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추노 4회 - 그렇게 추격은 시작되었다.

도희(dh) 2010. 1. 15. 16:37

드라마 추노 4회.

보고난 다음에는 이래저래 할 말이 많았는데, 하루가 지나고나니 막상 '내가 뭘 말하려고 했지?' 라고 혼자 고민 중이랍니다. 무튼, 아직은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웃자고 하는 말만 하고싶은데, 일단은 나름 생각한 부분만 저는 나름 짧게, 그러나 사실은 그리 짧지않게 끄적거려 볼게요. 으음, 놀자고 하는 뻘소리 하고싶은데 꾹꾹 눌러참는 중...(^^)


추노 4회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명분 ... 그리고 그렇게 추격은 시작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 총맞고 울컥한 마음 오천냥으로 달래는 ... 대길.

어찌된 일인지 송태하 사냥을 준비하고 떠날 차비를 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어요. 아마, 그가 '송태하'와 연관되면 윗쪽세계의 일에 연류될 것이라는 암시, 그리고 송태하 도망길을 만들어주려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싶었는데 ... 그렇게 발목이 잡히게 된 후 결국 대길 스스로가 그 윗쪽 세계와 거래를 하게 만드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말았어요. 그가 그쪽과 연관이 되는 건... 제 팔자였나봐요.

정확한 계산인지는 모르겠지만, 대길이가 총을 맞을 뻔한 그 날은 ... 십년 전 대길이가 불 속에 갇혔던 그 날이라고 해요. 혜원이는 그래서 그 날을 대길이의 기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는 듯 했고 말이죠. 이 녀석의 팔자도 참 그렇네요. 그렇게 불구덩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 날, 총에 맞아 또 죽을 뻔 했으니 말이죠. 그래도, 살 팔자니까 그렇게 죽지도않고 또 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런지...

무튼, 그렇게 윗쪽의 높으신 양반과 감히 거래를 하여 꽤나 두둑한 돈을 챙긴 대길이는 ... 대인배였습니다. 30냥 홀랑 먹은 걸 보면서도 '대길아 ... 30냥은...?' 정도로 머뭇거렸는데, 5000냥 받고 500냥 받았다고 부르는 대길이니 말이죠. 그나저나, 저잣거리 법도가 반은 선금 반은 후불이라던데 .... 5천냥이 선불이고 또 5천냥 더 받는 그런 건 아니겠죠...? 이래저래 거금 오가는 것을 보며 정신줄 놓고있다가 뒤늦게 뒷북치는 저랍니다.

아아... 대길이 철썩같이 믿고있는 최장군과 왕손이가 왠지 가엾네요. 왕손이, 그때 좀 더 세게 밀어붙히며 '돈내놔'를 해야했을지도, 그래도 대길이가 잘 모아주고 있겠지, 근데 그들은 대길이 뭘 믿고 맡기는 거지, 대장이라서 그런 거야, 등등등 ... 혼자 이래저래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원래 양반피를 가진 것들은 곧죽어도 명분을 찾기 마련, 이라고 대길이는 말해요.
그 것은, 그렇게 도망길을 따지며 흔적을 없애는 법을 잘 알면서도, 아픈 몸 이끌고서 뒤를 밟힐 것을 알면서도 '소현세자의 묘'를 찾은 태하에 대한 비아냥처럼 들리면서도, 대길 그 자신의 현재를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약간은 자조적인 느낌도 들었고 말이죠. 지금은 악랄한 추노꾼으로 명성이 자자한 대길도 어찌되었든 원래는 양반피를 가진 것들에 포함되는 녀석이까요.

곱게자란 양반도령이 그런 추노꾼이 되어 밑바닥 인생을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 계기. 아니, 그렇게라도 살아야만 한다는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집안을 망하게하고 부모를 죽인 그 노비들에 대한 복수심...? 아마, 그 복수심, 제 손으로 잡아 그 죄를 묻겠노라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 그는 추노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겉으로 내새운 그 명분 뒤에 그런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복수심이라기 보다는 언년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게 자리잡은, 원망과 복수심과 그리움이 뒤섞인 애증이 아닐까, 싶네요. 모든 걸 다 잃은, 그래서 살아갈 의미가 없었을 그가 일어서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만날 수 있는 언년이란 존재처럼 보였거든요. 정말 .. 그런데 .. 그는 언년이를 찾으면 그 다음엔 어쩌려는 걸까요...?


마지막 엔딩이 왠지 낚시질이란 생각이 무지 많이 들면서도 그 떡밥 덥썩물고 '벌써벌써~?' 이렇게 설레발 잠시 쳐봤지만, 정신차리고 생각하니 아닐 것 같아요. 왠지, 이 드라마 엔딩은 은근 낚시질이 많으셔서 말이죠. 그나저나, 그 표정은 뭔가를 보긴 봤다는 말인데 ... 태하를 죽여도 오천냥, 그 기회를 고스란히 날린 이유는... 두둥...!!! 별거 아니기만 해봐라... (싶은 중..;)




2. 갈 길 바쁜데도 이쁜 그녀를 길동무로 맞이하는 ... 태하.

나 양반임네, 를 결코 감출 수 없는 뼛속까지 양반인 태하가, 절음발이 노비라는 신분에 자신을 낮추어 숨어지내며 때를 기다린 이유, 아파서 마취가되는 약초까지 먹어가며 고통을 참아가는 이유, 그가 이렇게까지 해서 움직이는 이유, 그가 그렇게라도 살아남은 명분은 '소현세자의 유지'가 아닌가 싶어요. 먼저 떠나신 그분의 뜻을 받들어 이어가는 것이 그가 살아가야하는 이유, 라고 말하는 듯 했거든요.


하지만, 그 속에는 사실 ... 너무나 소중했지만 내내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으나 지킬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고통과 슬픔이 가득한 듯 했어요. 그렇게 다시는 볼 수 없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렇게, 그 마음 속의 상처들을 정당화시키고 덜 아파할 수 있는 것이 그분의 뜻을 받는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렇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린 그가, 그럼에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 그 분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자신의 상처에 대한 보상이자 자신의 잃어버린 그리움을 삭히는 길, 그리고 지켜주지 못한 그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듯 했어요.

그 외에 뭐, 청에서 8년간 보고듣고함께하며 그 꿈을 함께하며 시야가 더 넓어지는 등등의 깊은 생각과 기타등등의 뭔가가 있을테지만, 일단, 그건 보다가 나중에 생각해봐도 될 문제인 듯. 이 사람은 칼든 자이지 붓든 자는 아니니까...; (현재, 거기까지 생각하기 귀찮다는 말이기도 함..;)


그렇게, 갈 길이 바쁜 태하는 .... 아리따운 한 여인을 자신의 길에 동행시키기로 했어요. 딱히, 뭔가 계산에 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러고 싶어서'라는 것이 다인 듯 했어요. 그냥, 지켜주고 싶어서, 라는 것이 다인 듯 했달까...?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그녀를 지켜줬고, 자신의 갈길이 바쁜데도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주고자 돌아오는 등등, 아리따운 그녀에게 반해버린 탓인지, 혹은 가슴 속에 잃어버린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는 아마,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 라는 것이 거의 본능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라고 일단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마, 그는 이 여인만은 잃지않기 위해서 내내 지켜주며 길을 밟을 것 같고 말이죠.

암자에서 대길의 넋걷이를 한 이후에 마땅히 갈 길을 잡지못한 듯한 혜원은, 굳이 이리 자신을 지켜주려고 애쓰는 남정네의 말을 거절할 필요성이 느껴지지않았는지 '넵'하고 잘도 따라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나저나, 혜원은 원래 어딜 가려고 한 것인지, 그리고 그리 먼길 떠나려던 그녀... 옷이라도 좀 편히입지 왜 그 옷을... 등등등,의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곱긴 곱다만 여행하기엔 꽤나 불편하겠군,그런데 숨겨둔 호신술도 없으면서 혼자 여행을 다니겠다니... 태하 없었으면 십리도 못가서 발병났겠군, 등등등...?

그나저나 ... 아리따운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고 싶어서 스님을 이용해서 이름을 알리는 태하라니..., 역시 노비의 신분으로 떨어지긴했으나, 온 몸에 베어있는 '나는 양반이다'는 절대 지울 수 없는 듯 해요. 뭔가, 지들이 춘향이랑 몽룡이도 아니고(춘향전), 진이랑 은호도 아니고(황진이) ... 등등등의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3. 벗을 배신하고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었던 ... 철웅.

그는 전쟁 중에 태하에게 목숨을 빚진 기억이 있는, 그래서 언젠가는 목숨으로 그 빚을 갚겠노라는 맹세를 했던 이였어요. 그런 그가, 태하를 궁지로 몰아넣는 그 무언가를 한 듯 하더군요. 과거에 태하가 노비로 전락할 때도 그랬을 것이고, 탈출한 태하의 목표를 제거하고자 하는 좌의정의 심부름꾼이 되어야하는 팔자도 그리 말하는 듯 했어요.

일단은 '니 손으로 내 심부름 좀 하거라'라고 말하는 좌의정의 말을 괜히 뻐튕기다가 좌의정의 '황철웅 길들이기'가 시작되어 버렸어요. 어느 라인을 타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테고, 태웅이 선택한 라인은 현재 그 세계에선 꽤 강력한 라인이라고 하는 듯 했어요. 그리고, 태웅은 그쪽 라인을 선택했지만 나름의 긍지, 혹은 뚝심같은 건 지키려고 애쓰는 듯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사실, '황철운 길들이기'를 예고에서 보며 '짜고치는 고스톱'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란 것에 조금 놀라기도 했답니다.

어차피 할 것, 그냥 공손히 네네~ 할 것이지 왠 고생?, 이라는 생각도 약간 들었지만 ... 태웅이가 말 안들어준 덕분에, 그 분을 잠시나마 보게되어 즐겁긴 했습니다. 즐거웠는데 '그렇게 나오실줄은'이라는 약간의 멍함도 함께.


어느 기사를 보니 그를 악역, 이라고하는데... 솔직히 이 드라마에서 악역이라고 칭해지는 존재는 현재, 그의 장인어른인 좌의정 외엔 딱히 찝히지가 않아요. 어느 캐릭터의 입장으로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그 상대점에 있는 이가 악이 될 수 도 있으니 말이에요. 그저, 그 또한 가난한 집안, 늙은 노모를 편히 모시고 싶었던, 그렇게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서, 좋은 집에서 누릴 거 누리며 잘 살아가고 싶기에 어느 한 길을 선택한,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듯 했어요.




4. 기타등등~;

- 엔딩 후 예고까지 다 본 후에, 다음 주까지 어케 기다리라구~ 라고 혼자 뒹굴뒹굴. 이젠 마음이 좀 가라앉았네요. 으음.

- 땡중의 반전...ㅋㅋㅋ 넌 뭐냐, 싶었어요.

- 마지막에 막 추격하고 도망가는데, 조금만 더 빨리오지..!!! 잡아야해 얼른얼른가서 잡아야해, 라는 마음이 더 강했답니다. 벌써 잡히면 재미없을텐데도 대길이가 언년이 잡길 바라는 이 마음. 역시, 이러쿵 저러쿵해도 저는 역시 멜로라인에 좀 약한가봅니다.

- OST 맘에 들어요. 드라마 OST는 안사는 편인데, 게다가 현재 음반 사려고 찜해둔 게 꽤 많아서 이것까지 찜할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까말까 혼자 한참을 고민만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