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왕녀 자명고 21회 - 왕이 된 아버지란, 그런 것이다.

도희(dh) 2009. 5. 20. 19:15

드라마 왕녀 자명고 21회.

요즘, 왕녀 자명고를 보면서 드는 하고많은 마음들 중 하나가 '누가 더 불쌍한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명과 호동과 라희의 삶의 무게는, 그 무게를 짊어 진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은 결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제 3자인 내가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얘가 불쌍해.' '쟤가 더 불쌍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명-호동-라희'의 삶의 무게는 누가 더하고 덜한 것도 없이, 그들이 감당하기엔 조금 지나친만큼의 무게로 그들을 눌러버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 그들의 운명이 그저 안쓰러울 뿐, 불쌍하다고 동정은 하지 말자. 그저, 그 것도 저들의 운명일 뿐이니.. 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언제까지 그런 마음으로 볼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변덕이 죽끓듯하는 변덕쟁이거든요...;

이번 왕녀 자명고 20회는, 호동의 신변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된 무휼이 왕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던 회였습니다. 그 외에도 내내 드러내놓고 대립했지만, 더이상 발톱도 숨기지않고 서로에게 으르렁거릴 호동과 매설수. 호동과 자명의 우정(!). 호동을 향한 라희의 설레임 등등의 이야기들도 그려졌으나, 호동을 향한 무휼의 그 마음과 눈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1. 죽는냐, 죽이느냐.

호동의 존재는, 이제 곧 태어날 매설수의 아이(해애우)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송옥구는 낙양에서 돌아오는 호동을 치기로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매설수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판단에 수긍할 수 밖에 없게되고 호동은 자명으로 인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후계자가 사라짐으로서 다가올 혼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왕의 마음과 아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아비의 눈물을 보이는 무휼. 곧 태어날 아들(해애우)이 나오는 길이 혈육의 피로 얼룩지길 바라지는 않는다며, 일단은 죽지는 않되 팔이나 다리 하나쯤은 잘려서 돌아오길 바라는 매설수. 훗날을 편안하게 가기위해선 호동이 꼭 죽어주길 바라는 송옥구.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자신을 죽이려고 한 그들의 앞에 서겠노라며 죽을 힘으로 버티는 호동.

그렇게 호동은 송옥구의 장남이자 매설수의 오빠인 송강과의 결투를 벌이게되고, 자결하려는 송강에게 자결한 자격도 없다며 자신의 칼로 베어 죽이기에 이르더군요. 죽여야할텐데, 죽이려나~? 라고 생각한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리는 호동의 모습이란...;
호동이 생각보다 조금(?)은 잔혹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1회가 문득 떠오르네요.

'왕녀 자명고' 1회를 보며 '호동'하면 떠오르는 김진작가의 '바람의 나라'의 여린 호동을 생각하며 본, 해맑게 '형아~'하며 달려온 동생 해애우를 다정스레 안아서 천장까지 던져버릴 기세의 1회 호동의 모습에 잠시 멍때렸었거든요~^^;;;; 좀 쌩뚱스레 그 이야기를 더하자면, 해애우가 무서워서 울지말고 '형아 더해줘~;'하고 웃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원래 그리 노는 아이들이구나~ 할테니 말이죠.





2. 호동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십중팔구는 어렵겠지? (무휼)

호동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십중팔구는 어렵겠지?
호동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죄를 물어야하겠느냐?

할아버지, 이 어리석은 손주놈한테 한마디만 해주소서.
호동이... 지금 죽었습니까, 숨이라도 붙어 있습니까... 할아버지... (무휼)


"임금에게 생각이 다른 아들은 그저 정적일 뿐이다."
 
왕녀 자명고 1회.
낙랑국이 멸망하고, 낙랑국의 백성들이 고구려에서 비참하게 사는 것을 보다못한 호동의 청을 듣고난 후에 무휼이 한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 '유리명왕'이 '도절'과 '해명'을 죽였던 일을 말하며, 어찌 혈육을 죽이고 자식을 죽일 수 있었는가... 했던 그 것들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무휼은 호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더욱 강인하게 키우려는 그 마음을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차갑고 매정하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호동을 위해 다른 여인들에게서 자식을 보지않고, 호동에게 왕의 자리마저 주고싶어하는, 자신을 잇는 강인한 왕이되길 바라는 무휼. 하지만, 저 차가운 무휼이 과연 아들 호동을 가슴깊이 사랑하긴 할까? 과연 그 것들은 '호동'을 위한 것일까, '고구려'에 혼란과 피바람을 불러일으키지 않기위한 또 하나의 계산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호동을 사랑한다기엔 너무 엄하고 차가웠기에. 따뜻함이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기에. 뭐, 그 것이 무휼만의 사랑법일 수도 있었겠지만.

호동이 위험에 처하고, 살아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당연하겠지만 무휼은 꽤나 혼란스러고 아파하는 듯 보였습니다. 무휼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여인 '아란'의 자식이었고, 현재까진 유일한 아들이자 후계자인 호동. 꼭 자신의 뒤를 잇는 왕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아들, 호동.

주몽신당에서 앉아 눈물까지 흘리며 호동이 살아있을까... 라며 슬퍼하는 무휼은, 그 와중에도 왕으로서의 판단과 대책을 세우기위해 을두지의 머리를 빌립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죄를 물어야 하겠느냐?"

호동의 위험에 미묘하게 흔들리는 듯한 눈빛, 매설수까지 찾아가서 으름장을 놓던 무휼을 보며 진심으로 아들 호동을 아끼고 사랑하고 걱정하는구나, 라는 그 생각들었던 그 것들이 깨어지는 듯 하더군요. 당연하죠. 당연합니다. 호동의 안위가 아비로서 걱정되는 것만큼, 호동의 죽음으로 인한 고구려의 혼란. 그 것을 안정시키고 대책을 세우는 것도 왕이 해야할 일. 그저 자식잃은 아비로서 슬퍼하고 분노만 할 수 없는 자리가 왕의 자리일테니.

무휼은 왕의 마음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대책을 세우려고 하면서도, 언제나 엄하게만 대해온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예상치못한 무휼의 눈물은, 은근한 충격을 주더군요.

그렇게 자식을 잃고 슬픔과 분노를 담아 크게 울부짖을 수 있는 송옥구와 달리, 무휼은 그저 신당에서 고개숙이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면서도, 직접 칼을 겨누기보다는 손익계산을 먼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은 공이고 과는 과이니,
유수에게 삼계구고두를 한 과는 가려 따질 것이고 낙양에서 배와 목수를 얻어온 공또한 가려 따질 것이다.
(중략)
그래, 몸은 괜찮으냐? (무휼)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온 호동.
무휼은 호동이 살아있음을 듣고 안도를 하면서도, 결코 겉으로는 드러내지않고, 낙양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공과 과를 따지고나서야, 나직히 '몸은 괜찮느냐?'라는 그 한마디로, 무휼은 그간의 걱정을 표합니다.
사실, 삼계구고두는 소리소문없이 뭍히는 건 아닐까~ 했는데, 결코 뭍히지 않았습니다!!!

왕녀 자명고 21회의 무휼을 보며, '왕이란, 그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회였습니다. 
매 회마다 그런 생각들이 어디 한 구석에라도 담겨있었음에도, 특히나 더 그런 생각이 들더이다.

아비이기 전에 고구려의 왕일 수 밖에 없었던 무휼과 아들이기 전에 고구려의 왕자일 수 밖에 없었던 호동.
그들의 모습이란...


'해색주'에 대한 이야기가 몇번 나오더군요. 고구려 제 4대왕인 민중왕이기도 한데, 대무신왕 무휼의 다음 대 왕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최리는 무휼이 자신의 다음 대에 결코 동생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어찌되었든 고구려 4대왕은 해색주입니다. 그가 드라마 자체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존재는 어떻게든 알리게 되었군요.






3. 이 은혜는 뼈속깊이 새겨 결코 잊지 않겠사옵니다. (호동)


어찌아셨는지 큰 외숙부님이 저를 구하러 오셨다, 변을 당하셨습니다.
용맹한 비류나부와 큰 외숙부님께 이 호동, 큰 은혜를 입었사옵니다.
이 은혜는 뼈속깊이 새겨 결코 잊지 않겠사옵니다. (호동)

신하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일은 당연한... 당연한...

내 기필코 호동이 놈 목을베어 너의 무덤 앞에서 재를 올려주마, 강아.. 강아... 강아....!!! (송옥구)


사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치는 잘 모르겠지만... 엄청 좋아라하는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이서스를 혼란에 넣고 사라진 할슈타인 후작을 뒤에서는 추격하고, 앞에서는 나라의 위대한 영웅으로 만들어서, 다른 이들을 자신들에게 복속시키는. 정치란 그런 것인 듯 하더군요.

호동이 그런 것 - 비류나부를 통해서 다른 부족까지 복속시키는 - 까지 계산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비류나부의 반란을 알려서 고구려를 불안하게 뒤흔들기 보다는, 겉으로는 비류나부가 왕가(계루부)에 충성하는 것처럼 곱게 포장한 호동. 호동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비류나부와 그로인해 호동의 손에 당해버린 송강의 죽음을, '고구려 왕자 호동을 위해 싸우다 죽은 것'으로 포장하여 그를 '호동의 은인이자 고구려의 영웅'정도로 높이 치사하며 송옥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알립니다. 그리고, 그 내막을 모를리 없는 송옥구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호동의 말을 반박하지도 못한 채, 알아듣고 수긍하는 척, 하게 됩니다.


BATHING
BATHING by Piez 저작자 표시

일단,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 은 했습니다.


은혜를 뼈속깊이 새겨 결코 잊지않겠다는 호동은, 그 날의 일을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은근하지만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고, 송옥구또한 자신의 아들을 죽인 호동의 목을 꼭 베고 말리라는 맹세를 하게 됩니다.

서로 발톱을 숨긴 채, 서로를 떠보던 그들은, 이제 자신의 발톱을 드러낼 때가 다가왔음을 알아차리는 듯 하더군요. 송옥구에게는 눈엣가시였던 호동, 이젠 눈엣가시를 넘어선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나저나, 자기가 먼저 호동이 죽이려고 했으면서, 그래서 아들마저 잃었으면서 무조건 '호동 네이놈!!!'을 외치는 비류나부라니...; 그렇다고 자신을 죽이려던 송강을 살려서 데려올 수는 없지아니한가!!!

호동이 죽었다면, 무휼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4. 호동, 니가 내 큰 오라바니를 죽였느냐? / 마마께선 이 아들을 죽이려 하셨나이까? (매설수&호동)

호동, 니가 내 큰 오라바니를 죽였느냐?
마마께선 이 아들을 죽이려 하셨나이까?
니가 내 오라바니를 죽였느냐?
먼저 대답하십시요. 이 호동을 죽이라 하셨나이까? 원비마마께서 이 아들을 죽이라 하셨나이까?
그래, 그랬다. 내가 그랬다.
널 용서치 않겠다. 내 오라바니를 죽인 널 용서할 수 없느니!!!
(매설수&호동)

아마, 호동은 매설수가 그런 식으로 함정을 파서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내내 서로 칼을 겨누던 사이였으나, 내내 서로의 목숨을 위협하고 노리는 사이였으나, 매설수라면 자신의 뒷통수를 치기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칼을 겨눌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달까?
비류나부가 자신을 죽이려 했더라도, 그 곳에 매설수의 사주는 없었을 것이라는... 
그래서, 자명의 물음에도 눈빛은 흔들리면서도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무휼의 명으로 죽여야했던, 하지만 한때 어머니였던 그녀를 떠올리며 살렸던 만큼, 그녀또한 자신에게 아들로서의 티끌만한 정이라도 있어서 그런 식으론 죽이지않겠지~ 라는 어떤 대책없는 믿음...; 이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물론, 매설수 또한 그런 식으로 호동을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고, 자신이 직접 호동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어했으니, 호동의 대책없는 믿음은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죠. 내내 느끼지만, 참 닮은 꼴 모자야...;

매설수는 호동을 몰아치다가, 되려 자신을 몰아치는 호동에게 욱해버린 감정이 더해져서 '내가 그랬다'라며 악을쓰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것이 왠지모르게 가슴아프게 다가오더군요.
매설수는 은근 다혈질적인 기질이 있단말이죠. 내내 조용하고 차갑게 웃다가도, 감정이 폭팔하면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않고 욱욱 거리는 걸 보면... 몇번 있었죠...;;;

무튼, '내가 그랬다'라는 매설수의 대답에 호동은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설마, 언젠가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긴 하겠지만, 그래서 그날의 그 끈으로 자신의 관을 묶겠다는 그 말을 실현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매설수가 자신을 죽이라고 함정을 파고 사주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그녀가 주도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대책없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랄까?

아닐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정말로 호동이 매설수가 자신을 그런식으로 죽이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과 그 믿음이 깨어진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것으로 이들 모자는,
알게모르게 그들의 발목을 잡고있던 과거에 있었던 아주 짧은 순간의 모자의 인연조차 끊어지는 듯 보이더군요.

자신들이었어도, 죽였을 것이면서, 호동이 자신들의 혈육을 죽였다고 저리 길길이 날뛰는 비류나부...
적반하장. 이란 생각이 든 건... 나만 그런 건가요?

애초부터 실패를 대비해서 송강을 보내지 말지.. 그랬어~;;;; 비류나부는 왜 무조건 성공이라고 대책없이 믿은게냐~; 라고 또 생각..;

그래도 역시 '호동 vs 매설수'의 대립은 꽤나 재미있습니다. 간만에 붙으니 더 재미있는 듯.
왕녀 자명고를 보는 재미 중 하나죠. '왕자실 vs 모양혜'와 함께~*






5. 넌, 니가 누군지 알기위해 살지만, 난 왕이 되기위해서 살아왔다. (호동)

넌 정체가 뭐냐? (호동)

호위무사? 왕자님 노비? 그거 두갠 안하기로 했으니까, 왕자님 친구요.
사실 나도 몰라요. 내가 누군지. 그게 미친듯이 알고파서 낙랑땅에 가려던 거였거든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두가 다 자기가 누군지 알고 사는 건 아니거든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자기가 누군지 알고 사는 것만해도 복받은 거거든요. (자명)

자신이 누군가를 아는 것 만큼 자신이 세상에 던져진 이유가 뭔지...
도대체 뭘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호동)


엄마... 엄마는 왜 부여사람이야? 엄마는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일찍 죽었어? (호동)


겉으로는 꽤나 무섭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꽤나 잘난 왕자 호동.
그는 사실 외로움도 많고, 꽤나 다정하고 부드러운 아이인 듯 합니다. 그런 호동의 속을 알고, 그를 감싸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고구려 내에서 호동이 그런 부분을 보이는 순간, 그 것은 약점이 되어 적들이 호동을 칠테니 말이죠. 약한 자는 왕이 될 수 없다,고 그랬습니다. 그 것이 힘이든 마음이든 간에.
'약한 자는 왕이 될 수 없다'라는 그 말, 뮤지컬 '바람의 나라' OST에서 무휼이 신수를 죽인 호동에게 했던 말인 듯 합니다. 왕녀 자명고에서 들은 말은 아닌 듯...; (가물가물)

목숨이 경각에 달려, 생사를 오가는 그날 밤.
호동은 어린 시절, 처음 자신을 향한 매설수의 독기와 생모의 존재를 알게된 후의 두려움과 슬픔과 외로움을 떠올리며, 그의 가장 약한 모습을 자명에게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자명을 자신의 생모 아란으로 착각하며, 그 어린시절 눈 위에서 울부짖던 그 말을 그대로 하게 되더군요. 아아... 모성애인가요...?? (농담 반, 진담 반)

자신이 누군지 알기위해서 살아가는 자명과 왕이 되기위해 살아가는 호동.
그저 숨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는 자명의 눈에는 호동이 왕이 되려고 버둥치는 것이 지나친 욕심으로 보이겠지만, 호동에게 왕이 된다는 것은 자명이 자신이 누군지 알고싶어 버둥거리는 것,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 것과 비슷한 무게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호동에게 굳이 왕이 될 필요는 없지않느냐는 자명의 말은, 내 삶의 무게만 무겁고 다른 이의 삶의 무게를 알지못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서 어찌 호동의 쓴 맛을 나눠 먹으려고 그러느냐~ 라는 생각도 슬쩍 들었습니다.

호동이 왕이 되기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역으로 왕이 되지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왕이 되지않은 왕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테니. 아니면, 죽음보다 못한 삶.

훗날, 자명이 자신이 '낙랑의 적법한 왕녀'임을 알게되고, 자신이 그리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 '낙랑국 원후 모하소의 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그 때는 호동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게 되며, 가장 힘든 순간 함께하며 서로의 속을 들여다 본 두 사람은, 그렇게 마음이 통하는 벗으로, 그리고 훗날... 애틋한 연인이 되는 것이겠죠. 알게모르게 벌써 시작된건지는 모르겠으나.

퍼지는 독을 막기위해 호동의 팔을 자르려는 자명과 왕이 되어야하기에 절대 몸을 상하게 할 수 없다는 호동.
호동을 굳이 지금 죽이고 싶지않다며, 팔이나 다리가 하나쯤 잘려서 온다면 굳이 죽이지않아도 될텐데, 라고 말하던 매설수와 호동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던 양덕.

그 장면에서 매설수는 굳이 호동을 죽이기보다는, 호동이 왕이 되지 못한 것을 보고싶어하는 듯 했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리를 잃으면 죽는 것이라던 모양혜의 말처럼, 매설수 또한 알고 있는 것이죠.
왕이 되기위해 살아온 호동에게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팔이나 다리 하나쯤 잃고 왕이 되지않고, 저기 어디 변방에서 그리 소리없이 살아가게 하고싶어하는 듯 했습니다. 그 모습을 내내 비웃으며 바라보고 싶어서일지, 그래도 목숨은 붙혀놓고 싶은 마음인지.

그런 매설수와 양덕의 대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말이지, 호동은 훗날 이 날을 기억하며 아주 조금은 후회하는 날이 있을까?
차라리 그때 팔이라도 잘라서, 왕이 되지않은 왕자로, 저 먼 어딘가에 소리없이 살며, 자명과 함께 이름없는 한 남자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 라는 그런 ... 후회.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6. 내가 호동왕자 때문에 흐트러졌다고 생각해요? (라희)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이 일이 낙랑국에 득이될지, 해가 될지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라희)


자명의 캐릭터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면, 호동과 라희의 캐릭터는 아역시절 부터 차근차근 그려지면서 그들의 상처와 아픔등등을 이미 잘 알고있고, 그렇기에 그들의 사소한 행동이나 표정, 그리고 말 한마디에도 공감하고 같이 이해하고 아파할 수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시작하는 '자명-호동'의 관계와 달리 아역시절 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라희-호동'의 관계도 그래서 더 이뻐보이기도 하고. 물론, '자명-호동'도 어느정도의 관계와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들이 나오고 있어서 그들의 관계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라희-호동'과 다른 또다른 매력이 있는 커플이에요.

라희는 아주 어린 시절의 첫 연정. 그리고, 다시만난 그의 따뜻함과 다정함에 폭~ 빠진 듯 했습니다.
라희야, 다 계산된 거짓연기란다~ 호동은 나쁜남자야~ 라며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아주고 싶지만. 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호동의 진심이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부정하고 괜시리 튕기기도 하고,
호동을 향한 마음을 아닌 척, 계산하는 척, 나라를 위해서 그 감정을 부정하려고 하면서도,
호동의 사고소식에 놀라서 정신이 흐트러지며 언제나 쉬지않던 왕홀과의 대련조차 접어버리고,
가족모임(!)에서 호동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멍때리다가 모하소에게 슬쩍 야단까지 맞는 태녀 낙랑!!!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그 표정이 꽤나 사랑스러웠던 라희였습니다.
그리고, 모하소가 은근히 눈치를 채는 듯 느껴지던데... 정말로 눈치 챘을지는 모르겠네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라희의 경우에는 아역 때 그 캐릭터가 어느정도 구축되어있는 상태여서, 잠깐잠깐 나와도 그녀의 비중이 적다는 느낌보다는 '라희는 그랬구나'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이 느껴진달까? 
그에반해, 아역 때는 제대로 그 성격이 그려지지않은 자명은 성인이 된 후에 서서히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고, 그래서 극의 많은 시간을 자명에게 할애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물론, 주인공이기도 하고~ 자명이 움직여야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있고 말이죠~;

앞으로 자명의 캐릭터까지 자리잡게되면, 라희와 자명이 그려낼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기도 하네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그려나갈지. 어떻게 성장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어떻게 대립하게 될지.







7. 두발달린 짐승이 가고픈델 못갈까? (모양혜)

뻔히 모양혜가 그걸 다 알면서 왜 1년을 달라 했을까?
왜? 뭔 수작질을 꾸미려고 하는 건가? 그 능구렁이같은 늙은 것이?
아무래도 내가 국내성엘 가야겠다. 왕자실을 결정한 일을 누가 막으랴.
이 기회에 자명일 없애고 모양혜를 꺽을 것이다, 반드시.(왕자실)

내가 직접 고구려로 가야겠다.
1년 후에도 내 율구헌에 터잡고 살려면, 내 자명이를 데려와 차후를 꺽어야하지 않겠는가?
두발달린 짐승이 가고픈델 못갈까?
기다려라 자실아, 내 이번에는 니 혓바닥에서 쓴맛 폴폴나게 해줄터이니. (모양혜)


'호동-매설수'에 이어서 꽤나 좋아하는 '왕자실-모양혜'.
이번 왕녀 자명고 21회에서도 잊지않고 으르렁 거려주셨습니다.

전에도 말했던가 모르겠는데, 날카롭고 매섭던 왕자실은 어딘가 순해지고 칼날이 무뎌진 느낌이 들더군요. 차후의 삶이 그리 고되지않고, 어느정도의 걱정과 근심이 사라졌기 때문에 긴장감이 풀어져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사실, 최근들어 자명이 살아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까지의 왕자실은, 외로운 밤을 보내긴 했어도, 나쁘지않은 삶을,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모두 이루며 무난하게 살아왔을테니 말이죠. 게다가 최근엔, 외롭던 밤도 덜 외롭게 되었고 말이죠. 하핫...;;;

그에반해, 내내 그 시간동안 왕자실을 향해서 칼을 갈아오던 모양혜의 칼날은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로워 진 듯 했습니다. 겉으로는 허허실실 웃으며, 왕홀과 소꿉장난하듯 지내며(!), 17살 소녀같은 순수한 모습까지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영호장원의 태대부인으로서 그렇게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사실 왕자실에게 내내 칼끝을 겨누며 어떻게 그녀를 무너뜨릴 것인가, 어떻게해야 그녀에게 인생의 쌉싸름함을 맛볼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계산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온실 속의 화초가 되어가는 듯한 왕자실과 거친 바람에 점점 더 강해지는 듯한 모양혜. 누가 이길런지...
사실, 모양혜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 한켠으론, 그 누구도 이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자명이 누구의 손에 먼저 들어가든, 그 것은 자명이 원하는 삶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가는 삶을 살아가야 할테니... 그냥, 자명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깨닫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그 운명을 알아야한다면, 누군가가 그녀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라면, 그 누군가는 제발 모하소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사사로운 욕심과 그 것을 이루기위한 목적으로 찾는 두 사람이 아닌, 순수하게 자식을 그리는 엄마인 모하소와 맨 먼저 재회하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려나?

공개적으로 왕홀과 모양혜의 '이혼'을 주장하는 왕자실과, 그럴 수 없다며 능구렁이처럼 맞받아치는 모양혜.
모양혜는 일년이란 시간을 벌어, 자명을 찾기로하고 고구려로 향할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왕자실또한 이번에도 자명을 놓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직접 고구려 국내성으로 가서 자명을 없애기로 합니다.

어찌 고구려로 가서, 어찌 자명을 찾아내련지...;
왕자실은 공식적으로 고구려 국내성으로 갈 듯 하고, 모양혜는 감이 안잡히네요.






8. 잊지않으려구요. 내 칼에 죽은 사람들. (자명)

잊지않으려구요. 내 칼에 죽은 사람들.
마음 아프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죽어야하는 사람들은 죽어야하니까. 살아서는 안되는 거니까.
칼을 한번 잡으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어있다는 거, 맞는 말이구나.
오늘을 생각해서, 그 사람들을 생각해서, 절대 이유없는 칼을 들지는 않겠다.


왕녀 자명고 20회에서 자명은 처음으로 칼에 피를 뭍히게 됩니다.
칼을 잡으면 꼭 피를 보는 것이라는 호곡의 말을 귓등으로 듣던 자명은, 호동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꺼내든 칼에 뭍은 피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듯 하더군요.

그리고, 그녀는 그 것을 잊지않으려고 합니다.
자신이 죽인 이들에게 미안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호곡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한 번 칼을 뽑으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된다는 것을 마음으로 새기고, 그러니... 의미없는 살생은 하지않겠다는. 그런. 다짐.

자명이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호동때문에 처음하는 일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동또한, 자명 덕에 처음 겪는 일들이 있을테지만... 굼벵이 먹는 것 등등~;






9. 나와 어떤 밀약을 맺고자 하옵니까? (매설수)

뿌쿠라는 계집아이가 있습니다. 내게 주십시요. 이 혼담을 깨트려 드리지요. (왕자실)

고구려에 매설수가 있다면, 낙랑엔 왕자실이 있고... 낙랑에 왕자실이 있다면, 고구려엔 매설수가 있죠.
요~요~ 두 여인네가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왕녀 자명고는, 낚시예고를 따로 만드는 듯한 느낌이 슬쩍 들기도 하는데... 이거 낚시 아니겠죠?
저번 주 왕녀 자명고 19회에 나왔던 예고 한토막이 안나와서 내심 당황했었거든요. 편집인건가... 예고용을 따로 찍은 것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예전에 드라마 '왕과 나'는 생방송 드라마임에도 '예고용'을 따로 찍은 적이 있었거든요~;

무튼, 예고를 잠깐 생각해보면... 자명은 호동에게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는 듯 하고, 라희와 호동이 재회하는 듯 하더군요. 그런데, 그 곳이 낙랑인 줄 알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왕자실이 매설수를 만나는 걸 보니 고구려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왕자실은 공식적으로 국내성을 방문해서, '혼담'을 나누는 듯 하더군요. 그리고 그 공식방문에 라희도 함께한 듯 하고. 그 와중에 왕자실이 매설수와 딜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 모양혜는... 어케 간다는 거냐????

그녀들의 밀약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두두둥~;
당근... 안돼겠죠. 자명은 어찌되었든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니까.. (초치는 소리..ㅋㅋ)
결과를 알고 과정을 보는 재미를 주는 '왕녀 자명고'
예고가 꽤나 쫄깃해서 한주를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예고떡밥가지고 백날 이러쿵 저러쿵 예상해봤자, 언제나 설레발이니... 제 예상잡담은 그냥 흘려읽어주세요~;;;
왕자실이 정말로 어케 고구려로 가서 매설수를 만나는지, 호동과 라희는 어케 재회를 하게되는지는 본방을 봐야 알겠죠...ㅋㅋ










이번 주에 '내조의 여왕'이 종영했습니다. 저는 재방송으로 가끔보던 드라마인데, 아마 대박이었다죠?
마지막회가 꽤나 좋게 끝났다던데, 주말 재방으로 봐야겠네요.
너댓번 본 드라마였는데, 재밌긴 했어요. ㅎㅎ

그럼, 유입 시청자가 있을 것을 감안해서 다음 주 왕녀 자명고는 '지난 줄거리'를 보여주시려나?
저도 지난줄거리 요약해보려고 하는데, 귀찮고 정리가 잘 안돼서 미루고 있습니다. 이러다 안하지~;;;



아, 매번 길기만 긴~ 저의 지나치게 주관적인 감상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껜 더더욱!!! 댓글보고나면 무척 즐겁답니다.

아마, 모두들~ 복받으실 꺼에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