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추노 : 앤솔로지 낙인 - 본편 뒤에 숨겨진 유쾌한 상상을 꺼내다.

도희(dh) 2010. 3. 27. 03:34
 
   
         추노 : 앤솔로지 낙인

                   작가 
고야성, 김보현, 박설아, 손효정, 
                      윤지운, 이정아, 전진석, 정기림, 조윤, 지애


감수
KBS

 출판 허브
 


 




(1)

내가 생각보다 '추노'라는 드라마를 좋아했었나보다. 물론, 초반에는 본방은 물론 재방에 삼방까지 챙겨보는 열의를 보였지만.. 중반을 넘길 즈음엔 본방만 챙겨보고 재방은 꾸벅꾸벅 졸면서 챙겨봤던 나여서 '애정이 식었군' 하는 생각을 종종했기 때문에.. 좀 당혹스럽기도 하다. 

나는 한 주에 보는 드라마가 2~3편 정도 되는데, 그게 많다면 많은만큼, 종영한 드라마를 그리 오래 마음에 남겨두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게 중에서 고르고 골라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녀석도 몇몇 있다. 그 중에서 그 이야기의 콘텐츠로 이런저런 방향으로 넓혀가는 걸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또 가끔은 발을 살포시 담금질하는 녀석은 [대장금] 정도다. 방영당시 나의 대장금 사랑은 참으로 대단했었다는 것 외엔 여기서 길게 말할 필요를 못느껴서 패쑤. (이런 포멧의 드라마를 '본방'으로 꾸준히 가슴졸이며 지켜본 것은 처음이자 끝인 듯.)

아무튼, 나는 드라마 [대장금]이 너무 좋아서, 애니 <장금이의 꿈> 1기는 DVD로 사서 모셔놨고, 뮤지컬 <대장금>도 챙겨보며 홀로 기뻐라 좋아라~ 하는 숨겨진 팬 중 하나다. 물론 고궁버젼 뮤지컬 <대장금>은 원작과 상관없이 새롭고 독특한 장르의 매력적인 뮤지컬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종영직후 두어시간 고민 후에 질러버렸던 <추노 앤솔로지 낙인>을 받아들고 단숨에 읽어내린 나는... '추노 2'가 나올 가능성이 0.1%라도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공홈의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를 막 보고온 나는... 왜 이렇게 두근거리나 모르겠다.




(2)

<추노 앤솔로지 낙인>은 총 열명의 작가가 모여 그 작가들의 상상력만으로 본편과 관련있는 혹은 어딘가 숨겨졌을 법한 8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한때, 한국만화가하면 조약돌만큼은 꿰고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른데 정신팔려서 만화끊은지 수년이 되고나니 <추노 앤솔로지 낙인>에 참여한 작가 중 아는 작가는 고작 셋. 그래서 급 당황 중이다..(삐질)


(3)

episode 1. 청명 - 윤지운  


소현세자 사후, 이경식과 황철웅이 놓아둔 덫에 걸린 송태하가 노비로 살다가 탈출하는 3년의 시간을 그려냈다. 그리고, 입으로는 백성을 외치지만 ... 그 백성 중 가장 하위계층인 노비로 3년을 살았음에도 변치 않았던 송태하를, 이경식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경식의 눈으로 바라본 송태하는 3년의 시간을 주었음에도 변치않는 어리석지만 고아한 자였다. 

얼룩진 그 세상에 맞춰, 그 세상을 손에 쥐려는 이경식과 그런 이경식에게 보란 듯이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않는 송태하의 모습이 대비되며 고요하게 그를 비아냥거리는 그 말에서 청명한 송태하가 더 빛나게 느껴져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어째서, 3년의 시간동안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허투루 낭비한 그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이경식의 시선이 더 공감이 가버렸던걸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세상을 손에 쥐기위해 다른 도구를 이용하려는 그가 이해가 되어버리는 걸까?

일단, 윤지운 작가가 그린 <청명>의 이경식 대감은.... 매력적인 꽃중년이었다...!!! (헉....ㅡ.ㅡ;;;)




episode 2. 새장 - 이정아  


대길패거리가 추노질을 하던 언제 어디 쯤엔 분명 있었을 법도 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본편 속에는 전혀 나오지않은 색다른 뉴페이스도 등장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살려준다. 그냥, 언년이 찾으며 추노질하던 대길이에게 이런 일도 있었겠지, 그리고 후에 언년이를 만나면 그도 그 새장을 열어주려 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도 언뜻 들었던 ...

하지만, 이 에피소드 속의 대길이는 ... 왠지 내가 아는 대길이인 듯 싶으면서도 또 아닌 듯 싶었다. 애가 너무 정의로웠달까...? 우리 대길이는 속정이 깊긴하지만, 결단코 절대로, 정의의 사도는 아닌데 말씀이지...;;



episode 3. 심양일기 - 전진석 * 박설아  



소현세자와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송태하가 청나라 심양관에서 어떻게 소현세자의 충성스런 신하로 바뀔 수 있었는지의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는 전진석 작가의 말처럼, 뜻이 달랐던 두 사람이 어떻게 7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는 죽어도 못잊는 군신관계가 되었는가, 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겉은 유해보이지만 속은 알찬,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깊은 소현과 ...그런 소현으로 인해서 닫혀있던 마음이 열린 태하. 그리고, 왠지모르게 뭉클해지는 건 또 뭔가 모르겠단 말이지...; '추노 2'가 나온다면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으로 볼모로 잡혀갔던 태하와 소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던데... 이런 느낌이라면 나는 좋소좋소. 라고 기꺼이 받아들일 듯.

덧으로... 이 에피소드 속에서 그려진, 태하가 소현이 볼모로 잡혀갈 때, 왜 그 앞길을 막고 용골대를 죽이려했는가... 의 이유는 나도 '혹시나'했던 부분인만큼 꽤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 [추노]가 마무리가 되면서 말해주던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에 함께 뭍혀있던 '세상이 아닌 사람을 위해 싸워간다' 는 맥락과도 이어진 듯 했고.

하지만 본편을 다 본 입장에서.. [심양일기]의 태하와 본편의 태하는 약간 어긋나는 감도 없잖아 있다. [심양일기]의 태하는 꽤 우직하고 충직하면서도 카리스마도 슬쩍 엿보이는 멋진 캐릭터로 다가왔으니까. 뭐, 본편의 기본틀이 있으니 그런 캐릭터가 나왔다고 말한다면, 으음.. 초반의 태하가 저렇게 멋지긴 했던가... 라고 잠시 생각 중. 

내가 전진석 작가의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과 그 해석을 조약돌만큼 좋아해서 하는 말인데... 전진석 작가가 '추노'의 캐릭터들로 그려내는 <심양일기>를 길~~게 보고싶기도 했다. 그가 초반에 구상했다는 '강빈-봉림대군-용골대'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는 드라마란 것이 무엇일까... 하며..;
 


episode 4. 꽃길 별길 - 지애  

작가는 설화, 그리고 설화가 대길이에게 가지는 연심이 가끔은 '왜?' 라는 의문이 들었고 .. 그 후로 설화란 캐릭터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나온 에피소드라고 한다. 작가가 상상한 이 에피소드의 시작은 [추노] 8화의 '엽전키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

<꽃길 별길> 속에서 그려지는 13살 설화는 .. 열일곱 설화보다 더 맑고 고운 아이였다. 그리고 그 맑고 고운 아이가 어째서 그리 '남정네 약속은 믿을게 못된다' 라며 틱틱 거리는지, 어째서 보답받지도 못할 대길이에 대한 외사랑이 깊고도 깊은지를 어렴풋이 알게해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설화란 캐릭터가 참 아쉽긴 아쉽다. 정말, 잘만 그려졌으며 굉장히 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아이로 보여졌을텐데...라는 생각도 들면서.




episode 5. 흑호 - 정기림 * 김보현  

본편 18회에서 대길이를 살려주고 죽은 천지호에 관한 이야기이다. 천지호가 대길이를 처음만난 순간부터 어찌 그를 거둬들이고 키우고 또 그를 구해주며 떠나는 마지막까지의, 천지호의 대길에 관한 마음. 그 마음을 그려내는 장면장면에는 본편의 장면이 겹쳐지면서, 본편에선 '이히히히' 거리는 천지호 특유의 웃음 속에 감춰진 그의 마음을 읽어내릴 수 있었던 에피소드.

늘 상상하던 대길과 천지호의 첫만남과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짧게나마 이런 식으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가장 추노다운 그림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칠고 투박한.



episode 6. 돌아가는 길 - 손효정  


본편 13회에서 드디어 살인귀가 되버린 황철웅의 마음이 묘사된 에피소드이다. 정말, 스스로 살인귀가 되어버린 후의 철웅의 마음은 저러했을 것이란 것을... 짧지만 강하게 남겨준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episode 7. 꽃 그림 - 고야성  


미션이 담긴 꽃그림(춘화)을 완성시키면 거금을 준다는 의뢰를 받은 방화백이, 대길과 최장군을 상대로 그 미션을 수행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 큰주모 코피터지게 만들었던 그 미션은 뭐였으려나~? (응 +.+?)



episode 8. 언니들 - 조윤  


드라마 추노, 그 본편 속에 담긴 각자의 에피소드를 짧고 간결하게 반전으로 마무리해준, 네컷만화!!!
언년이의 정체, 그날 운주사에 그들이 진짜 모인 이유, 태하가 칼을 두고 떠나지않는 진정한 이유, 날마다 밥 속에 닭알이 들어갈 수 있었던 최장군의 비밀 등등이 전격 공개되는 웃음가득한 반전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론, <심양일기>와 <청운>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그 분들의 해석으로 본 새로운 추노를 더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좋아하는 작가님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님.) ... 그래도 <언니들>은 좀 멋진듯~ㅎㅎ




(4)




초판한정 <언니들>의 조윤작가가 그린 캐릭터 스티커도 주는데... 어디 아까버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이고이 간직해야지~~~ㅎㅎ



(5)

뭔가 감질맛나게 써보고싶었는데 .. 아무래도 그리 되진 않은 듯 싶고...;

이 녀석이랑 함께 지른 녀석은 언제 다 볼런지 모르겠다. 작년에 영화보고 한번 사서 읽어보고 싶었으나 내내 미뤄뒀던 녀석이랑.. 이웃님께 오래 전에 추천받은 책. 때가되면 다 읽게되는 날이 오지 않으려나.. 싶은 중^^


(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