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09 전설의 고향 9화, 묘정의 구슬.
구중궁궐 속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이 바라보는 단 한 사람의 남자. 왕이란 이름의 그 남자.
그의 사랑을 받고자하는 구중궁궐의 여인들의 그 절절한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을 그린, 묘정의 구슬.
항상, 전설의 고향을 보기 전까지는 기대치가 없이 보다가... 보고나면 나름 만족을 하게 됩니다.
[2009 전설의 고향 - 묘정의 구슬] 또한 큰 기대가 없이 봐서 그런지... 보고난 후엔 나름 괜찮았어, 라는 듯한 마음이 생겼달까? 공포감이라던지 귀신의 한 보다 더 마음에 깊이 다가왔던건, 왕의 사랑이 고픈 그 여인네들의 절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녀들의 그 마음이 귀신의 한보다 더 슬프게 다가오더군요.
1. 옛날옛날 한 옛날에... 호랑이 바람피던 그 옛날에...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자애로운 중전마마와 아리따운 후궁마마들에 둘러쌓인 임금님이 살고있었습니다.
사실, 그 나라가 '조선'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대충 그리 보이니 '조선'이라고 칩시다.
겉으로는 모든 걸 가진 듯한 임금님이지만, 그는 아무런 힘이 없는 나약한 임금이었습니다.
조정대신에 의해서 왕이 된, 그렇기에 이름 뿐인 임금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자이기도 했습니다.
임금님의 꿈은 궐밖을 나가서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그럴 수 없었고~ 그렇게 임금님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되지도않는 머리를 굴려본 결과,
임금님은 '반정'으로 인해서 원치않게 왕이된 자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말구~:
2. 못난이 소원마마, 총애구슬을 얻다.
임금님의 후궁들은 모두 아름답다, 했지만... 그 중에서는 마음은 곱지만 미색이 따라주지않는... 그래서 첫날밤도 치루지 못한 '소원'마마가 계셨습니다. 소원마마는, 한때 권력이 있었던 아버지로 인해서 '후궁'의 자리에까지는 올랐으나 그 이상은 나아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마음이 착한 소원마마이지만, 그녀또한 여인인지라 임금님의 사랑을 얻고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소원으로만 듣던 '총애구슬'을 갖게 됩니다. 그 총애구슬은... 갖기만 하면 아름다운 미모와 더불어 임금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전설의 구슬 이었습니다.
그리고 못난이 소원마마는, 아름다운 미색을 갖게되고~ 임금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미색을 얻게 된 소원마마는 더 이상 마음이 아름답던 옛날의 소원마마가 아니었습니다.
***
총애구슬의 영험함, 그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자는 '소원' 단 한사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총애구슬을 갖게된 이후로 소원은 내내 악몽을 꾸며 밤잠을 설치게 되었죠. 그러나, 그녀는 총애구슬을 지닌 이후로 임금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 행복했기에~ 그 행복을 놓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궐에 사는 여인, 왕의 여자로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가장 큰 힘과 권력을 주는 것은 재물도 그 무엇도 아닌... '왕의 사랑'이었으니 말이죠.
항상 못생긴 외모로 인해서 왕에게 사랑을 받지못하던 소원은... 그렇기에 다른 후궁들과 상궁나인들에게 무시당하는 서러운 삶을 살아갔고, 총애구슬로 인해서 왕의 사랑을 받게되고 그로인해서 얻게 된 무수한 권력들을 그녀는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밤, 총애구슬을 빼앗긴 후에 그 구슬을 지닌 자가 그리 무참히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녀는 구슬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게 됩니다. 그 구슬이 지닌 잔혹한 진실을 알기 전까지...
***
누구보다 고운 마음씨를 가졌으나, 총애구슬의 맛을 본 뒤로~ 그녀를 무시하고 조롱하던 홍빈과 다를 바가 없어진 소원을 바라보며... 그 것또한 인간의 탐욕의 또 다른 얼굴이구나, 싶었습니다.
3. 대단한 카리스마의 홍빈.
궐 내의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 임금의 총애를 가장 많이받고 살아가는 홍빈. 그래서인지 그녀의 미모는 더더욱 빛이났고, 그녀의 높은 콧대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 듯 했습니다.
그녀는 그만큼이나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도하고 당당당한, 부잣집에서 자란 자존심이 대단한 아가씨란 느낌이드는 그런 여인이었습니다.
아니, 그녀는 정말 대단한 집안의 귀한 딸로 자라나서 후궁의 자리에 오른 여인이었습니다.
그리 임금의 총애를 받으면서도 아직 회임소식이 없느냐고 넌지시 묻는 중전에게 당돌할만큼 차갑게 대답하고, '총애구슬'이라는 그 구슬로 싸우는 두 빈들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뒤꽂이로 손을 콱 찔러서 조용히 시키는 그 살벌함. 그리고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버리는 홍빈의 모습은, 여태껏 '궁궐사극'에서 보던 후궁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뭬야~ 등등으로 소리만 바락바락 지르며 독기를 뿜어내는 여인들과는 다른,
몸에 배어있는 우아함과 카리스마로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내세우는 듯한 여인이랄까?
***
그래서인지, [2009 전설의 고향 - 묘정의 구슬]에서 가장 마음아프게 남는 여인도 홍빈이었습니다.
그녀는 모두가 '총애구슬'의 존재를 믿을 때도, '그런 게 있을리가 있냐'라며 콧방귀만 뀌며 외면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정말 그 '총애구슬'을 믿었는지 안 믿었는지는 그녀만 알겠지만, 저는 왠지... 정말로 그녀가 총애구슬 따위는 믿지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는 총애구슬이 없이도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후궁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겉으로는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이었으나~ 단 한번도 진심으로 왕에게 안겨보진 못한 ... 그런 여인이었습니다. 그리 그녀의 배경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되, 단 한번도 그녀를 바라봐주지 않는 왕. 그녀는 그런 왕을 사랑했습니다.
아마, 그녀의 뒷 배경이 '총애구슬'과 뭐가 다른가, 라는 것을 알고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의 배경과 재물이 곧 '총애구슬'이었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그러니까, 총애구슬이 주는 왕의 총애가, 자신의 배경으로 인해서 얻은 왕의 총애와 뭐가 다른가... 이런 것?
마음은 없는 빈 껍데기 총애라는 것... 그래도 그녀는 그런 왕의 사랑을 얻고싶어 하는 듯 했지만.
그렇다면 사실은, 그녀도 총애구슬을 믿은 것일까? 그래서 그날 밤, 귀인의 방에 갔던 것인가...?
높은 자존심 때문에 되려 믿지않는 척을 한 것은 아닐까...?
***
몇해 전,
다른 후궁들이 묘정을 시샘하고 묘정의 머리칼을 자르고 묘정의 구슬을 빼앗으려고 했을 때, 홍빈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홍빈은 진심으로 왕의 사랑을 받는 묘정을 질투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묘정의 그 '믿음'을 산산히 깨어버리고, 다른 후궁들이 묘정의 물건을 탐하고 있을 때... 홍빈은 그녀를 죽이라고 명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서도 복수를 위해 돌아오겠노라는 묘정에게 말합니다.
꼭 찾아오라고.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그리고 돌아온 묘정이 무섭지만 또한 그녀는 말합니다.
니 손에 죽을 바에는 나 스스로 죽겠노라고. 결코, 너의 손에 죽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 당당한 홍빈의 말에~ 묘정이 움찔한 듯 느껴진 건... 나 뿐일까요?
대단한 여인 홍빈... 귀신 앞에서 협박을 날릴 수 있는 여인이라니... 역시, 고귀한 아가씨였습니다.
***
이렇게 독한 여인도, 마지막까지 가장 약해질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은... 왕의 사랑이 아니었을런지...
그녀는 그저, 왕이 사랑이 고팠던 구중궁궐의 수많은 여인들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여인들처럼 티내며 사랑이 고프다고 징징거릴 수 없어, 속으로 그 아픔을 삭혀내고, 뒤에서 그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을 잘라내는... 자존심 쎈 마마님.
그래서, 홍빈이 자신을 죽이려는 중전을 죽일 수 없었던 건...
중전이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왕의 사랑에 굶주린 여인이라는 것...
그리고, 중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아서가 아닐런지...
자신은 뒤에서 독하게 모든 걸 잘라내며 왕의 총애를 자신에게 돌리려고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중전은 앞에서도 뒤어서도 자애로운 척... 그 모든 한을 속으로만 삭히며 살아갔으니 말이죠.
어쨌거나, 죽는 그 순간까지 눈물 흘리며 왕을 부르는 홍빈의 모습이 참 가여웠습니다.
4. 총애구슬의 비밀.
일명, 총애구슬이라 불려지던 묘정의 구슬.
사람들은 어느 날 문득, 왕의 눈에 들어서 특별상궁이 된 묘정이 그 '총애구슬'로 인해서 왕의 사랑을 받고 있노라, 는 소문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왕의 사랑을 받고싶었던 또 다른 후궁들은 묘정의 머리칼을 자르고 결국 그녀를 죽이기에 이르더군요.
그리고 묘정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 자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죽어서도 궐을 떠나지 못하고 그리 헤메이고 다녔습니다. 아마, 묘정의 원혼은 그 구슬 안에 맺혀있는 듯 하더군요. 그래서 궐의 이곳저곳을 스스로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슬을 손에 쥐는 자들에 의해서 이리저리 옮겨지며~ 목표물이 그 구슬을 손에 넣는 순간, 그에게 복수를 하는 방식으로 그리 궐을 떠도는 듯 했습니다. 어쩌면 묘정의 의지로 그들이 구슬에 접근하게 한 것일 수도 있고.
살아생전 묘정은, 참으로 맑고 순수한 여인인 듯 했습니다.
그리고, 답답한 궐을 벗어나 저 하늘의 새처럼 훨훨 날고싶다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지닌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런 순수한 마음과 궐 밖을 훨훨 날고싶다는 그 꿈을 말하는 그 초롱초롱한 눈빛이 왕의 마음에 들어온 것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더군요. 왕또한 궐을 벗어나 훨훨 날고싶은 꿈을 지닌 이였으니 말이죠.
묘정은, 홍빈으로 인해서 왕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또한 자신을 살리지않을 것임을 알고 저주를 하며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최종목표는 '왕'이었고 말이죠. 왕의 처소는 귀신이 들 수 없는 아주 영험한~ 그런 곳이어서 원귀가 되어버린 묘정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아마, 죽은 묘정은 그래서 왕의 앞에 나타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그리고~ 겨우 왕을 만나 왕을 죽이려는 묘정을 바라본 왕은... 너무나 그리웠다는 듯이 그녀를 안아버리고 맙니다. 그래야지~ 싶었는데, 정말 와락~ 안아버리니까... 어뜨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ㅎㅎ
니 손에 죽을 바엔 나 스스로 죽겠노라~ 협박하는 홍빈에 이은 놀라움...;
자신을 죽이려는 원귀를 보고 너무 그리웠다는 듯이 와락 껴안는 왕이라니...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묘정은 참 원통하게 죽었고, 그래서 그 한이 쌓이고 쌓여~ 자신이 그리도 바라던 바깥세상에서 훨훨 날아다니며 살아가지 못하고... 궐 안에서 그리 맴돌던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그렇지만, 묘정은 참 행복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궐 안의, 왕의 사랑에 굶주린 여인들은 ... 그 사랑이 그리워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죽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녀들은 아마, 그리 죽어서라도 왕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리 죽음으로서 모두의 마음에서 지워진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했죠.
궐 안의 수많은 여인들.
그 여인들은 살아있음에도 진심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님이 없는데, 묘정은 죽어서도 그녀를 잊지못하고 떠나지 말라 울부짖는 부군이 있으니... 어쩐지, 묘정이는 참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묘정의 죽음에 가담한 이들. 그들의 죽음에 그저 착찹하게 소식을 듣던 ... 그렇게 달을 바라보며 묘정을 떠올리던 왕은... 그녀의 죽음에 가담한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벌을 주지도 못했지만, 또한 그녀들을 진심으로 바라봐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들은 어쩌면.. 묘정보다 더 불쌍하고 가여운 여인들일 수도 있습니다.
5. 그녀들은 그저, 왕의 사랑이 고팠을 뿐이다.
결국, 총애구슬이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물론, 소원은 총애구슬로 인해서 눈에띄는 미모를 얻었고,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 것은 묘정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총애구슬'이란 것은, 묘정 그 자신이었습니다. 소원이 아름다워 진것도 왕이 소원을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인 것도... 왕의 눈에 소원은 '묘정'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왕이 묘정을 사랑한 것은 '총애구슬' 때문이 아닌~ 묘정이란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중전은 망연자실하여 주저앉고 말았지만요. 자애로워 보이는 중전또한 왕의 사랑에 굶주려서 어떻게든 총애구슬을 얻고싶어하는 한 여인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홍빈을 찾아가 구슬을 내 놓으라며 그녀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으니 말이죠. 너무 자애로워 보이던 중전이 마지막에 뭔가 해주길 바랬는데~ 이런 반전일 줄은 몰라서 내심 놀랐습니다.
왕의 사랑이 고파서 그 구슬에 목숨걸고 뭐라도 하려는 여인들의 모습이, 참 가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총애구슬이란 것은 정말로 없는 것인데도... 궐 안의 수많은 여인들은 그 구슬을 여전히 믿고 탐하고 살아가지 않을런지...
*
어영부영~ 벌써 마지막입니다. 가면귀...;
*
이번 [전설의 고향]은, 한 두작품을 제외하곤 꽤나 괜찮았던 것 같아요.
첫 회가 가장 청률이가 높았는데, 마침 그 것이 [혈귀]였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기도 하고.
첫 회를 무난하게 [구미호]나 [씨받이]로 시작했음 더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나름 좋았던 이야기들이 이렇게 뭍혀가는 것이 아쉽고 또 아쉽네요.
*
담 주부턴 월화에 뭘 봐야하나~ 벌써부터 고민 중...;
선덕여왕은 왠지... 굳이 나까지 볼 필요는 없잖아? 이런 생각이 들어서 본방으로 안보렵니다.
*
궁궐 여인들의 삶을 그린 사극이나 하나 나왔음 좋겠어요.
[묘정의 구슬]과 같은 느낌의~ 시대미상의 궁궐 여인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고도 슬프게 그려지는 그런 사극. 뭘 바라냐~ 싶지만... 전, 그런 류의 사극이 기다려진단 말입니다. 그러나 [여인천하]같은 느낌은 또 싫습니다.
*
묘정이 낯이 익다~ 했더니~ 쾌도 홍길동의 그 콧대높은 아가씨였습니다. 오랫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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