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시그널 4회) 난 기억할겁니다

도희(dh) 2016. 2. 1. 09:20

 

사랑하는 가족들 품이 아니라 차가운 땅에서 공포에 떨다 죽은 사람들이에요.

누군가는 적어도 잊지 말아야죠.

 

- 시그널 4회 / 박해영 -

 

 


 

 

 

천구 형님께서 입이 닳도록 얘기했었어.

아들을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하겠다고.

 

- 시그널 4회 / 동료 버스기사 -

 

1989년 11월 5일 밤 9시. 현풍역 기찻길. 여덟 번째 범죄를 저지르던 이진영은 마침 순찰 중이던 순경 이재한에게 범행 현장을 들켰고, 도망쳤다. 그리고, 마침 지나가던 95번 버스에 뛰어들었다. 그 버스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다. 운전기사이자 아버지 이천구. 버스안내양 황민주. 그리고 승객인 김원경. 범죄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그는 애초에 범죄대상이었던 그녀들을 예정보다 빨리 죽이기로 한다. 사건 당일, 가장 먼저 퇴근을 하던 황민주를 죽였다. 최초 목격자인 그의 아버지 이천구는 사건 현장에서 달아나는 아들을 목격했고, 불쌍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위증을 한다. 그로부터 이틀 후, 이진영은 김원경을 죽였다. 김원경을 찾던 이재한은 이천구의 거짓말로 인해 그녀를 지키지 못했고, 이천구의 거짓에 의심을 품은 정경순은 이진영의 범죄를 목격하고 증거까지 확보했으나 침묵의 댓가로 이천구를 협박한다. 그리고, 2015년. 김윤정 사건의 여파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사라졌고, 이천구는 정경순을 죽이게 된다.

 

김원경 사건 이후 이진영이 살인을 멈췄던 이유는, 자의가 아닌 타의.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멈춰야만 했던 것이다. 그 사고는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지 못했고 결국 잃어야만 했던 이재한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진영의 아버지 이천구는 적어도 피해자 가족들은 알아야하니 자수를 시키라는 이재한의 말을 외면한 채, 엄마 없이 자란 불쌍한 아들, 앞으로 더 불쌍하게 살 아들을 더 불쌍하게 만들 수 없기에, 그날의 일을 덮는 것으로 아들의 죄까지 덮고자 했다. 어쩌면 이천구는 불구가 된 아들을 보며 아파하는 동시에 위안을 삼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로서 충분히 괴로워하며 댓가를 치렀다,라고.

 

그에게 1989년에 아들이 벌인 그 일들은 지긋지긋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그는 분노한다. 그 지긋지긋한 사건을 다시 시작하지만 않았으면 모두 다 잊고 살 수 있었는데 왜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냐,라고. 그렇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분노를 내비치는 그의 비뚤어진 부성애가 불러온 뻔뻔함을 보며 생각했다. 적어도, 당신 아들은 살아있지 않냐고. 나는 평생 침대에 누워서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불구가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살아갈 당신 아들보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피해자들이, 이유조차 모른 채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연인을, 잃은 채 살아왔을 남은 사람들이 더 불쌍하다고. 

 

자신의 아들을 불구로 만든 이재한에게 분노하는 이천구에게 박해영이 말한다.

 

그 미친놈, 이재한 형사가 막은 거예요. 

더 이상의 살인을.

 

다 잊고 살 수 있는 지긋지긋한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다며 분노하는 이천구에게 박해영은 말했다. 

 

만약, 그때 당신 아들이 이재한 형사한테 죽었다면 당신은 잊을 수 있겠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고 떠들고 먹고 자면서 행복하게 살았겠냐고요. 사랑하는 가족들 품이 아니라 차가운 땅에서 공포에 떨다 죽은 사람들이에요. 누군가는 적어도 잊지 말아야죠. 정경순도 똑같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사람들을 협박했지만 죽을죄를 짓진 않았어요. 그 죽음도 난 기억할 겁니다. 

 

 

그때는 안돼요. 형사님이 발견했어도 그때의 과학 감식기술로는 범인을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형사님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어요. 형사님이 증거를 남겨줬습니다.

지금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증거가 없었다면 또다시 범인을 놓쳤을 겁니다.

형사님이 범인을 잡은 거예요. 늦었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그널 4회 / 박해영 -

 

심증은 있으나 증거도, 증인도 없는 경기남부 사건. 이천구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수를 했다. 그렇게 사건은 종결되는 듯했다. 이재한과의 무전을 통해 그의 슬픔과 분노를 접한 박해영은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경순의 이야기를 꺼냈고, 이재한은 결국 듣지 못했다. 그리고, 박해영은 정경순에 관해 놓치고 있던 부분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천구가 그녀를 죽여야만 했던 이유. 그 생각의 끝에서 정경순에게 범인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그 '증거'를 찾게 되었다. 그렇게, 26년 만에 범인이 잡혔다.

 

그 증거는 전기충격기. 이재한이 김원경에게 주었던 첫 번째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진영에게 습격을 받은 김원경은 전기충격기를 썼으나 결국 죽고 말았다. 정경순이 소중하게 보관한 '증거'인 전기충격기에는 피해자 김원경의 지문과 가해자 이진영의 DNA가 있었고, 2015년의 과학기술은 결국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 김윤정 사건에 이어 현대 과학기술이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김원경의 집을 찾은 박해영은 김원경과 이재한의 관계, 그리고 전기충격기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서야 그는 깨달았을 것이다. 그날, 이제한의 절규와 분노. 그 슬픔의 이유를. 형태가 다를지 몰라도 그것은 박해영 또한 경험을 했었기에. 손만 뻗으면 지킬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잃어야만 하는 그 슬픔을. 그는 알았을 것이다. 

 

무전이 닿았고, 이재한의 간절한 염원.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26년 만에 범인을 잡았다면 증거가 있다는 것. 이재한은 그 증거가 무엇이나 물었으나, 박해영은 지금은 가능하지만 그때는 불가능한 현실을 말했다. 그리고, 증거가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은 채,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당신이 증거를 남겨줬기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으니, 당신이 범인을 잡을 것이라고. 늦었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었노라고.

 

그것은 이재한을 향한 위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재한은 이 사건이 미결로 끝난 후, 그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잡지는 못했지만은 누군가는 잡아줄 거라고. 자기 대신 누군가가 꼭 잡을 거라고.

 

 

원경이가 이순경 님 많이 좋아했었어요. 

무뚝뚝하고 말주변 없어도 누구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옳은 일하는 사람이라고. 

그게 제일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 시그널 4회 / 김원경 母 -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수줍은 마음에 딱 한걸음 더 다가가지 못해, 결국은 닿지 못한 마음. 그 순간 지켜주고 싶었으나 지켜주지 못했고 결국 잃어야만 했던 사랑. 이재한은 그녀의 빈소를 찾았지만 차마 들어가지도 못한 채 멀리서 인사를 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범인을 알면서도 증거와 증인, 무엇하나 없기에 잡을 수 없는 현실. 경찰의 한계와 마주한 이재한은 그 현실을 감당하기 버거워 경찰을 관두고자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원경의 엄마가 그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에게 닿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했다. 자신의 딸이 당신을 많이 좋아했노라고. 무뚝뚝하고 말주변 없어도 누구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그게 제일 좋다고 말했노라고. 

 

결국, 이재한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경찰로서 살아간 것은, 이제는 떠나버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로 인해 흘린 눈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그는 누구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옳은 일을 하는 경찰로서 살아간 것이 아닐까. 싶었다. 

 

&..

 

1> 무전의 규칙은 모르겠다. 일단, 박해영에게는 밤 11시 23분이 되면 연결이 된다는 규칙이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재한에게는 특별히 규칙이 없는 듯. 낮에도 연결되고, 밤에도 연결이 되는 것을 보면. 게다가, 박해영의 시간과 이재한의 시간의 흐름도 다른 듯했다. 4회에서 묘하게 어긋나는 시간들을 통해 의아했는데 예고를 보니 확실히 그러한 듯 보이더랄까. 아마도, 이 무전은 두 사람의 절박함과 염원이 맞닿은 결과인 듯한데... 그래서, 어쩌면 이들의 시간 중 가장 절실한 순간,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미제사건 중심으로. 잊히지 않도록, 잊지 않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2> 두 사람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지켜줄 수 있었을지도 모를, 그러나 잃어야만 했던,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 상처로 남은 소중한 존재, 그 존재를 잃게 만든 범인을 잡는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무전'. 과거의 이재한이 준 단서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증거를 찾아낸 현재의 박해영이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해결하게 된다. 그렇게, 박해영은 김윤정 사건의 범인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다른 죄로 엮어서 잡았고 그 파장으로 인해 법이 개정되며 희망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재한은 김원경을 해친 범인이 더 이상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았을 뿐 잡지는 못했으나 26년이 흐른 후 그 범인이 잡혔음을 전해 듣게 됨으로써 먼 훗날을 기약하게 된다.

 

3> 과거의 이재한이 이미선을 구하며 현재가 변했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이 인생을 찾았고, 두 사람이 인생을 잃었다. 그리고 한 사람. 정경순. 이 존재로 인해 등가교환이 아니었던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정경순의 죽음은 이 과거가 틀어지며 현재가 달라진, 이 부분과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정경순은 우연히 이진영의 범죄현장을 목격했고 김원경이 떨어트린 증거를 수집했고 이천구를 협박했다, 라는 이 부분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그녀의 죽음과 과거의 변화는 상관이 없었던 부분은 아닐까-라고. 일단, 과거가 변하고 현재가 달라지기 전 언뜻 비쳤던 정경순과 이천구의 모습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4> 이진영이 김원경 사건 이후 살인을 멈춘 것은 똑같다. 그리고, 그 멈춘 이유도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원인도 같을까. 과정에 차이는 있었겠으나 결국 이재한은 버스기사와 그 아들을 의심하게 되었던 것일까. 혹은, 정말 사고로 그렇게 되었던 것일까. 어쨌든, 정경순과 이진영에 관한 부분은 원인에는 차이가 있으나 결과는 같다, 라는 흐름인 듯 보였다. 이쯤 되니 달라지기 전에는 어땠나, 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또한, 이 즈음에 이미 무전은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변화가 '첫 번째'일까, 라는 의문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중. 아, 깊이 생각하기 싫어...

 

5> 참 안타깝고 잔인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김원경의 죽음도 포함되었다는 것. 그래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 무전으로 인해 이재한은 참으로 잔인하고 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켜주고 싶었는데, 지켜줄 수 있었는데, 간발의 차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지 못했고, 결국 최초 목격자가 되어버렸으니까. 게다가, 뒤늦게 알게 된 그녀의 마음. 딱 한 걸음만 더 내디뎠다면 닿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그런 안타까움. 설상가상 범인을 아는데 증거랑 증인이 없어서 잡지도 못해...(ㅠ) 그래도 먼 미래에 내가 남긴 증거를 통해 잡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막연히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혹은 자신이 범인을 잡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고 여겼을지도 모를 텐데.... 현재 시점에서 그는 실종. 그런데 죽었을 가능성이 큼ㅠㅠ. 

 

6>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 나와서 좋았던 것. 이진영이 범죄를 저지른 이유. 박해영이 말한 프로파일링과 동료 버스기사 그리고 이천구의 이야기에서 대강의 틀은 나온 상태이기도 했으니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다, 싶었달까. 게다가 1989년. 건물에서 떨어지기 직전, 그 미소는 진심 소름 돋았고 병원에서의 절규는 역겨웠다. 2015년.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함이든 뭐든 살인 욕구를 버리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그 후 억울하다는 듯 변명하는 그의 모습.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는 그 모습을 보니 전혀 알아야 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7. 가해자 아버지의 뻔뻔함은 정말,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든 가상에서든 여러모로 익숙하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죽은 피해자들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을테고, 역시나 영문도 모른채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을 텐데, 충분히 고통스러워하며 댓가를 치뤘다느니, 지긋지긋하다느니, 잊고 살 수 있었다느니... 피해자들은 아직 죄에 대해 묻지도 않았는데 가해자는 이미 댓가를 치렀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아무튼, 아들이 불쌍하고 소중한 아버지는 아들과 나란히 교도소에 들어가서 아들 뒷바라지하며 살려나.... 아, 하반신 불구인 몸이면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는 건가? 뭔가 병원 같은 데서 지내는 건가?... 아, 그런 거면 정말 싫다. 

 

 

원경이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이순경 님이 안 좋아하면 어쩌나...

 

- 시그널 4회 / 김원경 母 -

 

8> 이재한이 김원경을 좋아하는 것처럼, 김원경이 이재한을 좋아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는 있었다. 그날, 김원경이 이재한에게 무언가를 주려다 머뭇거린 것도 결국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무언가, 라는 것 정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김원경이 이재한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무언가는, 훗날 이재한이 김원경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무언가 이기도 했다. 데이트-. 범인을 잡고 진급하고 당당하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었던 이재한. 이재한과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하고 싶었던 김원경. 그녀의 마음은 그녀의 엄마로 인해 그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이재한은 홀로 극장을 찾게 된다. 곁에는 그녀의 빈자리를 남겨둔 채. 그렇게 그녀의 수줍은 마음에 그리운 마음으로 답했다. 이제는 대답해줄 수 없는 그녀에게. 함께할 수도 있었으나, 결국 함께하지 못한,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이 순간... 이 장면, 상당히 슬펐다.(ㅠ)

 

 

똑바로 봐요. 당신한테만 소중한 가족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 사람들한테도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고요.

 

- 시그널 4회 / 박해영 -

 

9>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전기충격기를 선물한 이재한. 그 선물에 애처럼 좋아했다는 김원경. 사건은 벌어졌고, 이재한은 늦었다. 그리고 김원경은 전기충격기로 범인에게 반항을 했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26년 동안 훼손되지 않은 채 보관되었고, 범인은 잡혔다. 26년이란 시간 동안 상처를 끌어안고 살았을 유가족들의 절규와 눈물. 아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눈물.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한 남자의 눈물. 모이고 모여 바다를 이뤘을 눈물들. OST랑 어우러지며 마음이 먹먹해지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처음 아닙니다. 사람 죽은 거 본거.

 

- 시그널 4회 / 박해영 -

 

10> 박해영의 또 다른 상처. 형의 이야기에 대한 떡밥도 조금씩 뿌려지고 있다. 3회까지는 죄수가 된 형의 억울해 보이는 모습과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만 보여줬는데, 4회에서는 어떤 범죄에 연루가 되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려졌다. 또한, 박해영이 했던 말. 사람 죽은 거 본거 처음이 아니라는 그 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되었고. 결국, 이 사건도 박해영의 염원으로 인해 이재한과의 무전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그런 사건이 될 것 같다. 당연히. 그리고, 형이 연루된 그 범죄,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 것 같고, 이걸 파헤치는 과정에서 추악한 무언가를 보게 되는 그런 전개이려나...;

 

 

그러니까 뭐든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 시그널 4회 / 이재한 -

 

11> 

박해영에게 조언을 하는 차수현. 그 조언은 과거 이재한이 그녀에게 준 위로이자 조언이었다. 차수현에게 있어 이재한의 존재가 엄청나구나. 차수현은 이재한이라는 존재를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구나. 어쩌면 그의 그림자 속에 갇혀 살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가 박해영에게서 이재한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이재한과 박해영이 무전을 하며 결국 박해영은 이재한이 잘하는 말, 이랄까... 그런 무언가를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니까. 혹은, 과거의 이재한이 박해영의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고 그 말을 들은 차수현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현재의 박해영이 같은 말을 한다는 뭐 그런 상황.... 또한,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차수현은 과연 어떤 포지션일지도 궁금하다. 무전의 비밀을 알게 되며 과거로 인해 현재가 변화하는 것을 같이 경험할 것인지. 무전의 비밀은 알지만 과거로 인해 현재가 변화하는 것은 모르는 것인지. 끝까지 무전의 비밀을 모를 것인지. 

 

그리고, 차수현에게 하는 이재한의 위로 중 이 대사 좋았음.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 같을 거다. 거기서 우리가 덜어줄 수 있는 양은 이, 이거 그거  - 1.25리터 음료 두 개 - 합친 거 이 정도밖에 안돼. 그러니까 그런 생각으로 그런 죽을 각오로 범인을 찾아내 수갑 채우는 거, 그게 우리 일인 거야.

 

수갑 하나당 짊어진 눈물이 2.5리터의 의미가 이거였구나ㅠ.

 

사진으로만 봤겠지. 그냥 사진 몇 장만으로.

희생자 이름, 직업, 발견 시각, 발견 장소. 그게 당신이 아는 전부겠지만 난 아니야.

며칠 전만 해도 살아있는 사람이었는데, 날 위로해주고, 웃어주고, 착하고,

그냥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는데!

 

- 시그널 4회 / 이재한 -

 

12> 이재한의 시점에서 나온 대사와 박해영이 떠올린 이재한의 대사. 이렇게 두 번 나오는데 미묘하게 달랐음. 그런데, 이 대사 자체는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 이재한이 형사로서 사건을 대하는 자세, 는 결국 이 사건, 이 사건을 통해 알게 된 감정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 그리고, 박해영 또한 이재한을 통해 형사로서 조금은 성장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13> 박해영은 이재한에게 이래저래 영향을 많이 받을 듯했다. 그의 곁에 있는 차수현의 형사 지침서가 이재한이기에 이미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무전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테니까. 차수현과 이재한의 관계, 차수현에게 이재한의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어떨까.... 등등, 을 생각은 해보지만 이런 부분을 깊이 있게 다뤄주리란 기대는 안 하는 중이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달까.

 

 


 

 

 

 

나도 그래. 나도 그렇고 저 안에 짐승 같은 형사 놈들도 그렇고 자주 울어. 

사람 죽는 걸 봤는데 멀쩡한 놈이 어디 있겠냐. 그러니까 잡아야지.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어떻겠냐?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 같을 거다.

거기서 우리가 덜어줄 수 있는 양은 이, 이거 그거 합친 거 이 정도밖에 안돼. 

그러니까 그런 생각으로 그런 죽을 각오로 범인을 찾아내 수갑 채우는 거, 그게 우리 일인 거야.

그 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까 뭐든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 시그널 4회 / 이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