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0회) 다가오는 진실, 그녀의 삶의 의지를 끄집어내려는 그

도희(dh) 2013. 3. 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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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대체 내가 왜 살아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살 이유가 없는데 난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려고 하나, 그냥 끝내도 누구 하나 마음 아파할 사람 없는데, 오늘 당장 끝나도 아쉬울 것도 없는 인생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수는, 영이를 만나고 영이와 지내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되었다고 한다. 뒤의 말을 채 맺지 못했지만, 아마, 그런 말이었을 것이다.

왜 나를 죽이지 못했냐며, 양심에 걸렸냐고, 내가 불쌍했냐고, 겁이 났냐고, 몰아붙히는 영이에게 수는, 너를 많이 사랑해서, 라는 이유와 함께, 약은 니가 아닌 내 것이었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나에 대한 너의 오해는 내가 떠나는 것으로 끝내겠노라고. 그리고, 약의 진실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고 그래서 더 큰 상처를 받았지만, 내가 너를 많이 사랑했다는 이유 그리고, 그 약은 니 것이 아니었다는 변명은 어쩐지 그녀에게 위로가 된 것도 같았다. 아직 다 풀지 못한 이야기는 더 있었지만 그 것이 진실이라고, 그녀는 믿고싶었고 그래서 믿어버렸다.

어쩌면, 뇌종양의 재발로 인해 더이상의 대립은 없이, 이제 얼마남지 않은, 오빠와 함께있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게, 그렇게 지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남은 찜찜함을 믿음이란 단어 하나에 모아 매듭을 지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2>
재수술을 거부하고 웃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영이는, 이 모든 것이 여섯살 때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만약, 언젠가 때가 오면 지금처럼 웃으면서 가야지, 구차하게 연연해 말아야지, 라고. 그래서 지금 오빠 수와 있는 이 순간도 너무 좋고 따뜻해도 연연해 말아야지, 그립지 말아야지, 단념하지 않으면 구차해질 뿐이니까 애원하지 말아야지, 그러니 자신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기대게 하지 말아달라고, 자꾸만, 그녀를 약하게 만들고, 살고싶게 만드는 수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영이를 살리고 싶은 수는, 무철에게 무릎꿇고 맞아가면서 그의 누이에게 영이를 보여달라고 애원했고, 영이에게 상처를 주며 그녀를 자극했다. 넌 나를 볼 수가 없다고, 아니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수술이 두려워 눈도 뇌도 방치하는 것이라고. 넌 사실 내가 보고싶은 것이 아니라고, 내가 보고싶단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니가 이렇게 이기적인 애인 줄 알았다면 첨부터 오지말껄 그랬다, 후회하는 중이라고. 살고싶다는 말을 하라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라고, 그녀를 자극하고 닥달하며 몰아세웠다.

영이를 자극해 그녀가 꾹꾹 눌러담고 꺼내보이려 하지 않는 거짓말 뒤에 감춰진 진실, 살고싶다는 말, 살겠다는 의지를 끄집어내려는 수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수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영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수로서는 무철의 누이 선희라면 영이를 살릴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갖고 자신의 방식대로 영이를 설득하는 것일테지만.. 영이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 그 시간을 견뎌야하는 고통보다, 이 부질없는 희망을 붙들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더 아프고 괴로울 것이라는 걸 알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겨우 마음을 다잡고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일테니 말이다.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동안, 병원에 갇혀 그렇게 살아가기 싫은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 어쩌면, 영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수술과 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어쩌면, 살아있는 이의 욕심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3>
한편, 왕비서와 장변호사는 각자의 방식대로 수의 뒤를 캐고 있었다. 왕비서는 소라가 준 힌트를 통해 보육원을 뒤져 수의 정체에 접근했고, 장변호사는 중태의 도움으로 수가 가짜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과 가까이 접근한 그들은 함께 손을 잡을 시간이 다가오는 듯 했다. 장변호사라면 그깟 진실, 영이를 위해서 덮어주리라 생각했는데.. 오해이고 착각이었나보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깟 진실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수 또한 약혼자씨의 진실에 접근했지만, 쿨한(...) 왕비서와 영이로 인해 이미 마무리 된 별거 아닌 일에 나선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마디로 무용지물. 그리고, 회사를 제멋대로 가지고 놀아보려다가 딱 걸린 약혼자씨는, 왕비서로 인해 파혼당할 위기에 놓였으나 진성의 단독행동으로 인해 생명유지가 된 상태이기도 했다. 역시, 약혼자씨는 왕비서의 꼭두각시 용이었다. 약혼자씨는 영이의 시한부 삶이 반가웠을테고, 그래서 어떻게든 영이랑 결혼해서 회사를 제 것으로 삼고 싶어하는 듯 하는, 욕심이 찌질함이 넘쳐나는 그 순간에도 느껴졌다. (하아;)

여전히 왕비서의 뒤를 캐고다니는 수. 그리고, 어쩐지 왕비서가 감춰둔 진실 또한 어느정도 접근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가 받지 않은 그 전화가 진실 가까이에 갈 수 있는 그 무엇, 처럼 느껴졌으니 말이지.

결승점에 먼저 닿는 것은 왕비서와 장변호사, 그리고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놓인 것은 수. 그런데, 이쯤해서 슬슬 정체는 밝혀져야 하는 것이 맞는 듯 한데, 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더 궁금하다. 아직 6회나 남아있으니까. 그리고, 조만간 수의 정체를 알게될 영이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그 후 어떤 관계로 이어나갈지도.


그리고


1> 김사장의 지시를 받고 무철의 뒤를 밟는 어린노무 시키, 한건 할 것만 같아서 겁난다.

2> 무철이랑 수랑 붙는 씬, 꽤나 좋다. 무철은 꼭 수를 무너뜨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죽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를 살리고 싶어하는 것도 같고. 애증. 아마도, 김사장은 돈을 핑계로 수를 죽이라고 했고, 무철은 김사장과 관계없이 그 기간을 정해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왠지, 돈을 못구해오면 널 죽이면 되는 것이고, 돈을 구해오면 그 돈에서 자신이 받아야할 수수료를 자신이 죽은 후에 남겨질 동생들에게 남겨주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3> 살아야할 이유를 찾은 수는, 죽음 앞에 닷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예고를 보면. 기한에서 닷새를 제하는 대신 영이를 누이인 선희에게 보여주기로 했으니 말이다. 무철의 누이 선희는 차타공인 뇌쪽에서 꽤나 능력있다, 고 했던 것 같은데.. 왕비서는 이 사실을 모른다.... (흠;)

4> 막연히 해피, 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11회 예고의 마지막, 선희의 대사를 듣고나니 일단 해피에 대한 희망은 조금 접어두고, 극을 지켜봐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 회가 끝날 때마다 괜히 먹먹해져서 멍해지곤 하는데.. 이 드라마 종영 후가 벌써 걱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적당히 적당히, 재미나게 보는 드라마가 요즘 꽤 많다는 것. 신경이 분산되어 있으니, 심각하게 몰입하지 않는 중이라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5> 11회의 시청포인트, 수는 세번째 시도를 성공할 것인가?! 두둥???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더 솔직히 말하자면, 영이가 수의 정체를 알고난 후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드는 중이다. 이랬든 저랬든, 수에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영이는 여자일테지만, 현재의 영이에게 수는 남자가 아닌 오빠니까. 그게 뭐, 라고 하더라도 뭐, 난 그렇다고. 저러다 영이가 안자고 있음 어째.. 등등의 괜한 생각들이 들어서;

6> 수의 사랑학개론. 사랑과 집착의 차이. 좋았다. 수는 집착없이 그저 사랑만 하고, 그렇게 영이가 관계를 끝내면 응, 하고 떠나주려고 한단다. 그러고보니 수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약속된 시간에 의한 시작이고 관계지만, 영원이란 희망도 없이 사랑을 하는 수는, 어떨까? ... 등등.

7> 수의 사랑학개론에 따르면, 영이를 향한 왕비서의 마음 또한 사랑이 아닌 집착, 아닐까? 싫다는 영이더라 같이 사랑하자며, 자기가 좋아 시작해놓고 생색내고 자랑하며 우기는, 집착. 그래서,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영이에게, 그 것이 복수냐 묻는, 그렇게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것이냐 묻는 것만 같기도 했다.

8> 이제 6회차 남았다. 이 드라마가 언제할까, 기대하며 기다린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란 이렇게 참, 잘도 흘러가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