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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 1,2회) 대하사극의 부활, 시니컬한 왕자 부여구!

도희(dh) 2010. 11. 8. 10:36

드라마 근초고왕 1,2회

KBS 1TV의 대하사극은 굉장히 오랫만이에요. <대왕 세종> 시절에 광고료 받겠다고 2TV로 옮기면서 좀 당혹스럽게 해주시더니 드디어 이렇게 부활했네요. 그리고 저는 K사 대하사극을 나름 좋아라하던 입장인지라 그 부활이 내심 반갑기도 하고 그렇답니다. 아, 나레이션도 해주는데... 좋아요! 전 사극에 나레이션 있는 거 왠지 좋아하는 1人인지라-ㅎ

처음부터 기대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정성희 작가의 작품이란 소식에 급 기대를 하며 꽤 열심히 기다려온 드라마였답니다. 일단, <자명고>가 안타깝게 조기종영 한 후에 '정성희 작가의 차기작은 꼭 본다' 라는 다짐과 함께 그렇고 그런 영웅사극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인 듯도 해요. 그리고 2회까지 본 결과... 정말 그렇고 그런 영웅사극은 아닐 듯 해서 조금은 두근거리고 있어요. 그 전에 '영웅'을 그린 것이 아닌 '왕'을 그리고 그가 살아가는 '시대'를 그린 드라마이길 기대하는 것도 같고.  아무튼, 저를 얼마나 낚아주실 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열심히 챙겨보고싶은 드라마랍니다.





1. 소서노 :: 백제의 시작을 말하다.

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세운 여걸 소서노. 그러나 주몽의 배신(소서노의 아들이 아닌 유리를 후계자로 삼는)으로 분노한 소서노는 두 아들 비류온조와 그녀를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떠나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한 끝에 발견한 땅에 백제를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소서노와 주몽의 협력관계, 그리고 주몽의 배신으로 인해 떠나온 소서노가 백제를 세울 땅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랍니다.

백제의 뿌리, 그리고 주몽과 유리를 향한 소서노의 분노와 저주. 언젠가 소서노의 후손이 고구려를 밟고 일어설 것이라는 저주가 실현되는 시대가 찾아왔다는 암시, 처럼 보이기도 하더랍니다.  그리고 그런 소서노의 한을 풀어줄 자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 근초고왕일테고 말입니다.

그리고 정애리씨의 소서노는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M사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주몽>의 소서노와 주몽의 관계보다는 이쪽이 더 맞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고. 그 드라마는 초반에 잠시 보다가 접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소서노가 스스로 주몽을 위해 떠나줬다는 걸로 알고있거든요. 이쪽 이야기를 만들어도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이야기는 M사에서 드라마화 한다고하니...; 그런데 그 드라마는 왠지 <주몽2>가 될 듯 해서 볼 생각은 없답니다.



2. 부여구 :: 운명으로 인해 쫓겨난 왕자

백제를 이끌라는 동명왕 (부여의 시조. 흔히 고구려의 시조 주몽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고구려, 백제는 모두 부여의 후예다) 의 뜻을 받고 태어난 아이, 라는 이유로 열살 때 요서지방으로 쫓겨나 그로부터 십여년 동안 소금장수로 살아가는 부여구. 그런 운명 (첫째가 아니면서 왕재로 태어난?) 을 타고났기에 아버지에게 내쳐지고 어머니와 헤어지고 어린 동생마저 보지 못한 여구는 그래도 참고 또 참으며 운명에 순응한 척 그리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꽤나 시니컬한 듯 하더라구요.  소금장수로 살아가야만 했던 10년이란 세월이 그를 그리 만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원하지도 않았던 자신의 운명에 대한, 그리고 자신을 내쳐버린, 또한 비정하게 대하는 아비에 대한 원망과 울분..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들이 섞이고 섞여서 현재의 부여구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말이죠.

아무튼, 조용히 소금장수로 살아가려는 부여구는 그 곁에서 그 마음을 흔드는 진승과 부여휘. 어떻게든 부여구를 한성으로 돌아오게 해주고 싶어하는 그들로 인해서 부여구는 조금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게된 듯도 싶더라구요. 어머니와 동생이 그리웠을테니까요. 그리고, 왜 나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이렇게 살아야하나, 라는 원망은 지워낼 수가 없기도 했을테고!

꿈틀대는 본능과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결국 사유의 얼굴에 상처까지 내버린 부여구는,  아비 비류왕에게 칭찬은 커녕 '나랑 태자 부여찬이 죽을 때까지 영구퇴출' 을 당하고 말았답니다.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버럭버럭 대들다가 머리카락만 한뭉텅이 잘려버리고 말았구요. (근데, 삼단같이 긴 머리카락이 잘리니 뭔가 웨이브가 되어버린 여구;)



그러는 와중에 부여구의 운명같은 사랑, 에 대한 이야기도 짧지만 굵게 그려졌답니다.  여구의 상대는 비류왕의 정적인 부여준의 딸 부여화로, 어린 시절에 같이 술마시고 놀았던 추억이 있는 아이들이랍니다. 아마 여구가 궁에서 가장 행복했던 마지막 순간이 여화와의 추억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여화에게도 마음 깊이 간직할만한 추억인 듯 했고.

여구랑 여화는 어린 시절에 여구의 할아버지 사휼이 슬쩍 혼담을 넣었지만 여화의 아버지 부여준이 '됐거든' 이라며 튕겨낸 덕에 유야무야 된 적이 있었어요. 여구는 모르고 여화만 알고있는 지난 시절. 당시 여구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던 때여서 여화는 꽤나 두근거렸던 것 같은데, 그만큼 실망도 크고 그래서 더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간직한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여화는 자신의 아비의 발목을 잡기위한 혼담을 가져온 비류왕을 한방 먹이고, 한방 먹은 비류왕이 '사내가 아닌 게 다행이다' 라며 '누가 남편이 될지 잘 지켜봐야 한다' 라고 은근 경계 할 정도로 영리한 아이였어요. 그렇기에 그녀의 아버지 부여준 또한 그런 여화에 대한 기대랄까, 그런 것이 큰 듯도 싶었답니다.

아직까지는 호감, 정도의 감정으로 재회하며 그리움을 마음껏 표현한 정도지만... 이들은 은근 '로미오와 줄리엣' 비슷한 상황에 놓일 듯 하더라구요. 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얘들은 그저 사랑에 목숨거는 철부지가 아니라는 점. 그렇기에 애증의 관계랄까, 그런 것을 만들어낼 듯도 싶었어요. 아무래도 집안끼리 정적이니까? 게다가 여화는 백제땅에 살아가는 사내 여럿 울릴 듯한 분위기도 풍기는 중이고 말입니다;

덧) 여구랑 여화, 대충 여구는 20살 여화는 그 17~19살 사이가 아닌가, 싶다. 흠흠;



3. 인상적인 장면-.

(1) 넓은 마음을 지닌 척하던 부여찬의 진심

백제의 태자. 비류왕의 제 1왕후 해비 해소술의 장자이기도 합니다. 여구를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어미와 잔인하게 내치는 아비에게 '여구를 이제 받아달라' 며 간청하기도 하고 '내가 여구를 품지 못할 사람으로 보이느냐' 라며 자신의 너그러운 마음이랄까, 그런 것 (가진자의 아량, 이라고 해아하나?) 을 보이며 따뜻한 사람인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여찬은 여구를 자신의 동복형제처럼 가엾게 여길 줄 아는 마음씨 좋은 태자,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그럴리가 없죠. 없었어요. 어미인 해비 해소술이 견제해주고 아비가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이란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잘 알고있기에 그리 넓은 아량을 지닌 척, 여구를 가엾게 여길 수 있는 여찬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기에 비류왕의 위험을 알리며 달려온 여구의 말을 묵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여휘가 가져 온 소식이었다면 당연히 군사를 움직였겠으나 여구가 가져온 소식이기에 군사를 움직이지 않았다는 여찬.  해건의 말대로 여찬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얼마나 치졸해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 아닌가, 싶더랍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찬은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묵살한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위험이 걱정되면서도 이대로 사라지면 내가 왕이 되고 더이상 불안할 일은 없다, 라거나... 지난 번 사유와의 일도 벌을 내렸으나 그 것은 분명 여구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부였고 그렇기에 더이상 공적을 쌓게 하고싶지 않은 치졸함... 이 아닐까, 싶고, 그랬어요. 음.

덧) ...여찬이가 더 어려보이는데 여찬이가 여구 형임! 그리고 난 둘째 여휘가 좋음;



(2) 사유의 분노 속의 자존심 지키기!

군사경계지역에서 백제와 고구려 병사들이 물놀이하다가 사소하게 시작된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 그 것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여구는 그들과 싸우고는 바로 사유에게 달려가 활 두대를 쏘고 시크하게 돌아섰죠. 그 덕에 사유는 얼굴에 상처를 입고 말아요.

그리고 자신이 주최한 회담날이 오자 분장으로 상처를 가린 후, 우리 여구왕자가 활 쏴서 얼굴 다치게 한 거 미안하다, 라는 백제측의 공식사과에...  누가 그딴 헛소문 퍼뜨렸냐! 나는 다친 적이 없다,  라며 버럭거리는 사유를 보며 ... 코 찡긋 거릴 정도의 분노 속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사유의 모습이 뭔가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더라구요. '고구려 = 사유' 였기에 더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이런 소소한 재미가 좋아서 이 드라마를 보게될 것도 같아요. 소소하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상처를 가리는 장면에서 부터 '호홋' 거렸거든요. 군사경계지역에서 백제군과 고구려군이 같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는 장면 (결국 싸움으로 번졌지만;) 도 그러했고. 자명고 시절에 소소하게 느꼈던 재미가 이 곳에서도 역시 이어질 듯 해서 은근한 기대가 되는 중이랍니다.

덧) 이종원씨... 사극연기 참 좋음! 이분 벌써 고구려 왕족만 두번째임! (원통하게 죽은 해명이 사유로 환생했구나, 등등;)




4. 다양한 인간군상, 복잡다단한 관계, 색다른 단어

아무래도 사극이다 보니,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어요. 또한 전작을 떠올려보면 그 많은 인물들 하나하나에 각자의 개성이랄까, 감성이랄까, 그런 것을 부여해줄 것도 같고 말이죠. 아무튼,  각자의 본성을 간직한 다양한 인간들은 복잡한 관계로 얽혀 이야기가 그려질 듯 해요. 그게 그리 정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 '백제' 라는 배경 자체가 생소해서 좀 정신없는 것도 없잖아 있더랍니다.

보통 고대사극에서도 왕에겐 '폐하'로 통일하는 것과 달리 백제는 '어라하' 고구려는 '태왕'으로 그 호칭을 말하는 것도 신선했어요. 1회엔 조금 어색했는데 2회로 가며 조금씩 적응되어 가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른 고대사극에 비해서 고증을 잘했다, 라는 글을 읽기도 했지만 그 부분은 잘 모르는 분야니까 접어두고. (...;)

그리고, 풍경이 정말 예쁘답니다. 역시 K사의 CG는 참 그럴싸하다고 새삼 생각;

... 2회까지 보고난 관계를 살짝 정리해보고도 싶은데 그건 하게되면 하고 아니면 말고, 랍니다. 저야 언제나 그러하니까요.  이러면 또 굉장히 푹 빠진 것 같지만... 쓰다보니 '이거 재밌었나보다' 지, 본방으로 볼 때는 동생이 딴지거는 거 받아주느라 100% 집중안하고 본 것도 사실입니다.



5. 기타등등-;

1) 난 아직까지 주인공 부여구에게 '시크함' 외의 매력을 못느끼지만, 보다보면 느껴지겠지 싶음.
2) 그래도 여구랑 여화 씬, 은근 설레였던 나란 녀자-;
3) 진승 역의 안재모씨, 살이 조금만 빠진다면 젤루 좋아하며 볼 것도 같은데!!!
4) 해건 역의 이지훈씨, 의외로 괜찮게 연기해서 은근 놀라는 중! 캐릭도 나름 맘에 들고;
5) 성이 '부여' 씨 아닌가? 외자 이름에 '여'를 붙혀 불러서 홀로 갸웃!
6) 자맥질 참 잘하는 백제인들! 딴애들도 그렇지만 진승이 비단옷입고 자맥질해서 육지도착보고 '홀~+.+'
7) 연기잘하는 배우들 많아서 좋음;
8) 끝... (오늘은 매리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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