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8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1회) 삶의 이유와 맞닿은 죽음의 순간

끝없이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죽음 앞에서 구차하게 연연하지 않고자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 영이는, 결국 수로 인해 뇌종양에 걸렸던 여섯살,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살아야할 이유를 찾았고, '살고싶다' 라는.. 삶에 대한 의지를 겉으로 표현했다. 그 의지가, 정말로 살고싶은 간절함이면서 또 어쩌면, 어떻게든 자신을 살리고자 하는,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두었던 삶에 대한 의지를 끄집어내고 싶어하는, 수를 위한 결심, 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고집스레 수술을 거부했던 영이는 (이제 수의 정체를 알아버린) 장변호사와 왕비서에게 수가 추천한 의사를 통해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말함으로서, 수 외의 세상에도 나는 이제 살고싶어 졌다, 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영이의 결심은 결..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0회) 다가오는 진실, 그녀의 삶의 의지를 끄집어내려는 그

1> 어느 날 문득, 대체 내가 왜 살아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살 이유가 없는데 난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려고 하나, 그냥 끝내도 누구 하나 마음 아파할 사람 없는데, 오늘 당장 끝나도 아쉬울 것도 없는 인생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수는, 영이를 만나고 영이와 지내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되었다고 한다. 뒤의 말을 채 맺지 못했지만, 아마, 그런 말이었을 것이다. 왜 나를 죽이지 못했냐며, 양심에 걸렸냐고, 내가 불쌍했냐고, 겁이 났냐고, 몰아붙히는 영이에게 수는, 너를 많이 사랑해서, 라는 이유와 함께, 약은 니가 아닌 내 것이었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나에 대한 너의 오해는 내가 떠나는 것으로 끝내겠노라고. 그리고, 약의 진실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고 그래서 더 큰 상처를 받았지만, 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9회) 무너진 믿음 사이로 깊어진 불신

견디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두통에 고통스러워하던 영이는, 오빠 수와 공동소유한 그 약 - 죽고싶을 때 먹으면 괴로움도 고통도 절망도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맘이 아주 편해지는 -을 찾았다. 그렇게, 수의 허락없이 그 약을 먹으려는 순간 등장한 수는, 약의 내용물을 뺀 빈 캡슐만 영이에게 넘기며 위험한 순간을 넘기는 듯 했다. 했지만, 시각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들이 예민한 영이는, 수가 캡슐에서 약의 내용물을 빼내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그렇게나 믿었던 오빠라는 이 남자 또한 내 눈이 안보이는 것을 이용해 나를 속이려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테고, 그렇게 너무나 견고해서 바늘 구멍하나 없을 것만 같았던 수를 향한 영이의 믿음이 무너졌다. 수의 진심은 더이상 영이의 마음에 닿지 않는 듯 했다. 아니,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8회) 너란 이름의 바람이 불어와 내 시린 마음에 흔적을 남기다

나중에 오빠가 가고 니가 풍경을 잃어버려도 겨울 바람이 불면 얘들은 언제나 여기서 이렇게 소리를 낼거야 1> 처음, 영이의 뇌종양 사실을 알게된 수는 아마도,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을 것이다. 영이의 뇌종양이 재발한다면? 일이 좀 더 수월하게 풀릴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이제 함께할 시간이 한달 조금 남은 지금, 통증을 호소하는 영이가 어쩌면 뇌종양이 재발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영이와 함께하는 순간의 수는, 78억의 목숨값은 완전히 잊은 채, 어떻게하면 죽고싶어하는 이 아이가, 살고싶어질까, 라는 생각으로 그저,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는 듯 했으니 말이지. 살아있으니까 살고싶은 그에게 자꾸만 너따위가 왜 살고싶냐고 묻던 세상과 달리, 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 진심이 되어가는 거짓의 길목에서..

처음으로 영이가 사람을 믿기 시작했어요. 사람한테 정을 주고 정을 받고 믿음을 주고 받고. 1> 깊어지는 마음 속에서 거짓과 진실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즈음, 이 위험한 놀이를 이쯤에서 관두기위해 수는 진성이 영의 방에서 발견한 금고를 털기로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을 듣게된 - 어쩌면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를 - 영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영과 왕비서의 귀가시간은 수의 예상을 빗나갔고, 그렇게 수는 왕비서에게 들키고 만다. 위기의 순간, 전직 전문 도박사의 기질을 발휘한 수는 무사히 그 상황을 모면하는 동시에 왕비서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들은 드러내놓고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며 또 다른 심리전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수는, 이 위기를 모면하는 동시에 왕비서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

그 겨울, 바람이 분다 6회) 끝없는 거짓말 끝에서 들킨 반쪽짜리 진실

깊은 어둠 속에서 손길을 내미는 화사한 빛을 외면한 채 홀로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돌아올 오빠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빠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그녀가 그 깊은 어둠 속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미하지만 유일한 빛이었을테니까. 그렇기에 돌아온 오빠의 진의를 끊임없이 시험하면서도 그녀는 서서히 그를 믿어가고 있었다. 돌아온 그가 밝혀주는 빛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듣게된 진실. 희선을 통해 수가 지금껏 잘해준 것은 동생이기 때문이 아닌 돈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된 순간, 영이는 그 깊은 어둠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희미하지만 유일했던 빛이 한순간 꺼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영이는 다시 나를 죽이라, 는 말로 수를 자극했다. 확인받..

그 겨울, 바람이 분다 3회) 거짓과 진실, 불신과 믿음 사이에서..

살고싶어 하는 내가 죽고싶어 하는 여자를 만났다. 우리는 분명 너무도 다른데 왜 였을까. 순간, 나는 그 여자가 나같았다. 처음으로 그 여자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 오수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3회 - 영이가 과연 78억이나 되는 돈을 쉽게 줄까, 만약.. 영이가 죽으면 어떻게 되냐,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무철의 한마디. 그 순간 들려온 자신에게 온 목적이 돈이라면 지금 지하철이 오면 자신의 등을 밀어버리라는, 영이의 말은..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영이로 인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 수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달콤한 유혹에 잠시 흔들리던 수는, 스스로 승강장으로 나아가는, 그렇게 죽고싶어 하는 그녀에게서 살고싶어 하는 자신을 보게되었다. 그렇게, 처음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2회) 의미없이 살아가는 그와, 그녀가 만나다

사는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거냐? 살아야 할 이유는 없어도 아침에 눈떴으니까 살고, 숨쉬니까 살고, 왜, 사는 의미가 없는 놈은 살면 안돼? 이렇게 사는게 쪽팔린거면 난 지금 쪽팔린건데, 그래도 말이다, 난 살아있으니까 살고싶다. - 오수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2회 - 그 남자의 이름은 오수(樹). 나무 밑에 버려졌다고 해서, 보육원에 나무가 많다고 해서, 나무 수(樹)를 쓴다. 엄마, 라는 사람은 딱 한번 만났는데, 나무 밑에 버리고간 후 딱 한번 찾아와서 오만팔천원을 주고 달아난 그 여자, 에게 미련따위는 없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더러운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는, 태어나 믿을거라곤 자기 자신밖에 없다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삶의 의미따위 없이 살아가던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