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보통의 연애 3회) 믿고싶은 진실을 위하여

도희(dh) 2012. 3. 8. 18:00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4탄 : 보통의 연애 3회


그냥 평범하게, 그러니까,
보통으로 하는 연애같은 거 해야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그런게 뭐 따로있나요.
사랑하니까 보고싶고, 보고싶으니까 자꾸 만나고,
그러면 다 보통의 연애죠.

 

- 재광 & 강목수 -

 

 

 

만약에, 만약에 진짜로 아빠가 아니라면 뭐하고 싶어요?
나는, 연애하고 싶어요. 그쪽이랑.
남들이 다 하는 것 같은 그런, 평범한 연애.

- 재광 -



'명탐정 코난'을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 사람만은 범인이 아니길 바라며 그 간절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증거'를 찾을 수록 그 '증거'들은 범인이 아니길 바라는 '이 사람'이 범인이라 지목하는 그런 상황. 윤혜의 아버지 김주평이 범인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이젠 혹시나도 아니고 어쩌면도 아니고 절대로 아니어야만 하는 재광은 진범은 따로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하나에 움직이며 물증을 확보하고 다른 용의자도 찾았다. 그렇게, 이젠 되었다고 안도한 순간, 만약이 더이상 만약이 아닐 거라고 여긴 순간, 형의 죽음에 관련된 감춰진 비밀을 알아버린 주광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여자와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연애를 한다는 것은, 주광에게 사치였다는 듯이.


이건, 이 사람꺼. 이건, 한재민씨꺼.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이었어요.

- 김사장 -



재광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형 재민은, 자신과 달리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신여사의 자랑인 잘나고 착실한 아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형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를 반대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도망을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며, 재광은 자신의 몰랐던 형의 다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주절주절 윤혜에게 형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말이지.

그것이 진실이라 믿었다. 그런데, 형의 열쇠고리는 또다른 단서가 되어 믿고 싶은 진실을 찾기위하여 움직이는 재광과 윤혜를 이끌었고 그 속에서 더 아픈 진실과 마주하게된 재광이었다.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인정받을 수 없기에 도망가고자 했던 형은, 그날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그렇게, 사건 당일 형이 전주에 온 이유와 사라진 열쇠고리의 비밀이 풀렸다.

형의 비밀을 알게된 후 강목수와 재광의 대화가 인상깊었다. 믿고 싶은 진실은 존재하지 않게된 재광은 강목수에게 물었다. 보통으로 하는 연애같은 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 없냐고. 강목수는 말하더라. 그런게 뭐 따로있냐고. 사랑하니까 보고 싶고, 보고 싶으니까 자꾸 만나고, 그러면 다 보통의 연애가 아니냐고.

이 두사람의 대화가, 그냥 평범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연애할 수 없었던 혹은 없는 이 두사람의 대화가, 이 드라마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말하는 듯 싶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더 지옥인거야.
형이, 그런 원망을 갖고 구천을 떠돌테니까.
다 알고나면 너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테니까.

근데, 아니야! 그게 왜 나때문이야?
죽인 놈 따로있는데 그게 왜 나때문이야?
김주평, 그 처죽일 놈 때문이지 그게 왜 나때문이야!

- 신여사 -

 

신여사의 뒷모습은 늘 쓸쓸하다. 잘나디 잘난 아들을 가슴에 뭍고 하나 남은 아들은 밖으로 겉도는 상황에서, 더이상 자신을 어머니라 불러주지도 않는 아들 재평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신여사의 뒷모습은 늘 쓸쓸하다. 불편한 다리 이끌고 악다구니쓰며 김주평을 잡겠노라는 신여사의 모습또한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그리고, 그런 신여사의 쓸쓸함을 알아봐주는 사람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김주평의 딸, 신여사의 말로는 개가 키운 딸이라고 하는, 윤혜였다.

신여사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잘나디 잘난 아들 재민의 사랑을. 그러나 인정할 수 없었기에 외면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이상 자신의 인생을 어머니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었던 재민은 떠나기로했고 그날, 죽었다고 한다.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이라는 끝없는 '만약'이 재광을 괴롭혔고 결국 어머니 신여사의 가슴에 또다시 비수를 꽂았다.

신여사라고 그 후로 7년이란 세월동안 그 끝없는 '만약'을 되새김질하지 않았을까. 그 '만약'을 되새김질 할 때마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그러나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기에 모든 분노와 원망은 김주평에게 향했다. 가슴에 묻은 아들 재민의 명예를 지켜줘야만 한다고 믿고 있는 신여사로서는 김주평이 범인이여야만 했다. 그리고, 김주평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신여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숨을 쉴 수 있는 이유처럼 보였다.


 

그래서 생각났어요.
만약에, 진짜로 아빠가 아니면 뭐하고 싶은지.
나도, 연애하고 싶어요. 그쪽이랑.

- 윤혜 -


윤혜의 아버지 김주평은 무능하긴해도 착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길에서 자꾸 강아지 주워와서 엄마한테 잔소리를 듣곤하던 그런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왜? 윤혜는 그 생각에 한번 빠지면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사방에서 무겁게 숨을 채우던 그 물 속처럼 깜깜하고 무섭고 그러다가 '아니야, 아빠가 아니랬어.' 그러면 잠시 숨을 쉴 수 있게된다고 했다.

그런 윤혜에게, 사방에서 무겁게 숨을 채우던 그 물 속처럼 깜깜하고 무서운 현실에서 빛을 주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존재가 재광이었다. 함께, 믿어주고 그 믿고 싶은 진실을 함께 찾아다녀주는 존재. 용의자의 가족과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이 특수한 관계로 맺어진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쩐지 내가 평범한 사람같고 그래서 '만약'이 있다면 남들 다 하는 그런 연애를 하고싶어진 사람이었다, 윤혜에게 재광은.  

또 다른 용의자가 구속되었고 이제 아빠의 무죄가 곧 입증될 것이라고 믿게된 어느 날, 윤혜는 서랍 깊숙이 감춰둔 이쁜 귀걸이를 하고 화사한 옷을 입고 재광과의 데이트에 들떠있었다. 그렇게, 같이 밥먹고 영화보고 사진찍고 차마시고, 그런 다른 사람들 다 하는 그런 평범한 순간을 만끽하는 윤혜는, 활짝- 웃었다. 빛을 찾은 듯이.

그 순간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는, 다시금 윤혜에게서 빛을 앗아가버린 듯 했다. 아니라는 단 한마디가 필요했던 윤혜에게 아버지 김주평은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남겼다. 그리고, 행복에 들떠 내내 말을 돌리던 재광의 말과 표정을 읽어내지 못했던 윤혜는, 그 순간 더이상 믿고 싶은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멀어요, 그쪽하고 나.

- 윤혜 -

 

믿을 수 없는 진실에 좌절하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 윤혜에게 달려가려다 멈칫- 하던 재광의 발, 빛이 사리진 순간 한걸음 다가오는 재광을 피해 한걸음 뒷걸음질 치던 윤혜의 발, 그렇게 멀었다. 재광과 윤혜는.



그리고,

1) 윤혜부 김주평은 왜 사고직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걸까? 그 한순간의 두려움과 공포가 그 무능하지만 착한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그런 짓을 저지르게 한걸까? 1회 첫장면을 보면 산에 갔을 때 재민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산에 버린 사람이 그것을 알고 돌을 집어들었고. 사건의 진상이, 오늘 밝혀지겠구나...

2) 나 또한 그들이 믿는 진실을 함께 믿고싶었다. 믿었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었으면 싶지만, 그냥 아닐 것 같아 안타깝고 뭐 그렇다.

3) 데이트나 끝나고 아버지 전화받지. 그냥 사진 같이찍지. 데이트하는 내내 윤혜의 표정은 티없이 맑았고 재광의 표정은 아팠다. 이제 시작인 윤혜와 오늘이 마지막인 재광이었으니까.

4) 윤혜에게 혼자라도 사진을 찍으라는, 윤혜의 사진을 가로채는, 재광을 보며 또 참 안타깝더라. 그러고보면 재광은 윤혜의 뒷모습조차 찍은 사진이 없었다. 간직하고 싶었겠지. 김윤혜라는 한 여자를.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냥 평범한 보통의 연애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을.

5) 1~2회가 약간은 잔잔한 느낌이었다면 3회는 그 잔잔함 속에서 약간은 휘몰아치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스릴도 있었고. 강목수의 공방에 숨어들었을 때는 진심 두근두근. 막연히 김사장과 재민이 연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한번 더 비틀어버린 순간 약간 흠칫거리기도 했고. 그렇다, 너무 많이 앞서가지 않은채 시청했던 효과였다. (ㅋ)

6) 오늘 종영. 아쉽다. 동생은 '이거 단막이었어?' 라고; '적도의 남자'가 한주 미뤄지며 다음 주에는 '아모레미오'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모레미오'는 지난 1월에 방영된 작품으로 원래 총 4부작인데 2부작으로 재편집해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아모레미오'도 재밌다. 한 남자의 절절한 순애보를 그린 작품으로, 정웅인씨의 연기가 참 좋다. 그리고, 이 드라마 '보통의 연애'의 강목수도 출연한다. 거기선 약간 찌질나쁜넘..근데 난 그넘도 좀 가엾긴 했었다. 시대에 휩쓸린김에 야망이란 본능에 움직이는 속물- 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