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명가 1회 - 교훈을 주려는, 반듯한 드라마의 시작

도희(dh) 2010. 1. 3. 03:54

드라마 명가 1회.

지난 주에 못봤던 '남자의 자격' 재방보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9시 50분이 넘어가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명가]를 봤답니다. 딱히, 너무 재밌어요, 라는 말을 할 정도의 드라마는 아니었어요. 중간중간 약간 지루해서 채널을 돌릴까 말까를 고민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그러나, 원래 그 시간대에 보는 드라마의 지난 주 방송도 못본 상황이어서 그다지 보고싶다는 생각도 안들더라구요. 저는 원래,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던드라마는 한주 놓치면 그 후로는 그 놓친 방송 보기 전까진 잘 안보거든요. 이래서 손놓은 드라마도 여럿이라죠...? 아무튼,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교훈'을 주려고 작정하고 만든 드라마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저는, 일단 아역 여진구군에 낚여서 본 것이랍니다. 여진구군의 사극연기는 왠지 좋아서 말이에요.

명가 1회는, 최국선이란 인물의 어린시절과 이 드라마가 근본적으로 하고자하는 말들을 그려낸 회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극적 재미를 위해서 설치해놓은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들과 관계를 예상케하는 선들을 그어놓기도 하고 말이죠.








1.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대인배 할아버지와
그 깊은 뜻을 배워가는 어린 손자.

- 엽전의 모양이 의미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이치, 그 것을 순리라 하느니라.
사람이 거슬러서는 안되는 참된 뜻이 하늘과 땅의 순리란다. 너는 오늘 이 엽전 한 푼으로 누군가에게 사죄하려 하였으니 그 뜻을 이루지 못하지 않았느냐. 사람의 마음이란, 결코 돈으로 얻거나 풀 수 없는 것. 역시, 하늘과 땅의 순리인게야. 언젠가 깨달을 날이 올 것이야.


주인공 국선의 할아버지는 완전 대단히 대인배였어요.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를 사람으로 대하고,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중시하는 인물이기도 하더라구요. 국선이는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아직은 너무 어린데다가 곱고 귀하게 자란 양반가 자제다운 이기적인 마음이 있는 녀석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해주었던 참 많은 이야기, 특히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라는 그 뜻이, 먼 훗날 다 자라서 세상을 살아가는 국선에게 가장 중심이 되어주는 그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국선에게 할아버지는, 자상하고 따뜻한 ...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존재인 것과 동시에 정신적 지주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연은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찾으려고하고, 엽전 한 닢의 용도도 할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고 또한 쓰지않으면 바로 고스란히 가져다드릴 정도로 바르기도 하더군요.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라고 회초리를 때리고 엄동설한에 강가에서 두 식경이나 있으라는 말에도 꼼수하나 부리지않고 묵묵히 그 벌을 받음으로서 자신이 깨달아야할 것들을 깨달아가면서 말이죠. 이 아이는, 할아버지를 무척 사랑하고 존경하는 듯 하더라구요.


- 무엇보다 사람이 중하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중하니라.

때때로 할아버지의 처사에 반기를 들기도 하면서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기도 했어요. 뭐, 저도 이 장면에선 '할아버지, 뭔가 그 나쁜 넘한테 본떼를 보여줘야해요, 그건 정당방위였다구요' 등등등 중얼거리기는 했어요. 아무튼, 국선의 할아버지 최진립은 인간의 도리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이셨어요. 그렇기에 그 분의 가문은 명문가로서, 깊은 신뢰와 덕망이 있는 가문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결국, 이 분이 나랏님의 명으로 명예롭게 전사하고, 어린 손자가 잠시 집안을 맡는 사이에 가문은 휘청거리게 되는 것같기는 하지만요. 예고를 보면, 집안이 망한 국선은 '돈'이란 것이 가장 소중하다며, 그 돈을 벌기위해서 노력하며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인물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돈을 버는 과정을 중요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벌어놓은 돈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쓰는가, 를 그려내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어떤 교훈들을 가득 담아주시런지, 싶기도 하더랍니다.



주인공 최국선의 아역은 여진구 군이 연기했어요.
뭐랄까, 여진구 군의 현대극은 한번밖에 안보고 죄다 사극에서만 봐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 저는 여진구 군의 사극연기는 왠지 기대가 되더라구요. 솔직히, [자명고]에서도 성인 호동보다 어린 호동을 더 많이 좋아하기도 했거든요. 어린 나이에 참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의 연기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성인연기자 못지않은 다양한 감정과 연기력을 보여준 [자명고] 출신의 아역이라면 뭐든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하는 저랍니다. 요즘, 진지희양 보면 독기어리지만 사랑에 아파하던 우리 어린라희가 떠오르면서 왠지 뿌듯해지기도 해요. 여진구 군의 호동과 진지희 양의 라희의 그 첫만남씬은 ... 정말 이 나이에, 그 어린아이들이 뭘 안다고, 보는 내가 뭔가 싶을만큼 설레였답니다... 무슨 애들이 멜로연기를 이렇게 잘해, 이러면서...ㅎㅎ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도 단이한테 반하는 여진구 군의 눈빛은...ㅋㅋㅋ




2. 누더기 꼬질꼬질해도 빛나는 소녀와 한눈에 하트그리는 소년 둘...!!!


단이는 원래 양반집의 귀한 딸이었는데 역적으로 가문이 망한 후, 자기네 집 노비의 딸로 위장해서 피난을 왔더라구요.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감춰야만했기에, 양부가 된 노비의 새로운 주인의 종노릇을 하고있었고 말이죠. 그렇게, 묵묵히 그 상황 속에서 견뎌가던 단이와 국선이, 그리고 원일이가 만났어요. 솔직히, 원일이도 단이이게 이때 반했다는 것 뒤늦게 알았답니다. 저는, 너무나 도도하게 원일이를 통해서 국선이가 주는 그 엽전 한 닢에 '나 그지 아니거덩?' 하면서 도도하게 튕기는 그쯔음에 원일이가 반했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아무튼, 누더기에 꼬질꼬질한 몰골을 했음에도 그 귀한 자태와 타고난 고운 외모는 빛이 났는지, 그 단 한순간에 남자 아이들은 낚여가기 시작했답니다. 국선이나 원일이가 단이에게 반한 것은, 외모도 외모겠지만, 몸에 베어있는 양반가 여식으로서의 자태,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기 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그 당당함에 더 많이 반했을 것도 같지만 말이요. 역시, 그런 거에요... 뭐든, 그래야 눈에 띄는 거라니까요... (응?)



대인배 할아버지의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그래도 양반가 자제로서의 이기적인 모습이 더 큰 국선이는 단이를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배워나가고 있었어요. 단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할 수록, 이 아이는 뭔가 자꾸 어긋나고 있었거든요. 그 것은, 국선이가 단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싶어하는 마음을 이루려는 방법은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을 빌려서 하는 것이었어요. 자신의 손에는 물 한방울 안뭍히고, 자신의 손에 더러운 것을 안뭍히고 뭐든 이루려는 마음. 그 것이 이 아이로선 당연하지만, 또한 그래서 그 진심이 상대에게 닿지 않았던 것도 같더라구요.

단이에게 사죄의 의미로 주려던 엽전으로, 엽전 속에 담긴 하늘과 땅의 순리...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어요. 단이를 위해서 추운 겨울 피난민 아이들을 동원해서 만든 징검다리를 통해서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던 자신을 깨닫게되었어요. 그렇게 아무리 좋은 일 한다고 하더라도 약한 이들을 고통에 밀어놓고서 결과로 얻은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할아버지와의 마지막을, 자신이 그저 속상하고 슬프다는 이유로 외면하다가,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 지금이 진면 없기에 볼 수 있을 때 눈에 담아놓아야 하는 것임을 단이의 충고로 깨닫고, 뒤늦게 할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모습들을 눈에 담아놓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단이의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길을 열어주기도 하더군요.

아직은, 단이를 통해서, 오직 단이에게만 하는 그의 마음들이... 훗날은 단이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향한 그 첫걸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단이도 조금씩 국선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듯 했답니다.



3. 악의 축이 되려는 듯한, 그들.

원일부는 원래 노름판의 사기꾼이었다가, 지금은 최진립의 집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노비는 아닌 듯 하더라구요. 그렇기에, 그는 항상 인생역전을 꿈꾸며 온갖 비리로 재물을 축적하고 있었고, 자신의 아들 원일이 국선이의 종노릇을 하는 것이 탐탁치않은 듯 하더라구요. 원일또한 자신의 아비가 최진립에게 비굴해지는 것이 보기싫었고 말이죠.

예고를 보니 성장한 원일이 관직에 오른 것을 보니, 아마 병자호란 이후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에서 돈으로 양반의 족보를 사서 신분상승을 하게된 듯 하더라구요. 뭔가 만만찮은 성격의 원일부와 그런 아버지 밑에서 국선에 대한 컴플렉스를 키우며 살아온 원일은 ... 국선 최대의 적이 되어서 극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이끌어 줄 것 같아요. 단이랑 삼각관계도 형성해주실 듯 하고.

그나저나, 그 재섭는 몰락양반 ... 원일부도 대단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였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그 몰락양반은 극의 끝까지 나올지, 어느 중간에 사라져서 자취를 감출 것인지 궁금해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원일부 하나 보기도 벅차니 그냥 적당한 때에 사라졌음 좋겠다, 라고 생각 중이랍니다.



4. 그리고 ..

- 곧, 국선이네 집이 홀랑 망한다던데... 걱정이에요. 그 중심이든 어디든 원일네가 있을 것도 같고 말이죠. 게다가 왠지 몸약한 국선모도 걱정이고... 에구구.

- 계속 볼지는 모르겠어요. 일단, 여진구군 분량은 다 보려고 생각 중이거든요.

- 세트가 간간히 어설퍼서 90년대 드라마 보는 느낌도 가끔 든답니다.

- '해피투게더'가 토요일로 방송시간대를 옮겼더군요. 덕분에 이거 끝나고 바로 틀어서 봐버렸답니다. 오랫만에 봐서 그런지 재밌었어요. 게스트들도 좋았고. 근데, 내 개그코드는 좀 이상한 듯... 썰렁하다고 타박받는 개그에서 오히려 더 잘터지니 말이죠...;

- 이 드라마는 되게 반듯해요. 저의 생각은 그래요. 성인으로 바뀌면 달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