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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패밀리 5회) 운명이라는 것..

도희(dh) 2011. 3. 17. 20:21

드라마 로열 패밀리 5회.

K라는 가련하디 가련한 가면 뒤에 차가운 얼굴을 숨겨둔 김인숙.    지훈 앞에서 보여지는 다정하지만 죄책감이 서려있는 미소. 순애 앞에서의 혼이 빠진 듯 넋나간 얼굴. 아들 병준에 대한 애끓는 모정. 이 모든 것이 김인숙이란 한 여자의 얼굴이다. K라는 가련한 가면 뒤에 시청자인 내가 모르는 또 얼마나 수많은 얼굴들이 감춰져있을지도 모를 일이이지만.

계속해서 생각해본다. 인숙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K라는 가련한 가면 뒤에 차가운 얼굴을 숨긴 채 위험한 걸음걸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8년 세월에 대한 복수, 라고 하기엔 뭔가 조금 찜찜함이 들어서 그 이상의 무엇이 숨겨져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내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나의 뿌리깊은 과대망상일까, 라며.

인숙의 과거를 모르는 상태에서, 툭툭 내던져진 단서 몇개로 그녀의 과거를 추리해 현재의 그녀 정가원 내에서의 삶과 현재의 심경까지 파악하기엔 추리력이 그닥시러운 나로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다만, 지금 이 순간 어렴풋이 스치는 생각을 말해보자면, 그녀는 이름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녀가 JK의 사람이 된 것도 마리를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찾기위한 위한 수단이었고, 이젠 K를 벗어나 김인숙이 되기위한 그녀의 발버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이름이 무에 중요하냐고 묻진 않겠지만, 만약 그리 묻는다면... 글쎄, 뭐라 간결하고 확실하게 설명하기엔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힘들지만, 이름 속에는 내가 나라는 수많은 그 무엇이 담겨있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마리와 K로 살아왔던 인숙은 내가 존재함을 알리기 위해서 이름을 찾으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전 결국 K로 끝나나봐요.

정가원 18년차의 내공과 무모한 열정으로 뛰어든 지훈으로 인해서 그녀는 정가원에서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레 한 걸음 걸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때때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뻔한 순간들도 존재했지만 정가원 18년차의 내공은 그리 만만찮은 것이 아니었고 그렇게 그녀를 그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그리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 듯도 싶었다. 다만, 그녀가 가려는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 나는 여전히 잘 모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녀가 정말 JK클럽의 사장 자리를 원한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으니까.   물론, 그런 뉘앙스가 살짝 풍기긴 하지만, 설마 그정도까지 야심이 있을까 or 여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 각오를 해야하니 일단 이상을 높이 잡은 것일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라 할 수 있는 진숙향 여사의 돌발행동으로 인해서 그녀의 공든탑은 와르르 무너지고 또 다시 시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시련 앞에서 그 어떤 발버둥도 칠 수가 없어서 그저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듯 싶더라. 이런 게 운명이라고. 결국 자신은 K로 끝나는 것이었다고. 그렇게 그 시련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는 듯 싶었다고 해야할까...?

그녀, 인숙이 운명을 이야기하는 순간, 나는 흠칫, 거리며 요한이 떠올랐다. 기도할 수 없기에 기도하지 않는다는 요한. 그리고 인숙은 언제나 기도를 했다. 무엇을 위한 기도일까. 무슨 이유를 들어 저 높은 존재에게 자신을 구원하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늘 기도를 했다. 어쩌면 인숙은 운명이란 것을 믿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은 K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그렇게 걸음 걸음을 내딪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운명인가 싶어서.
어찌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그런 게 운명이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또 들었다.
운명은 이미 만들어진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라는.

어찌되었든, 인숙의 운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랑이 공순호 회장 아가리에 독이 뭍은 손을 갖다 집어넣을 거에요.

정가원 사람들에 대한 인숙의 설계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신이 아닌 인간인지라 전지전능하진 않았던 듯 싶었다. 그래서 새삼 궁금해지고 있다. 인숙은 만약 지훈이 정가원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금치산자라는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에 대한.

진숙향 여사의 돌발행동으로 인해서 공회장의 노여움을 사버린 인숙과 지훈은 감금까지 당하며 병준이란 인질로 인해 그 어떤 발버둥도 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인숙의 말대로 언젠가 겪어야할 진통이긴 하지만 그 여파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리고 인숙은 이게 운명인가보다, 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있었다. 또 어쩌면, 일단 여기서 내려놓고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인숙이 쓴 K라는 가련한 가면에 연민을 느끼는 지훈은, 어떻게든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다쓰고 결국 공회장과의 딜을 통해서 인숙을 일으켜 세워줬다. 그저 일으켜세운 것 뿐만 아니라 '김인숙'이란 이름까지 찾아줬다. 인숙이 그토록이나 되찾고 싶었던 그 이름을. 그리고 그 이름을 되찾게 된 조건 하나. 그녀가 선을 넘지 않도록 통제한다는 조건.

지난 로열패밀리 4회가 조현진의 회였다면 이번 5회는 한지훈의 회가 아니었나, 싶었다. 각자 다른 느낌으로 캐릭터를 시청자의 뇌리에 박아놨다고 해야할까? 4회를 통해 조현진이 그냥 재벌처녀는 아닌 JK 여자라는 사실을 각인시켰고,    5회를 통해 한지훈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무모하고 꼴통스럽게 달려들어 그 것을 이루고야 마는 인간인가에 대한. 그리고 김인숙에 대한 감정이 연민이라기엔 조금 더 아슬아슬해지 느낌까지 보태며. 뭐, 한지훈의 무모한 꼴통스러움은 1회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나도 죽거나 까무라치기야.

인숙과 지훈의 관계를 덮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JK 클럽 사장자리를 차지할 계획을 세웠던 현진은, 진숙향 여사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식구들에게 몰리게 되었다. 그들의 관계를 알고있었음에도 입다물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다른 형제들에게는 쿨하게 대처하고 넘길 수 있었으나,   모든 걸 다 꿰뚫어보는 듯한 어머니 공회장 앞에선 어떠한 임기응변도 통하지 않았고, 그렇게 공회장에게 바닥까지 보인 것에 대해 그저 분할 따름이라고, 현진은 말하더라.

어찌되었든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그들과 잠시나마 손을 잡았던 현진은,   지훈의 탈출쇼를 돕는 것은 물론이요, 지훈의 딜에 고민하는 공회장에게 '원칙대로 하라'며 조언을 하며 그들과 한 배를 탄 듯 싶었다, 일단은. 공회장이 결국 인숙을 JK 클럽 사장으로 앉힌 것에 대해서 현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 일단 그 배에서 내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랄까, 현진이 JK에서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해 형제들보다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그때 맞잡은 손을 어떻게든 잡고있는 것이 유리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좀 더 높은 곳을 향한 야망은 있으나 그 내공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현진. 전날 그토록 분노했음에도 약한 모습을 들켜선 안되기에 공회장 앞에서 있는 척 허세 가득한 현진이 웃기면서도 뭔가 귀엽기도 하고, 그랬다. 아무리 내공이 부족해도 현진 역시 JK여자라는 사실은 지난 4회때 보여줬고.. 여기 이 어린 야심가 재벌처녀가 앞으로 지훈과 인숙 사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들 곁에 머물게 될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그리고..

1) 도망가는 지훈이 쫓아가다 넘어진 경호원씨 지못미; 그 넘어진 경호원이 혹시 나중에 귀여운 반창고 붙힌 그? 아니면 그 사람은 그냥 지훈이한테 얻어맞아서 그렇게 된건가...?

2) 병준이 네 이놈!!! 을 새삼 외치게 되었지만, 솔직히 내가 병준이라도 JK 사람임으로서 자신이 누리고 있고 앞으로도 누리게 될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싶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3) 지훈이 친구들은 보통 드라마가 보여주는 공식(주인공 친구 = 민폐덩어리) 과 달리, 지훈이 인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들이어서 보는내내 꽤나 흐믓하다. 의리도 있고!

4) 공회장과의 딜에 내놓은 지훈의 뻥카. 정말 대단한 담력이 아닌가, 싶었다. 이 꼴통, 거리면서! 인숙을 위해서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다 줄만큼의 무모한 열정을 지닌 지훈이, 인숙과 자신의 과거 연결고리를 알게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걱정이 벌써부터 드는 중이다.

5)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위한 4회까지 간추리기. 굉장히 정신없이 흘러서 '이걸 보고 과연 지난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을까' 스러웠다만, 그래도 꽤나 중요한 씬들을 멋지게 편집해줘서 나는 그저 즐거웠다나 뭐라나;

6) 시청률 껑충했다는 말에 왠지 흐믓..! 그나저나, 매우 간만에 M사 드라마 본방사수 하는고나~(ㅎ)

7) 대충 2회분량 쯤 되는 이야기를 한 회에 몰아서쳐버린 5회. 그래서 간간히 빠진 부분도 있는데 그게 다 예상이 되고 이해가 된다는 것이 놀랍다면 놀라울 따름.   다만, 정말 진숙향 여사의 돌발행동이 그녀의 판단에 의한 것인지, 방송에선 나오지 않았던 '인숙의 부탁'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6회에선 부디 볼 수 있기를...! 인숙의 설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하달까?

8) <49일>도 봤음. 1회만 보고 뭐라 판단하긴 어렵고, 그래도 일단 보기는 볼 듯! 스케줄러 일우씨 캐릭이 왠지 맘에 들어서 말이지. 어깨에 조금만 힘빼고 편안하게 능글거려 주신다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것 같아서 왠지 기대도 되고~(ㅎ)

9) 문득 생각난 건데... 난 왜 항상, 배타고 바다를 건너야지 라며 글을 시작했는데 왜 비행기를 타고 저 산을 넘으며 끝을 맺는지 모르겠다. 다 쓰고 발행하고 나니, 내가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는 빠져있다는... 다시 쓰긴 귀찮으니 여기서 끝.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뭐.... 6회 보고 생각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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