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참 좋은 시절 50회 : 최종회) 슬픔이 지난 후에, 아름다운 시절

도희(dh) 2014. 8. 12. 16:03

 

어젯밤에 동석이 오빠에게 물었다.

먼 훗날 우리가 지금의 이 시간을 기억할 때,

그때의 우리는 어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 드디어 종영했다. 첫회부터 꼬박꼬박 챙겨보다가 후반 들어서 견딜 수 없는 지루함에 2~3주 가량 띄엄띄엄 혹은 빼먹었다. 그런데 보면 또 그럭저럭 잘 보긴 했지만. 그리고, 지난 마지막주는 다 챙겨봤다. 그래도 중반까진 나름 가끔은 꽤 재미나게 본 드라마이지라 마지막은 보고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극 내내 지루할만큼 잔잔하게 삶을 착하게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만큼 마지막은 그렇게 힘겨움과 서러움과 고통을 견뎌내며 착하게 삶을 살아낸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어느새 임신한 해원과 함께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안고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동석의 모습으로 극을 마무리 지었다. 이 마지막 장면은 어쩔 수 없이 갑갑한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첫회의 동석이 떠오르기도 했다.

 

2. 동석과 해원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현실에 부딪힌 두 사람의 마음은 엇갈리게 되며 그 첫사랑은 시리도록 아프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15년 후, 가족들에게 도망쳐 홀로 검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동석은 지방발령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가족들 그리고 첫사랑 해원과 재회하게 된다. 처음에는 맡은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버티고자 했을 동석은 가족들에게 겉돌았지만 점점 그 가족들 속에 스며들었고, 15년 전 자신의 현실 때문에 놓아버린 해원의 손을 다시 잡으며 잃어버린 15년이란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2-1. 한편,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집안이 망하며 소녀가장 노릇을 하던 해원은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복수의 칼날을 갈던 중 첫사랑 동석과 재회하게 되며 흔들리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의 복수와 나 자신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던 해원은 나 자신의 행복을 선택하지만, 동석-동옥 남매의 비극과 자신의 죽은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며 힘들게 맞잡은 동석의 손을 놓고자 한다. 결국 동석은 해원 아버지의 복수를 해주게 되고, 해원의 노력과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두 사람은 두 집안의 악연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게된다.

 

3 그 외, 동석의 형 동탁과 해원의 언니 해주의 사랑, 동석의 쌍둥이 누나 동옥의 사랑, 동석의 쌍둥이 삼촌들의 러브스토리를 꼬아대며 극의 곁가지들을 채워나가며 때론 당혹스러움과 견딜 수 없는 오글거림을 참아내기도 했다. 특히, 쌍둥이 삼촌들의 러브스토리에서. 

 

4.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동희였다. 극의 중후반에 있을 이야기를 담당하는 캐릭터인 만큼 초반부터 그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왔고 결국, 쌍둥이들 출비를 시작으로 그의 출비, 쌍둥이들과의 갈등 및 생부생모와의 갈등 그리고, 화해를 다뤘으니 말이다. 그와중에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사랑도 만났고, 골이 깊은 형 동석을 조금씩 이해하며 차츰 마음을 여는 과정까지.. 이야기가 탄탄했고 그래서 극의 가장 중심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었다. 

 

5. 캐릭터적으로는 동희가 가장 인상깊었다면, 배우로서는 윤여정씨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가끔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답답하게도 느껴지다가도 그녀가 가족을 그만큼 사랑하기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연기에 장소심이란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는 못하지만 어쩐지 알 것도 같다, 라는 뭉클함이 다가오는 연기였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힘은 동희의 쌍둥이 아이들 동주와 동원이었다ㅋㅋ

 

 

 

고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지금 해원이에게 대답한다.

눈물이 날만큼 힘겨웠고 주저앉고 싶을만큼 서럽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그 힘겨움과 서러움과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사랑과 사람이 우리에겐 있었다고.

그래서 그 시절의 우린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름다웠다고.

우리에게 그 시절은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참 좋은 시절이었다고.

 

 

6. 극 중반 해원의 복수 스토리를 뜬금없이 마무리 짓고 결국 두 사람이 결혼까지 하게된 후, 아역까지 만들어가며 공들여서 쌓아온 동석과 해원의 캐릭터는 무너진 감이 없지 않았다. 이 부분은 두 사람이 사랑과 사람을 통해 '성장'한 것이라고 일단 덮어두고 싶기도 하다.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보기 시작한 이유는 역시나 동석과 해원 때문이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 드라마를 중반까지 꽤나 재미있게 봤던 것도 같다. 중후반에 이르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고를 치는 가족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둘만의 이야기를 그려내지는 못했으나, 마지막에 그들이 몸만이라도 가족들에게 벗어나 둘 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토끼같은 이쁜 아가를 둘이나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음을 암시한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차해원, 해냈구나! 싶기도 하고.

 

7. 이 드라마의 단점은, 갈등의 장치로 만들어낸 사건을 감당하지 못한 채 결국은 급하게 마무리를 짓는다는 느낌과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잔잔하다는 것이다. 착함이 곧 잔잔함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래서, 이야기와 캐릭터가 흔들린다는 느낌이 종종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OST와 극 중간에 경주의 일상을 스틸컷으로 담은 매 회 다른 오프닝 시퀀스이다. 최종회 엔딩에서는 그 스틸컷들을 타이틀곡이자 리메이크곡인 '아름다운 시절'의 원곡과 함께 엔딩크레딧으로 썼는데 가슴먹먹한 아련함이 생길정도로 굉장히 좋았다. 

 

8. 김진원 감독과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라 관심을 갖게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리고 느낀건, 두 분에게 장편은 어쩐지 버거운 것은 아니었을까, 였다. 김진원 감독의 연출은 자극적일 수 있는 상황을 한번 눌러줘서 담백하게 그려내는 매력이 있는데 대본 자체가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극 자체가 잔잔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퐁당퐁당이 확실한 이경희 작가의 차기작이 새삼스럽게 기대가 된다. (...)

 

9.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초반에 보여준 분위기가 좋았다. 동석과 해원의 아련함을 애써 감춘 아슬아슬한 긴장감, 같은. 이경희 작가 특유의 그런 느낌이 있다. 이 분위기가 좀 오래 이어졌으면 좋았을텐데, 동석이가 너무 빨리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인정하고 들이대며 이 긴장감은 한풀 꺾였던 것 같다. 깨달음 후 인정하는 것과 들이대는 것에 시간차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0. 그렇게 끝났다.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엔딩 크레딧 덕에 어떤 아련함은 남는다. 그 것만 잘라서 소장해야겠다, 싶은. 그리고, 정말 제대로 OST를 남긴 드라마이기도 하다. 보컬곡과 연주곡 모두 이 드라마의 제목 <참 좋은 시절>과 어울리는 너무 너무 좋은 곡들이다. 정말, 드라마를 보며 연주곡은 물론 보컬곡 전체가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었던 것도 참 오랜 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