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대왕세종) 지워지지가 않는 여운에 대한 넋두리..

도희(dh) 2010. 11. 4. 23:19

1. 한동안 드라마 <대왕세종>을 보니라 정신이 없었다. 총 86부작. 2008년 방영 중에 간간히 챙겨봤던 드라마였는데 꼭 한번 처음부터 보고싶다고 생각했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읽은 소설로 인해서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마지막회를 보고, 그렇게 역주행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정주행을 하고 말았드랬다.


2. 굉장히 진이 빠지는 드라마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결국 완주해버린 나는... 굉장히 지친다, 지금. 어찌보면 감정과잉이란 생각도 든다.  매 회마다 사람을 흔들어대고  그래서 결국 눈물지으며 보게만드는,  그래서 나는, 매 회마다 울어댔던 것도 같다. 그런데 나는 그게 또 싫지는 않았다. 고 해야할까? 그의 곁을 결국 떠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게되어버린 듯 했다. 그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였달까? 물론, 감동의 눈물도 많았고-!


3. 조선 제 4대 왕, 세종. 대왕 세종. 나는 그를 잘 모른다. 딱 아는 만큼 안다. 만원권 지폐에 있는 분. 한글을 만들어주신 분. 광화문 광장에 가면 만나뵐 수 있는 분. 작년 겨울. 공연보고 난 후의 밤 늦게 눈내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눈으로 하얗게 덮힌 채 있는 동상을 물끄러미 바라봤던 기억이 스친다. 그리고 나는 새삼 그에게 감사한다. 지금 내가 쓰고있는 이 문자를 만들어주셔서... 그리고 미안하다. 좀 더 소중히 다루지 못해서..

그리고 드라마 속의 세종은, 참 좋다. 내내 우리 전하, 라는 마음으로 바라봤던 것도 같다. 그 결고운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고마웠던 것도 같다. 대군시절엔 귀엽기도 했고! 또한, 안타깝고 속상하고 힘겨워보여 슬프기도 했고. 오만가지 감정으로 우리 전하를 바라봤던 것 같다.


4. 드라마 <대왕 세종>은 '정치란 무엇인가' 를 말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를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자신이 세운 뜻을 이루기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자신의 지닌 패를 어찌 이용해서 상대를 이길지 고민하며, 때론 사수도 쓰며, 이루어낸다. 그 것이 정치라고 한다. 소중한 이의 죽음마저도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만 하는 그 판. 정치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살벌한 판.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만하는 지금과는 달랐던 것도 같다. 반대는 싫지만 이해는 된달까? 그래서 나는 박은도 조말생도 최만리도 좋았다.


5. 집현전을 지키기위해 떠나는 박은은 조말생에게 말했다. 진짜 정치는 진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대충 이런 의미) 세종은 그 진심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을 자신의 곁으로 모이게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끊임없이 반대를 외쳐대는 그의 정적들마저도. 그리고 그가 초심을 잃지않고 마지막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끊임없이 반대하는 그의 정적들과 그런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일 줄 아는 그 자세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가르침을 주는 모든 이가 그의 스승이었을 것이다, 아마.

6. 왕이란 굉장히 외로운 자리에 홀로 서 있는 존재,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내 안타깝게 바라봤던 것 같다. 왕세자가 아닌 왕자로 살아가야했던 그 삶이, 결국은 왕이 되어 살아가야하는 그 삶이... 무조건적인 내 편을 만들 수 없는, 이해받기 어려운. 그래도 소헌왕후가 그의 곁을 지켜주어 고마웠다. 그녀도 결국 그를 두고 먼저 떠났지만... 아무튼, 보면서 내내 '우리 전하 어쩌나...' 라며 안타까워 했던 것 같다. 이수와 윤회 떠날 때는 거의 대성통곡 수준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가 사람을 얻고 백성을 위하려는 그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처음부터 왕세자가 아니어서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의 사극들 대부분이 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주인공을 궁 밖에서 훈련시켜서 궁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지도 새삼 알 것 같았고.


7. 몰랐으면 좋았을 미래를 알고있기에 내내 마음이 시렸던 것도 같다. 그가 원하는대로 그렇게 조선이란 나라가 더더욱 찬란하게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피의 역사는 되풀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대해서.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내내 만약을 생각하며 봤기에, 마음이 시렸던 것은 아닐런지...


8. 대왕세종...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라는 마지막 문구가... 가슴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9. OST는 이미 절판에 DVD는 나오지도 않아서 새삼 안타깝다. OST 참 좋음...ㅠ.ㅠ ('소원' 무한반복 중!)


0. 넋두리 끝! 언젠가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긴한데, 그게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