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12,13회) 아주 오래된 범죄, 그리고 괴물들

도희(dh) 2015. 11. 25. 10:05

 

핏줄이 뭐라고... 대체 무슨 상관 있다고...!

 

-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12회 / 윤지숙 -

 

 


 

 

 

 

내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면 신고했겠죠.

불행한 일을 당하면 동정 받고 위로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수치스런 불행일 땐... 비난을 받아요.

 

-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12회 / 경순 -

 

##. 아주 오래된 범죄 : 12회 소제목. 오래 전 아치아라 마을에서 벌어진 범죄. 그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현재. 밝히려는 자와 침묵하려는 자. 그리고, 각자의 선택에 대한 댓가. 뭐 그런 현재가 그려진 회차였다. 

 

#. 모든 시작은 한 남자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남자는 30년 전, 그리고 19년 전에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고, 그 피해여성들은 임신을 하게된다. 30년 전의 여인은 아이를 버렸다. 19년 전의 여인은 아이를 키웠다. 30년 전의 여인은 살기위해 돌아온 아이를 차갑게 외면하며 죽음을 방관했고, 19년 전의 여인은 침묵의 댓가로 아이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한편, 그 남자는 처자식과 함께 고향인 마을로 돌아왔다. 그 남자는 자신의 유전병을 치료받으며, 어린 딸의 유전병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한 아이는 유전병의 합병증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었고, 한 아이는 유전병을 모른 채 방치하다 위독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범죄를 외면하고 침묵하던 아들은, 더 이상 도망만 칠 수 없노라 한다.

 

#.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김혜진에 관해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던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각종 정보를 수집한 소윤을 통해 그들은 몰랐던 김혜진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리고, 이미 김혜진에게 들켰으리라 예상되는 '비밀'을 소윤에게도 들키게 된다. 그리고, 소윤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 그 것이 누군가가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라 할지라도, 자신과 함께 '진실'을 찾는 이들에게 너무 쉽게 털어놓게 된다. 그렇게, 비밀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었다.

 

 

만약 옛날 그 일이 밝혀지면,

난 더이상 여기서 살지 못해요.

 

-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13회 / 윤지숙 -

 

##. 괴물들 : 13회 소제목. 이 작은(?) 마을에서 각각의 이유로 괴물이 되어 살아가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괴물이 된 것에 갖가지 이유를 갖다 붙히겠으나 결국, 자기만족이 아닐런지. 그 결과 누군가가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결국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키고 그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상관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이룬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합리화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공감능력은 지워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니, 죄책감 따위 있을리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달까.

 

#. 윤지숙 : 서창권의 처. 유나의 친모. 기현의 계모. 강주희의 동복자매. 김혜진과 혈연관계. 소윤이 밝혀낸 것만 보면 강주희와 같은 케이스처럼 보이지만, 윤지숙과 강주희 그리고 김혜진의 말과 행동을 보면 윤지숙은 경순과 같은 케이스가 아닐런지. 물론, 이 것은 그저 추측을 뿐이다. "나 다시 시작할거야." 이 말이 꽤나 인상깊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 자신이 꿈꿔왔던 완벽한 삶을 이루고 지켜내는 방법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삶을 꿰뚫는 말처럼 들렸달까. 리셋. 계획에서 어긋나고 잘못된 것과 싸우며 바로잡는 것이 아닌, 지우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렇기에, 살려달라 애원하는 김혜진을 매몰차게 외면했고, 어린 유나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게 된다. 나를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지킨다는 핑계로. 윤지숙은 혈육에 대한 애착이 없는 비정한 모성의 소유자이자, 자식에 대한 애정은 완벽한 삶을 지켜줄 수 있느냐, 없느냐, 로 나뉘는 것 같았다.

 

#. 아가씨 : 연쇄살인범. 김혜진에게 집착하고 있으며, 살인과 별개로 김혜진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방식대로 진실찾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주목한 인물은 남씨. 그는 마을 내에서 남씨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이며, 김혜진과 남씨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중이다.  한편, 김혜진에 대한 집착은 그녀의 동생 한소윤에게 이어지며, 진실찾기에 매달리는 한소윤에게 김혜진의 정보를 조금씩 흘리며 그녀를 노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살인계획이 실패하자 한소윤을 타겟으로 정하게 된다. 행복하게 해준다나 뭐라나. 너나 그 약 먹고 행복해지세요-! 라고 말하고 싶더라.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그가 '행복해지는 약'을 만들기 위해 '실험'을 이유로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은 늘 슬프고 외롭고 아파보이던 김혜진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그래서, 김혜진의 시체 발견에 동요하게 되었고, 한소윤의 존재를 알게되며 약을 완성한 후, 한소윤을 타겟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듯 했다. 대화를 통해 그 것을 배우는 듯... 보였달까. 

 

#. 남씨 : 모든 비극의 시작. 30년 전과 19년 전의 강간범. 남건우의 아버지. 대광목재 소유자이자 공방을 하고 있다. 아내와 어린 딸이 있다. 아가씨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김혜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아마, 그는 김혜진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깨끗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듯 했다. 자신의 범죄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입은 피해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한 채. 그런 말이 있다. 맞은 놈은 잊어도 때린 놈은 잊지 못한다고. 웃기는 소리. 때린 놈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미화하고 축소하고 잊을 수 있다. 맞은 놈은 그 상처를 끌어안고 평생 잊지도 지우지도 못한 채 아파하며 살아갈 뿐. 

 

 

끝까지 밝혀야 돼요!

 

-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13회 / 한소윤 -

 

##. 그리고

 

#. 노회장은 결국, 서창권의 치부를 움켜쥐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돈많고 욕심많은 늙은이였을 뿐이었나보다.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김혜진의 행적 중 하나를 알려주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욕심으로 인해, 그리고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서창권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 한소윤의 심정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내가 알아야겠으니 무조건 말해달라, 도와달라. 떼쓰고 억지를 쓰는 듯한 느낌이 가끔 든달까. 게다가, 어렵게 털어놓은 타인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는 것도.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비밀을 밝히려고 할 때, 그 상대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뭐, 소윤에게 내 언니 김혜진의 삶이 아프고 안쓰러워 그녀의 상처를 외면하고 방관한 이들의 비밀 속에 감춰진 상처따위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비밀이 내 언니 김혜진의 가여운 삶에 비해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겪어보지 않은 이상 타인의 삶을 함부러 재단하고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 아닐까... 등등. 아무튼, 김혜진에 관한 일이라면 평점심을 잃고 이성적인 판단조차 하지 못한 채 물불 가리지 않는 소윤은, 너무나 쉬운 함정에 덜컥 걸리게 된다. 극의 전개를 위함이라고 해도, 뭔가 소윤답지 않다, 라는 생각은 들더라. 

 

#.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보면서도 가끔 지루 혹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지적 시점에서 각각의 인물이 보이는 말과 행동, 그리고 그들이 언뜻 내비치는 단서들을 통해 이미 어느정도 비밀에 접근해있는 시청자와 달리, 극 중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정보를 쥔 채 추리를 하고 행동을 하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미 그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쥐고있는 시청자로서는 그들의 행동이 답답하게 보이는 것일지도. 그래도, 대강 이러이러했을 것 같다, 정도인지라 ... 전체적인 그림이 궁금해서라도 남은 3회차를 열심히 시청할 예정이다. 

 

#. 박순경의 성장이 대견하다. 아가씨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게된 박순경이 한경사와 함께 아가씨의 집을 찾게되니 소윤은 아마 무사할 것이다. 뭐, 주인공이니 당연히 무사하겠지만. 이런 장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안심해선 안된다고 말한다면, 3회차가 남았으니 아직은 안전하다. 그리고, 박순경의 선배들과의 케미 보는 재미도 있음. 경찰들 나올 때가 제일 마음이 편안해지고 보는 즐거움이 있다. 한경사 린치당한 건 안타깝지만, 그 와중에 내내 태클걸던 소장님인가, 그 분이 사실은 멋지고 좋은 분이란 걸 알아서 기뻤고ㅠ. 그저 걱정되서 태클을 거셨던 것이었다ㅠㅠ.

 

#. 정임이 말한 '유나'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나에게는 또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길래. 유나와 남씨의 만남이 심상치않게 다가온 것은, 직전 정임이 말한 '유나'라는 단서 때문이리라. 

 

#. 가족의 비밀을 파헤쳐 그게 무엇이든 진실을 밝히려는 서기현과 아버지의 죄를 더이상 외면하고 침묵하고 도망치지 않겠노라는 남건우. 서기현은 움직이기 직전 고민하는 과정에서 꽤나 매력적이었는데, 본격 진실찾기에 들어서며 분량과 매력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더이상 아버지의 죄를 좌시하지 않겠노라는 남건우의 행동은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키려나... 아무튼, 내내 어딘가 불안정해보이던 남건우는 가영의 사건을 겪으며 뭔가 점점 또렷해지는 느낌적 느낌. 

 

#. 마을에서 김혜진이 찾은 '핏줄'만 해도 여섯. 그 중에서 윤지숙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진실에 침묵할테니 도와달라 애원하는 김혜진. 그리고, 그런 김혜진을 말간 얼굴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녀가 잡은 손길을 더럽다는 듯 치우는 윤지숙. ...참 많은 이야기를 담았고 하고 있는 드라마인데, 혈육에 대한 이야기, 그 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보편적이지 않은 의미. 가족... 그 자체의 의미처럼 느껴졌고. 혈육을 찾아 왔으나 마지막 순간 한소윤을 찾아가려고 했던 김혜진. 김혜진의 죽음에 얽힌 진실찾기에 매달리는 한소윤. 이 설정이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어느 한 쪽을 지탱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든다.

 

#. 아주 오래된 이야기~♪ 로 시작되는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음침- 한 노래임. 올 초에 본 단막극 타이틀곡.

 

 

#. 방송을 보고난 직후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텅- 비어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냥, 손가락이 움직이는대로. 준비하고 쓰려다가 딴짓해서 더 멍하다. (-.)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했는지, 다 했는지도 잘 모르겠음. 

 

 

진실이 뭐가 중요한데?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던 사람 인생을 산산조각 내는 짓이 뭐가 중요하다고!

아무도 원하지 않아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당신 이러는 거 모두에게 폐만 끼치는 것뿐이야.

 

-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12회 / 윤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