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들이 사는 세상 13회 - 그들이 사는 열세번째 세상 [중독, 휴유증 그리고 혼돈]

도희(dh) 2008. 12. 9. 17:10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13회. 그들이 사는 열세번째 세상은 '중독, 휴유증 그리고 혼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지오와의 이별이 아직도 믿기지않아 자꾸만 혼란스러워하는 준영과 자신이 잘라내고도 내내 아파하는 지오.
그들의 곁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 지오와 준영의 그림자는 어느새 그림자가 아닌, 쿨한 친구로서 편안하게 그들의 곁을 지키게되었고, 준영에겐 준영을 위로해줄 친구가, 지오에겐 단 하루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은 웬수같은 친구가 곁을 지켜줬습니다. 그들이 이별이, 그들이 아픔이 내내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르듯 했습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명료하게 한마디로 정리될 수 없듯이 - 이 드라마의 후기를 어느 한 줄기로 잡아 정리해내기는 참 힘드네요.그 아이들의 마음도 그만큼 단순하지않아서, '얘들은 이렇다'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가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게다가, 새벽에 인터넷이 갑자기 끊겨서 이제야 후기를 쓰려고 PC를 켜놓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있다가 그 아이들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1. 정지오란 사람에의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심각한 중독상태를 겪고있는 것일까? (준영)
중독이란, 술이나 마약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 것없이는 견디지못하는 병적상태.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정지오란 사람에의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심각한 중독상태를 겪고있는 것일까?
(준영 나레이션 中)



준영은 '지오'에게 '중독'되어 여전히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도, 설겆이를 할 때도,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차를 타려는 순간에도...
그녀의 주변에서는 지오의 그 따뜻했던 기억들이 숨어있다가,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서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기억의 환영이 따뜻해서 웃는 준영은, 차가운 현실을 깨달을 때마다 더욱 힘들고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2. 중독도 금단도 다 이해하니까 더 울고불고 하셔도 된다구요. (민희)
그래서 니 말의 요점은, 내가 강준기에서 정지오로,
정지오에서 다시 누군가로 옮겨다니는 관계를 연속해서 유지해야하는 관계연속중독증을 앓고있으며,
내가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찢기는 이 증세는 금단현상 같으니까 고만 청승떨고 징징대지 말아라? (준영)
아니요. 중독도 금단도 다 이해하니까 더 울고불고 하셔도 된다구요. (민희)



그런 준영의 증세를 '관계연속중독증'이라고 결론지으며 '모든 인간은 어떤 깊은 중독증세를 갖고있다'며 주변인들의 중독증세를 하나하나 꼬집는 김군을 보면서, 그 전부터 조금씩은 느꼈지만 - 김군은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등등을 잘 파악하고있는 듯 했습니다.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할까? 그리고 그 관찰력으로 냉정하고 세세하게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김군. 음, 나중에 김군이 감독이 된 후의 작품들이 새삼 궁금해지네요.

이런저런 중독을 가진 자신과 규호와 수경과 민철의 이야기 끝에, 준영의 손을 잡아주며 '더 울고불고해도된다'라는 김군의 말이 가슴 찡하게 다가오더군요.
이제 더이상 눈물보이지않고, 겉으로는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보이는 준영은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가슴찢어지고, 여전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소리내어 울고싶을정도로 힘들다는 걸, 그녀의 '친구'인 민희는 잘 알고있었던 거죠.
 
준영은, 지오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말이 독해지고 쎄져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말도 할 줄 알게되었고, 그에반해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법도 배웠을테고, 힘이들 때는 친구란 존재가 곁에있으면 힘이된다는 것도 알게되었죠.
그래서, 지금 민희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덤덤하게 혹은 가슴 절절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모든게 끝나버린 애인의 부모는 정말 어떤게 대해야하는건지... (준영)
두사람이 만나 두 사람이 헤어지고나면, 모든게 제로로 돌아가야하는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애인과 헤어진 것도 가슴아픈 일이지만,
그걸 모르고 아이처럼 나를보고 좋아라하는 이 어른들을 보는 것도 만만찮게 힘이든다.
남도 아니고, 내 부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젠 사랑하는 애인의 부모도 아니고.
모든게 끝나버린 애인의 부모는 정말 어떤게 대해야하는건지,
예상치 못한 이별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난무한다.
(준영 나레이션 中)



우연히 드라마 촬영지가 지오의 시골집이었습니다.
아들의 회사사람들, 아들의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안 지오부모님은 그들을 불러 식사대접을 하고 잠자리를 제공하며 '후덕한 인심'을 보여주시네요. 그리고, 준영이 지오의 애인일 것이라는 확신으로 그녀를 무척이나 살갑게 대해줍니다. 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그저 그 인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준영.

불과 몇일 전에, 준영일 달라던 지오는 '옛연인' 연희와 술을 마시러가 곳에서 준영의 엄마와 시선이 마주칩니다.
난처한 듯 그녀의 시선을 피하려던 지오의 눈에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사준 스카프가 준영의 엄마의 목에 둘려져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준영의 엄마는 그런 지오를 차갑게 바라보고 그 곳을 떠나버립니다.

모든게 끝나버린 애인의 부모... 남도 아닌, 내 부모도 아닌, 참으로 난처한 관계...





끝끝내, 지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오의 부모님은 준영에게 깨와 참기름과 옥수수 등등을 싸서 넣어줍니다.
그리고, 그 것이 계속 부담되어 안보이는 곳에 옮기던 준영은 결국 그 것을 열어서 정리하게 됩니다.
이 순간의 준영의 난처함이라고 해야하나... 마음에 돌이 얹혀진 듯, 묵직한 준영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옛애인의 부모님이 싸주신 정성....






4. 선배 너한테 배웠는지, 말이 자꾸 쎄져. 잔인하게...(준영)
밥... 먹었냐? (지오)
사랑한다, 좋아죽겠다. 온갖소리 다해놓고 헤어질 땐 야멸차게 그만보자, 
그 한마디하고 돌아선 사람이 내가 밥먹은 게 궁금해? 장난해? (준영)



'서먹하고 불편한 선후배관계'로 돌아간 두 사람은, 조금 더 쎈 말로 서로를 상처주려합니다.
원래 말이 쎄던 지오와 지오에게 배워서 말이 쎄져버린 준영.
사랑이 아직 끝나지않은 상태에서 관계가 끝나버린 그들은... 서로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들은 자신들의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의식하며 상처를 남기고있습니다. 
그 상처는, 상처를 준 사람도 받는 사람도 함께 생채기가 나며 아프게 느껴지더군요.





사랑하던 때에는 사소한 일에도 귀찮아지고, 짜증스러웠던 옛그림자들은 '이별 후 친구'관계에서는 쿨하게 서로의 선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늘 집착하듯 지오에게 매달리던 연희가 귀찮아,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던 지오는 스스로 시간을내며 연희와 술약속을하고, 준영이 바쁘다고하면 짜증내던 준기는 별달리 짜증스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사랑하던 순간에는 쿨할 수 없었던 옛그림자들은,
사랑이 끝나자 쿨하고 편한 친구로서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오와 준영, 각자에겐 쿨한 친구이지만 -
지오에겐 준기가, 준영에겐 연희가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괜히 마음에 상처를 입게만드는 존재들...

준기는 이제 준영의 옛그림자에 불과할테지만,
연희는... 지오와 10여년을 지독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관계여서 이번에도 어찌될런지....;
일단, 둘이 자주 만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5. 그렇다면 내 지금의 이런 말도 안되는 행위를 한마디로 정의할만한 규칙은 무엇이 있을까? (준영)
혼란과 혼돈, 무질서로 불리는 카오스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한다.
그렇다면 내 지금의 이런 말도 안되는 행위를 한마디로 정의할만한 규칙은 무엇이 있을까?
민희의 말처럼 관계연속중독증 아님 이별이 낳은 휴유증? 아니면, 채인 여자의 복수?
그 것도 아니면 그냥, 혼돈... 그자체?
세상에서 가장 끔직한 일은 이미 마음이 변해버린 애인에게 구걸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않겠다.
(준영 나레이션 中)


준영은 어떻게든 지오의 기억에서 벗어나기위해 궁리 끝에 '수경'을 이용하게 됩니다.
관계연속중독증. 민희가 말한 준영의 중독증이죠.
하나의 관계가 끝이나면, 다음 관계로 넘어가고싶어하는 준영을 일컬어 만든 민희의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지오의 '쉽다'란 표현과 맞물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서 다음 사랑으로 넘어가는 기간이 '쉽다'는 준영. 아마 내내 '관계연속중독증'에 걸려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사랑이 끝나서 그 아픔을 잊기위해 바로 다음 사랑을 만들었을지도...

하지만, 이번엔 그 '관계연속중독증'이 아닌, '이별이 낳은 휴유증' 혹은 '혼돈 그 자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정지오'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6. 돈 많다고 안외로운 거 아니고, 일 많다고 안외로우 것도 아니고, 인간은 원래 다 외로워. (서우)
재산, 명예, 인기. 그거있으면 다 행복해? 누가그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돈밖에 없고, 살가운 자식은 커녕 속썩이는 자식도 없고 매일 할일은 쇼핑밖에 없다고하면.
인간에대해 그렇게 단순하면서 무슨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를 찍으시겠다고.(민숙)

아버지가 잘나가서 걱정이고. 내 애인은 너무 이쁜데 티비에 얼굴을 디밀어서 걱정이고.
 드라마 인생은 승승장군데 내 인생은 엿같아서 걱정이지.(규호)



지오의 아킬레스건은 '가난'입니다. 그 '가난'에서 벗어나고싶은 지오.
돈과 명예, 일 등등이 있으면 '다 좋을 것 같은' 생각을 가진 지오는, 그 모든 것을 가진 이들에게서 타박을 받습니다.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 믿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는 있지만,  돈이 있다면 '더'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갖지못한 것에 대해서는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지오는,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럽고 그런 엄마를 구박하시는 아빠가 못마땅한, '돈'만 있으면 엄마도 고생안할테고, 자신의 어깨도 움츠려들지않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에겐 들키지않게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그렇기에, '돈과 명예'등등을 가진 이들이 '무슨걱정'이 있을까... 라는 지극히 자기위주의 생각을 갖게되는 거죠.

매우 단순한 예로, 아주 뚱뚱한 사람은 아주 날씬한 사람을 보면 - '저렇게 날씬한데 뭐가 걱정일까'란 생각을 하기도하고...공부 못하는 아이가 공부잘하는 아이를 보면 '저렇게 똑똑한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라고 생각하듯이 말이죠.
뚱뚱한 사람에겐 살이 '아킬레스건'이기에 날씬하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을테고, 공부를 못해서 늘 구박받는 아이는  그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킬레스건'이어서 공부만 잘하면 뭐가되도 될 것 같기에 늘 부러워할테죠. 하지만, 그 뚱뚱한 사람이 부러워하는 날씬한 사람은 또 다른 자신만의 고민이 있을테고, 공부못하는 아이가 부러워하는 공부잘하는 아이는 그 아이 나름의 아킬레스건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잘난 아이들이 갖지못한 것을 자신을 부러워하는 아이들이 갖고있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 것이 무엇이든..
뭐, 이런 이야기는 만화나 드라마 등등에도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한듯...;

그렇기에 돈과 명예를 다 가진 민숙은 '외로움'을 늘 지니고 다니고, 잘난 규호는 그 잘난 집안때문에 그 집안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야하겠죠. 그렇기에 인생이 엿같을테고....
아마, 준영의 눈에는 지오의 감추고싶은 그 가족이 '부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것은 규호에게도 아주 작게는 있을지모를 부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규호는, 지오의 그 오지랖으로 인한 넓은 인간관계도 부러움의 대상 중 하나일지도... 전에, 준영에게도 '넌 친구 많은데, 왜 헤어진 애인까지 친구하려고하냐'며 빈정거리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초반의 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주준영의 성장기'가 조금은 들어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초반의 지오는 뭐랄까... 되게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가니 '정지오의 성장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완벽해보이지만, 스스로 그의 한계에 부딪혀서 헤어나오지못하는 정지오가, 그 한계를 아주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이야기...

'인간에 대해 그렇게 단순하면서 무슨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를 찍겠다고'라는 민숙쌤의 말 한마디에 지오는 약간 멍해지는 느낌을 받지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참으로 진지한 삶을 살아간다고 여기고있을테니...
준영에게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로 타박을 주기도했고...;






7. 어두우 곳에서 영화나 TV보는 것도 피하셔야 합니다. (의사)

사는 내내 달고다녀야하는 녹내장. 이것은 지오의 인생의 또 하나의 짐이 되어버렸습니다.
컨디션 조절 등등등... 시신경이 나빠지지않게 잘 관리를 해야하는 이 병은, 어두운 곳에서 영화나 TV도 봐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드라마감독보고 무리해서도안되고, 컨디션 조절도 해야하고,  영화나 TV도 보지말라고하니...

이 골치아픈 병으로 인해 지오의 삶은 또 어찌 꼬여갈지...

준기의 병원에서 지오가 치료를 받는데, 병원을 나서는 지오를 준기는 봤고.. 이 장면이 그냥 스쳐가는 장면일지, 또 하나의 밑밥일지... 원래, 뻔한 드라마로 간다면 준기가 지오를 치료한 의사를 찾아가서 지오에 대해서 묻고 그 병을 알게되어 준영에게 '니 애인이 녹내장이란 병에 걸렸는데, 쏼라쏼라~' 이렇게 말하거나 ~ 뭐... 그렇게 가겠지만, 글쎄요~ 모르죠...;
혼자 상상해본 건, 마침 준영이 준기를 만나러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을테고...  준기는 얘기 끝에 넌지시 흘려버리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니 애인, 아까 병원에서봤어.' 라는 식으로... 아님 말구~;;;







8.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지오)
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리며 가는 것.
그 증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않는다.
그렇게 첫구절과 마지막구절 한구절씩 생각난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것.
이제 다시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뻐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이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지오 나레이션 中)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이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저렇게 읊조리는 지오의 대사에 왜 이렇게 가슴이 멍해지는지...
휴... 나는 아무래도 준영이보다 지오에 더 공감을 많이해서 그런지, 지오의 표정하나하나... 지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아프게 다가오고있습니다. 지오가, 준영을 보며 엷게나마보이는 슬픈미소들도 너무 아프고...

이 시는,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라는 시라고 합니다. 시 전문을 어케어케 구해서 읽었는데, 좋은데요....?







9.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봐도 난 죽으면 지옥갈 꺼 같애. 자기는 천당갈 것 같고.(윤영)
당연하다. 그의 입장에선 난 맞아도 싸다. 치장 포장 변명없이 깔끔하게 자기를 인정하는 자세.
어떤 인간이 그럴 수 있겠어? 대단하지않아? (윤영)


지금 나온 커플들 중, 여전히 이쁘고 알콩달콩한 커플.
윤영의 쿨하고 자유로운 삶과 보수적인 민철. 어딘가 모르게 닮은 준영*지오 커플의 미래의 모습처럼 보이는 나만의 상상...;;;  민철의 눈에는 늘 뭔가 맘에안드는 행동을 하는 윤영과 그 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냥 지내는 윤영. 고치려고해도 고쳐지지않으니, 민철은 그저 맞춰가며 살겠노라 합니다.
이런 사랑도 있다.
이렇게 불안불안, 외줄타기하는 듯한 스릴있고 달콤한 사랑. 그렇게 보이더군요. 이 두사람의 사랑은...





10. 그런데, 내 애인이 TV에 나와서 내가 좋다고 진심어린 뻐꾸기를 날린게 화근이 된거야. (규호)

저 인터뷰가 저번준가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 해진이 너무 노골적인거 아냐? 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저 인터뷰로 윤영인 해진의 매니저를 크게 닥달하고, 규호는 아버지의 변호사를 통해 해진과 헤어지라는 명령(!)을 받게됩니다. 이 두사람의 판타지같은 사랑은, 현실의 문을 조금 열었을 뿐인데 이별의 바람이 들어와버렸네요.
이제 막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와 대권 준비중인 아버지를 가진 잘나가는 드라마PD.

엄기준씨의 인터뷰에서, '규호와 해진의 이별장면'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인터뷰기사의 한줄 정도의 이야기에 나와있던 너무도 규호스러운 이별장면에 가슴이 멍해지는 듯 했는데, 이 두사람의 이별장면이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합니다. 규호답게, 그리고 해진답게... 그렇게 그들은 헤어지겠죠.






11. 나는 술마시면 다음날 아무것도 기억못해. (규호)
가치관의 대립. 성격의 대립. 빈부격차와 기타등등. (지오)
야, 뭐 그딴걸로 헤어지냐. 나처럼 대권정도는 끼워줘야 폼이나지... 어떻게 이별의 이유가 대권이냐.(규호)



이 장면도, 엄기준씨 인터뷰의 스포로 대충 알고있었습니다. 술먹자고 찾아가서 조르는 장면이 있다고...
묘하게 닮은 꼴을 가진 지오와 규호.
규호는 지오를 찾아가 '술김에' 이런저런 자신의 가정사와 자신의 마음에 있던 이야기들을 짧지만 강하게 털어놓습니다. 지오는 그런 규호를 보며 '나한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며 끊으며 말하지만요...
결국, 지오또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짧지만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 것은 준영과의 이별이유.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이유들...

지오는 '드라마 속 사람'처럼 살고싶었던 아이였기에, 자신 마음 깊이에 숨어있는 '자격지심'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처음 만난 지오는 너무나 '완벽해'보였고, 모두들 지오를 좋아하는 거겠죠.

규호는 '잘난집안'의 '로얄패밀리'로 살아야했기에, 정말 잘나야했고, 겉이 단단해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늘 안쓰러운 동생에게 살가운 말한마디 해주지 못했고, 그렇지만 결국 - 동생을 버리지말고, 해달라는대로 해달라고 부탁하며 동생을 자유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해진과의 이별이되어 돌아옵니다.
겉은 차갑고 단단하지만, 속은 말랑말항한 규호는 그런 속내를 들키지않기위해 더 차갑고 때론 깐죽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에 그는, 속을 털어놓을 친구조차 없었고 그가 단단한 껍질을 벗어던지는 순간은 '술'을 마셨을 때입니다. 
술을 마셨을 때는, 누구에게든 전화해 '놀자'고 졸라대는 규호. 술은 그의 핑계이고 탈출구 중 하나인 듯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감추는' 지오와 규호.
'나 술마시면 다음날 아무것도 기억못해'라는 규호의 한마디에 지오는 자신의 자격지심을 드러냅니다. 뭐, 규호는 은근히 눈치채고는 있었던 듯 하지만...;;;
규호의 '기억못해'는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약한모습을 보이는 기억들을 애서 닫아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지오의 마음을 편하게해주기위한 장치였는지... 지오가 규호한테 '많이마셔~;' 이럴 때, 진짜 완전 기억을 끊기게하려나~ 이런 생각 잠시. 티격태격 두 녀석, 저대로 친해져라~ 혼자 중얼중얼~;;;

대권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하는 규호나, 자존심을 지키기위해서 사랑을 끊어야했던 지오나... 참, 안쓰럽고 안타까운 아이들입니다.





아마 지오는,
규호를 통해, 준영엄마의 스카프를 통해, 민숙쌤을 통해, 서우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난이 싫어, '돈'이 있으면 다 될 것 같은 삶이었는데, 사실, 돈이 많다고해서, 명예가 있다고해서 그닥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말이죠. 지오가 그 몇몇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월'하리란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지오는 그저, 드라마 속 인물처럼 살고싶은 한 인간일 뿐이고, 인간이 신이 아닌이상 그 것들을 '초월'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저, 그들을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는 그 만큼의 힘만이라도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입니다.

인터넷끊겼다가 뒤늦게 쓰는 감상이라 주절거림이 무척 길어졌습니다. 원래 그랬지만, 오늘은 쓰면서도 왜이렇게 나 말이 많은거니? 라고 혼자 자문하면서 썼어요.그리고, 아이들이 더 많이 안아팠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구요.
그나저나, 수경이는 그럼... 일단은 이용당하는 건가...ㅡ.ㅡ?
예고를 보아하니, 그들이 사는 세상 14회는 해외촬영분인 듯 합니다. 이 추운겨울, 시원~ 한 모습을 보겠네요.

인터넷이 갑자기 안되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후기'써야하는데... 어쩌나...  이것하나 였습니다. 
다른 일도 몇개 있는데, 그 것보다 '후기'걱정에 발만동동...;;;
한글같은데 미리 써놓고 복사하면될 것을, 그 것은 또 싫어서 그냥 '어쩌나어쩌나...' 이랬습니다. 성격이 '미리미리'가 아니라 '닥치면한다'라는 느긋한 편이 있어서 말이죠.

벌써부터, 다다음주가 걱정입니다.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말이죠. 
아, 다다음주 월요일은 뮤콘보러가는 날이어 어짜피 드라마를 못보는군요. 이건 뭐, 다행이라고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