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6회.
파닥파닥파닥() 낚여버린 드라마.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 밖에 두고 스쳐지나갈 드라마였는데, 우연한 재방에 낚여서 파닥거리며 <로열 패밀리>가 끝나면 1순위로 예정된 드라마입니다. 짙은 향수냄새로 진동했던 로패에 취해 있다가 개미똥냄새(;)를 맡으니 뭔가 해방이 된 그런 느낌에 더 파닥거리는지도 모르겠어요. 뭐랄까, 흔히들 말하는 사람냄새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극의 전개와 갈등을 위한 음모도 있지만.. 참 따뜻한 드라마랍니다. 6회까지의 시청소감은.
핏줄? 그게 뭔데! - 최진철 -
이 드라마 속 '핏줄'이라는 것은, 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의 시작이 되는 그 무엇이에요. 동주에게 찾아온 비극은 '핏줄'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야할까? 이 얽히고 섥힌 사건을 풀어풀어 올라가보면 태회장의 핏줄욕심. 우경에 진철의 피를 섞을 수 없다는 그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요. 그래서 진철을 허수아비 사장으로 만들고 결국엔 고귀한 핏줄줄이라 할 수 있는 동주에게 모든 것을 주려는 욕심. JK그룹의 공회장이 모든 자식을 두고 현진에게 그룹을 물려주려고 한 것과 다를바 없는.
그래서일까? 동주의 사고 후 자신을 비난하는 동주 친가쪽 사람에게 "핏줄? 그게 뭔데!" 라고 울먹거리며 그 아픈 가슴을 토해냈던 이는, 모자라다는 이유로 제 부모조차 포기하고 버리고 간 어린영규를 가슴으로 품어준 순금할매도 아니요, 신애가 버린 핏덩이 마루를 젖동냥으로 키운 것에 이어 죽은 미숙씨가 남기고 간 작은미숙이에게 우리란 이름을 주고 제 자식으로 품은 영규도 아닌... 최진철이었어요.
그의 울분 속엔 오로지 동주를 향한 걱정만이 존재하는 것인지,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핏줄타령을 하며 자신을 무시해온 태회장에 대한 원망인지, 오래 전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자식을 지우라고 했던 자신을 향한 것인지.. 그저 악어의 눈물이었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저, 저는 그랬어요. 그 순간의 진철은 진심이었다고. 동주의 사고와 그 걱정의 마음만은.
그리고 이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뭐랄까, 끊임없이 진철의 그 외침이 울리고 있는 듯 했어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그 누구보다 짙은 정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과 그 울타리 속에서 애증으로 맺어진 이들. 그리고 핏줄로 이어졌지만 남보다 못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죠.
가족 1) 동주 - 진철
16년의 세월이 흐른 후, 동주는 사고 전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하며 그들의 관계는 예전처럼 회복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악화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답니다. 아니, 16년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동주는 한 걸음씩 복수의 길을 걸으며 진철의 숨통을 막으려 하겠죠.
여기서 궁금한 건, 최진철은 무엇이 두려울까, 였어요. 16년 전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 그는 동주의 기억상실증으로 무엇을 안도했을까에 대한. 그 날, 욕망의 실현 현장을 목격한 동주의 기억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 사건을 기억함으로 인해 동주가 자신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지에 대한. 왠지, 아직까진 둘 다라고 느껴지는 중이에요. 최진철에게 동주는 견제해야 할 대상이면서도 가슴으로 키운 사랑하는 여인의 아들일테니까. (태현숙에 대한 사랑이 그저 야망에 의한 거짓이라고만 느껴지지가 않기에;)
가족 2) 진철 - 신애 - 준하(마루)
현숙 대신으로 잠시 사귀었던 신애가 임신을 빌미로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고하자 가차없이 버려버린 진철은, 14년 후 등장한 신애가 당시 아이를 낳았으며 바로 아들이라는 사실을 말하며 그를 흔들어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흔들림이 그림같이 행복했던 가족을 그저 그림으로 박제해버렸다는 것을 모른채 말이죠. 현숙의 충격은 신애와 진철의 관계 그리고 그 흔들림에도 있을거라고 생각되기에;
진철에게 버림받은 후 아들을 낳은 후 버린 채 달아나버린 신애. 그리고 그 아들과 단 한번 얼굴을 마주했을 뿐인 그녀는 그 아들을 보듬어줄 생각보다는 그 아들을 이용해 신분상승을 꿈꾸고, 그토록 무시했던 아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진철. 그러나 신애의 욕망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어요. 진실이 밝혀진 순간, 현숙이 한발 먼저 마루를 데리고 달아나버렸으니 말이죠.
그리고 16년. 내가 엄만데 내 아들을 못알아 보겠냐며 큰소리 뻥뻥치던 신애는 제 눈 앞에서 웃고있는 아들의 존재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어쩐지 마루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춰보는 듯 아픈 표정을 짓던 진철은 장준하가 되어 나타난 아들을 못마땅해하며 견제하고 있더랍니다. 같은 성향이어서 본능적인 견제인가, 스럽기도;
물론, 당연한 거겠죠. 16년을 그립다며 찾겠노라 했던 어미지만 사실은 신분상승의 도구로 이용할 생각인, 제대로 눈 맞춰보지 못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못한 어미. 그리고 태어나기도 전에 제 앞길에 방해가 된다며 지우라고 했던 아비가,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아니, 느끼겠어요.. 자식의 존재를; 그렇게, 이들 가족의 비극은 시작되는 듯 해요. 서로가 서로를 모름으로서 일어날 앞으로의 일들.. 이라고 해야할까?
가족 3) 현숙 - 동주 - 마루
현숙은 아버지의 죽음과 동주의 청각장애 그리고 진철의 숨겨진 아들의 존재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 순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그녀는 본래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을 잃고, 자신을 배신한 진철에 대한 복수를 가슴 속에서 키우게 되죠. 그 복수심으로 동주를 정상인으로 키우기위해 모진 마음을 먹고 그 곁에 진철의 아들 마루를 두어 '아들'로 키우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겉으로 보여주는 마루를 향한 현숙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깊고 다정하지만, 그 속엔 애증이 가득할 듯 싶더라구요. 어쩌면 또, 현숙에게 마루는 동주를 지키기위한 소모품이라고 해야할까, 동주가 있기에 필요한 존재,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준하도 막연하게 그 사실을 알고있을테고; 그녀의 불타는 복수심은 모르더라도 자신이 동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그 정도쯤은. 그렇기에 자신에게 가족은 동주와 어머니 밖에 없노라, 그러니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한 것일테고. 바닥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는 이들과 자신은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불안감으로...
불안정한 사춘기. 바보 아빠에 귀머거리 엄마를 둔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있던 마루는, 더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현숙을 통해서 '나도 만약'이란 꿈을 꾸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현숙이 내민 손을 잡고, 자신에게 가족은 현숙과 동주 뿐이라고 말하게 된 것은 아닐런지. 마루에게 현숙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몰라 허우적거리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구원자. 그리고 동주는 그렇기에 지켜주야할 존재이자, 자신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이 아닐런지;
그리고 동주에게 마루와 현숙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며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 그렇게 그들 세 모자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섬에서 모든 비밀을 공유하며 믿고 의지하지만, 그 속에서 밝힐 수 없는 비밀을 만들어 애증의 관계로 지내고 있는, 아니 지내게 되지 않을까, 싶더랍니다. 함께이되 섞이지 못하고 각자 떠다니는.
가족 4) 영규네 & 멍군네
바보란 이유로 제 부모가 키울 수 없다며 버린 어린 영규를 가슴으로 품어키운 순금할매. 그리고 그런 순금할매의 마음을 이어받았는지 순금할매의 딸인 신애가 낳고 버린 아들 마루를 제 아들이라 철썩같이 믿으며, 사춘기 소년의 모든 까칠함을 헤헤 웃으며 받아주고 또 받아주는 아빠였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미숙씨의 딸 작은 미숙이. 미숙씨가 사고로 죽은 후에 영규는 미숙씨의 유언에 따라 같이, 영원이 같이 지내기로 해요. 미숙씨의 유언에 어울리는 작은 미숙이의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말이죠. 미숙씨의 사고 이후 실종된 마루. 영규는 오늘도 16년을 하루처럼 아들 마루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바보 영규. 진철이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서 가슴으로 키웠을 아들과 세상 유일한 제 핏줄인 아들을 잃고, 그렇게 박제된 그림이 되어버린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는 반면, 영규는 개미똥냄새나는 아주 튼튼한 울타리 속에 있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들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자신을 가슴으로 키워준 어머니 순금할매와 사랑하는 미숙씨의 딸 우리와 친구 멍군네 가족이랑 .. 언젠가 돌아 올 마루를 기다리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이들 가족은, 언젠가 마루가 벗어나고 싶은 진흙탕이면서도, 그 언제가 돌아가게 될 그 무엇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랍니다. 어린 마루의 까칠함은 그 시기의 아이들의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 태현숙이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마루는 그 환경에서 따뜻하게 성장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본성이 나쁜 아이도 아니었고, 그 시기가 지난 후.. 어쩐지 우리의 좋은 오빠가 되었을 것 같기도 했고. 또 그렇지만, 마루는 제 부모 (신애+진철)의 판박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지라.. 사실, 모르겠다는 말이 더 옳은 듯! (아는게 뭐임???)
그런데, 16년 만에 본 가족의 모습. 마루는 아니 준하는, 어떻게 저렇게 하나 변한게 없을까,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시간동안 잊은 척 잊지 못했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밀려왔을 그 변치않는 지긋지긋함에 대한.
바보는 착한 사람이랬잖아. - 우리(작은미숙) -
바보 아빠의 눈높에서 바보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 바보는 착한 사람. 우리는 진짜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착한 사람으로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어요. 착하다는 말이 더이상 칭찬이 아닌 요즘. 착하다는 것과 어리석다는 것은 다름에도 그 것이 하나로 통일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그러고보면 저도 한땐 착하다는 소릴 종종 들었는데, 요즘은 못됐다느니 무심하다느니 시크하다느니 이런 소릴 더 자주 듣는 듯한? 근데, 그 한때.. 내가 진짜 착했는지 척했는지는 모르겠다는 게 문제.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하긴 많이 변했는데.. 환경의 변화 및 상처받지 않기위한 노력의 결과인지라;
아무튼, 이 드라마는 그런 말을 하고싶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이 주는 과제에 당당히 마주하며 정정당당하게 헤쳐나가는, 그런 정직한 사람들, 그 착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들로 인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다는 ... 그런? 그렇게 개미똥냄새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들 속에서 어떤 희망, 혹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은 아닐까.. 에 대한.
비극적 사건을 겪은 후 잘 극복해서 세상에 섞인 듯 하지만 전혀 섞이지 못한 채 겉돌며 살아가는 동주와 비극적 사건을 통해 한층 더 단단해지고 씩씩해진 채 세상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아마도 우리의 그 해맑음과 씩씩함으로 굳게 걸어잠근 동주 마음으 문을 열고, 그가 그토록 숨기려는 것을 세상에 당당히 드러냄으로서 그 자체로 맞설 수 있게 변화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 아닐까... 라고 어렴풋이 누구나 해봄직한 예상을 해보며...;
이 드라마가, 지금처럼 개미똥냄새 가득한 채로 앞으로도 그려지길 바라고 있어요. 이 드라마 속에서 개미똥냄새가 아닌 짙은 향수 냄새가 풍긴다면 전 왠지 상처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 <로망스>를 안봐서 그 당시에도 낚이지 않았던 살인미소에 이제야 새삼 살폿 낚이는 나는 뭐란 말인가, 라며; <어느 멋진날> 이후로 그때만큼 멋지단 생각을 잘 못하다가 새삼 멋지군요, 를 외치게 되는 남궁뎅(;)씨도 그렇고 .. 시트콤에서 이교수 이후로 호감도 상승! 그리고 <달팽이 고시원>으로 정점찍고 관심가진 배우인 이규한씨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매력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어요. 후배랑... '우리' 복터졌다, 고 질투의 한숨을 쉬던 기억이 새삼(ㅋ)
+) 총 30부작의 드라마. 갠적으로 청률이 올라도 연장은 말아주세요 모드. <그대 웃어요> 연장 즈음에 좀 늘어지고 재미없었던 걸 새삼 기억해보면서 말입니다. <가문의 영광> 보고싶다고 뒤적거리다가 새삼 <그대 웃어요> 보고싶어 지는 순간. 현수랑 정인이 꽁냥거리던 이야기도 재밌었고~ 뭣보다, 얘들 연애 직전의 로맨스가 꽤나 간질거렸던 기억이 새삼! 우리랑 동주도 그래주시는 건가요~+.+????
+) 까칠까칠 열매를 먹었는지 겉으론 완전 까칠소년이었던 마루소년의 마음이 우리로 인해서 순간순간 보일 때마다 귀여워서 '짜식!'을 외쳤더랍니다. 그런 마루의 마음을 잘 알아주던 우리소녀. 이 아이들이 그냥 남매로 쭈욱 자랐다면 또 어떤 남매가 되었을까요? 어쩐지 마루소년은 여전히 까칠한 듯, 시스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새삼; 우리 괴롭히는 애들 지능적으로 골려줄 것도 같고;;;; 준하청년은 우리처녀에게 어떤 사람으로 스스로를 드러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새삼!
+) 그때 만약 동주가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사다리에서 벗어났다면, 최진철의 다음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 배우들이 이뻐서 눈이 호강한다는 기분으로 보고 있답니다. 내용이 재밌어서 배우들이 더 이쁘게 다가올 수도 있고. 뭐, 캐릭터가 이뻐서 배우가 더 이뻐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 어릴 때 못난이 소리 듣던 작은 미숙이. 이뻐지면 마루오빠가 동생삼아줄 거라 여겼는지, 참 이쁘게 잘 컸습니다. 어릴 때도 귀여웠지만요-(ㅎ)
파닥파닥파닥() 낚여버린 드라마.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 밖에 두고 스쳐지나갈 드라마였는데, 우연한 재방에 낚여서 파닥거리며 <로열 패밀리>가 끝나면 1순위로 예정된 드라마입니다. 짙은 향수냄새로 진동했던 로패에 취해 있다가 개미똥냄새(;)를 맡으니 뭔가 해방이 된 그런 느낌에 더 파닥거리는지도 모르겠어요. 뭐랄까, 흔히들 말하는 사람냄새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극의 전개와 갈등을 위한 음모도 있지만.. 참 따뜻한 드라마랍니다. 6회까지의 시청소감은.
핏줄? 그게 뭔데! - 최진철 -
이 드라마 속 '핏줄'이라는 것은, 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의 시작이 되는 그 무엇이에요. 동주에게 찾아온 비극은 '핏줄'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야할까? 이 얽히고 섥힌 사건을 풀어풀어 올라가보면 태회장의 핏줄욕심. 우경에 진철의 피를 섞을 수 없다는 그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요. 그래서 진철을 허수아비 사장으로 만들고 결국엔 고귀한 핏줄줄이라 할 수 있는 동주에게 모든 것을 주려는 욕심. JK그룹의 공회장이 모든 자식을 두고 현진에게 그룹을 물려주려고 한 것과 다를바 없는.
그래서일까? 동주의 사고 후 자신을 비난하는 동주 친가쪽 사람에게 "핏줄? 그게 뭔데!" 라고 울먹거리며 그 아픈 가슴을 토해냈던 이는, 모자라다는 이유로 제 부모조차 포기하고 버리고 간 어린영규를 가슴으로 품어준 순금할매도 아니요, 신애가 버린 핏덩이 마루를 젖동냥으로 키운 것에 이어 죽은 미숙씨가 남기고 간 작은미숙이에게 우리란 이름을 주고 제 자식으로 품은 영규도 아닌... 최진철이었어요.
그의 울분 속엔 오로지 동주를 향한 걱정만이 존재하는 것인지,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핏줄타령을 하며 자신을 무시해온 태회장에 대한 원망인지, 오래 전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자식을 지우라고 했던 자신을 향한 것인지.. 그저 악어의 눈물이었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저, 저는 그랬어요. 그 순간의 진철은 진심이었다고. 동주의 사고와 그 걱정의 마음만은.
그리고 이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뭐랄까, 끊임없이 진철의 그 외침이 울리고 있는 듯 했어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그 누구보다 짙은 정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과 그 울타리 속에서 애증으로 맺어진 이들. 그리고 핏줄로 이어졌지만 남보다 못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죠.
가족 1) 동주 - 진철
현숙이 동주 부친과 결혼하기 전에 사귄 적이 있으나 태회장의 반대로 헤어졌고, 그 후 동주부친의 사망으로 동주를 뱃속에 가진 현숙과 결혼하며 가정을 꾸리게 된 사연이 있는 듯한 진철. 진철은 현숙의 아들 동주와 그 누구보다 다정한 부자(父子)관계를 형성했어요. 하지만, 태회장을 향한 복수라면 복수, 그 것을 실현한 순간 그 장면을 아들 동주가 목격한 후 사고를 당하며.. 그 행복은 깨어지고 말죠. 그렇게 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면서 아들을 잃고 말아요.
16년의 세월이 흐른 후, 동주는 사고 전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하며 그들의 관계는 예전처럼 회복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악화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답니다. 아니, 16년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동주는 한 걸음씩 복수의 길을 걸으며 진철의 숨통을 막으려 하겠죠.
여기서 궁금한 건, 최진철은 무엇이 두려울까, 였어요. 16년 전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 그는 동주의 기억상실증으로 무엇을 안도했을까에 대한. 그 날, 욕망의 실현 현장을 목격한 동주의 기억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 사건을 기억함으로 인해 동주가 자신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지에 대한. 왠지, 아직까진 둘 다라고 느껴지는 중이에요. 최진철에게 동주는 견제해야 할 대상이면서도 가슴으로 키운 사랑하는 여인의 아들일테니까. (태현숙에 대한 사랑이 그저 야망에 의한 거짓이라고만 느껴지지가 않기에;)
가족 2) 진철 - 신애 - 준하(마루)
현숙 대신으로 잠시 사귀었던 신애가 임신을 빌미로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고하자 가차없이 버려버린 진철은, 14년 후 등장한 신애가 당시 아이를 낳았으며 바로 아들이라는 사실을 말하며 그를 흔들어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흔들림이 그림같이 행복했던 가족을 그저 그림으로 박제해버렸다는 것을 모른채 말이죠. 현숙의 충격은 신애와 진철의 관계 그리고 그 흔들림에도 있을거라고 생각되기에;
진철에게 버림받은 후 아들을 낳은 후 버린 채 달아나버린 신애. 그리고 그 아들과 단 한번 얼굴을 마주했을 뿐인 그녀는 그 아들을 보듬어줄 생각보다는 그 아들을 이용해 신분상승을 꿈꾸고, 그토록 무시했던 아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진철. 그러나 신애의 욕망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어요. 진실이 밝혀진 순간, 현숙이 한발 먼저 마루를 데리고 달아나버렸으니 말이죠.
그리고 16년. 내가 엄만데 내 아들을 못알아 보겠냐며 큰소리 뻥뻥치던 신애는 제 눈 앞에서 웃고있는 아들의 존재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어쩐지 마루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춰보는 듯 아픈 표정을 짓던 진철은 장준하가 되어 나타난 아들을 못마땅해하며 견제하고 있더랍니다. 같은 성향이어서 본능적인 견제인가, 스럽기도;
물론, 당연한 거겠죠. 16년을 그립다며 찾겠노라 했던 어미지만 사실은 신분상승의 도구로 이용할 생각인, 제대로 눈 맞춰보지 못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못한 어미. 그리고 태어나기도 전에 제 앞길에 방해가 된다며 지우라고 했던 아비가,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아니, 느끼겠어요.. 자식의 존재를; 그렇게, 이들 가족의 비극은 시작되는 듯 해요. 서로가 서로를 모름으로서 일어날 앞으로의 일들.. 이라고 해야할까?
가족 3) 현숙 - 동주 - 마루
현숙은 아버지의 죽음과 동주의 청각장애 그리고 진철의 숨겨진 아들의 존재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 순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그녀는 본래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을 잃고, 자신을 배신한 진철에 대한 복수를 가슴 속에서 키우게 되죠. 그 복수심으로 동주를 정상인으로 키우기위해 모진 마음을 먹고 그 곁에 진철의 아들 마루를 두어 '아들'로 키우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겉으로 보여주는 마루를 향한 현숙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깊고 다정하지만, 그 속엔 애증이 가득할 듯 싶더라구요. 어쩌면 또, 현숙에게 마루는 동주를 지키기위한 소모품이라고 해야할까, 동주가 있기에 필요한 존재,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준하도 막연하게 그 사실을 알고있을테고; 그녀의 불타는 복수심은 모르더라도 자신이 동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그 정도쯤은. 그렇기에 자신에게 가족은 동주와 어머니 밖에 없노라, 그러니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한 것일테고. 바닥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는 이들과 자신은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불안감으로...
불안정한 사춘기. 바보 아빠에 귀머거리 엄마를 둔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있던 마루는, 더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현숙을 통해서 '나도 만약'이란 꿈을 꾸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현숙이 내민 손을 잡고, 자신에게 가족은 현숙과 동주 뿐이라고 말하게 된 것은 아닐런지. 마루에게 현숙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몰라 허우적거리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구원자. 그리고 동주는 그렇기에 지켜주야할 존재이자, 자신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이 아닐런지;
그리고 동주에게 마루와 현숙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며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 그렇게 그들 세 모자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섬에서 모든 비밀을 공유하며 믿고 의지하지만, 그 속에서 밝힐 수 없는 비밀을 만들어 애증의 관계로 지내고 있는, 아니 지내게 되지 않을까, 싶더랍니다. 함께이되 섞이지 못하고 각자 떠다니는.
가족 4) 영규네 & 멍군네
바보란 이유로 제 부모가 키울 수 없다며 버린 어린 영규를 가슴으로 품어키운 순금할매. 그리고 그런 순금할매의 마음을 이어받았는지 순금할매의 딸인 신애가 낳고 버린 아들 마루를 제 아들이라 철썩같이 믿으며, 사춘기 소년의 모든 까칠함을 헤헤 웃으며 받아주고 또 받아주는 아빠였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미숙씨의 딸 작은 미숙이. 미숙씨가 사고로 죽은 후에 영규는 미숙씨의 유언에 따라 같이, 영원이 같이 지내기로 해요. 미숙씨의 유언에 어울리는 작은 미숙이의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말이죠. 미숙씨의 사고 이후 실종된 마루. 영규는 오늘도 16년을 하루처럼 아들 마루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바보 영규. 진철이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서 가슴으로 키웠을 아들과 세상 유일한 제 핏줄인 아들을 잃고, 그렇게 박제된 그림이 되어버린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는 반면, 영규는 개미똥냄새나는 아주 튼튼한 울타리 속에 있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들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자신을 가슴으로 키워준 어머니 순금할매와 사랑하는 미숙씨의 딸 우리와 친구 멍군네 가족이랑 .. 언젠가 돌아 올 마루를 기다리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이들 가족은, 언젠가 마루가 벗어나고 싶은 진흙탕이면서도, 그 언제가 돌아가게 될 그 무엇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랍니다. 어린 마루의 까칠함은 그 시기의 아이들의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 태현숙이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마루는 그 환경에서 따뜻하게 성장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본성이 나쁜 아이도 아니었고, 그 시기가 지난 후.. 어쩐지 우리의 좋은 오빠가 되었을 것 같기도 했고. 또 그렇지만, 마루는 제 부모 (신애+진철)의 판박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지라.. 사실, 모르겠다는 말이 더 옳은 듯! (아는게 뭐임???)
그런데, 16년 만에 본 가족의 모습. 마루는 아니 준하는, 어떻게 저렇게 하나 변한게 없을까,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시간동안 잊은 척 잊지 못했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밀려왔을 그 변치않는 지긋지긋함에 대한.
바보는 착한 사람이랬잖아. - 우리(작은미숙) -
바보 아빠의 눈높에서 바보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 바보는 착한 사람. 우리는 진짜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착한 사람으로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어요. 착하다는 말이 더이상 칭찬이 아닌 요즘. 착하다는 것과 어리석다는 것은 다름에도 그 것이 하나로 통일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그러고보면 저도 한땐 착하다는 소릴 종종 들었는데, 요즘은 못됐다느니 무심하다느니 시크하다느니 이런 소릴 더 자주 듣는 듯한? 근데, 그 한때.. 내가 진짜 착했는지 척했는지는 모르겠다는 게 문제.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하긴 많이 변했는데.. 환경의 변화 및 상처받지 않기위한 노력의 결과인지라;
아무튼, 이 드라마는 그런 말을 하고싶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이 주는 과제에 당당히 마주하며 정정당당하게 헤쳐나가는, 그런 정직한 사람들, 그 착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들로 인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다는 ... 그런? 그렇게 개미똥냄새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들 속에서 어떤 희망, 혹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은 아닐까.. 에 대한.
비극적 사건을 겪은 후 잘 극복해서 세상에 섞인 듯 하지만 전혀 섞이지 못한 채 겉돌며 살아가는 동주와 비극적 사건을 통해 한층 더 단단해지고 씩씩해진 채 세상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아마도 우리의 그 해맑음과 씩씩함으로 굳게 걸어잠근 동주 마음으 문을 열고, 그가 그토록 숨기려는 것을 세상에 당당히 드러냄으로서 그 자체로 맞설 수 있게 변화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 아닐까... 라고 어렴풋이 누구나 해봄직한 예상을 해보며...;
이 드라마가, 지금처럼 개미똥냄새 가득한 채로 앞으로도 그려지길 바라고 있어요. 이 드라마 속에서 개미똥냄새가 아닌 짙은 향수 냄새가 풍긴다면 전 왠지 상처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 <로망스>를 안봐서 그 당시에도 낚이지 않았던 살인미소에 이제야 새삼 살폿 낚이는 나는 뭐란 말인가, 라며; <어느 멋진날> 이후로 그때만큼 멋지단 생각을 잘 못하다가 새삼 멋지군요, 를 외치게 되는 남궁뎅(;)씨도 그렇고 .. 시트콤에서 이교수 이후로 호감도 상승! 그리고 <달팽이 고시원>으로 정점찍고 관심가진 배우인 이규한씨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매력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어요. 후배랑... '우리' 복터졌다, 고 질투의 한숨을 쉬던 기억이 새삼(ㅋ)
+) 총 30부작의 드라마. 갠적으로 청률이 올라도 연장은 말아주세요 모드. <그대 웃어요> 연장 즈음에 좀 늘어지고 재미없었던 걸 새삼 기억해보면서 말입니다. <가문의 영광> 보고싶다고 뒤적거리다가 새삼 <그대 웃어요> 보고싶어 지는 순간. 현수랑 정인이 꽁냥거리던 이야기도 재밌었고~ 뭣보다, 얘들 연애 직전의 로맨스가 꽤나 간질거렸던 기억이 새삼! 우리랑 동주도 그래주시는 건가요~+.+????
+) 까칠까칠 열매를 먹었는지 겉으론 완전 까칠소년이었던 마루소년의 마음이 우리로 인해서 순간순간 보일 때마다 귀여워서 '짜식!'을 외쳤더랍니다. 그런 마루의 마음을 잘 알아주던 우리소녀. 이 아이들이 그냥 남매로 쭈욱 자랐다면 또 어떤 남매가 되었을까요? 어쩐지 마루소년은 여전히 까칠한 듯, 시스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새삼; 우리 괴롭히는 애들 지능적으로 골려줄 것도 같고;;;; 준하청년은 우리처녀에게 어떤 사람으로 스스로를 드러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새삼!
+) 그때 만약 동주가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사다리에서 벗어났다면, 최진철의 다음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 배우들이 이뻐서 눈이 호강한다는 기분으로 보고 있답니다. 내용이 재밌어서 배우들이 더 이쁘게 다가올 수도 있고. 뭐, 캐릭터가 이뻐서 배우가 더 이뻐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 어릴 때 못난이 소리 듣던 작은 미숙이. 이뻐지면 마루오빠가 동생삼아줄 거라 여겼는지, 참 이쁘게 잘 컸습니다. 어릴 때도 귀여웠지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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