 하는 대업을 위해 살아가는 그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단어 선택이었다, 라고 이해는 해보는 중이다. (...)

 

이름도 바꾸고 얼굴도 달라졌지만 그래도 제 눈은 못 속이지요.

 

위쟁을 이야기 했으나 결국 매장소를 향한 선전포고.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오는 예황에 매장소는 순간이나마 철렁- 하지 않았을런지.

 

그렇게 위쟁의 정체에 관해 시작된 이야기는 적염군을 믿느냐 마느냐로 이어진 끝에 정왕만이 희망이다, 라는 결론으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될 뻔 하지만,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은 너무 위험하다는 쪽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전환되며 다시 위쟁의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 순간 예황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매장소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천둥이 쳤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는 유연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대답한다.

 

 

내가 소철이란 이름으로 금릉에 왔을 때 많이들 그렇게 물었죠. 내가 누구냐고요.

직접 묻는 이도 있었고 몰래 뒤를 캐는 자도 있었죠. 그리고 그들은 각자 결론을 지었죠.

 

그녀는 다시 물었다.

 

매장소가 누구인지 그건 아무도 묻지 않았겠죠.

 
그 순간, 또다시 천둥이 쳤다. 

 

6회의 정왕과 매장소의 독대, 그러니까 서로의 규칙을 전달한 끝에 계약을 성사시켜 대업의 시작을 알리던 장면들 곳곳에 숨어있던 타이밍 좋은 천둥소리. 극의 전환점- 이랄까, 그런 무언를 암시하는 동시에 극 중 인물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 하달까. 예황의 질문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매장소의 심정, 진실까지 딱 한 걸음 남은 예황의 절박한 마음. 그리고, 나는 이 천둥 포인트가 좋더라. 앞으로 또 이런 포인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복습하며 극 중 날씨가 흐리다 싶으면 귀를 쫑긋 세워야 할 것 같다. 

 

 

위쟁의 정체를 아나요? ▶ 당신은 누구죠? ▶ 매장소는 누구죠? 로 이어지던 질문 릴레이는 이제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예황이 이미 질문 순서를 정해놓고 온건가 싶어진다. 아무튼, 예황은 다시 물었다.

 

임수란 사람을 알아요?

 

상대를 완벽히 속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거짓말을 줄이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진실들 사이사이 상대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거짓을 끼워넣어야 하는 것이겠지. 강좌매랑 매장소. 그 존재 자체가 거짓말.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예황을 속이기는 쉽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는 진실을 답했다. 

 

압니다.

 

 

예황은 계속해서 질문을 했고, 매장소는 진실을 답했다. 매장소는 진실을 말했다. 적염군 병사라 자신을 지칭한 매장소는 임수를 '임수'라 칭했다. 장군이라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진실까지 딱 한 걸음. 자신이 가진 확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딱 하나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 예황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매장소는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하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나는 매장소와 자신이 가진 확신이 진실임을 확인한 예황. 결국, 참지 못한 예황은 그의 몸에서 임수의 흔적을 찾았으나 허물을 벗어낸 듯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매장소에게는 임수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 점이 있었어요. 난 분명히 기억해요.

 

그의 옷을 걷어 팔과 목 주위를 살피는 예황은 증거를 찾을 수 없음에도 자신의 확신이 틀리지 않음을 말했고, 매장소는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예황이 옷을 걷는 순간부터 표정이 무너지던 매장소는, 그렇게 애써 눌러온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매장소의 팔과 목 주위에 있는 신체적 특징은 공식적이었나보더라. 매장소=임수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그 절차를 거쳐감.(...)

 

 

난 알아요. 당신이 누군지. 임수 오라버니 맞잖아요.

말이 안되는 거 알지만 여자의 직감이에요.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전 확신할 수 있어요.

 

아...네. 이런 감동의 순간에 이런 대답을 하며 안되겠구나.(ㅋ) 아무튼, 확실이 이놈의 여자의 직감이란 것은 상당히 거슬리지만, 예황이 매장소를 몰아붙히고 결국은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장면은 상당히 좋아한다. 게다가 그렇게 감동의 재회를 하는 순간 홍안구红颜旧가 흘러나오는데... 어우야ㅠ

 

열일곱부터 전장을 헤메게 되었고 그렇게 지난 10여년간 여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살았기에 이제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노라 말했던 예황은, 12년만에 그립고도 그리운 정혼자 임수거거를 만났고,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품에 안겨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아이처럼 펑펑 우는 예황은 12년 전의 소녀로 돌아간 듯 했다. 그리고, 매장소는 언제나처럼 감정을 절제하고 냉정을 찾으려고 하지만 흘러나오는 감정을 어쩌지 못했다.

 

이 장면에서 꽤나 울었더랬다. 이 두사람이 보여준 감동의 재회. 아이처럼 펑펑 우는 예황과 감정을 억누르지만 흘러나오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는 매장소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그들의 마음이 확 와닿아서 마음이 아팠다. 아마, 예황은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매장소는 울음을 겨우 삼키고 감정을 삭히려는 대조적인 모습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파던 것 같다. 이들의 보고 있노라니, 예황이 매장소를 알아보는 과정의 개연성이 부족하면 뭐 어떠랴, 여자의 직감으로 퉁치면 또 어떠랴, 이들의 감정이 내게 와 닿았는데... 싶어졌다. 7회에서도 느꼈으나 예황이 매장소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은 진심, 배우 연기가 개연성이다.

 

 

널 지켜주고 싶었는데.. 

널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매장소는 이미 흘러간 과거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지켜줬잖아요. (중략)

내가 어려움을 당할 때는 오라버니가 내 기둥이었어요. 

오라버니가 늘 곁에 있는 것 같았어요.

 

목예황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를 이야기한다.

 

 

기다리겠어요.

임수 오라버니로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겠어요.

 

그가 살아 금릉으로 돌아온 이유, 그의 계획을 알게된 예황은 기꺼이 그의 조력자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난 후를 기약하지만, 아무런 약속을 줄 수 없는 매장소는 대답 대신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그러나, 그가 그어놓은 선에 멈칫했으나 멈출 수 없었던 그녀는, 그를 부른다. 그는 돌아봤다.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는 마음. 매장소는 과거 가장 반짝이고 순수했던 시절을 공유한 누이 목예황을 받아들였고, 그녀는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임수로 돌아올 그날을 위해 조력자로서 그의 곁을 지키기로 한다.

 

매장소는 예황에게 선을 긋지만 철벽은 치지 않았다. 종주바라기 궁우의 경우는 소택에 발도 못들여놓게 하는 것에 반해, 예황에게는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하니까. 게다가, 본인이 예황 보고 싶으니까 비류 핑계로 운남왕부 방문도 하고ㅋㅋ. 이건 14회의 일. 아무튼, 매장소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예황군주와 매장소가 썸타는 것으로 보일 듯 싶다. 그러니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교류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달까.

 

 

난 알아요. 당신이 누군지. 임수 오라버니 맞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예황. 

 

예황, 하고 불렀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확신을 인정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그렇게,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던 순간, 뭔가 마음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감정이 뭔가 더 고조되는 듯도 했고.

 

그래서, 원래 이 장면을 좋아하기는 했는데, 뒤늦게 뭔가를 발견하며 완전히 반해버린 장면이기도 하다. 핑계를 대자면 처음 볼 때는 스토리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막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고,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복습을 하며 캡쳐하려고 무자막으로 영상을 감상하는데, 이 장면에서 안보였던 것이 보였다. 

 

...예황, 이라는 그 한마디를 내뱉기 전에 보인 그의 입모양. 목에 꽉 막힌 듯, 입안을 맴도는 그 이름, 그는 몇번이나 입술로 모양을 만들었고, 그렇게 억눌린 듯, 겨우, 입안을 맴돌던 그 한마디를, 그 그립고도 아린 이름을, 12년 만에, 그녀를 향해, 참았던 숨을 겨우 쉬어내듯, 뱉어내게 된 것이었다. ....예황.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이었을까. ...예황. 얼마나, 그녀를 향해 불러주고 싶었을까. 이 장면, 매장소의 표정과 입모양, 그리고 ...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까지. ...예황, 그 한마디에 참 많은 것이 보였고 느껴졌다. 보이지 않았을 때도 그 한마디에 마음이 차올랐는데 보이고 나니 정신을 못차리겠더라. 

 

이게 작가의 의도인지, 감독의 디렉팅인지, 배우의 해석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순간 예황처럼 모든 감정을 쏟아내며 엉엉 울어내지 못하는 매장소의 마음이, 그녀와 다를바가 없음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약속된 시간까지 원하는 것을 이룩하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그는 마음 속에 쌓여있는 감정들 조차 함부로 털어내고 허투로 쏟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어깨 위에, 마음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게 그가 버텨내는 이유이자 힘, 일테니까.

 

아무튼, 이 한 장면 덕분에 잠시 정왕덴샤의 멍뭉미에 빠져 외도하던 내 마음은 다시 종주님에게로 향해버렸다. 자꾸 이런게 보이면 나도 강좌맹 사람들처럼 종주바라기 될 것 같음.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흠. 이러다 정왕덴샤가 뭐 하나 보여주면 거기에 또 달려갈테고, 예왕덴샤가 또 뭐 하나 보여주면 또 달려갈테지. 일단, 이 셋을 참 좋아해서 말입지요.ㅋㅋ.

 

 

아, 판을 깔아놓으니 아득하다고 칭얼거려놓고, 참으로 말이 많았구나, 싶어진다. 

 

 

 
 

 

 

 

 

목예황    집으로 보러 가도 될까요?

 

 

매장소    보고 싶으면 언제든 와도 좋아.

 

 

목예황    (끄덕끄덕)

 

 

-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2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