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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생소묵 : 마이 선샤인 31,32회) 사랑을 시간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도희(dh) 2015. 12. 23. 07:30

 

사랑을 시간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낭비해야 할까?

 

- 마이 선샤인 31회 / 허이천 - 

 

 


 

 

 

허이천    왜 머리도 안말리고 책을 보고 있어?

자오모성    네가 곧 올 줄 알았거든.

허이천    몇 살인데 아이처럼 굴어?

자오모성    너 때문에 머리를 기르는 거잖아.

그리고 법률적으로 따져봤을 때,

이 머리카락은 결혼 후에 자란 거니까,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야.

그러니까 너도 관리할 의무가 있어.

허이천    그런 궤변은 어디서 배웠어?

자오모성    변호사님이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 줬잖아.

허이천    뭐? 너 같은 학생이라면 거부할 거야.

 

- 마이 선샤인 31회 -

 

 

#. 이천과 모성의 왁자지껄 즐겁고도 행복한 결혼식,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고자 여기저기서 마눌님을 팔아먹고 다니는 이천 덕분에 모성은 법조계에서 알아주는 악처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뭐, 이천이 모성을 팔아먹는 이유를 살펴보면 설사 들키더라도 이천은 잘 넘길 것 같았다. 다른 여자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서, 술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등등 결과적으로는 모성을 위한 일일테니까.

 

#. 결혼식을 하고 2년. 모성과 이천은 여전히 알콩달콩 신혼을 즐기고 있었다. 머리를 감은 후 말리지 않은 채 이천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모성. 그런 모성의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이천의 모습은 꽤나 익숙해 보였는데, 모성을 악처로 만들며 생긴 이천의 이미지가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에게 잡혀사는 남편의 이미지.

 

 

 

자오모성

네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너는 뭘 했을까?

나를 더 일찍 찾았을까?

(중략)

나는 다시 열네 살 소녀가 된다면 너랑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다음...

더 일찍 너한테 접근했을 거야. 

 

허이천

부인, 유감스러울지 몰라도 나는 조기 연애는 안했을 거야. 

 

자오모성

대학 때도 처음에는 연애를 안 한다고 했지만 결국 나한테 넘어왔잖아. 

나한테 졌으면서 그런 말 할 용기는 있나 봐?

 

- 마이 선샤인 31회 -

 

#. 모성이 머리카락을 말리는 것도 미루고, 이천이 왔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집중을 하며 읽는 책은, 싱홍이 빌려준 소설책이라고 했다. 서른살의 여자가 남자에게 차인 후 교통사로고 죽게되는데 깨어보니 열네살 소녀로 환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이라고 했다. 순간, 보보경심이 떠올랐음. 아무튼, 이 이야기의 기본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모성은, 그 상황을 자신에게 대입하게 되며 '만약...'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 2년 전, 이천의 고향집에 처음 찾은 모성은 이천의 추억이 담긴 상자를 들여다보며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음을 아쉬워했었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만약..을 그려보는 모성을 보고 있노라니 그녀는, 이천과 함께하는 행복한 하루 하루의 시간 속에서, 이천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마음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듯 했다. 행복한 오늘을 보내며 더 많은 내일의 행복에 대한 설레임이 아닌, 놓쳐버린 어제의 행복에 대해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 라고 해야할까. 아마, 너무 행복해서 놓쳐버린 행복이 서러운 걸지도.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열아홉 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 마이 선샤인 31회 / 자오모성 -

 

#. 그렇게 성인 이천과 모성으로 펼쳐지는 과거의 이야기가 포인트만 짚어가며 그려지는데, 성인 배우들로 재연을 한 것은 일종의 팬서비스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검색해보니 성인 배우들이 학생시절까지 연기한 걸 넣어서 재편집한 4부작짜리 정화판도 있다고 하더라. 아무튼, 모성과 이천의 첫 만남, 이천에게 사진을 건네며 시작된 인연, 그렇게 이천을 쫒아 다니니는 모성과 도망가는 이천. 결국 모성을 받아들이며 연인이 된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그려졌다. 성인 배우들이 연기하는 학생시절은 뭐랄까, 더 달콤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감정표현이 서툰 무뚝뚝한 이천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어쩐지 다정하게 느껴지는 이천이라 그런 것 같다. 모성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 아역이 연기한 학창시절의 이천이 모성이라는 햇빛에 서서히 스며들듯 사랑에 빠진 것이라면, 성인이 연기한 학창시절의 이천은 모성에게 폴인럽-♡ 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마도, 성인버전의 학창시절은 포인트만 짚어가며 짧고 굵게 가면서, 현재의 두 사람이 '만약'이란 이름으로 하는 상상의 시작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보면 성인이 연기한 학창시절은 같지만 다른 시절, 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성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찬란했던 시간, 이천에게는 좀 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을 덧붙인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건 이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각자의 매력이 있는 듯 하다. 결론은, 둘 다 이쁨. 

 

 

 

그때쯤이면 아마 같이 살았을 테니까.

 

- 마이 선샤인 32회 / 허이천 -

 

#. 함께 만들었던 추억에 대한 상상이 끝난 후, 잃어버린 시간, 존재하지 않는 그 시절에 대해 '만약'이란 이름으로 상상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모성이 사라진 후, 내내 모성을 그리워했던 이천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이천은, 졸업 후에도 종종 학교에 찾아 만약 모성이 있었다면 어떤 수업을 들었을지 시간표를 찾아봤다고 하니까.

 

#. 이천은 졸업을 했고, 모성은 이천의 회사를 찾아가 함께 밥을 먹으며 데이트를 했을 것이라 했다. 모성은 이천의 회사와 모성의 집의 거리가 먼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이천은 그때쯤이면 아마 같이 살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도 했을 것이라고. 그렇게, 누가 먼저 동거를 제안할 것인가에 대해서, 누가 먼저 청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투닥거리며 잃어버린 시간 속에 만들고 싶었던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두 사람이었다. 아프게, 그립게, 그러나 기쁘게. 행복하다는 듯이.

 

#. 이천이 말하는 '만약'은, 그가 모성과 함께했던 학창 시절 부터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꿈, 모성이 사라진 후 끝없이 곱씹었던 꿈, 이었을 것이다. 그 것을 현재 잃어버린 시간 속에 만약이란 이름으로 차곡차곡 채우고 있었다. 내가 졸업하면 이랬을거야, 저랬을거야, 그렇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꿈을 하나 하나 '만약'이란 이름으로 모성에게 말하는 이천이었다. 그의 꿈과는 다른 과정이었으나, 결국 이천은 그 꿈을 이루었다. 

 

#. 그 후, 모성은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이천은 아이는 미루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게 된다. 이유는 마지막회에 밝혀질 예정이다. 별거 아님. 이천이 지금까지 모성에게 보여온 사랑과 집착- 과 연관된 것이니까. 

 

 

 

정말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 마이 선샤인 32회 / 허이천 -

 

#. 사랑을 시간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낭비해야 할까. 이 말은 유학을 떠나려는 자신을 잡으려는 남자친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여직원에게 이천이 했던 말이다. 이천에게 모성과 헤어져있었던 7년의 시간은 사랑을 증명하는 시간이 아닌, 낭비된 시간이었다. 이천 또한 모성처럼 잃어버린 시간, 놓쳐버린 그 시간이 서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천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상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가 짧지만 행복했던 그 찬란한 시간을 보낸 후, 모성과 함께 상상했던 시간이 준비되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시, 모성과 이별을 하고, 긴 시간을 그리움 속에서 살아가고, 재회 후에도 그 아프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야만 한다면... 그는, 그 시간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수많은 내일이 보장된 행복을 바라보며 힘겨웠던 어제가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아닐런지.

 

#. 그렇게, 모성과의 재회 후 있었던 일들의 회상이 시작되었다. 그냥, 하이라이트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32회가 최종회라고 알았는데 드라마가 끝나지 않아서 말이다. 33회도 하이라이트 방송이라고 하는 걸 보니, 최종회는 34회로 마무리가 되는 듯 하다. 이래저래 당혹스럽다. 해를 넘기겠구나, 싶어서. 

 

 

 

##. 그리고-.

 

 

#1. 위의 장면. 성인 배우들이 학창시절을 재연하는 장면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두번째는 위의 손잡고 가는 장면. 이 장면이 좋았던 이유는, 자오모성을 바라보는 허이천의 눈빛 때문이었다.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들더라. 허이천은 아마, 이 순간, 자오모성에게 반했으리라. 그 스스로가 알든 몰랐든. 

 

#2. 위에서도 말했지만, 32부작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상당히 당혹스럽다. 올해 내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해를 넘겨야 한다는 것 자체도. 새해 첫날부터 이 드라마 보게 생긴건가, 스럽기도. 설마 1월 1일날 하려나? 그 다음 주에 하려나... 최종회는?

 

#3. 그냥 대강의 스토리만 알고 싶다면 31회부터 34회까지만 봐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러나, 좀 더 재미있게 보려면 1회부터 보는 것을 추천. 물론, 곁다리 이야기가 많아서 산만하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의 강점인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봐야 이 드라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까.

 

#4. 역시, 자오모성은 긴 생머리카락이 잘 어울린다. 특히, 머리 푼 것. 본인 머리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5. 그런데, 34회가 최종회라고 확신하고 있는 가운데 33회가 최종회면 진짜 웃길 듯ㅋㅋ. 근데, 공홈에 33회도 하이라이트라고 적혀있는 걸 보면 34회가 종영인 것 같다.

 

 

정말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 마이 선샤인 32회 / 허이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