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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46회 늦어서 미안해) 나의 사랑 클라멘타인

도희(dh) 2012. 3. 13. 23:05


~ 드라마 스페셜 : 늦어서 미안해 ~
<<나의 사랑 클라멘타인>>




* 작품정보

  • 제목 : 늦어서 미안해
  • 극본 : 김보연
  • 연출 : 김성윤
  • 출연 : 윤주상, 성병숙, 정수영, 박수빈 外
  • 방송 : 2011년 11월 20일

 

  • 줄거리 : 오랜 기간 병수발을 했던 아내를 앞세우고 외롭게 지내던 영환. 십년 전 가출한 딸을 찾는 것도 지쳐갈 무렵,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금 엉뚱한 할머니 하나가 찾아온다. 그렇게 영환이 다시 일상의 활력을 찾아갈 무렵 딸에게서 편지가 오는데...

 

 


정말 딱 죽고싶은 날이 있었어요.

그러면, 공방에 처박혀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천천히 만들어도 딸애는 오지를 않는 거에요.
저 방을 다 채웠는데도...

- 영환 -


이쁘고 귀여운, 처음에 낳아놓고 울어대기만 할때는 저게 언제커서 사람될려나 했는데 크면 클수록 너무 예뻐서 내 자식이 아닌 것 같은, 눈에 넣어도 안아픈, 딸 승혜. 영환은, 너무 힘들어 딱 죽고싶은 날은 공방에 처박혀 딸아이의 방을 채울 가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만들며 아무리 천천히 만들어도 오지않는 딸아이를 기다리며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년간 딸 승혜를 찾는 것도 지쳐갈 무렵,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던 어느 날, 조금은 엉뚱하고 오지랖넓고 이상한 할머니가 영환의 주변에 등장하게 된다.

처음, 영환은 그 할머니가 딸 승혜의 생모와 너무 닮아 놀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오지랖넓은 할머니의 참견이 화가나기도 했지만  때때로 딸애의 이야기를 하며,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가끔 이상하게도 딸 승혜가 떠오르게 하는 그 할머니와의 일상, 그리고 십여년간 연락이 끊겼던 딸애의 잘 있다는 편지까지 받게되며 무기력하던 영환은 삶의 활력을 찾아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빠.
그때 난 뭐가 그렇게 급하고 화가났었는지 모르겠어.
아빠, 집을 나와서 몇달 동안은 아빠가 미웠지만,
그 다음엔 늘 아빠까 보고싶었어.
아빠, 미안해.

- 승혜 -


스무살 무렵, 아빠에 대한 반항심으로 남자친구를 따라 가출을 했던 승혜는, 7년 전 '베르너 증후군(성인 조로증.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늙게되지만, 노인성 치매는 나타나지 않는다)' 판정을 받게된다. 그리고, 병으로 인해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승혜는 3년 전 친구 은주를 찾게되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승혜는 다른 베르너 증후군 환자들보다 진행이 빠른 편이었고 하루하루 자신을 간직하기위해 사진을 찍고, 아침마다 운동을 하며, 열심히 자신을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치매부터 나타나는 알츠하이머와 달리 겉모습만 늙는 병. 이제 갓 서른이 되었으나 할머니 소리를 듣고,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승혜는 씩씩하게 살아가지만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었다. 의사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자신답게 지킬 수 있고 행복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위로했지만, 승혜는 이 현실이 못견디게 지치고 힘들어 차라리 정신을 놓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승혜는 내내 아버지를 그리워했지만 자신이 아버지보다 먼저 떠날까봐,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그리워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을 내놓은 아버지가 걱정되어 서성이다 마주치게되고 말벗이 되어 그 곁을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벗이 되어주며 오랜 세월 자신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직접 듣게된 승혜는 홀로 살아갈 아버지를 위해 '나는 잘 지낸다'라는 편지를 쓰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못한 채...





늦어서 미안해.
미안하다, 못알아봐서.



초중반까지는 노년의 로맨스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젊게 살아가며 때때로 사람들의 시선에 울적해지는 승혜를 보며 갸웃- 거려지기도 했다. 혹시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극 중반에 승혜의 병이 밝혀지며 반전은 쉽사리 예상되었다. 그러나, 소리내어 불러보지 못하는 승혜의 '아빠...' 라는 마음 속의 말 한마디는 백마디 말보다 가슴이 찡해지더라. 눈 앞에 둔 그리운 아빠를 소리내어 불러보지 못하는 딸과 그토록 그리워하는 딸을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되며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승혜가 안타깝고 마음아팠던 은주는 결국, 그동안 승혜가 써놓은 편지를 들고 영환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제 그만 승혜를 알아봐달라고... 그렇게, 영환은 이상하게 딸을 떠올리게 만들던 할머니가 그토록이나 그리워하던 딸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늙어버린 딸과 그런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 그 안타까움 속에서 '늦어서 미안해' 라는 승혜의 말 한마디는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미안하다, 못알아봐서'라는 아버지의 그 말은 또 어찌나 마음이 아리게 하던지... 극 내내 잔잔하게 흐르던 '클라멘타인'은 이 드라마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다.



덧1) 참, 뜬금없이 마무리. (드라마말고 나! 이 드라마 엔딩은 참 좋았음.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같은.)
덧2) 어린 승혜 역의 배우, 이쁨. 맑은 느낌이 들어서 내내 이뻐이뻐하며 봤더랬다.
덧3) 어른 승혜 역의 배우는 연기가 참 좋았다. 과하지않고 잔잔한 듯, 그렇게 승혜를 말했달까?

덧4) 알츠하이머와 베르너증후군. 기억을 잃어가는 병과 몸이 늙어가는 병. 그 어떤 것이든 나를 잃는 것은 마찮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도 하고싶고 결혼도 하고싶고 아이도 낳고싶은, 그렇게 젊음을 즐기고 싶었던 승혜는 이제 서른즈음 된 나이에 할머니란 소리를 들으며 점점 노쇠해가는 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정신만은 맑고 건강하게 간직한 채.

덧5) 처음 봤을 때는 꽤나 여운이 남았는데 오늘 다시볼 때는 너무 설렁봐서 멍-. 그러다가 승혜가 '늦어서 미안해' 하는데 짠하고 코끝이 찡해졌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장면에서 혼자 훌쩍였던 듯.

덧6) 이제 '드라마스페셜 시즌2' 리뷰 하나 남았다. 하아~ 밀린 겨울방학 숙제를 겨우 끝내는 느낌. 사실, 더 빨리 쓸 수 있었는데 귀찮다며 계속 미뤘다. 사실 이 드라마 '늦어서 미안해'를 한번 더 볼 용기같은 게 없었달까? 후반이 좀 안타까워서 다시 보려니 자꾸 마음을 다잡게되고 그랬다. 그래서, 오늘 다른 거 하며 슬렁슬렁 봤던 것 같다. (보고나서 바로 썼어야했어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