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추노 1회 -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도희(dh) 2010. 1. 7. 20:22

드라마 추노 1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더군요. 기대를 꽤나 많이 했음에도 실망따위 전혀 없었고 말이에요. 그래서 내내 무척 기분좋았어요. 보는내내 끝나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완전 흥미진진, 만화책 읽는기분이었어요. 중간중간 웃기도 많이 웃었고...!!!

추노 1회는, 그들이 살고있었다는 이야기와 대길이라는 인물의 과거를 슬쩍슬쩍 보여주던 회였습니다.





1.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언년이의 새 그림을 그리기위해 방화백의 문방구를 찾은 대길에게, 방화백은 자신이 방금 맡은 비밀스런 일을 말하고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듯 했어요. 그리고, 무심한 대길에게 그 것을 말하는데 ... 대길은 그 말을 가로막고 퉁명스레 말하더군요.

조정이랑 정치가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조정이니 정치니 그런 것과 상관없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삶의 무게가 무거워, 그저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 이들에게 그딴 조정이니 정치는, 그들과는 관계가 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어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러나, 분명 대길은 무심히 넘기던 그 조정이니 정치니하는 것이 결국 대길과 엮이게 될 것이에요. 왜냐하면, 아직 정확한 사연은 나오지않았지만 ... 훗날 그가 추격하게 될 '송태하'란 인물이 대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 조정이니 정치니하는 것과 엮이게 될, 아니 엮여버린 인물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 것은 극의 주변에서 중심이 되는 어느 한 과정일 뿐, 이 드라마는 아마,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병자호란 이후,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 어쩔 수 없이 노비가 되고, 짐승만도 못한 그 삶의 무게가 버거워서 벗어던지고 도망치며 살아가는 그들과 그들을 추격하는 이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었지만, 그들은 이미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시청자)가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변해버린 모습 뒤에 감춰둔 그네들의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표하는 순간, 그들은 그저 살아가던 삶의 꿈틀거림이 시작되어버린 듯 하더군요. 여전히 그저 그렇게 살아가지만, 알게모르게 중심으로 향하는 느낌...? 그래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우리는 긴장되듯 두근거리지만, 그렇게 꿈틀거리며 더 버거워질 그들에게 왠지 미안한 이 마음... 은 뭔지, 모르겠네요.




2. 그런 자였어요, 이대길은.


눈은 시뻘겋고, 이빨은 시커먼데다가, 꼭 열흘 굶은 승냥이 꼴인데, 지 애미애비 죽은 날에도 기생을 끼고 술판을 벌이는 개차반 ... 이라고 소문이 난, 추노꾼 이대길. 그는, 도망노비들 사이에서도 악명 제대로 높은 그런 추노꾼인 듯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이대길이다'라는 말에 아주 자그마한의 희망을 꿈꾸던 도망노비들은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주저앉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런 자였어요, 이대길은.


도망노비들에겐 눈에 불뿜는 도깨비같은 존재지만, 그는 그저 살기위해 살아가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어요. 그들의 어깨에 짊어진 삶이 노비라면, 그의 어깨에 짊어진 삶은 추노꾼이란 것일 뿐.. 그는, 그들의 삶이 가엾지않아서 잡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이 그가 사는 방법일 뿐이다, 라고 말하는 듯 했어요.

그래서, 너무 가여워서 그 짐을 덜어내주고 싶은 이들은, 일단 자기 챙길거 챙겨놓고 몰래가서 빼내와서 도와주기도 하는 듯, 했어요. 그리고, 그 몰래 빼내준 노비에게 도망갈 경로를 설명해준 것을 보면 ... 그 것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는 듯도 싶었고 말이죠.


그런 자였어요, 이대길은.

덧) 대길이가 그 자리에서 그 모녀를 풀어주지 않은 것은, 그때 함께있던 다른 노비들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직업은 그래도 이미지가 중요한데, '사실은 이대길이 사연깊은 노비에게는 동정을 베풀어서 놓아주더라'라는 소문이 생기면, 그 일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았거든요. 금수만도 못한 이미지로 살아가는 이유도 그들에게 '공포'란 것을 줘서 딴맘 못먹게 하기 위한 것도 같고.


그는 처음부터 추노꾼이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세상의 밑바닥을 굴러먹는 듯 살아가는 이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그렇게 대단한 싸움솜씨를 가진 이도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삶을 살지않아도 되는 자일 수도 있었어요. 아마, 그 삶은 그의 선택이었겠죠. 살아가기 위한.

양반집의 철없는 도련님이었대요, 그는.

집안의 계집종을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는, 
순진한 도련님이었대요, 그는.

곱게자란 그이기에 겁도 많았지만 그 계집종을 위해서는, 
피뭍은 칼날도 이겨낼 수 있는 남자였대요, 그는.

그런데, 계집종과 계집종의 오라비는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자신을 불구덩이에 밀어넣고 도망을 쳤어요.

그리고, 그는 그때부터 그녀를 찾아내기위해서 추노꾼이 되었대요.
더이상 철이 없지도, 순진하지도, 겁이 많지도 않은, 양반이란 신분도 벗어던진,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 되었대요.


그런 자였어요, 이대길은.



언년이란 이름의 계집종을 찾는데 눈에 불을 켜고 살아가는 그.
돈이란 녀석을 모으는데 악착같은데도 불구하고, 언년이를 찾기 위해서는 100냥도 내놓을 수 있는. 그는, 언년이를 찾아내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그 무거운 삶을 짊어지고 살아낼 수 있는 이유처럼 보였어요.


그렇다면 그는, 그녀를 찾아낸 후... 의 삶을 그려본 적이 있을까...?



3. 노비, 그 무거운 삶...

[제중원]에서는 백정의 삶을 짧게나마 그려줬습니다. 최하급계층의 백정의 삶을.
그리고 [추노]에서는 노비의 삶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노비의 삶을.

[명가]에서는 노비조차도 사람으로 대해야한다는, 그 모두를 인간으로 대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고보면, [명가]와 [추노]는 시대적 배경이 비슷한 것도 같네요. 아무튼, 국선이네 노비들은 정말 대접받고 사는 것이었군요. (응?)


다른 사극들과 달리, 누더기에 꾸질꾸질한 몰골로 서있는 노비들. 게다가 노비는 노비낙인까지 있더라구요.  실제라면, 백성의 절반이상이 노비가 되었기에 그것을 구분하기 위한 그런 것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허구라면,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기위한 설정일테고 말이죠. 뭐, 아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뭐, 상관은 없어요...(에?) 정말, 궁금하면 언젠가는 찾아보겠죠...뭐...;;; (응?)

아마, 앞으로도 그런 노비의 삶이, 여타의 사극 속 노비와 다른,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그려지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주인의 말벗이 되고, 주인의 친구도 되고, 주인의 조언자도 되어주던 여타사극의 노비가 아닌... 철저히 주인의 말에 따르기만 하면되는, 사람이 아닌 노비라는 낙인이 찍힌 존재로서.

그런 그들의 버거운 삶과 그런 버거운 삶을 벗어던지고 달아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그런 그들을 잡아야만 하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그려줄 듯한 ... 그런데, 어느 것도 선과 악이 될 수 없는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

13살 어린 아이를 제 몸하나 간수하지 못해서 덜덜떠는 노친네에게 들이는 걸 보며, 문득 아주 오래 전에 봤던 [덕이]가 떠올랐답니다. 으음, 덕이를 그리 귀이 여겨주시던 할아버지같은 양반네는 사실, 없겠죠...? 그 밤에 무슨 일이 있던없던, 그 밤을 지샌 아이는 이제, 그 멍애를 덮어쓰고 살아가야만 했을테고 말이죠. 으음.

동물보다 못한 그들의 삶...




4. 또다른 주인공, 태하 그리고 언년이.


대길이가 그렇게나 찾고 또 찾는 언년이.
대길이의 회상으로 극 내내 존재감을 보여주시다가 마지막에 두둥, 새색시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답니다. 그녀의 10년의 삶은, 앞으로 찬찬히 보여주겠죠. 그렇게 대길네 집을 불태우고, 그를 죽이고, 어찌 살아왔고, 어찌 살아갈 것인지... (대충 알면서 모르는 척)

그리고,



대길 회상 속의 언년이, 이 당시의 언년이의 나이는 15살 이었다고 해요. 현재가 25살이니까...
방화백의 예상과 달리, 언년이는 변치않는 미모를 10년간 유지하고 계셨답니다!!!




다른 이들과 달리, 노비문신이 이마 옆에 희미하게 새겨진 태하.
역시, 주인공이라서 문신도 희미하고 연하게 그리고 되도록 머리로 가릴 수 있는 옆쪽으로 새겨줬나봐, 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사람은 인물 잘나고 주인공이고 봐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마, 그 대장노비가 자꾸 태하 괴롭히고 때리고 그런 건... 태하가 인물도 반반하고 노비문신이 별로 티가안나서 질투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본인은 이마 정 중앙에 있었으니까..; (농담)

노비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순간순간 시커먼 얼굴에 커다란 눈에 불을 켜주시는 이 분, 뭔가 참 깊은 사연을 노비라는 신분과 절뚝거리는 다리에 숨긴 채, 그리 몸을 낮추고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설프게 절뚝대는 그의 다리를 보며 대길은 뭔가 이상하게 여기는 듯 하고 말이죠. 이상한데, 자신의 일이 아니니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는 듯, 그럭저럭 넘어가는 듯 했지만.

그런데, 대길이가 태하 뒤 밟을 때 ... 태하 절뚝거리다가 바로 똑바로 걸어 갈 것이라는 아주 식상한 상상을 하다가 '아니네?' .. 이랬다나, 뭐라나. 그런데, 혹시, 밖에 외출하기 위해서 태하 일부러 말 배탈나게 한 건 아닐까? 라는 또 엉뚱한 생각. 으음... 말만 불쌍해...;

무..무튼, 그 깊이 숨겨둔 사연, 2회에서 펼쳐주실 듯 해요. 더이상 그 깊은 사연을 숨기지 않으려고 하는 듯 하거든요. 그렇게 꿈틀거리며 모두가 중심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테고.


뭐, 그의 깊은 사연은 대충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나올 때까지 모른 척 해주는 센쑤...;;



5. 무거운 그림을 덜어주는, 유쾌함.

쫓고 쫓기는 사람들, 살아야하기에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언뜻, 무거울 수 있는 이 그림은, 이런저런 눈요기 및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기에 그 무거움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려는 본능처럼, 유쾌함이 내내 흘렀어요. 괜히 오지라퍼 민폐캐릭터 등장시켜서 억지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소하게 흘러가는 대사나 행동에서 주는 자연스런 유쾌함이라 더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상황과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유쾌함.

뭐랄까, 몸과 마음과 무언가의 성장을 위한 모험을 떠나는 어느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득담긴 만화책을 전권 펼쳐놓고서 첫장부터 차근차근 읽는 그런 유쾌함.

그러니까... 최근에 읽은 것이 ... 동생이 무쟈게 아끼던 만화책이 있는데, 보라는 거 10년넘게 뻐튕기다가 작년에 심심하다고 읽었던 거에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니고 이런저런 일을 치루는 아이들이, 그 사이사이, 캐릭터와 캐릭터의 조합, 그리고 그 틈에서 생긴 에피소드로 간간히 유쾌한 웃음을 주는 그런 것과 맞닿은 느낌이랄까...? 전, 무거움 속에서 끌어내는, 억지스럽지않고 자연스러운 이런 유쾌함이 즐겁더라구요. 좀 더 사람냄새, 그리고, 살아가는 삶이 뭍어나는 듯 해서.

덧) 아, 그 만화책은 완결 직전에 세권이 없어서, 전 ... 완결은 못봤어요. 동생이 구할 수 없다면서 안사다놔서...; 젠장, 권당 30분씩 하루를 몽땅 투자해서 읽다가 막판에 완전 김빠졌다나 뭐라나....; 주인공이 죽었나 살았나,도 모름. 주인공이 인간이 아니라서 한 두세번 죽고 살아나긴 했다만.



그리고, 왕손언니!!! 아.... 완전 촐랑촐랑, 귀여워요. 현실에서 이런 촐랑거리는 타입을 약간 그닥스러워하는 편인데, 극에서 이런 캐릭터는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주곤하죠..; 참으로 기대가 많이되는 녀석이랍니다. 아무래도, 왕손언니 팬 될 것 같아요. 으음, 동성이 아니어서 언니라고 하면 안되는 건가...? 아무튼...!!! 언니라는 그 호칭도 의외로 어색하지않게 귀에 감기더라구요.


 




6. 기타등등


- 오올, 청률이 잘 나왔더군요. 으음, 왠지 항상 오래 전부터 기대하고 기다리던 드라마는 청률이 가출해서 속상했는데 기쁘네요. 올해는 청률이랑 함께하는 드라마로 시작하는 군요!!!

- 아, 재밌어요. 재밌어요. 재밌어요.

- 또 캡쳐질에 맛들려서 .... 엄청 해댄 느낌. 화질이 무지 좋아요. 간만에 내 방에다가 고이 모셔둔 커다란 TV틀어서 봤답니다. 보통은 거실의 작은 TV로 시청. '아이리스'도 이 걸로는 안봤는데 말이죠. 오오... 엄청 좋았어요. 간만에 산 보람이 있었다나 뭐라나...; (물론, 동생이 사놓고 안가져간 것이지만...)

- 별 쓰잘머리 없는 걸로 트집잡는 기사보고 '어허' 하고 웃고 말았다죠. 너무 재밌고 좋아서 시샘하는 걸로 생각 중입니다.

- 언년이 하니까 '언년이 이야기'란 만화책 생각남. 재밌었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