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들이 사는 세상 14회 - 그들이 사는 열네번째 세상 [절대로 길들여지지않는 몇가지]

도희(dh) 2008. 12. 10. 06:14


그들이 사는 세상, 그 열네번째 이야기는 아프고 슬프고 그러면서도 먹먹해지는... 참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규호와 해진은 결국 이별을 해야만했고, 지오와 준영의 그림자들은 이제 그들의 곁에서 사라졌으며, 이젠 이별의 이유조차 모르겠는 지오와 지오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리고싶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더욱 그리워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었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후, TV채널을 돌리며 나도모르게 '더 많이 아프지 말아야할텐데...'라며 중얼거리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혼자있기에 망정이지, 누군가 함께였다면 '드라마' 속의 '캐릭터'에 마음을 쓴다며 혼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그 세상이 닫히는데 -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요.




1. 절대로 길들여지지않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순간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걸까? (지오)


나는 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번, 두번 계속 반복하다보면 그 어떤 것이 든 반드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만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가도 길들여지지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천번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아닌 다른남자와 웃는 준영의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지지않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순간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걸까?
(지오 나레이션 中)






2. 장주야, 장해진이 좋은배우다. 함부로 막굴리지마라. 안그러면 너 죽는다. (규호)
좋은배우, 되라. 기왕 시작한 일 탑 되야지. 연기공부 놓치지말구 하고,
지금도 얼굴좋으니까 나중이라도 얼굴 뜯어고치지말고.
나중에 방송국에서 만나면 서로 웃으면서 잘 지내냐, 어떠냐 안부묻고 그런 사이가 되자.
싸우고 끝내는 것도 아닌데 쌩하니 고개돌리고 그러지말자, 유치하게.
...여기다 핀꽂으면 예쁘겠다... (규호)


규호와 해진이 '이별'했습니다. 드라마 '천지연'의 종영파티날, 해진의 사장인 윤영의 '허락'하에 5일의 시간을 얻은 두 사람은, '묵언수행'을 하며 그들의 추억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갔습니다.
5일간 함께있으되, 그 어떤 말도 하지않는... 마음의 정리.
규호가 해진을 데리고 어디로갈까... 가 궁금했는데, '절'에 있어서 참 '의외'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영원한 이별을 해야하는 '연인'과의 마지막 장소가 '절'이고 마지막 시간을 '묵언수행'으로 보내다...

처음엔, 뭔가... 그랬는데, 곰곰히 자꾸자꾸 생각해보니 규호가 해진을 참 많이 좋아하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너무 어리고 순수한 해진이,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이별에 내내 아파할 해진에게 규호는 그와의 기억과 추억을 정리할 시간 그리고 그 것을 받아들일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깊이 해진을 사랑해버린 규호 본인도 함께...

아버지의 대권을 위해, 로열패밀리로서 살아야하는 규호와 너무나 이루고싶은 스타의 꿈에 더더욱 다가가야하는 해진은,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덤덤한척 그러나 너무나 아프게 받아들입니다.
이제 해진은 더이상 천방지축 해맑은 해진이 아니겠죠.
아니, 여전히 해맑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한단계 성숙해있을 것입니다.

본방에서 이 두사람의 이별장면에서 엄청 울어댔는데, 다시 돌려보면서 또 엄청나게 울어버렸습니다.
처음부터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두 사람인 것을 잘 알고있었는데도, 이 두사람의 사랑이야기의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애틋하고 안타까운 이별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규호의 얼굴을 보고, 해진의 얼굴을 보고, 규호의 마지막 대사들을 읽는 순간순간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어쩔 수가 없구나... 싶습니다.
판타지가 현실을 만난순간 깨어져버린 사랑이지만, 그럼에도 이 두사람이 사랑은 이별까지도 판타지같고 아름답게만 느껴지네요. 




야, 지오야... 나, 장해진이랑 헤어졌다. (규호)


그렇게 돌아오던 규호는, 지오에게 가장먼저 해진과의 이별을 알려줍니다.
지오에게 전화걸어 울어버리는 규호나, 말은 냉정하게하지만 규호가 걱정스러운 지오.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어야할 땐 반드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해야만 한다던 '그들이 사는 세상 9회'의 말처럼, 규호와 지오는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있었고, 그들은 그들의 관계의 한계를 넘은 어떤 의미의 친구가 되어있었습니다.
규호와 지오, 마음을 결코 드러내려하지않는 이 두사람이 서로에게만큼은 솔직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겉으로 쿨한 규호와 의외로 차가운 지오, 의외로 잘 맞아서 서로를 잘 다독여줄 것 같기도..라는 바램...;;;







3. 우리가 만약 다시 시작한다면 난 싫어.(연희) / 친구로는... 어때? (준기)
지오야, 너랑나랑 무슨사이야? 지나간애인? 아님 친구? 그 것도 아님 대학동기? 다시 시작하는 연인?
그 것도 아님, 감독과 세트디자이너? 내가 너 좋아한 거 알지? ... 니가 만나자고하면 모든 일 제쳐놓고 올만큼.
오늘도 너네집에 오면서 조금 처음처럼 설레고.근데 이상하지? 설레는 건 설레는건데 마음이 좀 무거웠어.
 왜그럴까 골똘히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고. 근데 이제 알거같다. 내가 왜그러는지.
우리가 만약 다시 시작한다면 난 싫어. 넌 가끔 너무 잔인해.
언제나 그렇다는 거 아냐. 근데, 니가 아니다싶을 땐 너무 잔인해. (연희)


지독하게 질긴 인연하나가 끝났습니다. 10여년을 내내 지오의 주변에서 그림자처럼 맴돌던 연희는 '진짜 이별'을 통보합니다. '우리가 만약 다시 시작한다면 난 싫어'라고요.
이 두사람의 관계는, 연희가 지오를 놓아주지 않아서 이렇게나 끌고온 관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준영에게 대하는 지오의 성격을 봐서, 아무리 연희가 놓아주지않더라도 정말 끊을 생각이었다면 끊어버렸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준영과 만난 후 연희에게 차갑게대하던 지오의 모습도 그렇고 말이죠.
연희와 지오의 길고 길었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놓아주지 못하고 잡고있었던 것... 그런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정의를 하지도 못하겠고, 무언가 감은 잡히는데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겠는 그런 관계.
참으로 복잡미묘한 관계...


 
우리같이 이기적인 직업을 가진 인간들한텐, 서로한테 아주 헌신적인 상대가 필요해.
우리 상대들이 들음, 정말 재수없겠지만. 안그래? (준영)


그리고, 준영은 준기와 정리했습니다. 지오와 끝났으면 다시 시작하자는 준기에게 준영은, 서로가 또 상처를 받을 것이라며 덤덤히 이별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두사람은 '친구'란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합니다.
헤어진 옛애인과의 친구관계는 잠정적인 애인관계라고했던 규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왠지, 준영에게 준기는, 준기에게 준영은 친구이면서도 그런 의미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그냥, 들었거든요.

아, 준기는 왜 '지오'이야기를 하지않는거야~ 라며 소심하게 외치던 1人
'지오가 병원에 왔더라' 한마디로 '지오의 병'이 알려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준영이 뭔가 떡밥하나는 물었으면했는데, 준기는 그냥 지오가 '볼일있어 병원에 왔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나봅니다.






4. 난 진지했거든. 솔직히 내가 너한테 껄덕거린 걸로밖에 생각안한 거아냐!!! (수경)
전화안해서 화난거야? (준영) / 재밌냐?(수경) / 귀엽다, 왜?(준영)


정식으로 사귀는 관계는 아니지만, 사귀는 것을 전재로 만나는 두사람. 준영은 그냥 어쩌다보니 수경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쩌다보니에 수경은 준영과 사귄다는 희망? 착각? 그런 것을 하게되었고, 준영도 딱히 거부하지않는 것은 아마 '지오'의 마음을 흔들어버리기위한 작전?
뭐, 그렇게 생각되더군요. 그래서, 해외까지 부득불 따라왔고 말이죠.
아니면 '관계유지증후군'으로 인해, 일단 '수경'으로 그 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일까요...?
뭐가 어찌되었든, 준영은 그리 진지한 마음으로 수경을 만나는 것은 아닐테고, 수경은 준영을 채울만한 그릇이 안되는 인물이고 그러니 지속적인 관계유지가 어렵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수경이 이래저래 '이용'당하는 꼴이 되어버릴까봐... 그래서, 나중에라도 지오와 준영의 관계를 알게될 수경이 걱정스럽습니다.

장난스레 껄떡거리는 듯 보여도, 수경은 준영에게 나름 진지하고 진심인 듯한 느낌도 드는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함께온 일행들 중에 수경빼고는 모두 '준영과 지오'의 관계를 알고있네요...;;;
양언니 왕따...ㅡ.ㅡ;






5. 나만 이런건가? 준영이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지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 걸까?
연희와도 준영과도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이 처음처럼 당황스러운 건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것처럼 모든 이별도 첫 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지오의 시선은 내내 준영을 향했습니다.
1회에서 '준영'을 바라보던 시선에서 한결 더 깊어진, 안타까움이 함께 깃든 시선으로...
초반의 지오는, 연희가 있음에도 내내 '준영'을 자극하며 준영을 마음에 뒀었어요. 장난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선배로서 준영을 대하지만, 그가 준영을 바라볼 때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시선이 함께 했었거든요.
지금의 지오는, 준영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도하지만, 자신이 깨어버린 관계를 돌이킬 자신도 없으면서도 준영이 내내 신경쓰이고 안타깝고 그리워 어쩔 줄 몰라하는 시선으로 준영을 바라보고있었습니다.
그렇게, 내내 그녀의 성질을 긁어대고 있습니다.



 
나만 이런건가? 준영이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지오 나레이션 中)


준영은 그런 지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지우려고하다가도 그의 자극에 멋대로 움직이는 그녀의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자신이 사용하던 옛애인의 주방에서, 옛애인의 친구이자 잠정적 애인관계인 여자가 자신에게 손님접대를 해주고, 자신은 그녀에게 손님이 되어버리는 상황. 얼떨결에 아직 발전가능성이 그닥 없는 동기녀석이 순식간에 새로운 애인으로 둔갑되어버리고, 옛애인에게 가시돋힌 말을 들어야하는 준영.

지오의 눈에는 너무나 괜찮아보이는 준영이는, 지오 못지않게 지금의 상황이 낯설고 당황스러워 어찌해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있는데, 지오의 눈에는 정말 준영이가 괜찮아 보이는 걸까...?







6. 사랑을 하면서 알게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지지가 않는다. (지오)

그런데 정말 길들여지지않는 건 바로 이런거다.
뻔히 준영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하나도 모르는 척, 이렇게 끝까지 준영이의 속을 뒤집는 뒤틀린 나 자신을 보는 것.
사랑을 하면서 알게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지지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자고. 처음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싶은데, 왜 나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는건지... 
(지오 나레이션 中)




이 장면에서 느낀 건... 뭔가 표현이 안되네요.
뭐, 그냥 보라는 말밖에... 규호*해진보다는 약하지만, '쿵' 거려버렸던 장면이었습니다.

준영과 지오의 관계자체가 지금 내 머릿 속에서는 엉켜버려서 표현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엉켜버린 것을 가장 쉽게 푸는 방법은 '잘라내는 것'인데, 이들의 관계는 쉽게 잘라지지도 않네요.

내내 지워버리고, 머리로는 끝내려고하지만 마음으로는 끝내지지않는 준영과
자신의 끝냈음에도 내내 마음이 쓰이고, 다시 돌아가고싶으나 돌아가지 못한채 차가운 말만 해대는 지오.
엉키고 엉킨 그 속에서 사실은 '아직도'인 두 사람.






 
7. 그리고, 길들여지지않는 것 또하나. 예기치 못했던 바로 이런 순간. (지오)
그리고, 길들여지지않는 것 또하나. 예기치 못했던 바로 이런 순간.
(지오 나레이션 中)

 

지오의 나레이션이 내내 마음에 남았습니다. 다시 사랑하고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뒤틀린 마음.
그리고, 그 순간에 찾아오는 눈의 이상과 이명소리.

녹내장이 '청각'까지 연결이 되어있는 건가요?
비행기 안에서 이명을 듣기시작한 지오는, 귀에도 이상이 있는 듯 자꾸만 고통스러워하고있습니다.
그는 드라마PD의 일을 계속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는 내내 이렇게 예기치 못한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텐데...







이번 그들이 사는 열네번째 세상은, '규호와 해진'의 이별과 '준영과 지오'의 대판 싸우는 엔딩씬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고보면, 규호와 지오는 이별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이별의 방법도 무척 다르네요.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고 난 후에 이별하는 규호와 갑작스럽게 그냥, 차갑고 냉정하게 사랑을 잘라내버린 지오.

그리고, 지오의 집에서 연희에게 손님접대를 받는 준영의 시선으로 연희의 행동들을 바라보는데, '저 자리는 내 것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 준영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참... 묘하게 일그러지더군요.

그들이 사는 세상 14회는 지오와 준영의 이야기를 제외한 이야기들은, 그냥 생각대로 끄적거려지는데 '준영과 지오'의 이야기로 넘어오면서 생각이 잘 안풀려서... 대강 끄적이다가 말았습니다. 성의없어보이지만, 준영이랑 지오만 몇시간을 생각했는지...;;;
얘들, 너무 엉켰어요. 그러나, 잘라내긴 싫으니, 그 엉킨 것을 살살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싶네요.
아프지않게 잘 풀려서, 마지막회에는 준영이도 지오도 환하게웃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다음 주가 벌써 마지막회입니다. 그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려야할지... 한주내내, 이 아이들을 생각하련지...
이제 남은 2회에 어떤 이야기들로 그들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주실지... 궁금합니다.
인생에 '해피엔딩'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이별한다고,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되지말란 법도 없고, 결혼한다고 영원한 행복이 되지않듯이...
그들이 사는 세상은, 통속적인 드라마의 룰을 따르지않는 드라마이기에 어떤 엔딩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기대는되지만, 걱정은 되지않고, 그저 궁금할 뿐.

그나저나, 또 예고에 낚였군요. 해외촬영분이 14회에 몰아서 있을 줄 알았더니, 다음주까지 연결되다니...
매주 낚이고 또 낚여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