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드라마 아이언맨 17회) 추억을 맴돌다

도희(dh) 2014. 11. 13. 04:43

 

여기는 언니랑 상관없이 저의 추억이에요

- 세동 -

 

#.

태희의 말에 의하면, 태희에게 자신을 양보한 홍빈과 태희에게 홍빈을 넘긴 세동. 그들은 그렇게 태희를 위해, 사람의 도리를 하기위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위해 이별을 선택한 후, 서로를 끝없이 그리워 한다. 그 그리움의 끝에서 홍빈과 세동은 각자의 이유로 구례에 오게되고, 그렇게 오롯이 둘만이 함께했던 추억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추억을 향해 달리는 홍빈과 추억 속에서 맴도는 세동은 결국 만나게 된다.

 

세동이 태희 아버지의 줄 배의 사공노릇을 하며 즐거워했던 것은, 그녀가 오롯이 홍빈과의 추억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기 때문인 듯 싶었다.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위해 해야만 했던 선택으로 인해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세동은, 그래서 홍빈을 향한 감정을 그저 꾹꾹 눌러 담는 것도 벅찬 세동은, 섬진강의 사공노릇을 하는 그 순간 만큼은, 아무 망설임없이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잠깐만 이대로 흘러갔다 오자

- 홍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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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자신의 마음이 하는 소리를 표현하는데 서툰 홍빈과 자신의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세동. 그들은 늘 할 말을 다 하며 사는 듯 보이지만,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특히,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가장 중요한 순간,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렇게, 입을 꾹 다문 채,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외면한 채, 아물지 못한 상처에 생채기를 내고 무뎌지는 아픔을 확인하는 듯 했다. 그렇게, 홍빈은 오래된 마음의 상처로 인해 몸에서 칼이 돋고, 세동은 오래된 마음의 상처로 인해 기절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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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줄 배. 홍빈과 세동은 오롯이 둘 만의 추억 속에서 현실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홍빈은, 배의 줄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잠시, 세동과 둘 만의 시간, 둘 만의 추억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서 홍빈은, 옥상 위에서의 그 날, 세동에게 해야만 했던 말을, 세동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하게된다. 세동아, 미안하다...

 

세동이는 왜, 홍빈에게서 이 말을 듣고싶지 않았던 걸까...? 그 말을 듣게되면 세동이는 자신의 그 선택을 하던 순간의 마음을 부정당하게 된다고 여겼던 걸까... 아니면, 그 선택이 진짜 현실이 되어 돌이킬 수 없다고 여겼던 걸까...?

 

 

 

 

원래 같은 강물에 두 번 발 담글 수는 없는 거야, 이 바보들아.

- 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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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는 서로에게 너무나 애틋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애써 멀어지려고 하는 홍빈과 세동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부러 모르는 척을 하며 애써 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그들에게 꺼내들게 된다. 너희들의 착각으로 인해 내 자존심이 짓뭉개지고 있노라고, 아픈 사람은 의지도 없냐고,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은 뜻도 없는 것이냐고. 그리고, 자신에게 단 한 번도 미움이나 원망 혹은 질투의 감정까지 보이지 않던, 세동이 애써 외면하며 꽁꽁 숨겨왔기에, 어쩌면 세동 그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감정을 자극하고, 극한으로 밀어붙히게 된다. 그 끝에서 세동은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미움, 이라는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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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빈과 세동을 보며 늘 했던 생각이었다. 아픈 사람은 의지가 없는건가,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은 뜻이 없는건가. 그래서 태희가 결코 홍빈이 내미는 손을 붙잡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태희가 그 손을 뿌리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길었고, 이제 끝이 다가오지만 미처 풀지 못한 떡밥이 한가득인 이 드라마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지만, 태희가 결국 그들의 손을 뿌리칠 수 밖에 없는 이유, 태희가 그들에게 자신의 눌러온 감정들을 표출하는 장면은 그동안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결론은, 예의없이 1회차 축소한 것이 원망스럽다는, 뭐 그런.

 

#.

홍빈과 세동은 태희의 존재에 대해 각자가 가진 과거의 상처에 의해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홍빈은 태희를 맡아주기 위해 자기 자신을 태희에게 양보했고, 세동은 태희에게 홍빈을 넘긴다. 결국, 태희의 재등장은 태희의 굴레에 얽혀 살아가는 홍빈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단계이자,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말을 외면했던 세동이 결국, 자신이 정말로 하고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원하는 것을 듣고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태희의 재등장은 결국, 홍빈과 세동이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장치였다고 말하는 듯 싶었다. 싶지만, 문제는 태희의 등장기간이 너무 길었고 이제 남은 회차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

 

 

 

1> 배 씬은 풀샷의 경우 그림도 너무 이뻤고 씬 자체도 애틋하고 좋았으나, 바람이 잘못했다. 바스트샷에서 홍빈이 머리 어쩔... 잘생긴 사람은 뭘 해도 잘생겼다, 라고 옆에서 말했지만... 난 조금 웃기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아무튼, 배 위에서 홍빈과 세동의 포옹씬, 너무 이뻤다. 이 드라마의 향기커플 포옹씬은 다 옳다만... 이 씬(위의 이미지 첫씬)은 나에게 17회차 베스트컷.

 

2> 홍빈과 세동 그리고 태희가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했던 회차였다. 

 

3> 같은 강물에 두 번 발 담글 수는 없는 거야, 이 대사가 참 슬프면서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얽매인 홍빈과 세동, 그 시간이 끝났음을 두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한 태희. 태희가 그렇게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며 두 사람을 밀어냈지만, 이기적일 수도, 나쁘게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홍빈과 세동은, 쉽게 태희에게 내민 손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결국, 태희가 어떻게 그들을 밀어낼지, 결국 그들은 어떻게 태희에게 내민 손을 거둬들이게 될지, 에 대한 이야기는 좀 짧게 가길 바란다. 이제 마지막회란 말이다;

 

4> 여기는 언니랑 상관없이 저의 추억이에요, 라던 세동의 말. 이 대사가 좋았다. 세동에게도, 홍빈에게도, 구례는 온전히 두 사람의 추억으로 가득한 공간이라고 말하는 듯 했고, 그 후의 장면들도 그리 말하는 듯 싶어서 말이다. 처음, 구례로 가던 길, 오롯이 태희와의 추억을 떠올리던 홍빈은 이제, 세동과 함께했던 순간 속에 머물게 되었다. 홀로 있는 세동은, 온전히 홍빈과 함께했던 추억 속에서 맴돌게 된다.

 

5> 홍주엄마는 주장원에게 이혼서류를 내밀게 된다. 그리고, 홍주마저 버리려고 했다. 서서히 삶의 가치가 무너져가기 시작한, 그럼에도 꼿꼿히 붙들고 있던 주장원에게 홍주엄마가 내민 이혼서류는 어떤 의미가 될까? 

 

6>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게된 홍빈. 그리고, 홍빈에게 숨기는 것이 있던 정원사와 운전기사는 당황하게 된다. 정원사의 비밀은 이미 들통났고, 운전기사는 자신의 비밀을 홍빈에게 말하게 된다. 태희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고 세동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운 홍빈은 그 이야기를 일단 접수만 한 듯 싶은데, 운전기사의 비밀은 홍빈과 주장원의 화해에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도 궁금해진다. 그냥 넘기지는 말아라, 랄까; ...그리고, 윤여사의 악행은 어떤 계기로 밝혀지고 어떤 벌을 받게 될지도. 그냥 문득 든 생각인데, 어쩌면 윤여사에게 가장 큰 형벌은 홍빈의 저택에서 쫒겨나는 건 아닐까...? 윤여사에게 저택은 그녀의 인생 그 자체인 듯 싶어서.

 

7> 사실, 18회로 종영하는 것에 대해 무념무상이었는데.. 17회를 보고나니 조금 짜증과 원망이 생기기 시작한다. 뿌려둔 떡밥은 넘쳐나는데 도대체 남은 1회차로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휴... 어쨌든, 마무리를 잘 지어주길 바란다. 안그러면 한동안 칼이 돋을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오래가진 않을 듯 싶다. 온전히 여기에 집중하는 요즘은 아닌지라.. 그러고 싶다.

 

8> 솔직히, 지금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해있다. 소현-강빈 이야기도 정리해야하고, 그 와중에 라이어게임은 왜 이렇게 회를 거듭할 수록 재미있으며, 오만과 편견은 또 왜 이렇게 흥미로우며, 대막요는 그냥저냥 봤는데 왜 자꾸 생각이 나서 자꾸 검색을 하게 되는건가, 다음 주 부터는 다시 수목 3사를 다 봐야하는 걸까, 라며 말이다. 좀 의미가 없긴하다. 아무튼... 이렇게 여러 생각에 마음이 복잡한 와중에, 이 드라마는 종영이라... 그간 미뤄둔 것들도 좀 해야하는데... 어휴, 뭐 이정도?ㅋㅋ 

 

9> 아, 근데 고비서.. 진짜 여자한테 홀린 거였구나. 정말,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던 것 같다. 아무튼, 뭔가 짝없는 외기러기들 짝꿍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라는 느낌이 드는 17회이기도 했다. 보며, 풀어야할 떡밥은 산더미인데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승환이도, 고비서도, 짝을 만나긴 해야지, 싶기도 했다. 창이도 친구가 필요할테고. 이러다, 막회에 후배 5인방 단체미팅 시키는 건 아닌가, 몰라;

 

10> 이 드라마에 대한 내 마지막 소원은 OST 발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안되면 많이 섭섭할 것 같고, 되면 무지 기쁠 것 같다. -> 소원성취ㅋㅋ 오늘 발매되었다고 한다. (20141113 pm.15:43 -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