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힐러 12회) 도망가는 법은 몰라

도희(dh) 2015. 1. 19. 06:32

 

나 아버지 얼굴 기억도 안 나. 알고 있는 건 사진 안에 있는 얼굴뿐이고.

그런 아버지가 20년도 더 옛날에 했던 짓들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상관없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아버지만 안 죽였으면.

아줌마, 나 채영신이 좋아해.

그러니까 각오하고 있어. 내가 상처받아도 어쩔 수 없다.

그 애는 몰라도 괜찮다. 그래도 내가 옆에 있어줘야 겠다.

나한테 도망가라고 하지 마. 도망치는 법 같은 거 나 몰라.

 

- 힐러 12회 / 서정후 -

 

 

아버지 사건의 진실을 알기위해 스스로 미끼가 된 정후는 명희와의 만남을 통해 잊었던 진실 하나를 알게된다. 일말의 진실을 교묘한 거짓말로 감춘 채 속삭이는 '당신들'. 그러나 결국 진실은 하나 둘 드러나게 되고, 정후는 '당신들'이 말하는 '믿고 싶은 진실'을 쉽사리 믿을 수가 없게 된다. 

 

명영신의 정체에 대한 충격과 문호의 거짓말에 대한 분노에 휩쌓인 정후는 문호를 찾아가 그 분노를 쏟아내며 그와의 관계에 선을 긋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인간에게 지친 마음을 기대기 위함인지, 그녀를 향한 안타까움인지, 그는 그녀를 찾아가 한참을 기대게 되고, '당신들'로 부터 영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그녀의 옆에 있기위해, 결국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된다. 곱등이가 무서운 봉수의 모습으로.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더이상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세상 밖에 꽁꽁 숨어 홀로 살아가던 정후는, 영신을 통해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영신을 통해 인간의 따스함을 느끼게 되고 영신으로 인해서 상처받아도 어쩔 수 없게 되어버렸다. 조민자의 분석에 의하면 인간이 약점라는 정후, 어쩌면 그는 스스로가 느낄 수 없을만큼 외로웠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너무나 오래 혼자였기에 그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닐까... 

 

 

 

형, 이제까지 나, 그래도 내가 형보다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가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형밖에 없었네.

내가 지금 딱 형 같은 인간이 되어 있잖아.

그래서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더러우면 일단 걸레로 닦아야지. 그냥 수건은 아깝잖아?

 

- 힐러 12회 / 김문호 -

 

 

지안의 존재를 알게된 정후가 쏟아낸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낸 문호. 정후에게 그는 '당신들'이지만, 문호는 정후가 말하는 '우리들'에 속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당신들'과 '우리들'의 틈에 끼어있었다. 진실을 가리는 추악한 거짓에 분노하고 그 거짓 속 진실을 밝히고 싶어하지만 쉽사리 한 발 내딛지 못한 채, 진실의 주변을 겉돌던 문호는 정후가 쏟아내는 분노와 비난을 통해 형보다 나은 인간이라 여겼던 자신이 사실은 형 같은 인간, 이라는 현재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이 어디를 향해, 어떤 방식으로 발을 내딛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듯 했다. 

 

 

 

박봉수씨 아시죠? 걔 좀 찾아봐줄래요?

걔가 많이 위험한 거 같은데.

 

- 힐러 12회 / 조민자 -

 

 

힐러의 정체가 정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문식은 외면할 수 없는 미끼를 던져 덫을 놓게 되고, 정후는 그 것이 덫이 놓여있음을 알면서도 미끼를 덥석 물게된다. 원망조차 못한 채 늘 곁을 맴돌 수 밖에 없는 엄마. 엄마는 어린 정후를 버렸지만 정후는 엄마를 외면할 수 없었고 그렇게 위험에 처하게 된다. 

 

마취제를 맞고 피까지 잔뜩 흘린 정후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영신은 봉수의 정체를 알게될 것인가, 정후를 구한 의문의 사내는 누구인가, 두둥... 거리는 중이지만, 정후는 무사할 것이고, 영신은 의심단계에 접어드는 듯 싶고, 정후를 구한 사내는 싸부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보는 중이다.

 

 

 

&..

 

1> 우연히 봉수와 맞닿은 '손'에서 힐러를 느낀 영신. 그리고, 어디론가 달려나간 봉수, 그 순간에 등장한 힐러. 봉수가 위험에 처했다는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전화. 이 모든 것은 의심을 위한, 어쩌면 본인은 의식조차 못할지도 모를 사소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소함이 쌓이고 쌓이게되는 어느 순간, 영신은 특유의 '감'으로 그저 스쳐지났던 더더욱 사소한 일들을 떠올리게 되며 흩어진 퍼즐조각을 맞추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긴가민가 스러운 상황 속에서 결국 결정적인 한 조각을 찾아내며 확신을 하게될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아니면 말고지만, 13~14회 즈음에 영신이 힐러의 정체를 알게될 것 같다. 슬슬, 알아야 할 때가 왔다, 싶으면서도.. 보통 이렇게 정체가 밝혀지면 어쩐지 긴장감이 뜰어지며 흥미가 줄어들던데 ... 지금까지의 설레임과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길 바랄 뿐이다.

 

2> 그러고보면 영신이가 알아야 할 진실이 너무 많다. 주요 인물들은 일정부분 진실에 접근해가고 있지만 영신이는 그저 백지상태.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중요한 열쇠를 쥐고있는, 혹은 그 자체가 중요한 열쇠일지도 모르는 존재이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진실과 한 발 떨어져있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감당하기 버거운 진실과 마주한 순간, 영신이는 힘들고 아프겠지만, 그래도 아마,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3> 어머니와 딸이 만나선 안되는 이유. 어머니와 딸이 서로 만나면 위험해지는 이유. 정후는 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명희는 과연 어떨까. 어쩐지, 여자로서 명희는 약하지만, 어머니로서 명희는 강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후모와의 만남으로 문식에게 의혹을 품게된 명희. 그렇게 명희는 거짓말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명희는 그날 만난 도둑이 정후라는 걸 알았다는 말일텐데... 그녀가 정후에게 용감하다고 말한 것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명희의 눈물은, 그리움과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아니었으런지. 문식이 만들어놓은 새장 속에서 살아가는 유리인형 명희가 앞으로 보일 행보는 무엇일까...?

 

4> 사랑꾼 문식. 그는 사랑에 대한 집착 못지않게 큰 야망이 있다. 아마도 어쩐지 문식은 사랑과 야망이라는 갈림길과 마주하게 되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만 같았다. 과연 문식은 무엇을 선택할까. 현재의 문식이라면 사랑, 이겠지만.. 그 즈음 명희는 지금의 명희와 달라져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세가지 약점 중 가장 큰 약점이 무너지는 상황이 된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놓쳐버린 것을 손에 쥐기위해 더 큰 권력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할테고 그에 걸맞는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꾼일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할까.

 

5> 뭔가 할 말이 더 있는데 기억이 안난다. 역시, 바로 썼어야했어, 라는 아쉬움도 든다. 복습은 어쩐지 귀찮아서 (...) 놓친 부분도 있을 듯 싶다. 내 비루한 기억은 인상깊은 장면들만 순간 순간 떠오르고, 그 떠오르는 장면들만 대충 훑어본게 다인지라. 대사라도 좀 받아적을까, 했는데 양이 많아서 일단은 그냥... 음, 그마만큼 빠져든 건 아니라는게지ㅋㅋ

 

6> 이제 8회차 가량 남았다. 남은 이야기의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부디 남은 회차도 지금까지처럼 재미있었으면 싶다. 그냥 사소한 나의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