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더 뮤지컬 7회) 한 여자의 불안, 한 여자의 결정

도희(dh) 2011. 10. 17. 16:38

드라마 : 더 뮤지컬 7회

회가 거듭될 수록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거슬림이 점점 뚜렷해지지만, 처음 마음먹은대로 그 부분을 살짝 덮어두고 보는 중이다. 그렇게 보면 나쁘지않은 드라마, 아니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니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인지라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가 지나면 벌써 이야기의 반이 흘러버린 것이다.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일과 사랑의 갈등은 더 높이 치솟고 있는 중인 드라마 <더 뮤지컬> 7회였다.

한 여자의 불안

'뮤지컬=대차대조표'인 진은 현재 흥행과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몬티백작'과 가능성만 있는 '청담동 구미호' 사이에서 답지않게 망설이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진이라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흥행과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몬티백작'을 선택했을텐데 왠일인지 진은 자꾸만 고민하고 망설이며 갈등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바라기 라경은 그런 진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자의 직감으로 알아버린 진의 변화의 원인은 라경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남자는 내 남자라는 확신이 흔들려가고 있었던 듯 싶었다.

두 사람은 라경이 중학생 진이 고등학생 때 승마클럽에서 만난 첫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라경 자신보다 라경을 더 잘 아는 진이었고, 반대로 진 자신보다 진을 더 잘 아는 라경이었기에 라경은 이 남자가 내 남자이고 운명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듯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피는 있으되 눈물은 없고 입은 있으되 웃음이 없는 진의 눈길을 사로잡고 웃음을 짓게만드는 은비의 존재가 라경에게는 자꾸만 불안해졌던 듯 싶었다.

그래서 라경은 답지않은 바보같고 유치한 행동을 해버렸다. 라경을 자꾸만 불안하게 만드는 은비 앞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 남자가 내 남자다' 라고 은비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듯 싶었다. 그리고, 그런 라경의 흔들림과 불안은 라경보다 라경을 더 잘 아는 진에게 들켜버렸다.

사실, 진이 이제 그만하자며 그 일을 덮어두려고 할 때, 살짝 울컥해버렸다. 감정을 좀 부딪히고 터뜨리라고! 라며. 어쩐지 이 커플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상대를 나보다 더 잘아게되며 부딪히는 일이 있어도 상대를 배려한다는 핑계로 감정을 부딪히지 않은 채, 그렇게 넘어가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이 커플은 사실 많이 곪아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평생, 그들 사이가 곪아있음을 모른 채 살아가며 종종 한계에 부딪히며 살아갈지도 모를 그들은, 고은비로인해 그 것을 알게되며 터뜨리며 그 한계를 넘어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발, 터뜨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서 그들의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었음 싶은 순간이었다. 애나 어른이나, 어떤 관계든 대립하고 부딪히고 싸우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라경은 다시금 용기내어 진에게 부딪혔지만(화이팅! 외쳤음;), 진은 또 그렇게 넘어가버렸다. 라경의 불안이 괜한 억측이라는 듯이. 자기마음에 관한 진심은 자기자신이 가장 늦게아는 법이라는 배강희의 말이 떠올랐던 순간이었다. ...자꾸만 라경의 불안을 괜한 억측이라고 하는 진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것이라고;

한 여자의 결정

진과 마찮가지로 배강희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진과 강희의 갈등의 이유. 수익 vs 가능성, 야망 vs 사랑. 그 것은 달라보이면서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듯도 싶었다. 진이 본 그 가능성이란 것도 고은비란 존재를 통한 가능성이었고(다른 스텝들과 배우들의 꿈과 열정에 감화되었다고 보기는 좀 어려웠음) 만약 고은비란 존재가 없었다면 그리 갈등하고 망설이진 않았을 듯 싶었으니까. (진 본인은 모르는 듯;)

극 중에서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고 첫 라이센스 작품의 여주인공 자리와 가능성만 보이는 창작뮤지컬 여주인공의 자리. 여왕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작품과 사랑하는 남자의 작품. 강희는 두 작품에서 끝없는 고민과 갈등을 했고, 이 모든 일을 꾸민 그녀의 남편은 배강희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조언을 통해서 그녀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그의 조언에서 그가 이런 일을 꾸민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배강희에게 다시한번 확인을 시켜주는 듯 싶었다. 나는 너의 야망과 욕심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있으니 너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다, 라는 확인. 그리고 수년 전 배강희에게 프러포즈를 하던 장소와 같은 장소에서의 조언이라 그런가, 그 프러포즈 날과 묘하게 겹쳐지기도 했다.

배강희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꽤나 신중을 기했었다. 남편의 조언에서 방향을 잡았고, 두 뮤지컬의 대표곡인 '도화의 노래'와 '온 세상이 내 것이었을 때' 를 부른 후에 확신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진과의 대화를 통해서 결정을 내린 듯 싶었다. 

배강희의 결정은 재이를 물먹이려는 결정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배강희에게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에 대한 결정, 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도화라는 캐릭터는 오로지 고은비만을 위한 캐릭터였기에 강희는 '배강희의 도화'를 만드는데 자신이 있었지만 작품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며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그 생각의 틈에서 자신을 더 높은 곳에 올려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며 대표곡을 불러보며 '내게 꼭 맞는 옷'이란 확신을 가지며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결정을 한 배강희는 거침없이 자신의 결정을 밀고나갔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되었다. 난 사실, '청담동구미호'팀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해서 배강희의 결정이 틀렸다는 생각은 들지않는다. 배우 배강희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니까. 여자 배강희는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면이 너무나 많고 때론 좀 그닥스럽기도 하지만, 극 중 여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배우 배강희로서는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싶었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배강희의 갈등은 여자 배강희와 배우 배강희 사이에서의 갈등인 듯 싶었다.

내가 아닌 다른 여배우를 위해 쓰여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여왕의 자존심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졌을텐데, 극 중에서 원캐스트를 고집하는 듯한 배강희가 가능성만 있는 데뷔조차 하지않은 초짜여배우와의 더블캐스팅은 승낙한 것 또한 엄청나게 자존심을 굽힌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자존심을 구겨가면서 그 작품을 하겠노라는 유일한 이유가 끊임없이 배강희를 거절하고 외면하는 상황에서 배강희가 굳이 그들을 위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었다. 그리고, 만약, 확신을 가진 순간 재이가 전화를 받았다면 강희의 마지막 결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 순간이 여자 배강희와 배우 배강희 사이에서의 마지막 갈등인 듯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열정 하나로 달려가며 꿈을 꾸는 듯한 현재를 보내고 있는 고은비는 홍재이 슨생에게서 사랑학개론을 듣고있는 상황이었다. 꽤나 이성적인 노력형 인간 고은비. 은비는 그 이성적인 노력으로 작품과 캐릭터에 접근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그 노력으로 채워나가는 듯 싶었다.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는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듯 바보가 되어버리지만, 그 이상이 것에선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아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어버렸다.

늘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아이가 어느 날 뮤지컬을 접했고 그 뮤지컬에서 감성이 우선이 되어버린 순간을 맞이했기에 고은비는 뮤지컬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래서, 자신을 잊을 수 있는 순간을 주는 뮤지컬 속에 함께할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배우. 사랑을 모르는 배우. 고은비.

왜 사랑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는 이 아이는 머리로 도화의 감정을 이해하고 곡을 해석해서 인정을 받았지만, 그 이상을 나아가기엔 한계에 다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기에, 배강희와 홍재이의 사랑에 관한 조언을 귀담아듣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한, 뮤지컬 외에 사람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는 이 아이는,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부분은 사복자에게 배워야 할 듯. 

뛰어난 가창력을 무기로 지닌 배우, 뛰어난 연기력을 무기로 지닌 배우, ..난 둘 다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배우들을 살펴보면 후자쪽의 배우들이 더 많다. 연기력을 무기로 가진 배우라도 노래는 기본 이상은 한다. 연기가 더해지며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둘 다를 가진 배우도 분명히 존재하고. 진심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노래도 잘한다, 라는 모 음감님의 말에도 격한 공감을 했었더랬다.

그리고, 고은비의 무기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도 들었다.

꿈을 향한 멈출줄 모르는 노력과 열정은 고은비만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배우지망생들의 무기이기도 하니까. 일단, 보여지는 고은비의 무기는 뛰어난 암기력이 아닌가, 싶어다. 그 것만으로 배우의 무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은비의 단점을 매꿔줄 수 있는 고은비의 무기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중이다. 

 

그리고..

1) 너만 모르는 너의 진심, 이라고 제목짓고 진과 재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2) 은비또한 너만 모르는 너의 진심, 인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3) 라경이 안타까웠다. 얘는 내내 안쓰러워질 듯.

4) 진이 아빠는 이제라도 진이에게 진실을 알려야하지 않을까? 나중에 진이가 알게되면 또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진이를 위해 알리지않는다는 부모의 마음, 그 것조차도 이기심은 아닐까, 라는. 뭐, 그런;

5) 구미호의 종류를 알기위해 동물원의 여우를 찾아가서 자신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주길 바라는 은비. 이 장면이 정말 고은비는 이성적인 인간,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해서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연기는 계산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감성적인, 본능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머리가 좋고 배우려는 자세가 있으나 참 연기력이 늘지않는 한 배우가 떠오른다. 그 배우를 볼 때마다 '너무 똑똑해서 연기가 안느는 걸지도' 싶기도 하던데;

6) 드라마 진행을 위해서라도 '청담동 구미호'는 진행될 것이고 막이 오를 듯 싶다. 어쩌면 '몬티백작'과 같은 시기에 공연되며 경쟁하게 될지도 모르겠지.  그리고,  은비는 도화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한계에 부딪히게 될 듯 싶었다. 그 것은 노래가 아니라 연기가 될 것 같았고. 그 연기의 한계, 그 이유는 이성이 아닌 감성,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런지;

7) 왜, 드라마를 보는 어느 순간, 어느 대사에서  '헤드윅'과 '노트르담 드 파리'와 '김종욱 찾기'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8) '김종욱 찾기'도 무대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냥 노래만 주구장창 나오려나?

9) 갠적으로 '몬티백작'과 '청담동 구미호'가 동시에 오른다면 뭘 보겠냐, 라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매우 미안하지만, 난 둘 다 안볼 듯 싶다. 극의 진행상황을 보다보면 두 작품 다 매력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10) 범사마는 왜 그딴 캐릭터로...; 와, 짜증났음. 캐릭터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왜 울 배우님 데려다가 그런 캐릭터 연기시키나, 에 대한. 그보다, 범사마는 한국(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그 기여도도 꽤 있는 배우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캐릭터에 그런 대사를 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싶기도 했다. 미묘했음.

11) 한국(창작) 뮤지컬에 대한 그들의 꿈과 열정은 버스에서, 워크샾 잔디밭에서, 술집에서, 노래부르는 걸로 채우는 건가요;

12) 작품을 완전히 엎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정상 제작을 일년 미루겠노라는 건데 세상이 다 끝난 것마냥 그렇게까지 좌절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 것은 내가 뭘 몰라서 그런 거겠지? 무튼, 40억만 있으면 제작된다니까, 어쩐지 재이가 무슨 수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다. 눈빛이;

그보다 그냥,  처음 계획대로 소극장으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대극장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을텐데;  예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그런 경우다. 초연때 소극장으로 시작해서, 다음해에 중극장, 그리고 현재 대극장 공연으로 성장한 뮤지컬이다. 감동과 재미가 있는 정말 좋은 뮤지컬임. 지금 공연 중이면 강추할텐데... 지금 안함. 언제쯤 또 올라오려나~;

13) 재이는 '청담동 구미호'의 음악감독 역할까지 다 하는 것인가보다. 지난 주 '이야기쇼'에서 음악감독님 네분이 게스트로 나오셔서 해주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문득, 궁금했었다. 재이의 역할이. 작곡가로 끝나는지, 음감까지 하는 건지에 대해서. (...)

14) 이상, 아..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