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1회)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바쁜 그 남자의, 사정

도희(dh) 2013. 3. 12. 18:21

우리 결혼하자. 오래는 질리니까 딱 육개월만 어때?
혼인신고도 할 필요없이 깔끔하게 육개월 뒤에 헤어지는 거야.

여름부터 두통이 너무 심해져서 한달 전에 했던 정밀검사에서 악성뇌종양 4기 진단을 받은 선우는, 수술조차 불가해 일년 안에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말을 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건 길어야 육개월. 아직은 젊어 삶을 살아갈 시간이 많으리라 여겼기에, 정해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이 바빠 나중을 기약했던 사랑과, 차근차근 준비해오던 복수가, 다급해졌다.

선우는,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정신병이란 가족력이 있어 어쩌면 이 두통이 정신분열의 전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국장에게 자신의 사정을 너무나 덤덤하게 풀어놓는 선우는, 육개월이란 시간 내에, 정상적으로 말을 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이 시간동안, 자신의 가족의 평온했던 삶을 무너뜨린 이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을 기약하며 미뤄뒀던 민영을 향한 마음을, 민영의 입장에서는 장난스레, 선우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진지하게, 꺼내보였다.



 
자신에게 다가온 비극 앞에서 너무나 덤덤한 모습으로 이성적 판단을 하고 그 판단대로 나아가려는 선우. 그가 나아가는 모습이 덤덤해서, 나 또한 덤덤하게 그의 걸음을 따라가던 중, 어느 순간, 뭔가 울컥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비극을 함께 아파해주고 슬퍼해주고 위로해줄 그 누구도, 없었기에 재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 후 덤덤하게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듯 했달까? 그래서, 꽤나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의 행동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곁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한 채, 헤어짐을 우선순위로 넣고 정들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기한을 정해놓고, 그저 그녀와 함께 '살아'보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이.

당하는 민영의 입장에서는 참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나쁜데, 갈길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멈춰서서 그녀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선우는 왠지 안타깝고, 뭐 그랬었다. 그래도, 솔직히, 아직까지는.. 세상에 홀로 남게될 민영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중이기는 하지만. 뭐, 이 두 사람의 선택이 어떻든, 그 것은 너를 위한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이 되리란 생각이 들어서, 그건 그것대로, 라며 그저 바라볼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은가?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니가 나를 사랑해서, 가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한 선택, 일테니까.

 

 

그리고


1> 선우의 형 정우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형 정우의 미스터리한 마지막 행적과 죽기 전에 피우려고 했던 향의 비밀을 중심으로,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 최진철 회장에 대한 복수 및 민영과의 사랑까지, 앞으로 남은 19회차동안 그려나갈 이야기들의 떡밥들을 여기저기 뿌려놓고 있었다.

2> 영상이 정말 이쁘다.

3> 인남 제작진의 차기작이라는 이유로 어느정도 기대를 하면서도, 요즘 통수가 너무 얼얼해서 그 기대를 반정도 접어뒀는데.. 일단 첫회는 취향이다. 재밌다. 그래서, 일단 볼 예정인데.. 아마도 쭈욱 보지않을까, 싶다.

4> 9개의 향. 9번의 시간여행. 향을 한번 태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우는 어떻게 이 것을 알게되었고, 선우는 이 시간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일단, 1회 중반, 아주 짧은 시간동안 태워진 향을 통해서 향의 비밀에 대한 떡밥은 던져졌다. 그리고, 예고를 보니 2회에서 선우는 이 향의 비밀을 알게되며 시간여행을 시작할 듯 싶더라.

5> 선우가 국장에게 너무나 덤덤하게 자신의 비극을 말하는데, 그가 너무 덤덤해서 그런가... 정체불명의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아, 나 너무 감성적이다, 요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