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드라마 아이언맨 14회) 태희의 사정

도희(dh) 2014. 10. 30. 06:27

 

죽은 사람을 누가 이기니?

- 홍주모 -

 

 

죽은 줄로만 알았던 태희가 살아있었다. 홍주의 안내에 따라, 태희부의 뒤를 따라, 태희가 있는 곳을 알게되고, 만나게 된다. 그렇게, 드라마 아이언맨 14회는 태희로 시작해서 태희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14회 내내 드라마를 아우르는 그녀의 존재감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만들어 줬다. 또한, 태희와 마주한 세동의 반응과 행동은 지금까지 차곡 차곡 쌓아온 그녀의 캐릭터가 있었기에 납득 가능했다. 세동이니까 가능한 반응과 행동. 그리고, 그런 세동을 보며 '세동이는 정말 (마음이) 이쁘다'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세동이는 착해, 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 조차 모자라고 아쉬울 정도로 이쁘다. 정말, 착하고 오지랖 넓은 여자 캐릭터를 0.0001%의 민폐없이 이토록 이쁘고 사랑스럽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정도다. 

 

또한, 현실의 태희가 어쩐지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여자라는 것이, 세동이와 같은 향을 지녔음을 인정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라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주홍빈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자라는 것이. 창이는 이렇게 멋진 엄마에게서 키워졌다는 것이. 이렇게 멋진 여자가 주홍빈의 어미이자 누이이자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그 인생의 일부에 존재한다는 것과 창이의 엄마라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현재 살아있음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장원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할 상대가 이미 죽어버렸기에 결코 이길 수 없는 홍주모와 윤여사와 달리, 세동이는 멋지고 아름다운 태희를 당당히 이기고 홍빈의 온전한 마음을 얻게될테니 말이다. 그로인해 홍빈이는 아버지 주장원과 달리 마음 한 켠에 휑하게 뚫린 마음을 지갑 한 구석에 담아둔 그리움으로 채워가며 살아가진 않을테니 말이다. 홍빈이 태희의 사정을 알게된 후에는 어떻게 될까, 싶기는 하지만 ... 언젠가 세동에게 '내가 너에게 불쌍한 놈이 아닌 좋은 남자여서 니 선택을 받고싶다' 라고 했던 홍빈의 말이 힌트가 아닐런지.

 

 

 

 

그냥 지켜봐.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는 거, 자존심 상해.

그래도 보여줄게. 똑똑히 봐. 보고 날 이해해줘.

- 태희 -

 

 

태희는 불치병에 걸렸다고 한다. 머릿속에 실핀만한 뼛조각이 중요한 뇌혈관을 누르고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통증이 갑자기 왔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 통증은 말도 못해서 심할 땐 이제 그만 이 세상 딱 하직하고 싶을 만큼이라고 한다. 수술도 못하는 이 상황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예고없이 그냥 어느순간 딱, 필름이 뚝 잘리는 것처럼 다가올 죽음. 그리고, 언젠가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자신을 모습을 보고 놀란 창이에게, 더이상 놀라게 할 수 없어, 더이상 그렇게 머리 붙들고 뒹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홍빈이에게 창이를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태희는 언제 다가올지 모를 죽음을 홀로 쓸쓸히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만나러 온 아버지를 따라 온 세동을 보게되고, 그녀가 가장 그리워하고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세동에게 묘한 질투심을 갖는 자신에게 웃을 수 밖에 없던 태희는, 세동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세동에게 자신의 사정을 말하며 홍빈과 창이에게 이 모든 것을 비밀로 해달라며 부탁과 애원과 분노의 끝에서... 결국은,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자신의 고통을 보여주게 된다. 세동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여직 아물지 않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태희를 설득하려는 세동. 자신의 선택을 이해해주지 않는 세동의 말에 반박하던 중 '애 낳아봤어?' 라며 눈물 흘리는 태희. 그 순간, 자신의 마음이 갈기 갈기 찢어져 너덜너덜 해지더라도 자식의 마음만은 지켜주고자 하는, 어린 창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고통에 일그러진 흉측한 모습이 아닌, 다정하고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엄마 태희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태희의 생존을 알게된 후부터 창이를 홍빈에게 보낸 그녀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엄마면서 그럴 수 있을까, 어떤 이유라도 납득은 어려울 것 같다' 라던 나의 마음은, 그녀의 사정, 가슴에 맺혀버린 그녀의 그리움, 그 그리움이 상처가 되어 흐르는 눈물에서 어쩐지 이해가 되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간 조각 조각 드러났던 태희의 흔적들이 하나 둘 맞춰지며... 아, 그래서 그랬던거야, 싶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그 조각은 완전히 맞춰지지 않아서 아주 조금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이 부분들도 곧 끄덕이게 되는 뭔가가 있으려니;

 

 

 

 

너 오지랖이 태평양이구나?

- 태희 -

 

 

태희는 세동이에게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 라고 말했다. 그 순간, 세동이에게 불쌍함이 협박이 되는 것을 알기에, 세동이가 태희의 곁에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희의 말대로 세동이는 오지랖이 태평양이니까. 태희와의 만남 후, 홍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던 세동은, 잠이 들지않아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한 세동은, 

 

다음 날, 태희를 위해서 싼 도시락을 들고 '배고파요' 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당신이 걱정되어 밥을 먹이고 싶어요, 가 아닌 내가 배가 고프니 함께 밥을 먹어줘요, 라고 돌려말하며. 수줍은 마음이랄까, 상대를 향한 배려랄까... 그리고, 태희는 그런 세동의 마음과 행동을 황당해 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좋아, 내가 배고픈 너를 위해 함께 밥을 먹어줄게, 라는 듯. 태희는 어쩐지 쎈언니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쎈언니가 세동이 지켜주는 동네 언니였으면 하는.. 아, 정말, 태희 말마따나 이게 무슨 그림인가 싶어진다.. 세동이랑 태희랑;

 

그리고 이런 세동의 마음이 너무 이쁘게 다가왔다. 태희를 향한 그녀의 걱정 가득한 마음이 태희와 달리 전혀 황당하지도 당황스럽지도 않았던 것은, 내가 지금까지 지켜 본 세동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시청 후 우스갯소리로 이러다, 정말 세동이가 태희 간병까지 하는 건 아닌가.. 라는 말을 했는데.. 세동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다. 세동이니까.. 세동이잖아...? ...그런데 난 그건 좀... 많이... 별루... 설마... 안그러겠지;;;

 

 

 

 

다른 누가 알기 전에 내가 그 아이 만나야 하네

- 윤여사 -

 

 

태희의 등장은 홍빈과 세동의 관계를 더욱 굳건히 만들기 위해서 장치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윤여사가 주장원의 이름 뒤에서 태희에게 저지른 악행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자, 원래부터 삐걱대고 있었으나 태희로 인해 더욱 깊어진 주부자의 갈등을 일부분이라도 해소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문득, 태희가 홍빈이를 떠나야만 했던 이유는 뭘까, 라는 오래된 궁금증이 다시 돋아났다. 또, 태희가 얻은 병은 자연스레 생긴 병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윤여사가 태희에게 저지른 악행의 결과는 아닐까, 싶어졌다. 그 정도는 아니었으면 싶으면서도, 태희의 생존소식에 당황하며 누가 알기 전에 태희를 만나야 한다는 윤여사를 보면, 그녀의 악행은 꽤나 심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절대 밝혀져서는 안되는, 꼭 감춰야만 하는. 

 

사실, 그녀가 더이상 뭔가 저지르지 않았으면 싶으면서도 큰 갈등이 없는 이 드라마에서 이제 슬슬 윤여사가 감춰둔 발톱을 드러내며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서 ... 너무 과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향기커플에게 폐만 안끼친다면.... 음, 그럴리가 없잖아;

 

 

 

태희, 장지가 어디에요?

- 홍빈 -

 

홍주를 따라 태희를 찾아간 홍빈은, 결국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결국, 만나지 못했으나 태희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은 다리에 힘이 빠져 길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는 문득, 태희의 장지가 궁금해졌다. 홍빈에게 있어서 해프닝으로 지나간 태희생존설은, 태희부의 편지, 태희모의 부탁, 창이와 단 둘의 장례식을 통해 떠나보낸, 의구심을 다시금 피어오르게 하는 듯 했다. 태희는 정말 죽었을까...?

 

홍주의 말 이후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의구심은 마음 속에 내내 맴돌고 있었고, 결국 우연히 얻게된 작은 단서를 통해 그녀가 살아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듯 했다. 사실, 그가 그 작은 단서와 마주한 순간 느끼고 행동한 것이, 가능성에 의한 것인지, 확신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직감, 이려나? 그렇게, 그는 홍주의 안내로 한 번 찾았던 태희의 집을 찾게된다. 

 

 

&..

 

1> 세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홍빈은, 아버지를 통해 듣게된 자신의 행동들, 그 행동들이 결국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고자 하는 아버지의 행동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결코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산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 나름의 행동을 보이지만, 그 것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제멋대로의 행동이며 결국, 상대는 몸의 고단함과 마음의 근심과 걱정을 쌓아두게 된다. ...역시, 주홍빈 어린이, 스러웠다; 세동이 세동이기에 가능한 행동들을 하는 것처럼 홍빈은 홍빈이기에 가능한 행동들을 하고있는 중이다.

 

2> 창이와 홍빈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많이 친해지고 있는 듯 했다. 아무렴, 정신연령이 비슷한데...(;) 이제는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창이를 바라보는 홍빈의 표정은, 아들바보가 되어가고 있구나, 싶을 지경. 게다가, 유치원 버스 배웅도 해주고... 조금씩, 좋은 아빠가 되어가는 홍빈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창이와 홍빈의 장면이 태희-세동씬 다음에 바로 나와서 ... 뭔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3> 홍빈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은 주장원은, 사업을 접지는 않았으나 마을 사람들의 동의가 없는 한 보류하기로 했다. 그로인해 태희부는 한시름 놨다고 한다. 여전히, 태희부에게 거액을 보내며 그의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주장원이지만, 어쩐지 그는 조금씩이나마 변화해나가는 걸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했다. 여전히 자신의 생각이, 가고자 하는 길이 옳다고 여기는, 아니 어쩌면 그게 옳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다짐할지도 모를 그는, 그러면서도 아들이 쏟아내는 분노의 핵심을 읽어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답했다. 세동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건넨 것처럼. 그리고, 자신을 비난하는 홍빈에게 그 비난의 모순을 되짚어주는 것으로, 홍빈이 스스로를 되돌아 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 것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아무튼, 주장원과 주홍빈 사이는 여전히 냉랭하지만 둘 사이에 분노가 아닌 대화가 가끔이나마 오간다는 것이... 희망이려나...?

 

4> 태희의 등장으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가 의외로 따뜻하고 먹먹하게 그려져서 앞으로 남은 태희 문제가 어떻게 해결하게 될지 전혀 감은 안잡히지만, 잘 마무리 할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그러고 싶다. 어쩐지, 이번 회차가 그런 것처럼 태희에 관련되어서는 뭔가 이성적으로 접근해 이게 이해가 되니 안되니, 말이 되니 안되니, 라기 보다는 그냥 마음이 받아들이는대로, 그렇구나, 라며 바라볼 것도 같다. 사실, 뭐, 언제는 안그랬냐만은ㅋㅋ 솔직히, 딱 보여주는 만큼만 보려고 하는 입장이고, 노력하는지라, 큰 걱정은 안하려는 중이다. 경험상, 그런 감정소비는 나를 너무 버겁고 지치게 만들어서.. 되도록이면 겪기싫다.

 

5> 향기커플은 대낮에 옥상에서 포옹하는 걸 금지시켜야 할 것 같다. 얘네는 옥상에서 달달하게 포옹하고 나면 꼭 문제가 생긴다. 지난 번엔 세동이 아버지 죽음에 관련된 문제가 터지더니, 이번엔 태희 생존 문제. 흠... 앞으론 밤에 반딧불이 소환해서 키스만 하는 걸로...(?) 그래도, 포옹씬 자체는 이뻤다. 고비서 등장 후 세동이 부끄러워 하는 표정도 귀여웠고.

 

6> 낮, 야외에서의 세동이는 특히나 더 이쁘다. 아, 여배우 얼빠로서 행복하다. 

 

7> 홍빈이 꼬불머리가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적 느낌. 마지막엔 그 머리가 다 펴지는 날이 오려나...?

 

8> 근데, 태희랑 세동이 씬 정말 좋다. 둘이 왜 이렇게 잘 어울리지? 태희랑 세동이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듯 한데, 묘하게 닮은 듯한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