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들이 사는 세상 12회 - 그들이 사는 열두번째 세상 [화이트아웃]

도희(dh) 2008. 12. 3. 05:31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12회는 심한 눈보라와 눈의 난반사로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보이는 현상을 뜻하는 화이트아웃(whiteout)같은 상황을 겪게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1. 화이트아웃 (whiteout)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 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떨어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아웃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날 동시에 찾아왔다.
 (준영 나레이션 中)




2.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준영)
내가 빌어도 안돼?
넌 나보다 언제나 똑똑하니까, 똑똑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한번은 더 믿어야되는 거겠지?
그래, 지내볼께. 근데... 지내보고 그때도 안괜찮음... 그때 넌 죽었어.. 이 나쁜 새끼야.... (준영)


지오를 찾아간 준영은, '나한테 왜그러는지 물어보러왔어. 나한테 왜그래?'라며 묻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내내 생각한 이유들을 말합니다. 첫번째는 엄마때문... 그리고, 두번째부터는 막힌다고...
준영은, '선배 너 무슨 일 있어?'라고 묻기보다는 '나한테 왜그래?' 라고만 묻습니다.

나 또한 지오의 마음을 모른상태였다면, '지오가 대체 왜저래?'라고 했겠지만.
지오의 사정또한 보는 입장에서 준영이 '선배 너 무슨 일 있어?'라고 한번만 물어봐준다면 또 어땠을까...
물론, 지오는 그래도 그 마음을 바꾸지않았을테지만...
그렇게 물을 수 있는 준영이었다면 지오의 한계를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않았을까...?

 
그렇게 눈 앞이 하얘지는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한다. 그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준영 나레이션 中)


그렇게 촬영장으로 가는 길, 차사고가 납니다. 빗길에 난 가벼운(?) 사고였습니다.
준영은 빗 속에서 내내 엉엉 울어버리고, 수경은 어쩔줄 몰라하네요.
준영은, 전혀 괜찮지가 않았습니다.




3.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준영)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싶고, 만지고싶고, 그와함께 웃고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은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게 너무도 다행인 몇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건가...
(준영 나레이션 中)



준영은, 지오와의 갑작스러운 그리고 일방적인 이별로 내내 아프고 힘겨워합니다.
그러다 결국 아빠의 일을 핑계로 지오를 찾아간 준영은, 울며 매달려보지만, 그럴수록 더욱 차가워지는 지오. 

아마, 준영이 지오에게 '선배 너 무슨 일 있어?'란 말을 하지않은 건...
자신의 감정이 우선인 준영의 이기적인 성격인 탓도 있겠지만...
준영에게 지오는, 애인이었고, 인생의 멘토였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먼저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기에...
그런 지오가 자신이 한계에 부딪혀 힘들어할 것이란 생각따위, 아마 준영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내 우상인 사람의 상처를 굳이 찾아보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그의 밝고 빛나는 그 모습만을 바라보는 건 아닐까...

비유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있어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세상을 잘 알고, 신같고, 내 인생의 지표같은 엄마가 아프다거나 상처받는다는 생각을 어린시절에는 하지못했었던 것처럼...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란 사실을 아주 뒤늦게 알아버리는 것처럼...

준영에게 지오는, 자격지심따위도 없고, 초라함따위도 느끼지않는 빛? 너무너무 잘난 존재였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준영은, 지오가 생각보다 그리 잘난 인간이 아니란 것을 알게되겠죠...;;;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 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걸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준영 나레이션 中)

받아들이기에 너무 벅찬 슬픔을 토해내게위해 준영은, 민희와 서우와 윤영을 부릅니다.
고단한 조연출의 꿀같은 휴식시간에도 단숨에 달려와주는 민희.
곧 들어가야하는 지오의 대본작업에 정신없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달려와서 위로해주는 서우.
연기와 사업, 기타등등으로 무지무지 바쁜 윤영까지 준영의 부름에 달려와 그녀를 위로해주네요.
굳이 무슨 일이냐고 꼬치꼬치 캐묻지않고, 우는 그녀를 그저 보듬어주고 감싸주는 모습들이 좋았습니다.

본방으로 볼때는 그냥... 아.. 이랬는데, 다시 보는데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이 새벽에 모니터 앞에앉아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내가 외로울 때, 내가 부르면 저렇게 달려와줄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있긴 있을까...?

음... 친구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도 된다는 걸... 아직은 제대로 깨닫지못한 나는...
그러고보니 힘들다고 외롭다고 친구를 불러 울어본 적이 거의 없네요. 친구 앞에서조차 초라하고 작아지기가 싫어요...
아, 20살때 까지만해도 힘들 때마다 툭하면 전화해서 울기도 했는데 -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일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4. 근데 어떻해... 난 젊은데... (지오)
내가 지금 얘한테 무슨 짓을 하는건지.
눈도 아파죽겠는데 나는 왜 얘랑 헤어져서 더 외롭게 내 무덤을 파는건지.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젊어서 힘이 남아돌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하시겠지.
근데 어떻해... 난 젊은데...
(지오 나레이션 中)


지오가 '녹내장'이란 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뇌종양도 아닌 것이 두통이있고, 절대 과로하지않고 관리를 잘하면 실명하지않을 것이고, 수술을 3개월에 한번씩 받아야하고, 완치도 없고 불치병도 아닌 병. 지오는 '이거 내 인생만큼 답답한 병이네'라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준영과의 이별이 더욱 아프고 외롭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차갑게 냉정하게 뿌리칩니다.

지오와 규호는 한끗차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표현되는 그 차이가 사람들의 눈에는 선과 악으로 보이겠지만,
규호가 악이 아니듯, 지오는 결코 선은 아니었습니다.

무튼, '근데 어떻해... 난 젊은데...'라는 나레이션에서 심장을 툭치는 듯한 느낌을 주더니...
차갑게 돌아서서 입으로 울음을 틀어막는 장면에 같이 울어버렸어요.
그 이별의 이유가 무엇이든... 그 것이 준영의 입장에선 너무나 일방적인 통보였고, 그래서 나쁘고 차가운 놈이겠지만,
지오에게는 더이상 어쩔 수가 없었기에 한 선택이었겠죠.
그 것이 사랑이 귀찮을 정도로 사는 것이 버거운 자신을 위한 선택일지라도...

준영의 마음이 이해가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상하게... 지오의 마음이 더 이해가가고, 지오의 아픔이 더 와닿네요...




5. 드라마가 인생이라고? 구라아니고? (준영)
드라마가 인생이라고? 구라아니고?
자신보다 더 잘살고, 자신보다 영리하고, 자신보다 사랑에 진지한 여자.
솔직히 버겁고 쪽팔려서 도망치고 싶지않아? (준영)

낚시예고에 낚일만큼 낚였음에도, 대사가 낚시는 아니겠죠...; 다음 주 분량은 해외촬영 분량인 듯 합니다.
준영이 이제 지오의 감춰진 마음을 알아차리게되는 것 같네요...

이 두사람은 다시 시작하기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겠죠?
'서먹하고 불편한 선후배관계'








7. 이작가님을 보면 난 정말 감독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준영)
그날 이작가님이 잃어버린 원고는 총 2회 반 분량이었다. 꼬박 28일을 하루 3시간도 못자고, 
아프다는 엄마 병문안도 뒤로하고, 보고싶은 친구도 못보고,
안가면 속좁은 것 처럼 보일까봐 반드시 가야만했던 지나간 애인의 결혼식도 가지않고, 울며불며 쓴 원고였다.
이작가님을 보면 난 정말 감독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준영 나레이션 中)

지오의 드라마때문에 서우는 링겔까지 꽂고 대본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닥달하는 지오와의 통화도중에 노트북이 고장나고 원고를 날리게되네요.
서우가 대본을 쓰면서, 화분위치나 창의 얼룩을 신경쓰는 등등의 모습이 웃겼어요.
어릴 때, 아니 - 일년 반 전 까지만해도 만화잡지 '윙크'를 정기적으로 사서 봤었어요. 거의 7년 넘게봐왔으니 윙크의 만화가나 작가님들을 '아는 사람'같은 느낌이기도 했죠. 특기... 기자님들... 글로만 보는데도 너무 친근했던...
무튼, 거기에 만화작가님들의 '후기'글을 읽다보면 - 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창작을 하는가를 생각하곤해요.
서우의 모습에 그 분들의 '후기'를 읽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어느 장르이든 하나의 이야기를 쓰시는 작가님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창조주잖아요.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그 작품에서 작가는 전지전능한 신이고 하느님이죠...

물론, 캐릭터가 그 속에서 살아서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땐 작가가 어쩌손쓸틈도없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만들아가기도 하지만요. 음... 가끔 심심해서 머릿 속으로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들어나갈 때, 내가 상상한 녀석들이 내가 하지말래도 지들끼리 저 멀리 달아나는 느낌을 몇번 받았거든요. 글빨이 딸려서 글로는 제대로 표현못하고 저 멀리 우주 어디로로 날아가버린 수많은 상상들...ㅋㅋㅋ




7. 어쩌긴 뭘 어째. 때림, 맞아야지 뭐. (윤영)

민철의 딸이 윤영을 테러하네요...; 날계란 폭탄테러.
하지만, 이 것만이 아니었어요. 민철은 자신만 다치고 상처입었다고 생각하지만, 윤영은 민철이 모르는 곳에서 민철의 전처가족과 딸에게서 이런저런 일들을 당하고 살았나봅니다.
윤영이 '너만 사랑하는 것 같지? 나는 널 사랑하지않는 것 같지?'등의 말을 할 때는 그녀도 민철을 사랑하나보다... 이 정도 였는데, 이런저런 테러에도 묵묵히 넘어가주는 윤영을 보며... 참, 알 수 없는 여자다. 저 성격에 저리도 참기만하다니...
그 만큼, 그녀는 민철을 사랑하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김민철을 사랑하는 방법.
민철은 여전히 자신만 윤영을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 같지만 말이죠.
아니, 윤영이 자신을 사랑하긴하지만 윤영보다 자신이 더 윤영을 사랑한다고 여기는 건가...?




이제 4회분량이 남았어요. 후반을 향해 치닫고있는 거죠.
음... 수경이가 정말로 지오를 좋아하는 걸까... 란 생각이 들더군요. 준영이가 수경이에게 넘어가진않겠지만, 수경의 노력이 가상하단 생각이 간혹 들어요.
지오는, 수경이가 준영에게 '도둑키스'한 것이 내내 마음에 쌓였었는지 냉랭하게 구네요. 아닌 척, 아무 말 안했지만 내내 마음에 담겨져있었던 일이었겠죠. 수경인 철도없고 일도 못하고 생각도 없는, 진짜 미친 양언니란 별명이 잘 어울리지만...
좋은 사람에겐 속정도 있고, 가끔 괜찮은 녀석 같기도 해요. 감당안되지만 가끔은 괜찮은 녀석...?

그들이 사는 세상 12회를 보면서, 이 드라마가 끝나면 낙이 한개쯤은 사라지겠다. 아.. 싫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보느라 - 제대로 집중을 못했어요. 음, 나중에 다시 훓어보긴 했지만요.
성격상, 봤던 거 연속으로 보는 거 잘 못하거든요. 처음 본 그 느낌에 집중하는 편이고, 가물거리는 장면만 복습...;;;

근데, 그들이 사는 세상 속의 캐릭터들의 다음행보들을 기존에 봐왔던 드라마의 결론처럼 상상해보는 거 참 재밌어요.
오늘도 두세개 생각해보며 깔깔 거렸습니다. 노작가님이 그렇게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만들지는 않았을 거란 결론과 함께...
뻔하디 뻔한 제 상상이 어디까지 빗나가는지 엔딩이 되어봐야 알겠죠...ㅋㅋㅋ




* 그나저나, 지오는 참 차갑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