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내 마음이 들리니?) 복습 후 쓰는 주절주절, 바보들이 전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도희(dh) 2013. 5. 2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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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초반은 어쩌다보니 재방송으로였던가.. 봤었고, 재미있어서 아역 후반부터 본방으로 챙겨봤던 드라마. 중반까지는 굉장히 재밌게 보다가 어느 순간 시들시들해져서 어영부영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봤다는 기억으로 남은 드라마. 그리고 주말, 드라마 초반 가슴 몽글몽글 하게 만들어주던 따뜻함이 기억나서 문득, 봐버렸다.

마지막까지 다 볼 생각은 없었고, 초반 동주와 우리의 풋풋한 설레임을 보고싶어서 본지라.. 5회 후반, 성인 등장 부분부터 봤더랬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30회까지 쭈욱 봐버렸달까? 물론, 100% 몰입은 아니었다. 아무튼.. 5회부터 29회까지 쭈욱 보다가, 마지막회 남기고 서너시간 자고 마무리. (...) 솔직히 말해서 나 좀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29회 볼 때까지 잠도 안왔던지라. 음, 자꾸만 여운이 남아서 초반 동주와 우리의 이쁜 씬들을 골라가며 좀 더 보고.

이러다, 본방 때도 하지 않았던 우동앓이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어버렸다. 더불어, 동주 역의 김재원씨가 새삼스레 좋아져버려서 6월 말즈음 방영예정인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을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드라마 자체가 괜찮을 것 같아서, 겸사겸사 이다. 드라마 자체가 취향이 아니면 본진 출연작도 안보는 나인지라. (최근 본진 드라마 하신다는 소리에 심난하다. 취향이 절대 아닐 듯 하여;) 아무튼! 그래서 그의 최근작인 '메이퀸'에 손이 안간다.  아, 참고로.. 이 드라마 방영 중에도 동주앓이 살짝 했던 것도 같다. (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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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드라마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다가 급 시들시들해진 회차가 아마, 17회부터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17회부터 초반보다는 뭔가 덜 재미있게 봤었다. 그래도 뭐랄까, 본방으로 보던 때보다는 재미있게 봤던 것도 같다. 이미 봤던 드라마이고, 생각도 했던 드라마여서 그런가,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보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가며 봤더랬다. 물론, 무슨 생각을 해가며 봤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드라마 몰아본 후마다 생각하는 것은 보는 중간중간 메모라도 해야하는 걸까, 라는 것. 아무튼.. 쭈욱~ 이어봐서 그런지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흐르듯 마음에 담겨져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으로 보기도 했다.

그래도, 17회 이전을 내가 더 좋아했다고 느꼈던 것이 조각이나마 잔상으로 남은 장면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17회 이후는 거의 대부분 새로운 기분으로 본 듯한; (...어지간해선 2년 내에는 큰 줄기 외의 세세한 부분들은 기억이 잘 안나는 덕에 새로운 마음으로 보게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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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우리와 마루(준하). 각자의 상처와 외로움 그로인한 결핍이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상처와 외로움 그로인한 결핍을 극복하거나 감추거나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인간인지라 완벽하지 못했던 어른들은 이 아이들에게 시련과 아픔을 줬고, 그 끝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상처와 외로움 그로인한 결핍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 또한 조금씩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시간이 아프고 힘들었겠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었다 말하는 듯 했고. 결국, 이 드라마는 '같이' 더불어 가는 세상, 그렇게 '같이' 살아가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그 따뜻함을 말하는 드라마였다. '식구'들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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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위태롭게 서서 방황하는 마루(준하)가 다시 돌아와주길 끝없기 기다려주는 동주와 우리가 좋았다. (영규씨는 너무 당연히!) 사실, 본방으로 볼 때는 그런 동주와 우리가 답답했던 것도 같은데.. 요근래,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럽고 힘겨워서 그런가 몰라도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마음이 강한 캐릭터들이 좋다. 그 강한 마음으로 상대의 아픔을 끌어안아 위로해주는 힐링 캐릭터들이 좋다. 그렇게 강한 마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꿋꿋히 살아가는 아이들을 통해 위로를 받게된달까? 내가 마루닥빙이었다면 동주와 우리에게 '고맙다'라는 마음으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분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은하에게 내내 고마워했던 것처럼. (부활)

끔찍한 상황을 목격한 충격으로 인해 생긴 사고로 청력을 잃으며 영원한 침묵 속에서 고독을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동주,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로 인해 9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었고 그런 신세로 인해 친구조차 없었던.. 눈 앞에서 어머니의 끔찍한 죽음을 봤고 그로부터 16년간 할머니와 아버지를 위해서 오빠를 찾아헤메며 실질적 가장노릇을 해왔던 우리, 동주와 우리의 시련과 상처와 아픔 그리고 외로움이 마루의 그 것보다 작지는 않을 것이다. 그 깊이가 얕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강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마주했고 그렇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상대를 통해 그 부분을 채우며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5> 

관객은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끊임없이 요구하면서도 정작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는 조광화 연출의 말을 떠올려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관객과 시청자를 별개로 두지 않고, 공연과 드라마를 별개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본다면.. 우리나라 드라마들의 결말 대부분에서 보여지는 악인들이 급 후회하고 착해지면 선인들은 용서를 주고 그렇게 화해의 마무리를 하는 결말은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보여진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판타지의 극대화가 아닐까? 라는. 그런 식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라는. 물론, 너무 극대화된 판타지 또한 불편함을 느껴 외면받게 되지만 지금까지 쭈욱 이어진 현실적인 불편함을 판타지로 해소한다거나..

아무튼, 본방으로는 참 오글거리고 별로라고 여겼던 결말마저 웃으며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요즘의 내 마음이 너무 지쳐 위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지 (마루 흑화모드는 좀 버거웠지만 그 와중에 보여준 우동커플의 강한마음은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쭉 이어서 본 덕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그들의 감정이 흐르듯 마음에 담겼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너무나 뜬금없는 결말이라고 여겼던 모 드라마를 다시금 쭉 이어서 본다면 과연, 괜찮게 느껴질까? 라는. 요즘 재방송을 해준다고는 하던데 아직은 보지 못할 것 같다. 작년에 맞은 뒷통수는 여전히 얼얼하고, 너무나 물고 빨아서 어느정도의 디테일함이 여전히 기억에 남은지라.. 이 기억이 어느정도 리셋되어야만 볼 수 있을 듯.




6>

OST 찾아 들어가며, 몽글몽글한 마음 되새겨가는 중이다. 본방 당시 캡쳐해놓은 것도 별로 없고 고화질 캡쳐도 거의 없어서 울쩍해하며. 이러다, 파일 다운받는 건 아닐까.. 싶어지는 중. (유플 명작코너에서 봤음) 왜, 본방 때도 없었던 앓이를 하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마음이 약해져서 그런가 어느 드라마든 쭉 이어서 따라가고 나면 벗어날 때마다 조금은 허우적거리는 건 없잖아 있다. (ex:시티홀, 온에어) 그 드라마들도 사흘은 넘기지 않았으니 이 드라마도 그러려니..





7>

중의적 느낌의 대사가 좋았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당장 기억이 나는 건, 우리에게 첫 뽀뽀를 하고난 동주가, 집으로 돌아가는 영규씨와 우리를 쫓아가 사소한 부탁을 들어준 영규씨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포옹한 후, 우리에게 콩주머니를 돌려받으며 한 '고마워요'라는 포옹의 인사. 그 후 '놀랐죠? 좋아서 그랬어요' 라는 대사. 보여지는 의미로는 콩주머니를 돌려받아 좋아서 이렇게 포옹을 한다, 라고 하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뽀뽀를 한 이유를 그렇게 말하는 듯 해서.

또 하나, 우리를 향한 마루의 감정을 깨닫게 된 동주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귀가 들리지 않아 뒤에서 오는 차를 피하지 못한 동주는 화를 내는 운전자에게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는데.. 그 사과는 운전자에게 하는 것이면서, 마루의 그 마음, 그 힘겨움을 몰랐던 것에 대한 사과처럼 느껴졌다. 그 다음장면이 우리를 끌어안고 우는 마루여서 그 부분이 더 부각되는 듯 했고.

또.. 우리와 동주가 함께 있는 곳을 찾은 마루(준하)에게 우리가 어쩐 일이냐고 했던 물음에 동생 보려고, 라고 했던가.. 하는 대사 또한 동주를 보고자 왔다는 말로 들렸으나 그 속에는 우리가 보고싶어 왔다고 들렸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마루(준하)는 우리를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튼.

이런 느낌의 장면과 대사들이 참 좋았던.
 
그리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마음 속 소리를 듣고 서로를 이해하는 우리와 동주의 모습도 좋았다. 단 한 번의 오해도 없이, 투명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 마음의 소리를 듣는. 그래서, 우리가 동주의 비밀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배려해주는 우리의 마음이, 그런 우리의 배려와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고마워할 수 있는 동주의 마음이, 우리의 거짓말 속에 담긴 마음을, 동주의 거짓말 속에 담긴 마음을 알기에 그 마음을 품어주는 두 사람의 마음이 맑아서 이뻤고.




8>

동주와 마루가 우리를 좋아하게 된 것은, 나와 같아서 혹은 나와 같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마루가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 동주와 우리. 마루가 그 두사람을 가장 좋아했던 것은 내가 보호해줘야 할 사람과 나를 보호해줄 사람, 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또한, 동정과 동경이라는 두가지 감정이 뒤섞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 마루가 그들을 좋아했는지, 왜 마루가 그들로 인해 상처받았는지, 왜 마루가 그들을 미워하려고만 했는지, 왜 마루가 결국 그들이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었는지, 왜 마루가 다시 웃을 수 있었는지, 의 과정이 섬세하게 표현된 것 같다. 배우의 연기가 일단 참 좋았던.




9>

정리되지 않은 주절거림은 여기까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