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죄송하면 사과말고 기억해줘, 날.
훌훌, 급하게, 쉽게, 간단하게, 날 털어버리려고 하지 말고
오래 오래 기억해줘, 날.
많이도 안바래.
입 안에 박힌 가시처럼, 신발 속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딱 그 정도 존재로만 날 기억하고 있어.
- 애인 있어요 9회, 도해강 -
해강맘 모드로 시청하다보니 스토리 전개가 꽤나 스트레스여서 못본 부분을 굳이 찾아보지는 못하지만... 여주인공 도해강을 연기하는 김현주의 연기와 도해강의 감정선, 그리고 극의 분위기가 좋아서 띄엄띄엄이나마 시청 중인 드라마이다. 오로지 1회 초반 교통사고씬 이후의 전개만을 기대하며. 그리고 9회가 되어서야 겨우, 1회 초반의 교통사고씬이 등장했고 여주인공 도해강은 드디어 기억을 잃게되며 독고용기로 살아가게 되는 계기가 그려졌다. 9회가 되어서야, 겨우. 사실, 이 드라마 방송 전에는 적어도 4회 즈음에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질 줄 알았기에 길고도 긴 기다림이었다.
총 50부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길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과거 이야기가 길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을 조금만 더 스피드하게 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랄까. 그러나, 현재 이야기에서 그려질 이러저러한 사건과 갈등과 감정선 등을 위해 과거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것이 꽤나 스트레스를 줬다만.
이 사람 좀, 해강이 좀 치워주세요, 아버지.
제 눈에 안띄게, 더이상 안보고 살 수 있게, 기억조차 안나게,
제발 이 사람 좀 버려주세요, 아버지.
- 애인 있어요 9회, 최진언 -
해강은 이런 저런 상황으로 인해 겹겹히 쌓인 오해들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며 시어머니에게조차 이혼을 강요받게 되지만, 시아버지는 이혼을 거부하는 해강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러나, 해강에 대한 오해와 미움이 쌓이고 쌓인 진언은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지금껏 자신이 고수하던 삶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강과 헤어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이 고고한 인간은 한때 사랑했던 여자와의 마지막조차 제 손으로 매듭짓지 못해 아버지의 손을 빌리고자 한다.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자신과 헤어지고 싶노라는 진언 앞에서, 해강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이혼서류에 지장을 찍고 그 곳에서 벗어나게 된다. 숨도 쉬지 못한 채, 차를 몰고 조금 벗어난 후에야, 혼자 있게된 후에야 겨우 숨을 몰아쉬며 울음을 삼킨다. 혼자 있는 순간에도 그녀는 소리내어 엉엉, 울지 못한 채, 아픔에 몸부림치더라.
그 순간, 홀로 세상의 아픔은 다 짊어진 듯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등장한 진언(어휴). 해강은 그런 진언이 다가오는 모습을, 스쳐가는 모습을, 그렇게 등을 보인 채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눈으로 쫒고,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고작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그를 향한 마음을 외쳐보지만, 진언은 결국 뒤돌아보지 않더라. 두 주먹을 꽉 지는 것으로,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버텨낸다라는 표현을 해가며. 그런데, 이 장면을 보며, 나는 진언이 해강의 차 근처로 오기 전에 해강이 떠나길 바랬다. 진언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며 그냥 확- 쳐버렸으면 싶기도 했다. 아, 이건 범죄구나...;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해강은, 진언에게 그렇게나 상처를 받고 또 받아 마음이 갈기 갈기 찢어졌을텐데도, 그를 향한 마음을, 사랑을, 미련을 놓지 못한 채, 그가 주는 상처를 고스란히 마음으로 받아낼 뿐이었다. 그렇게 삼켜내고 있었다.
나, 내 남편 사랑해.
그 남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그 사람이 좋아, 난.
젊을 때처럼 뜨겁진 않지만 따뜻하고 아늑하고
그 사람하고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아.
아파도 되겠다, 늙어도 되겠다,
모자라도, 못나도, 못되도, 되겠다.
잠든 그 사람보면서 매일 밤 기도해.
그 사람보다 단 하루 만이라도 먼저 죽게 해달라고.
그 사람이 없는 세상은 단 하루도 살고 싶지가 않다고.
- 애인 있어요 6회, 도해강 -
위의 대사는 해강이가 설리에게 무릎을 꿇고 했던 말이었다. 진언을 잃고 싶지 않기에 모든 자존심을 내려두고 그렇게 간절히 빌었더랬다. 해강이에게 진언의 존재가 가진 의미는, 진언 그 자신은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이 깊고도 소중한데, 진언은 과거 사랑했던 모습을 간직하지 못한 해강에게 실망하고 미워하고 상처를 주며 그녀를 버렸다. 그리고, 저 대사를 다시 듣고 받아 적으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설리는 그래서 더 진언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해강에게 있어 진언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알았기에 더 탐이 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진언! 난 너 만난 거 후회 안 해.
너랑 결혼한 것도 후회 안 해.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대도
나는 최진언이랑 사랑할꺼고 결혼도 할꺼야.
나는 너 후회 안 한다고.
- 애인 있어요 9회, 도해강 -
결국, 진언과 해강은 이혼을 했다. 법적으로도 완전히 남이 되었다. 그렇게 남이 된 순간, 해강은 언젠가 진언이 했던 독설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의 진심을 내비치게 된다. 사실, 그 장면을 보지 않아서 정확한 대사를 모르지만, 해강과의 만남과 사랑과 결혼에 대해 후회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해강은, 그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게 된다. 나는 너와의 만남과 사랑과 결혼에 대한 후회가 없노라고. 더불어, 다시 돌아가도 너를 사랑하고 결혼할 것이라고.
이 장면의 메이킹을 봤는데, 해강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한 김현주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는 진언의 뒤에 달려가 안고 싶다는 말도. 아마, 그 순간, 해강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떠나는 진언에게 달려가 다시 한 번 매달리고 싶은 것. 어떻게 해강은 그렇게나 모욕받고 상처를 받고 또 받아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싶지만... 진언을 향한 해강의 감정은 끝나지 않았다. 끝내지 못했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를 위해 이혼을 받아들였지만, 진언 홀로 잘라낸 끝, 이기에 해강은 아직 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했다. 사실, 유능한 변호사인 해강이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곱게 끝내지 않을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이 드라마의 시점에는 간통죄도 있었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책주의니 말이다.
한편, 어쩐지 해강에게 극진한 시아버지는 해강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줄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인한 것인 듯 하다. 해강의 시아버지, 즉 진언부는 과거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해강부를 죽였다고 한다. 해강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어서 자신이 '독고온기'라는 이름을 가졌었고 '독고용기'라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해강모와 인연이 있는 진언부는 해강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진언이 해강이 데려오고, 상견례로 해강모와 만난 순간 이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진언부는 해강의 능력을 높이사는 것도 있지만, 해강부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해강과 진언이 함께 천년제약을 이어받게 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런 진언부의 계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듯 했다. 진언과 이혼하고 천년제약에서도 떠나려는 해강을 어떻게든 잡아두고 미래를 기약했으나, 과거의 악행을 사위인 민태석에게 들통나며 그에게 약점을 잡혔으니 말이다. 그리고, 해강 또한 진언부에게 살해당한 '독고지훈'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그 사건의 전말을 엿듣게 된다. 해강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버거워 이 상황까지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 싶었을텐데... 이 날 알게된 상황은, 훗날, 기억이 돌아오고, 자신이 독고온기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 중요하게 작용할 듯 싶다.
부모간의 악연을 보면 해강과 진언은 처음부터 악연이었고, 그래서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일 듯 하다. 친부의 죽음 외에도 쌍둥이 동생의 남편 또한 그로 인해 살해당했고(추측)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 또한 살해위협을 당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결국, 그로인해 도해강이 큰 사고를 당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 것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기억을 잃은 해강이 다시 진언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그 사랑이 해강과 진언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부디, 해강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과정이길 바랄 뿐이다. 그 과정이 험하고 아플지라도.
설리 제대로 미안하단 말 안한 거 같아서. 죄송해요. 진심이에요.
해강 욕심이 지나치네.
설리 네?
해강 니 마음까지 편하고 싶은 거잖아.
설리 그게 아니에요. 저 정말로...
해강 정말로 죄송하면 사과말고 기억해줘, 날.
훌훌 급하게, 쉽게, 간단하게 날 털어버리려고 하지 말고 오래 오래 기억해줘, 날.
많이도 안바래. 입 안에 박힌 가시처럼, 신발 속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딱 그 정도 존재로만 날 기억하고 있어.
설리 네. 기억, 하죠, 뭐. 할게요, 기억. 제가 다 기억할게요. 진언 선배 대신.
해강 (웃음) 다 끝난 것 같니? 니가 이긴 것 같아? 아직 안끝났어.
설리 네?
해강 잘지켜. 나처럼 뺏기지 말고. 훔친 사람도 나쁘지만,
뺏긴 사람이 더 나쁜 거잖아. 안그래? 또 보자, 우리.
- 애인 있어요 9회 -
이혼 후 시부의 부름으로 시댁에 들른 해강. 시아버지는 해강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며 떠나는 그녀를 독려한다. 그리고, 이혼과 동시에 설리를 예비 며느리 취급을 하게된 시모의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설리와 해강은 마주치게 된다. 덤덤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댁을 벗어나는 해강과 그런 해강을 쫒아와 승자의 여유를 보이고자 하는 설리냔.
그 순간, 해강은 설리의 구두를 보게 된다. 해강이 진언과 설리의 관계를 불안하게 여긴 것은 설리의 낡은 운동화였다. 진언을 향한 설리의 감정을 알게된 것은 낡은 운동화를 대신한 진언의 운동화였다. 그녀의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해강은 설리에게 새 운동화를 가져다 주고 진언의 운동화를 받아오게 된다. 그 때, 설리는 맨발일 지언정 해강이 준 운동화는 신지 않았다. 설리의 물에 젖은 운동화는 해강에게 좌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며 그녀를 결국 무릎꿇게 만들었다. 그런 설리의 발에 고가의 구두가 신겨져 있었다. 어쩌면 그 순간, 해강에게 설리의 존재는 해볼만한 상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수함을 무기로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당돌하고 겁없이 진언의 마음 속에 뛰어들어 기다리니 사랑이 자신에게 왔다는 뭣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해강을 나락으로 밀어버린 설리는, 알고보니 그 사랑이 재벌가의 외아들이라는 넝쿨째 굴러온 행운을 놓치지 않고 명품 구두를 신는 순간, 결국 진언과의 결혼으로 인해 해강이 걸어왔던 길을, 그녀 또한 걷게될 것을, 그 길이 어떨지를 알기에, 해강은 설리가 보인 승자의 여유에 비웃음을 날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입 안에 박힌 가시, 신발 속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작지만 도무지 외면할 수 없는 거슬림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신경쓰며 살아가라는 해강은, 그 독설에도 당돌함으로 맞받아치는 설리에게, 언젠가 그녀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며 경고를 한다. 해강의 경고는, 그녀가 다시 돌아와 진언을 빼앗겠노라는 말인 동시에, 중2병에 걸린 그 남자는 니가 변하는 순간 너를 버릴 수 있는 남자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진언이 해강을 미워한 것은 과거의 순수함과 해맑음을 지키지 못하고 독하고 차갑게 변해버렸기 때문인 것도 한 몫하니까. 또한, 긴 시간 사랑했고 살아왔기에 그녀보다 더 많은 그를 알고있는 해강의 여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시부의 권고대로 중국으로 향하던 해강은, 미처 돌려주지 못한 결혼반지를 버리려고 한다. 이젠 그만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그러나 아직은 놓을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의 갈등. 결국, 아직은 놓을 수 없는 마음이 이겼고, 결국 반지는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무슨 마음인지 차를 돌리게 되며 운명의 시간에 다가서게 된다.
독고용기와 도해강. 쌍둥이지만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두 사람.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스치기도 하고, 같은 사건에 얽혀있기도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스치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해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험에 처한 용기를 구해주기도 했다. 운명처럼. 그리고 결국, 그 운명은, 사랑을 잃음으로서 모든 것을 잃은 도해강이 그 기억마저 잃은 채, 독고용기로서 살아갈 시간을 만들어 준다. 남편 최진언 외엔 아무것도 없는 고독하고 못돼먹었고 인정머리 없는 도해강에게, 그 최진언을 잃은 순간, 그녀가 더이상 무너지지 않게, 살아낼 수 있게, 최진언이 아닌 다른 것을 채워넣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에 대한, 그녀의 삶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그러나, 성격 만은 남겨둔 채.
우연히 기억을 잃은 해강을 발견한 백석은, 그녀를 독고용기로 착각하게 되고,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통해 그녀를 납득시킨다. 그렇게, 기억 외에 도도하고 차갑고 까칠한 성격은 고대로 유지한 해강은, 백석과 그 형제들의 삶에 익숙해지고, 그들을 통해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위로받게 되며... 해강이 웃었다.
해강이 웃었다. 장장 9회만에 해강이 티없이 밝고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예고에서 보여준 해강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웃으며 살 수 있는 아이가, 최진언 그 인간으로 인해, 늘 공허하고 쓸쓸한 표정만 지으며 살아왔다니....(ㅠ)
&..
1> 해강의 죽음을 전해들은 진언의 모습이 궁금했는데 - 이 시키가 그 전에 한 말이 있어서 더더욱 - 예고를 보니 진언은 해강의 죽음을 모른 채 유학길에 오른 듯 했다. 게다가 귀국한 모습을 보니 아직까지 성격도 흑화되지 않은 듯 하고. 10회에서 해강과 진언은 같은 공간에서 몇 번이나 스칠 것 같은데 부디, 마주치진 않길 바란다. 두 사람이 마주치는 시점은, 진언이 해강의 죽음을 알게된 후, 그리고 해강이란 강력한 보호막이 사라진 상황에서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후여야 하니까.
2> 바로 현재로 시간이 이동한 건 아닌가보다. 공홈을 보면 설리냔도 진언과의 결혼생활로 인해 흑화되어 도해강과 같은 모습이 된다고 했던지라. 1차와 2차로 나눠진 건가? 아무튼, 설리냔과 해강의 만남 역시, 설리냔이 해강과 같은 길을 걸으며 흑화되어 진언과의 관계도 멀어진 후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강이가 당한 것과 똑같이 당해야지!!! 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진언이랑 설리가 해강이가 아파했던 것의 곱절정도로만 아프고 힘들었으면 한다.
3> 그냥 문득, 해강의 모습에서, 리가 떠올랐다. 시대상도, 설정도, 이야기도, 캐릭터의 성격도 전혀 다른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 비슷한 것이 있다면, 여주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지 못한 채 여주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버리는 남주, 남주에게 처절하고 비참하게 버림을 당했음에도 남주를 사랑하는 여주, 어떤 사건에 휘말려 죽은 것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여주, 여주의 죽음 후 폭풍후회하는 남주. 등등? ...여주 상처주고 헤어지고 후회하고 재회하고 다시 사랑하고, 로설의 기본틀이기도 한가?
4> 20~16부작 정도로, 곁가지는 쳐내고 해강과 진언의 관계와 감정선에 집중한 드라마였더면 뭔가 더 깊이있고 농도가 짙은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스트레스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꽤 매력적인 설정과 감정선을 가진 드라마이기에. 뭣보다, 김현주 연기가 정말 너무 좋다. 시청률이 안좋아서 연말에 좋은 소식은 못듣겠으나... 이렇게나 연기가 섬세한 배우인가 싶을 정도. 특히, 진언과 설리의 사랑의 도피 이후, 그 장소를 찾았으나 차마 들어가지 못한 채 도망친 후, 강가 위에서 보인 쓸쓸하고 공허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5> 앞으로의 이야기에 스트레스 요소가 없지는 않겠으나 앞부분 만큼은 아닐테고, 시간의 흐름 이후 변화한 상황과 역전된 관계, 그 속에서 보여주는 묘미와 감정선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앞부분을 보긴 봐야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도 든다. 아, 9회까지의 스토리 전개는 별거 없다. 정말 4회로 축소해도 괜찮았을 스토리 전개인데, 너무나 사랑하는 최진언과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도해강의 감정선이 장장 9회에 걸쳐 섬세하게 다뤄졌달까. 더불어, 옹기종기 얽혀있는 인연의 끈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다른 세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 가까이 있는 당신들, 이랄까.
6> 백석과 독고용기는 고교동창. 백석과 용기 할머니의 인연, 그러나 백석은 할매가 용기 할머니인건 모름. 기억을 잃은 해강이 머물게된 백석의 집은 설리의 집이기도 하다는 것. 백석의 아버지와 해강의 어머니는 안면이 있는 사이. 진언의 엄마와 백석 그리고 백석 아버지도 안면이 있는 사이. 독고용기와 도해강은 같은 회사를 다녔었다는 것. ...등등. 죄다 한다리 건더면 다 아는 사이랄까. 드라마의 세계는 너무 좁지만, 뭐 이래야 이야기가 전개될테니, 뭐.
7> 아, 9회는 아마 처음으로 온전히 다 본 회차이기도 하다.ㅋㅋ.
8> 법원씬 메이킹 영상을 봤는데, 편집자 맘 = 내 맘, 이었다.
##추가. [애인있어요 독고용기 죽음] 이란 키워드로 많이들 들어오시는데... 용기 안죽었습니다. 중국갔어요. 용기는 천년제약에 대한 복수를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인지라 극 중후반 즈음에 나오지 않을까, 예상 중입니다. / 2015.09.24 pm. 13:34
반갑다, 독고용기
- 애인 있어요 9회, 백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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