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4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함께 걸어갈 사람

도희(dh) 2012. 8. 22. 09:26

10년 만에 왕이 되어 돌아온 고려. 그 곳에는 왕의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왕은 사람이 필요했다. 나의 사람. 그리고 왕은 최영을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내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왕의 곁을 더이상 지킬 수 없노라 했다. 고려에서 입지를 다져야만 하는 왕은, 그렇게 살아남아야 하는 왕은, 하늘의원인 은수를 '의선'의 자리에 앉히는 것을 시작으로 또다른 모략을 짠다. 그 시각, 노국공주는 최영을 불러 그의 마음을 떠보고, 왕비의 이름으로 명을 내린다. 죽지 마라.

3회 리뷰 후반에도 말했지만, 왕비가 친히 최영을 불러들여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한 이야기를 말해주고 그의 의중을 떠보고 그의 이마에 직접 손을 대며 건강을 걱정하며 왕비의 이름으로 죽지말라 명한 것은, 의지할 곳 하나없는 남편이자 고려의 왕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대 왕비의 이름으로 명한다. 죽지마라.

그 대사 다음 최영을 바라보는 왕비의 표정, 그 눈빛은, 살아 내 남편, 저 외롭고 쓸쓸한 고려왕의 곁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눈빛을 주고받은 최영이 그럴 수 없다는 듯 시선을 피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고려의 왕과 왕비가 된 그들은, 
나의 길을 향해 한 걸음 걸음, 조심스레, 그러나 당당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왕은 고려 그리고 고려땅을 살아가는 백성을 긍휼이 여기기 위해,
왕비는 국모가 가장 긍휼이 여겨야할 백성인 군왕, 이 나라의 지존, 왕을 위해.

처음, 공민왕이 노국공주를 '고려여인'이라고 오해한 것은 너무나 능숙한 고려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원의 공주가 고려의 말을 배워 그렇게나 능통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유, 그 것은 대답을 회피하기 위한, 그렇기에 굳이 대답을 원하지 않았을 최영의 질문의 끝자락에서 나왔다. 아마도, 이 자존심 강한 원의 공주는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뭍고갈 비밀이라 여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최영의 마음을 떠보기위해, 그녀는 대답을 했다.

8년 전 우연히 본 한 고려사람에게 말을 건네보기 위해 배웠노라고. 아마도, 그 고려사람은 공민왕이 아니었을까? 우연히 본 고려의 왕자에게 반한 원의 공주가, 그 언젠가 그에게 말을 건네기위해 자존심따위 버려두고 자신들 원의 지배를 받는 고려의 말을 배운 것이다.

그렇기에, 2년 몇개월 전의 어느 날, 자신의 방에 뛰어든 그를 한눈에 알아봤고, 고려의 말로 그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그 순간의 그녀는, 얼마나 설레였을까? 그리고, 그 만남이 설레였던 만큼, 그와의 대화 속에서, 그녀는 아팠겠지...

문득,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 혼사는, 노국공주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결국 왕은 최영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날, 최영이 오지 않은 것은 정말 아파서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상황때문이었지만, 왕과 왕비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괜한 객기로 인해 몸은 묶였으나 핑계를 대어 거부의사를 밝히는 거라고 받아들이는 듯 싶었다. (모르는 걸까?) 그렇게, 왕은 의지할 곳을 잃었다. 그래서, 세번째 모략을 사용하기로 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 순간을 맞이하기 전, 왕은 왕비에게 자신의 계획을 전한다. 왕비의 대답에 왕은 그런 대답을 들을 줄 알았다는 듯 반응을 했다. 외면하고 모르는 척하며 차갑게 굴어도, 언제나 지켜보고 마음을 쓰기에 알 수 있는 그 무언가였던걸까? 라는 뭐 그런 건 접어두고...

왕비는 말한다. 이 모든 이야길 자신에게 한다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고. 왕은 말한다. 내가 앞으로 당할 모든 것들을 함께 당해야할 사람이기에 말하는 것이라고. 운명공동체...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정면을 바라보던 왕과 왕비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하며 말했고 그 순간의 복잡하고 두려운 감정을 주고 받았다.

왕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은수는 왕에게 어디까지의 역사스포를 날린 것일까? 그저 '당신들 유명하다'는 그 한마디에 뭔가를 느꼈던 걸까? 그리고, 8년이란 오랜 세월 가슴에 품고, 먼저 마음을 주고, 돌려받지 못할 그 마음을 어찌하지 못한 채 상처만 받던 왕비는 '운명공동체'라 하는 왕의 말을 들으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두려움을 꾸욱 참고, 왕은 태연하게, 능청스럽게, 자신의 패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나타난 기철로 인해, 왕은 끝없는 긴장감과 공포에 휩쌓이게 된다. 하얗게 질린 왕의 얼굴, 분노에 찬 왕비... 아무런 힘도 없는, 자기 자신을 지킬 힘조차 없는, 새로운 고려의 왕과 왕비가 가야할 길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뿐이었다. 

그리고,

역사라는 스포가 있기에, 궁금해진다. 어떻게 풀어낼지.

세기의 로맨스라 일컬어지는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현재 갑돌이와 갑순이 놀이를 하며 그저 찬바람만 쌩쌩 불 뿐이다. 운명공동체로 엮이게 되며 미지근하나마 온기 비스므리한 기운이 그들을 감싸는 듯 했으나 그 것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 꽁꽁 걸어잠궈버린 문이 쉬이 열리진 않을 듯 하니 말이다. 서서히, 어느 순간, 이미 그렇게 되어버리게 될 것인지, 계기로 인해 각성을 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될지...에 대하여,

그리고 고려의 충신이자 보호자, 라고 하는 최영은 현재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지켜야할 적월대 대원들은 더이상 궁에 없기에 그는 궁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살아야할 이유가 없기에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 아직, 그래도 조금은 더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면 은수를 돌려보내주는 것, 그 것 뿐이겠지.

은수와의 약속은 그의 생명을 조금 연장할 뿐이다. 왕비의 명이 그를 살게할 이유가 될 순 없다. 왕의 부탁은 그저 웃음으로 넘긴다. 그런 그가 찾게될 살아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이쪽의 경우는 엄청난 계기로 인한 각성일 것이다. 그 것을 얼마만큼의 설득력으로 풀어낼지도 궁금해진다.

1회 리뷰 때도 말했지만, 난 오로지 이 드라마 <신의>를 공노커플 때문에 보는 중이다. (다수가 공노라 하는 듯하여 나도 공노라고. 노공이든 공노든 뜻만 통하면 되는 거겠죠, 라는 뭐 그런;) 그것은 지금도 마찮가지.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나올 때만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 나머지는 쏘쏘. 그래서 엔딩순간, 너무 아쉬웠다. 제대로 긴장감이 생기며 재밌어지는구나, 하는 순간 끝은 물론 예고조차 없어서...;


참, 본방은, 동시간대 타 방송사의 <골든타임>을 보는 중이다.
음... 말하고 싶었다. 난 최쌤빠라고. 어제 골타의 최쌤 너무 귀여우셔서 빠로서 햄볶았다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