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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마음/소설

소설) 연우에서 연우까지 : 은지필 지음

by 도희. 2017. 6. 11.

 

연우에서 연우까지

은지필 지음 / 와이엠북스

 

 


 

 

■ 읽은 기간 : 2017. 06. 01 ~ 2017. 06.11

 

1>

한 열흘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걸려 읽을 책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취미생활 - 연관되어 뜬 책 정보 읽고 리뷰 찾아보고 장바구니에 담기 - 속에서 발견한 소설이다. 리뷰를 읽어보니 상당히 잔잔한데 좋다고 했던 듯 한데다, 제목도 이뻐서 찜했놨고, 올해 마지막으로 책을 구입하던 시기, 그냥 사고 싶어서 샀던 것 같다. 그래놓고 읽기는 이제야 읽음. 이제야 읽은 이유도, 그냥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그리고, 이 책, 파본이었다. 다 읽어갈 즈음에 알았음. 에필로그에서 두 페이지 정도 인쇄가 약간 흐림. 산지 너무 오래된 것도 있고, 이 정도 즈음은 읽는데 큰 무리가 없는데다, 큰 애착이 생기는 책도 아니라 그냥 넘어가자, 싶기도 하다. 또 하나, 뭐랄까, 지금까지 열흘이란 시간동안 꼬박 읽은 책이라 교환하기 싫다는 감정이 생기는 것도 있고. 아, 그리고 오타 많음. 

 

 

2>

여덟살의 연우는, 개학 첫 날 엄마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연우를 구해준 분홍색 우산. 연우는 그 우산에게서 따스한 마음을 느꼈고, 그렇게 그 우산의 주인인 윤찬을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연우가 오랜 짝사랑 상대였던 윤찬의 결혼식을 몰래 찾으며 시작된다. 물론, 그녀가 윤찬에게 미련이 남아 이 결혼식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윤찬을 향한 연우의 마음은 오래 전에 정리가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우가 이 결혼식을 찾은 이유. 연우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본다. 그리고 그 끝에서 겸사겸사라는 의미로 눈으로 누군가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그녀 자신도 몰랐던 진짜 이유였을 것이다. 

 

이 곳에서 연우는 4년 전 인사도 없이 떠났던, 그녀가 겸사겸사 찾았던, 무서운 오라버니 재하와 재회하게 된다. 재하는 연우의 베프의 이종사촌오빠이자, 짝사랑 상대의 베프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알고 지냈었다. 연우에게 재하는 너무나 무섭고 어려워 차마 '오빠'라는 호칭조차 할 수 없어 '오라버니'라 부르게 되는 상대였다. 다만, 무섭고 어렵지만, 연우는 재하의 물음에 꼬박꼬박 답하고, 해야할 말은 다 하는 편이다. 연우는 연우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재하는, 친구였던 윤찬의 결혼 소식을 건너건너 듣게 된다. 그리고, 윤찬의 신부가 연우가 아니라는 사실에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게 된다. 그는, 알아야만 했다. 왜 윤찬의 신부가 연우가 아닌지를. 그리고 그 결혼식에서 연우와 만나게 되고, 그는 지금 이 상황을, 현실을 납득하기 위해서,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자꾸만 연우 주변을 맴돌게 된다. 

 

이야기는, 현재를 중심으로 중간중간 과거 이야기를 조금씩 넣으며 그려지는데, 재하와 연우의 인연. 연우의 오래된 짝사랑. 연우를 향한 재하의 감정. 그리고 재하를 향한 연우의 감정이 차근차근 그려진다.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지 못한채 전전긍긍하는 연우와 숨겨온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재하의 이야기는 뭐랄까, 상당히 귀엽고 간질간질하다. 특히, 쌍방이 되기 전, 그 미묘한 관계와 감정이 재미있었다. 

 

 

3>

어떤 장애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미처 깨닫지 못한 여자와 그 장애물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애써 감춰온 남자가, 긴 시간이 지나, 장애물이 사라진 현재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감정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가며, 나란히 걸어가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제목은,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내 마음을 간지럽히던 말이 아니었나, 싶다. 이 무섭고 무뚝뚝하고 속을 드러낼 줄 모르는 오라버니가 연우 앞에서는 참, 간지러운 말을 잘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했고. 마음에 남는 장면은, 역시나 이 고백씬. 그리고, 장애물로 인해 두 사람의 마음이 어긋나버린 4년 전, 12월의 어느 눈 내리던 날.

 

사실 잘 읽다가 한 일주일 끊었다가 읽다보니 뭔가 감정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뚝 끊긴 채 읽어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가물가물 거림. 가물거리는 와중에 이렇게 끄적이다 보니 조금씩 기억이 나는 중이다. 

 

재하의 간질거리는 멘트하니 문득 생각나는  장면. 연우가 재하의 마음을 받아주는 씬인데... 여차저차해서 재하가 다쳤다고 오해한 연우가 재하를 찾게되고, 어쩌구 저쩌구한 끝에, 연우가 재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지막 관문과도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연우가 제 엄마랑 똑 닮은 것도 같다. 후반부에 연우 엄마도 애저녁에 마음에 들었으나 여지껏 반대해온 것이 있으니, 이제라도 재하를 인정하기 위해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케케묵은 앙금을 질문으로 던지니까. 아무튼, 여기서 연우가 십수년간 묵혀둔 앙금을 풀어내는데 거기에 대한 재하의 대답이 좀 간질거렸다. 정말, 연우가 말문이 턱 막힐만큼. 아마, 예상치 못한 재하의 대답에 멍해진 연우 심장이 쿵 내려앉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얘는 진짜 연우한테만 그러는 것 같음ㅋㅋ. 

 

상당히, 잔잔한 소설이다. 정말 마음이 따스하고 이쁘고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상당히 따뜻하고, 말랑하고, 간질거리는, 순간순간 미소가 그려지는, 잔잔한 소설이다. 갈등이 갈등 같지도 않은 그저 맑고 순수하고 잔잔하디 잔잔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읽게되는 그런 소설은 아니었지만 - 사실은 뒷부분을 대강 훑어봐서 궁금증이 덜했던 것도 있다 - 일상생활을 하는 중간 중간, 이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어진 적도 있다. 

 

 

 

 

나의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 와줘서 고맙다.

너의 일상 속에 나를 허락해줘서 고마웠다.

연우야.

 

12월의 어느 날, 윤재하.

 

- 연우에서 연우까지 / p. 4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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