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2회) 너를 향한 걱정, 닿지 않는 진심

도희(dh) 2012. 8. 21. 05:20

기철파의 1차 공격으로 큰 부상을 입은 노국공주는 하늘에서 오신(사실은 최영에게 납치당한) 은수로 인해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그렇게, 노국공주가 수술 후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 그들은 여전히 노국공주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노국공주를 죽임으로서 원의 분노를 받게하고 결국 고려를 원에 바치려는 기철의 음모로 인해. 그리고, 1회에서 노국공주가 공격당하던 당시 왠지 움직임이 수상했던 시녀는, 진짜 스파이였다. 나의 과대망상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버렸던;

아무튼, 스파이 시녀로 인해 노국공주가 살아있다는 사실과 은수의 존재를 알게된 기철파(아직 최종보스 기철은 모르는 듯)는 은수의 납치와 함께 또다시 노국공주의 목숨을 노리는 겸사겸사 다들 죽여버릴 목적으로 독극물을 이용한 2차공격을 하게된다. 보호받고 달아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유약한 왕은, 그 순간 (그러니까 독극물 공격을 당해 달아나야 하는 순간) 가장 먼저 노국공주의 안위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장의원이 그녀를 보호하는 것을 보고난 후에야 안도한 듯 그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렇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던 중, 스파이 시녀로 인해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길이 엇갈리게 되고 가장 먼저 그 것을 눈치챈 공민왕은 독극물의 위험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공주를 찾아 헤메이게 된다. 그 사람이 없다, 며.

무의식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녀가 죽으면 고려가 위험해지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공민왕에게 이 날의 행동을 하나하나 묻는다면 그리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것은 계산된 움직임이 아닌 본능에 의한 무의식. 겨우 찾은 노국공주가 최영의 보호아래 안전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헐레벌떡, 그녀가 무사해서, 그녀의 의식이 돌아와서 안심을 했을텐데... 그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듯 걱정으로 불안했을 마음을 애써감추고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공민왕과, 눈을 뜬 순간 마주한 자신의 목숨을 노리던 시녀로 인해 공포와 불안으로 떨리는 마음을 왜 이리 시끄럽냐는 말로 감추는 노국공주라니...

그러고보니, 노국공주의 그 첫마디는, 불안과 공포로 인해 두려운 마음을 애써 감추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공민왕을 걱정하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노국공주로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안심시켜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열두살에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하루하루 불안하고 조심스런 걸음걸음으로 10년이란 시간을 살아왔을 공민왕은, 위태로워 보였다. 누군가가 잡아주길 바라는, 혹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기에 그는 의지하고 싶은 최영을 시험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잃고싶지 않기에 그의 마음을 꺽었고, 그렇게 그의 충성을 시험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불안한 마음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는 이는 그 누구도 아닌 노국공주였다. 하나 하나, 정리하는 듯, 그 속에서 왕의 진심을 봤고, 왕에게 최영이 어떤 의미인지 깨닳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렇기에, 최영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왕의 자존심을 세우며 간절한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왕을 대신해, 위엄을 갖춰 최영을 구하란 명을 내린 것은 아니었을까? 모든 명령을 내린 후,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묻는 노국공주의 물음은, 이 것이 당신의 뜻이 맞느냐, 라고 묻는 듯도 했다.

그렇게 공민왕은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진심을 들켜버렸다. 믿고싶고 의지하고 싶은 이의 충성을 시험하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자책과 혹시나 모를 결과에 대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 그 모든 마음의 시작인 고국 고려와 어깨를 짓누르는 왕의 무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신이 갖고싶으나 갖지 못한 타고난 기품과 위엄을 가진 노국공주에게 어쩌면 자격지심을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씬에서 나는 노국공주는 공민왕의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가 되어줄 것 같다, 는 생각을 했었다)

그저, 공민왕의 마음(최영을 살리고 싶다)을 지켜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를 노국공주는, 그의 마음을 지켜줌과 동시에 짓밟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영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준 동시에 왕으로서의 자존심을 짓밟은 듯 했으니까... (공민왕의 입장에서는 왠지;)

그래서일까? 제 3자의 입장에선 매우 찌질하게, 센 척을 하는 공민왕은 그녀 앞에서 벌거벗겨진 듯한 수치스러움과 자격지심을 감추기 위해 마음을 포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노국공주의 닿지 않은 진심은 그렇게 허공에서 흩어져버렸다.

그런데, 정말로 노국공주의 진심이 공민왕에게 닿지 않았을까? 애써 부정하고 외면한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정작 닿았으면 하는 가장 큰 그 것, 너를 향한 걱정이라는 그 마음은, 여전히 닿지 않은 채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