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 교토대화재 / 전설의 최후
(Rurouni Kenshin - Kyoto Inferno / The Legend Ends, 2014)
0> 시작 전에, 나는 이 영화의 원작을 안봤다. 아니, 아마도 오래 전에 보기는 봤던 것 같은데 초반부만 보다 말았고 그래서 ... 안본 것과 다름 없다. 그러니, 이건 원작을 모른 채 영화 자체만 본 누군가의 끄적거림이다.
1> 봐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있던 영화 [바람의 검심]의 '교토대화재'편과 '전설의 최후' 편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별다른 기대치가 없었던 1탄을 꽤나 재미나게 봤기에 2,3탄도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어쩌다보니 미루고 미루던 어제 새벽, 문득 이제 슬슬 이 영화를 봐야겠다며 꺼내어 봤다. 후반에는 졸음이 쏟아지는 것도 참아가며, 그냥 마저 다 보고 자자라며.
이 영화에 대해 재미가 있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또 보고 싶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 영화가 잘 만들고 말고,의 재미있고 없고,의 그런 문제는 아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그 속에 등장하는 실존인물 등등을 보며 마음 한 켠이 불편했고, 그래서 '영화는 영화다'라며 몰입할 수 없었고, 그래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저 바라만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스토리와 인물들의 감정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극 자체에 대한 큰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는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한 이유가 뭐냐고 한다면.. 크게 몰입하지 못한 스토리와 별개로 이 영화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OST. 그리고, 슬로우 따위 없는 스피드한 액션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때론, 더이상 사람은 베지 않는다는 켄신의 싸움을 보며.. 베지는 않다도 그렇게 때리면 죽겠다, 싶기도 하더라. 진정한 고수는 베지 않더라도 죽일 수 있는 법이 아닌가, 등등의 잡생각도 해가며 봤더랬다.
2> 너어무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등장한 그 많은 인물들은 아마도 각각의 사연이 있을텐데 그들의 사연을 그리기엔, 들려줘야할 이야기는 너무 많고 시간은 촉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짧은 몇마디로 보여주거나,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1편을 본 후에는 '굳이 원작을 찾아보고 싶지는 않아' 였다면, 2,3편을 본 후에는 '언제 내키면 원작을 찾아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차이가 뭐냐면 등장한 캐릭터의 배경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 차이라고 할 수도 있다. 1편은 막연히 그 캐릭터의 배경과 사연 그리고 그로인한 감정에 대한 그림이 어느정도 그려졌고, 그래서 굳이 원작을 찾아보지 않은 채 나 스스로 그 캐릭터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며 그림을 그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2편에는 그런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영화의 만듦새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또 어쩌면, 이 부분은 내가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에 몰입을 하지 않은 채 관망하듯 바라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3>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가는 대사는 단 하나였다. 극 내내 목적을 위해 여행을 하느라 채도가 낮은 옷을 입고 다니던 켄신이 3탄 중반부에서 도쿄로 돌아온 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빨간옷으로 갈아 입은 모습을 본 메구미가 "역시 켄씨는 그 옷이 잘 어울려" 라고 했던 대사.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 옷을 입고나니 켄신이 켄신다웠고, 극 내내 쳐저있는 듯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던 그가 어쩐지 살아나는 듯 했다. 물론, 스승과의 만남을 통해 레벨업 & 각성을 해서 그런 것도 있겠으나.
4> 그냥 보다가 문득, 그러고보니 이 영화는 액션씬을 위해 이야기를 전개하는건가, 싶기도 했다. 뭐, 액션영화고 오락영화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뭐랄까, 이 즈음에는 액션씬이 필요하니까 하나 집어넣자, 이런 느낌도 없잖아 들었다. 뭐, 눈은 즐거웠다. 나에게 이 영화는 액션이란 장르를 그리 크게 즐기는 편이 아님에도, 액션 그 자체에 재미를 느끼며 본, 몇 안되는 액션영화이기는 하다. 켄신의 스피드하면서도 다다다- 거리는 듯한 액션씬은 보는 뭔가 시원하고 보는 재미가 있달까? 남들보다 몸놀림이 빠른 보통의 인간, 이라는 메구미의 곁다리 설명을 떠올려 보며 보기도 했더랬다(?)
5> 이 영화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과거에 얽매여 살던 이들이 그 과거에서 벗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건가, 싶기도 했다. 후반부 배 안에서 과거 적이었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고, 그렇게 싸우는 장면은 그래서 약간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모두 적이었으나, 이제 단 하나의 적을 향해 칼을 겨누는 모습. 그런데, 아마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싸움의 목적은 같은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싸움은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시대, 그러나 여전히 그 시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이제서야 그 시대와 정식으로 작별을 하는 어떤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 이런 전투는 마지막일테니 혼심의 힘을 다해 싸웠을테고 그래서 꽤나 힘들었으나 그들은 어떤 의미로는 즐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아, 시시오만 그랬으려나? 음, 너무 많은 의미부여인가?(ㅋ) ...아무튼, 관망하듯 봤으면서도 온갖 생각을 해가며 봤던 것 같다. 이 즈음엔 졸음을 참아가며 봤던 것도 같고;
...그리고 정부는 사실, 그들이 모두 배 안에서 침몰하길 바랬던 것도 같다. 살아 나오면 할 수 없고 이왕이면 죽어줘, 이런 느낌이었달까;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정부는 무능하고 찌질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튼, 그래서 모든 일이 끝난 후의 장면은 뭔가 감동코드로 넣은 것 같은데 어쩐지 헛웃음이 나오더라. 쟤들 뭐하나, 싶어서. 어쨌든, 이제 켄신은 발도재가 아닌 켄신으로 살아가겠지. 평화롭게.. 새로운 시대에서. 과거에 얽매여있던 다른 이들도 이제 뒤가 아닌 앞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지 않았으나.
6> 역시, 난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묵직했으며, 때때로 따스했던, 그리고 영화 뒤에 숨은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었던 1탄이 재미있었다. 아, 이 영화의 엔딩씬도 마음에 들었다. 아, 이렇게 이제 새시대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겠구나, 싶어서. 그 평화로운 시간을 10분 정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1탄을 보고난 후 다음 이야기도 보고 싶어, 라던 그런 여운은 없었다. 더이상은 시리즈가 안나올테니 어떤 의미론 참 다행이다. (...;)
7> 가볍게 열댓줄 끄적이고 말려고 했는데 또 말이 너무 많아졌다. 하여튼, 나란 인간은 참...;;
계절이 바뀌어가네. 점점 옅어져 가고 있어.
- 카오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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