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8회) 비밀을 비밀로 남겨둔 채, 모든 기억을 가슴에 묻다

도희(dh) 2013. 4. 3. 18:52


가족들이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을 막고 그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던 선우는, 뜻밖의 상황과 마주했고 그로 인해 결국,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몰랐어도 될 진실, 끝끝내 몰랐어야 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선우는 깨닫게 되었다. 향은 선물이 아니라 저주였고, 선악과는 애초에 먹지 말았어야 했고, 비밀은 비밀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죽은 자를 살리는 건 감히 인간이 해선 안되는 일이고, 그걸 꼭 부딪히고 깨지고 내 눈으로 확인해야 깨달으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에 대해서. 그렇지만, 그게 선우 자신인 걸 어쩌겠냐고 조용한 자책을 해본다.

결국, 그토록 알고싶었고 또 밝히고 싶었던 진실이라는 것이 산산히 부숴져 겨우 조각만 남은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이고 고통이고 아픔이 될 것을 알기에, 비밀을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다. 비밀을 비밀로 남겨두기 위해.. 어머니와 형을 제외한, 이 사건을 알고있는 유일한 인물인 최진철에게 자신이 준비한 팩트로 입막음을 하는 것으로 완전히, 진실을 봉인했다. 하지만, 이런 선우의 행동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되어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만 같은 왠지모를 불안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진실이라는 잔혹한 현실... 선우는, 모조리 박살나버린 소중한 그리고 쓰라린 기억을 가슴에 묻어둔 채, 삶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의욕도 없이, 감히 선악과를 먹어버린 죄에 대한, 감히 죽은 자를 살리고자 했던, 그렇게 시간을 거슬렀던, 댓가를 덤덤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를 빼앗아갔고, 어머니를 빼앗아갔고, 아무 책임도 지지않고 어린 나를 두고 떠나간, 그러다가 겨우 죽어서야 돌아왔고, 최진철을 증오하면서 내 청춘을 쓸데없이 낭비하게 만들었고, 저주받은 향을 남겨서 알고싶지도 않은 비밀을 알게 만든, 내 소중한 기억을 모조리 박살냈고, 그리고 내 여자를... 내 인생을 너무 많이 망가뜨려서,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외쳤던.. 형에게 외친 그 분노마저도 이젠 다 부질없다는 둣 공허하게..


 

 그리고 

 

1> 사랑하는, 그러나 함께 사랑했던 모든 기억이 사라져 '조카'로서 앞에 있는 여자에게, 난 주민영만 기억한다, 라는 진심이 가득 담긴 고백. 그리고 그 말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는 민영. 그런 민영 앞에서 그 말의 의미, 를 또 하나의 비밀로 가슴에 묻어두는 선우...(ㅠ) 민영은, 이미 소멸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알 수 없는 감정을 부여잡고 살아가게 될까..

작년 이맘 때 즈음에도 '선우야ㅠㅠㅠㅠ'라며 울었는데, 올해도 '선우야ㅠㅠㅠㅠ'하고 있는 중이다. 선우란 이름을 가진 남캐릭터들의 인생은 왜 이리도 기구한 건지ㅠㅠㅠ 라며;


2>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고보고 멘붕살짝. 총 20부작. 이제 8회. 향은 겨우 두개 남았고, 9회에서 남주는.. 죽는다는.. 이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먼산) 깊이 생각하지 말고, 작가를 믿고 그저 기다려야할 듯. 모든 예상은 엇비슷하게 가는 듯.. 그러나 결국 빗나가고 있는 중이니까...


3> 이 드라마의 시간개념. 세계관.. 그딴 건 잘 모르겠다. 깊이 생각하면 머리만 아파서. 그저, 시간의 흐름을 깨고 1992년이란 공간에 들어서게된 2012년의 박선우란 인간의 존재, 가 변수가 되는 듯 했다. 박선우 자체, 박선우의 물건, 박선우의 흔적이 변수가 되어버리는 듯 하달까?

뭔가, 아.. 대충 이런가보다, 싶지만 논리정연한 설명은 무리. 대충... 그렇게 생각도 해봤다. 어느 목적지를 향해 차가 가고 있는데.. 어쩌다가 샛길(1992년의 선우가 아버지를 집으로 부름)로 새게되며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결국 그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것. (아버지의 죽음) 하지만.. 갑작스런 변수 (누군가 차에 뛰어든다거나/선우를 통해 시아에게 전달된 정우의 전화번호/시아의 전화를 정우가 받는) 에 대한 상황을 대처하며 목적지를 잃고 결국 다른 결과(주민영 → 박민영)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 그런 차이가 아닐까.. 라는. 내가 대충 이런가, 싶은 걸 쉽게 말하자면.. 대충 이런 식.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은 결국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미 정해진 것이지만, 주민영이 박민영이 되는 것은, 2012년의 선우가 준 메시지로 인해 1992년의 시아가 행동을 하고 정우가 그 행동에 반응을 하는 순간 변화하게 된 것은 아닐까.. 뭐 그런. 결국,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나는 변화란 것은 '변수'로 인해 생기는 것이고.. 1992년에 남긴 2012년의 선우의 흔적들이 뭔가 변수가 되어 2012년에 영향을 끼치게 될 듯 싶었다. 

... 라고는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겐지;;


4> 요즘 짬짬히 인남 복습 중인데, 처음 봤을 때만큼 재밌지가 않다. 이미 봐버려서 그 긴장감과 쫄깃함이 덜한 것도 있겠고, 나인이 너무 쫄깃해서 상대적으로 덜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고. 하지만.. 인남의 희진과 붕도가 서로를 사랑스레 바라보며 주는 설레임은 여전했다. 선우와 민영에게는 아직 조금 아쉬운 부분.. 뭐, 선우와 민영이 삼촌-조카에서 다시 연인모드로 가게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8회 엔딩씬 덕분에 조금 기대해보고 싶은 중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