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 진심이 되어가는 거짓의 길목에서..

도희(dh) 2013. 3. 6. 21:22

처음으로 영이가 사람을 믿기 시작했어요.
사람한테 정을 주고 정을 받고 믿음을 주고 받고.

 

1>
깊어지는 마음 속에서 거짓과 진실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즈음, 이 위험한 놀이를 이쯤에서 관두기위해 수는 진성이 영의 방에서 발견한 금고를 털기로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을 듣게된 - 어쩌면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를 - 영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영과 왕비서의 귀가시간은 수의 예상을 빗나갔고, 그렇게 수는 왕비서에게 들키고 만다. 위기의 순간, 전직 전문 도박사의 기질을 발휘한 수는 무사히 그 상황을 모면하는 동시에 왕비서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들은 드러내놓고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며 또 다른 심리전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수는, 이 위기를 모면하는 동시에 왕비서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과 함께, 영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조금 더 영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들뜬 수는, 그 감정을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어,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조차 들켜선 안되기에 살게되어 들떴다는 핑계를 대더라. 어쩌면 수는, 그 것이 핑계가 아니라 진실이라 믿고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한편, 드러내놓고 수를 의심하기 시작한 왕비서는 장변호사를 통해 수와 영의 유전자 감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왕비서의 영이를 향한 독점욕은, 그 결과가 어떻든간에 영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수를 위험인물로 낙인찍어 영의 곁에서 몰아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왕비서의 속삭임으로 조금 흔들리는 듯 하던 장변호사는 영이와의 대화를 통해, 영이의 동의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그녀의 제안을 잘라낸다. 사랑하는 여자 왕비서 보다 오회장에 대한 신의와 영이의 행복이 우선이었던 듯 싶다. 혹은, 공과 사가 확실한 인물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장변호사는 어쩌면, 중태와의 대화를 통해 수가 가짜라는 것을 어느정도 눈치채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덮고, 필요하다면 78억 정도는 내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영이가 처음으로 사람을 믿기 시작한, 사람에게 정을 주고 정을 받고 믿음을 주고 받게 만들어 준 수를,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니가 뭔데 그 사람을 용서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내가 처음 뇌종양에 걸렸을 때 내가 바란 것도 위로였어.
그런데 사람들은 오빠 너처럼 위로하지 않았어.
위로는 커녕 여섯살 아이한테 용기를 강요했어. 잔인하게.

괜찮아, 영이야. 수술은 안무서울거야. 괜찮아. 넌 이길 수 있어. 항암치료? 그까짓거 별거 아니야.

(그럼 사람들이 그말 밖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어.)

안괜찮아도 돼. 영이야, 안괜찮아도 돼. 무서워해도 돼. 울어도 돼.
만약,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난 하루이틀 울다가 괜찮아 졌을거야.
근데, 그때 못울어서 그런가. 지금도 난 여섯살 그때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

그 사람도 나같지 않았을까?
기억도 못할 나이에 나무 밑에 버려졌는데
어쩌다 나타난 엄만 그저 오만팔천원을 주고 떠났는데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한 여잘 어린 열아홉살에 영원히 잃어버렸는데
아무한테도 위로받지 못했잖아.

(그래도 아일 책임지지 못한 것은 잘못이야.)

잘못이지. 아주 큰 잘못.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도 책임질 수 없는 열 아홉이었어.
그 나이에 자기인생을 꼭 빼닮을 것 같은 아이는 많이 무서웠을거야.
실수한거야, 너. 난 니 덕분에그 사람이 더 궁금해졌거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 / 영(수) -

 

 

2>
암흑 속에서 서늘한 가시를 세운 채 고독하디 고독하게 살아왔을 영이의 삶은, 함께 할 수록, 알아갈 수록, 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 가엾고, 그 무엇보다 아프고, 그 무엇보다 고통스럽고, 그 무엇보다 지독한, 그래서 인생 될대로 되라며 삶의 이유조차 없이 자신을 버리고 살아왔던, 또한 살아가고 있는 수에게, 모든 것을 가졌으나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채, 삶 그리고 인간에 대한 한줌의 믿음과 희망조차 없이 죽음 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영이의 모습은, 어쩐지 자신과 너무 닮아서 더 먹먹하게 심장에 새겨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에게 수는 위로를 받는다. 일년 전에 만난 동명의 수를 공금해하는 영이. 오빠가  아무리 그를 나쁘게 말해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본 그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수의 말을 믿지않는 영이의 궁금증으로 인해, 수는 제 3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런 수의 지독하게 가엾고 아픈고 고통스러운 삶을 듣게된 영이는, 그의 삶을 위로하며, 그를 향해 더 큰 궁금증을 갖게되었다.

수는, 영이의 위로를 받게되며, 아마, 처음으로 그렇게 울음을 토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주의 죽음 후,  그가 살아가는 세상,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 모두가 그의 아픔을 외면한채, 그를 몰아붙혔기에, 그 자신조차 자신이 받은 상처와 아픔에 무뎌져 울 자격조차 없다며 스스로를 몰아붙혔을테니까.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해서, 스스로 위로를 받고싶은지 조차 몰랐던 것은 아닐까...? 영이의 위로를 받으면서 반박하는 그의 모습은,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혔던 말들이었고, 또한,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 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렇게 수는, 영이에게 커다란 선물을 받게되었다. 넌 충분히 살 가치가 있는 사람, 이라는 위로.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닌 위로, 라는 말.
영이가 받고싶었던 위로, 수를 향한 영이의 위로. 어쩐지, 나 또한 위로를 받는 듯 했다.

이 장면, 너무 좋아서 더이상 뭐라 말할 수가 없다. 감히, 내가, 어떻다 저떻다, 말하는 것조차 참 .. 이라기엔 뭔가 글빨이 안되는 걸지도. 아무튼, 이 드라마에서 좋은 장면들이 참 많은데, 현재까지는 영이의 위로씬이 가장 최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ㅠ)

 

너의 오수는 지금 그놈 흉내를 하면서 호의호식 중이지.
착한 오수 여동생이랑 위태위태하게 달콤한 연애질까지 하면서.

 

3>
끝없는 위기. 무철은 조용히 수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수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무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수를 끝없이 몰아붙혀서 얻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수에게서 빼앗고 싶은 것, 수가 잃길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것으로 그가 얻게될 것은 무엇인지. 알 것 같기는 한데.. 모르겠다. 그 어떤 확신없이 그저 바라만 보려는 중... 이 잔잔한 드라마를 조금은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서 라는, 당연하지만 시덥잖은 시청자로서의 의견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무철은 수를 지금의 위기로 몰아넣은 미저리 소라에게, 수의 근황을 알렸다. 그리고, 수에게 그 사실을 알리게 된다. 무철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그 순간 영이가 쓰러지며 수는 진실을 덮을 거짓과 진실이 되어가는 거짓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선택했다. 그녀를 향한 걱정이, 그의 이성을 끊어버렸달까?

이런 장면, 은근히 좋다. 눈썰매장에서 무의식 중에 영이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그런 자신의 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수의 모습이라거나, 눈 앞에 닥친 자신의 위기보다 그녀를 향한 걱정이 더 커서 이성적 판단없이 무조건 그녀에게 달려가는 모습이라거나, ...그는 그리고 자신이 한 지금의 선택에 대해서, '오빠'로서의 신뢰를 위한 판단, 이었다고 또다시 포장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날, 지하철 역에서 그녀를 밀지않고 구한 후의 변명, 처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녀를 향한 그의 거짓과 진심의 경계선은 모호해져버렸다.
이제는 나보다 그녀가 더 소중해져 가는 중, 처럼 보였달까?

 

그리고

1> 영이, 이 아이는 뭘 먹고 이렇게 이쁜거야???ㅠㅠㅠ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라는 말이 지겹고 식상한데, 아, 보다보면 그저 이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휴... ㅋㅋㅋ

2> 7회는 수 뿐만 아니라 나또한 위로를 받게된 회차였다. 솔직히, 매 회가 다 좋다. 어느 한회가 더 좋다, 라는 것 없이. 그래도 꼽으라면, 영이의 위로씬이 있기에 현재까지 나는 7회가 가장 좋았다, 라고 말하고 싶다.

3> 왕비서는 역시, 보면 볼 수록 난로의 이모님이 떠오른다. 다른 점이라면, 이모님은 너무나 완벽한 위장술로 무열에게 무한신뢰를 받았다면, 왕비서는 너무 티가나서 영이에게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4> 앞이 보이지 않기에 그 어떤 선택도 없이 정해진 수순대로 삶을 살아가려는 영이. 오빠가 그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고 그 마지막 희망과 함께하는 이 순간을 위해서 어쩌면 찾아올지도 모를 빛보다 오빠와 함께하는 이 짧은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아이. 영이의 비디오를 보며, 영이를 알아가고, 그렇게 영이를 알아갈 수록 가슴 먹먹해지고, 그렇게 영이에게 뭐 하나라도 해주고 싶고, 영이를 지켜주고 싶은 수. 

5> 난 어쩐지, 자꾸만 영이의 진짜 오빠 수(守)가 아프고 또 안타깝다. 영이의 비디오를 보면서 죽은 수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울컥하기도 했고. 그 장면은 정말..ㅠㅠㅠ 아무튼.. 그가 살아, 영이를 만났다면, 영이의 곁을 떠날필요 없이, 항상 그 곁에서 영이를 끝없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왕비서의 견제 속에서 그녀를 이길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흠. 수의 곁에 수가 있어 도와줬을지도 모르겠고... 아, 이러면 드라마가 안되는.. 음, 다른 방...향.. 아, 뭐라는 건지;; (ㅋ)

6> 예고는 낚시일게 뻔하다. 드라마는 이제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수의 거짓을 침묵하고 아슬아슬하게 위협하면서 그의 곁을 서성일 무철과 소라는, 수의 무엇을 보고싶은 걸까?

7> 리뷰는 이렇게 늦게쓰는 게 아니야, 라며 투덜투덜. 뒤늦게 부랴부랴 쓰느라.. 오늘 '일말의 순정' 못봤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